그런데 왜 바꾸는거야?

크랭크를 바꿔보자!

 

… 그런데 왜 바꾸는거야?

지난달 송추 업힐에서 잊지 못할 치욕을 당한 기자는 역시나 몸뚱아리 탓은 뒷전이고 장비탓을 먼저 했다. “이게 다 크랭크 때문이다!” 라며 부들부들 하던 기자. 기존 사용하던 미드컴팩트 크랭크를 컴팩트 크랭크로 바꾸려고 오늘도 장터를 뒤지고 있다
글 최웅섭 팀장  사진 최웅섭 팀장·유병훈 기자

 

 

업힐에서 멘탈과 피지컬이 모두 탈곡기에 돌린 마냥 탈탈 털린 기자는 아니나 다를까 장비탓으로 결론내리고 당장 크랭크를 바꾸겠다며 장터를 뒤졌다.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크랭크를 거래하고 있었다. 크랭크를 내놓는 사람들의 이유를 보면 가장 많은 것이 업그레이드, 두번째는 크랭크의 사이즈가 자신과 맞지 않아서였다.
두번째 이유인 사이즈. 사람들마다 다리길이와 주행성향이 제각각인 만큼 크랭크도 자신의 성향과 사이즈에 맞는 것을 쓰는 게 효율적이다. 그러면 크랭크의 사이즈에는 무슨 뜻이 담겨있는 걸까? 

 

MTB의 크랭크는 사진과 같이 가장 큰 스프라켓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MTB는 로드바이크에 비해 고속을 낼 일이 거의 없는데다 오르막을 더욱 쉽게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크면 힘들지만 빠르고, 작으면 편하지만 느리다
크랭크는 알다시피 사람의 힘을 자전거의 동력으로 바꿔주는 1차 구동부위다. 페달을 밟는 힘을 최초로 받아 체인을 돌리는 역할을 하는 이 크랭크도 프레임처럼 사이즈가 있다. 크랭크를 볼 때는 크게 두 종류의 사이즈를 확인해야한다. 크랭크의 톱니바퀴인 체인링의 이빨 수, 또 하나는 페달이 장착되는 크랭크암의 길이. 그럼 각각의 사이즈는 라이딩 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자.
‘크면 힘들지만 빠르고, 작으면 편하지만 느리다.’
무슨 소리냐고? 크랭크의 체인링 크기에 따른 특징을 아주 간단하게 써 놓은 것이다. 사실 저 이야기가 전부다. 우리가 로드바이크에서 흔히 사용하는 크랭크는 체인링 두 장을 사용하는것이 가장 많다(MTB는 체인링이 한 장이거나 세 장인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크랭크 사이즈를 기재할 때는 ‘52-36…’ 처럼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52-36에서 큰 숫자인 52는 바깥쪽 큰 체인링의 기어 이빨 개수를, 36은 안쪽 작은 체인링의 이빨 개수를 말한다.
주로 쓰이는 크랭크를 보면 큰 체인링은 대개 50, 52, 53개의 이빨을 가지며 작은 체인링은 34, 36, 39개로 구성된다. 조합해서 보면 53-39, 52-36, 50-34의 구성이 가장 많으며 이는 순서대로 스탠다드, 미드컴팩트, 컴팩트 라는 규격으로 불린다(간혹 비정상적인 사이즈의 크랭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규격만을 다룬다). 기자는 그동안 미드컴팩트 규격으로 달리고 있었다.

 

크랭크의 큰 체인링(아우터). 톱니의 숫자가 많을수록 고속주행에 유리하다
새로운 크랭크를 구입했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기자의 자전거는 시마노 프레스핏 BB를 사용하는데 부주의하게 장착하다가 BB에 모래가 들어가 버린 것이다. BB를 교체할 때까지 장착은 잠시 미뤄둔 상태다
모 커뮤니티의 장터에서 ‘크랭크’를 검색한 모습. 매물이 쏟아지지만 컴팩트 크랭크는 쉽게 찾기 어려운 편. 한 판매자는 아내 몰래 크랭크를 구매했다가 걸리는 바람에 되판다는 슬픈(?) 게시글도 있었다

 

 

이 체인링의 숫자는 라이딩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우터에 걸고 달렸다” 라든지, “이너에 걸어도 힘들더라” 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동호인 사이에서 흔히 듣게 된다. 이너(inner)니 아우터(outer)니 하는 단어가 익숙지 않더라도 문맥상 아우터라고 하면 큰 체인링을, 이너는 작은 체인링을 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큰 크랭크는 고속주행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고속을 위한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한 건 당연한 사실. 좀 더 많은 힘을 내서 그 힘을 높은 속도로 전환하기 위해 큰 사이즈의 크랭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작은 체인링은 힘을 아끼기 위해 사용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오르막에서 높은 속도를 유지한답시고 큰 체인링으로 주행한다면 얼마 못가 자전거에서 내려버리기 딱 좋다. 속도는 느리지만 힘을 아껴줄 수 있는 것이 작은 체인링이다.
큰 체인링과 작은 체인링의 차이를 알았으니 다시 스탠다드와 컴팩트 크랭크의 사이즈를 비교해보자. 스탠다드와 컴팩트의 큰 체인링의 이빨 개수의 차이는 3개, 작은 체인링은 무려 5개나 난다. 이 글을 이해했다면 결국 컴팩트 크랭크를 사용하면 스탠다드 크랭크를 사용할 때 보다 조금 느리지만 힘을 아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정답이다. 이것이 기자가 크랭크를 교환하려고 하는 이유다. 한가지 다른 게 있다면 기자는 힘을 아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낄 힘조차 없다는 것이다.

길면 토크주행, 짧으면 케이던스 주행에 유리하다고?
크랭크에는 빠지지 않는 사이즈가 또 있다. 바로 크랭크암의 길이다. 크랭크 암 역시 일반적으로 쓰이는 사이즈는 한정돼 있다. 165㎜, 167.5㎜, 170㎜, 172.5㎜, 175㎜ 총 다섯가지 사이즈인데, 이중에서도 가운데 세 가지가 가장 많이 쓰인다.
일반적으로 인심길이에 따라 크랭크암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다. 실제로 브래들리 위긴스는 190㎝의 장신이지만 170㎜ 크랭크암을, 나이로 킨타나는 167㎝ 단신이지만 172.5㎜를 쓴다고 한다. 크랭크암 길이는 파워와 직결되는 체인링 사이즈와는 달리 효율적인 페달링과 그 자세를 위해 사이즈를 조절하는 편이다. 자신의 라이딩 성향과 피팅 등 많은 것들이 결부되어 있어 섣부른 선택은 후회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크랭크암이 길면 토크 주행에 유리하고 짧으면 케이던스가 용이하다.
어떤 이론이든 그렇지만 이 부분은 특히 해외학계에서도 아직 논란이 잦은 분야로 기자가 어떻다고 딱 정해 말하기 어렵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정보를 확실하다고 호언하며 소개하는 것 역시 힘들다. 개인차가 많은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게다가 기자는 프로선수가 아니니 각자 스타일에 맞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글을 보는 여러분들 역시 선수가 아니라면 이런 부분까지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체인링과 파워 등을 이야기할 때는 스프라켓의 크기와 관련한 기어비의 설명이 필수적이다. 또 크랭크암의 길이를 선택할 때도 여러 가지 공식과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략하게만 알아보았으니 좀 더 적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본지에 연재되었던 강승규 교수님의 글을 참고하도록 하자. 

 

드라이브 사이드 크랭크암의 안쪽

 

 

그래서 기자는 50-34/172.5㎜를 선택했다
사실 자전거를 조금 탔다 하는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식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여하튼 기자는 기존 사용하던 52-39/170㎜ 미드컴팩트 크랭크를 50-34/172.5㎜의 컴팩트 크랭크로 교체하려고 마음먹었다. 부족한 파워 탓에 크랭크의 이빨 수는 줄었지만 크랭크 암의 길이는 늘어났다. 왜냐하면 기자는 꼴에 토크주행을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장터에서는 이상하게 컴팩트 크랭크의 매물을 구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동호인은 컴팩트” 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니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컴팩트 크랭크에 비해 스탠다드, 미드컴팩트 크랭크의 가격이 묘하게 낮게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그렇게 장터에 잠복해 호시탐탐 매물을 지켜보던 기자는 또 한가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크랭크만 듀라로 바꿀까…?’ 정말 병이다 병. 

 

드라이브 사이드 크랭크암(우)과 논드라이브 사이드의 크랭크암(좌). 크랭크암의 길이는 일반적으로 암의 안쪽에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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