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의 든든한 보디가드, 전기자전거

전기자전거로 떠나는 대마도 여행 ②
자전거여행의 든든한 보디가드, 전기자전거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대마도 여행길에 전기자전거를 선택한 것은 정말이지 신의 한수였다. 무사히 끝날 것 같았던 여정의 막바지, 4일차에 사건사고가 터졌는데도 전기자전거의 힘을 빌려 모두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신나게 내려온 업힐을 다시 올라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서 전기의 힘은 큰 도움이 되었다.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이번 대마도 여행에서는 미니벨로에 장착된 내장 5단 기어 중 1단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총 370km 주행중에 100km 이상을 1단으로 달렸다. 그만큼 산악지형이 잦은 탓이다.
고가 MTB 22대(한 대는 500W 센터드라이브 장착 메리다 풀서스펜션), 로드 2대, 중앙구동방식 센터드라이브 350W 모터를 장착한 16인치 미니벨로 한대가 함께한 대마도 투어였다. 다들 사전정비를 철저히 해서 그런지 실제로 펑크는 3건 밖에 없어서 오히려 심심했는데, 4일차에 연속으로 일이 터진다. 

 

걸음걸이 속도로 천천히 유유자적한 라이딩
북섬에서 3일차까지 하루 100km가 넘게 탔지만 4일차는 총주행거리가 70km라 미벨에 달린 가방 두개 중 한 개를 내리고 배터리 1개만 장착해서 가볍게 라이딩 했다. 4일차 남섬에서 역시 엄청난 대마도표 업힐 다운힐이 이어졌다. 평지가 나오면 오히려 이상하다. 엄청난 업힐 뒤에는 짜릿한 다운힐이 땀을 말려주고 다리근육을 쉬게 해주었다.
5일간 평균 낮 최고기온 25도, 태양이 강렬하긴 했지만 우리가 간 코스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임도에 숲이 우거져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 터널도 많았다. 필자의 미니벨로는 5단 내장기어 중 1단 기어로 올랐고, 대부분의 MTB들은 가장 가벼운 기어비로 걷는 속도 수준의 업힐이 많았다.

 

미녀총의 짜릿한 다운힐을 두 번 즐기는 방법
걸어가는 것보다 조금 빨리 가는 수준의 힘든 업힐 후 미녀총(美女塚)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시 쉬었다가 짜릿한 다운힐 2km를 달렸다. 그런데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일행 중 여성 한분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내 폰!!!”
정상 미녀총 휴게소 여자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두고 왔다고 하는데 어쩌나 싶었다. 2㎞의 다운힐은 정말 짜릿했는데 다시 2㎞를 어떻게 올라가지? 여성분 혼자 찾으러 가면 되겠지만 왕복 4km를 뒤처지면 비슷한 속도의 일행을 절대 따라잡기가 어렵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중 모두의 시선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필자를 바라보고 있다. 말은 안 해도 ‘젊은 네가 전기자전거로 휭 하고 다녀와라. 평균나이 60대 중반인 우리가 가랴?’ 라는 표정이었다. 남자들도 4㎞를 뒤처지면 혼자서 일행을 따라잡기가 어려운 길이다.
일단 필자는 남은 배터리 양과 거리를 계산해봤다. 앞선 3일간 라이딩 기준으로 보면 배터리 한 팩으로 90㎞ 정도 운행이 가능하고, 오늘은 한 팩으로 70㎞ 달릴 예정이어서 어차피 남을 배터리라 생각하고 페달링을 가볍게 설렁설렁 했다. 게다가 오전에는 로드 라이더를 견인까지 해줘서 쓸데없는 배터리 소모가 많았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배터리 두 개 다 챙겨왔어야 했는데, 4㎞ 업다운을 하고 나면 숙소로 돌아갈 배터리가 모자라게 된다.

 

이즈하라 쓰쓰자키 부근의 작은 상점. 25명의 배고픈 라이더들이 하루만에 일주일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대마도 관광객 90%가 한국인이다
에피소드1 아리아케산 임도의 우회도로로 합류점을 찾아 전기자전거의 ‘푸시 서비스’를 받는 로드
이즈하라 코스의 점심식사는 마땅한 식당이 없어 거리에서 해결한다
아유모도시공원의 물놀이
미녀총 여자화장실에 두고 온 스마트폰
구출한 스마트폰 인증샷
분실의 주인공

 

 

결국 전화기를 찾으러 기수를 돌렸다
빨리 대장 리키님을 찾았다. 메리다 풀샥 500W 모터에 다리 힘도 좋은 대장님이 다녀오면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선두에서 먼저 내려가 버려 보이지도 않는다. 산속이라 로밍해간 폰도 소용없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즐겨야 한다. 결국 필자는 일행과 반대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폰을 두고 온 라이더가 같이 간다고 했는데 오히려 문제가 될 것 같아 혼자 가기로 했다. 얼른 찾아서 4㎞를 빨리 달려와 팀에 합류해야 한다.
일단 일행에게는 정상속도로 가라고 당부하고 필자는 2㎞를 쏜살같이 달려본다. 오늘 오후 라이딩은 배터리가 떨어지기 전에 힘든 페달링을 할 각오를 해야 했다. 2㎞를 최고속도로 달려 정상 화장실에 도착해 인적 없는 여성용 화장실을 열어본다. 두고 간 그대로 폰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기자전거의 위력을 실감한 일행들
사실 2㎞나 신나게 지나쳐서 전화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전화기 속에 그동안 촬영된 사진들의 소중함을 알기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필자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고 생각한다. 라이더 한명의 실수 덕분에 전기자전거의 가치를 보여준 하루였으니. 해당 라이더는 일행 모두에게 맥주를 사면서 ‘핸드폰 분실녀?’ 라는 기억을 지워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영구히 기록을 하고 말았다.
이번 여행에 참석한 모임의 회장님도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자신도 자전거를 개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대마도 라이딩은 19명이 왔는데 여기도 몇 명 전기자전거를 타야할 라이더가 있다고 귀띔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으면 열심히 운동해서 다리엔진을 키워야 하고, 그게 안 되면 과학의 힘을 빌려서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니 퍽이나 열린 마음을 가진 회원들이다. 또 이 전화기 사건으로 전기자전거의 필요성도 느꼈다고 한다. 라이딩 멤버중 한두 대는 전기자전거가 함께하면 위기의 순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은 이날은 필자가 고생을 많이 했다. 배터리를 한개만 준비해서 갔는데 오전에 밀어주기와 오후에 전화기 찾아주기로 인해 배터리가 방전될까 미리 페달링을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숙소에 도착하니 35V대로 30% 이상 굉장히 많이 남아있었다. 

 

쓰쓰자키에서 아유모도시공원 가는 길
우치야마 전망대의 긴 업힐을 먼저 올라온 라이더들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가미자카 전망대 대나무길
사진의 중앙능선에 파인 부분이 우치야마 전망대. 저곳을 넘어야 한다
우치야마 전망대 고갯마루. 여기부터 긴 다운 힐이 이어진다
5일간의 대마도 투어를 마치고 부산항 도착
부산역에서 서울행 KTX에 실은 자전거

 

 

여행의 마무리, 모두 전기자전거의 필요성을 통감
5일 간의 작지만 아름다운 섬 대마도 힐링라이딩에서 전기자전거의 효용성을 충분히 체크해보았다. 대마도 투어는 체력에 따라서 힐링이 될 수도 있고 어려움이 가득한 고역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하게 검증된 다리 엔진이 아니라면 전기자전거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전기자전거이기에 더 많은 것을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대마도 특유의 시간의 흐름도 느낄 수 있었고, 사건사고가 나더라도 적당히 대처할 수 있었다.
일반 라이더들도 전기자전거를 색안경 끼고 보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일반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엔진출력이 떨어지면, 결국 본인들도 전기자전거를 타게 될 거라는 데 동감하고 그나마 과학의 힘을 빌려서 몇 년 더 즐거운 라이딩이 가능하다는데 다들 기뻐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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