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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백운산(1087m)노루만이 반겨주는 끝없이 멀고 깊은 산길

제천 백운산(1087m)

노루만이 반겨주는 끝없이 멀고 깊은 산길

 

E-MTB로 저 山에 ③

메리다 원트웬티 +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
MTB, 모터 달고 다시 산으로

 

제천과 원주 경계에 솟은 백운산은 높기도 하지만 매우 깊은 산이다. 바로 이웃한 치악산(1288m)의 유명세에 가린 덕분에 언제나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다. 제천 방면으로 거대한 부채꼴을 그리는 산세는 수많은 능선과 골짜기를 거느려 세상과 단절된 산중 오지를 빚어낸다. 외곽 산줄기를 따라 조성된 장대한 임도는 해발 900m까지 오르내리며 산간오지의 본색에 밀착한다

 

능선은 첩첩이 중첩되고 길은 산허리를 돌아 끝없이 이어진다
보리수 열매를 맛있게 따먹는 이윤기 이사

 

백운산(1087m)은 제천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니지만 가장 깊고 넓은 산이다. 바위가 많은 골산(骨山)인 월악산과 달리 장중한 육산(肉山)으로 골짜기가 깊고 품이 넓다. 산의 초입인 덕동교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모여들어 제천쪽 백운산 자락의 물은 모두 덕동교로 수렴해서 원서천으로 흘러간다. 산 북쪽의 원주 방면에서 보면 동쪽은 치악산(1288m)이 장벽처럼 막고 있고, 남쪽은 이 백운산이 거대한 병풍이 되어준다.
인문적 안목으로 볼 때 산에도 분명 앞뒤 방향이 있다. 어떤 산은 ‘마주보고 있고’ 또 어떤 산은 ‘등지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등은 모두 서울 시내를 향하고 있는 것 같고, 외곽에서 보면 등지고 선 것처럼 느껴진다. 제천 백운산은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다. 북향인 원주 쪽에서는 산의 특징이 느껴지지 않아 등지고 선 것 같고, 남향의 제천 쪽에서는 수많은 계곡과 능선을 오목하게 감싸면서 얼굴을 내민 것 같다.  

 

웅장하고 깊은 산자락
백운산은 제천시내에서 20㎞ 정도 떨어져 있고 인근에 큰 마을도 없어 인적이 드물고 자연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다. 광대한 자연림을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도 자리한다. 백운산 자락에 60㎞ 이상 개설되어 있는 임도도 산림환경연구소가 개설하고 관리한다. 남서쪽 덕동계곡 중간쯤에 자리한 산림환경연구소는 생태관과 생태숲,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코스의 출발지로 좋다. 
산간마을조차 드문 적막하고 웅장한 대자연 속으로 산길은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정선 가리왕산(1561m)처럼 길이 흩어져 있고 민가마저 멀어 어딘가 위협적이고 불안한 분위기와는 다르다. 중간 중간 하산로가 있는 길은 부채살 같이 모여들고, 전반적으로 남향이어서 아늑하다. 무엇보다 코스 대부분에서 조망이 트여 경치를 볼 수 있으며 현재 위치를 가늠하기도 쉽다.
코스는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산으로 들어선 후 시계방향으로 일주 임도를 돌아오게 된다. 산세가 오목하게 모여 있어 한눈에 파악될 것 같으면서도 등고선을 따라가는 길은 지겨울 만큼 끝없이 산모롱이를 휘감는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도중에 4군데의 삼거리가 나오는데 모두 좌회전하면 된다. 갈림길의 오른쪽 길은 하산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체력이나 상황에 따라 도중에 하산할 수 있는 길이 여럿 있다는 것도 마음 편하다.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출발하면 꾸준한 업힐이다. ‘박달재 100km’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4개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모두 좌회전하면 된다
고도감과 원경에서 고산준령의 면모가 실감나는 고사목 모퉁이
인적이 아예 끊어진 첩첩산중에서 한줄기 길만이 인간의 행로를 말해줄 뿐이다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출발, 갈림길은 좌회전 
덕동생태관 아래 산림환경연구소 주차장은 이미 해발 380m나 된다. 생태관 앞에서 바로 임도가 시작된다. 울창한 숲길은 인적이 없지만 길은 잘 관리되어 있다. 꾸준히 고도를 높여가 십자봉(985m) 동쪽 즈음에서 700m를 돌파한다.     
8.6㎞ 가면 오두재 아래 삼거리다. ‘박달재 100㎞’ 표지판은 산악자전거대회 코스 표시로 세 번째 삼거리까지는 이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흰구름 사잇길’이라는 서정적인 이름도 붙었는데 백운산과 잘 어울린다. 길가로 보리수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 동행한 이윤기 이사와 함께 한참을 따먹었다.
12.4㎞ 지점에서 두 번째 삼거리를 만나 그대로 직진한다. 길은 700m 등고선을 중심으로 조금씩 등락을 거듭하며 거대한 산자락을 끝없이 휘감는다. 예전과 달리 나무가 자라서인지 조망이 트이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대신에 삼림욕을 실컷 한다.
15㎞ 지점에서 지도에도 없던 삼거리가 나와 잠시 당황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능선 위로 올라붙는 길이어서 정상 근처의 군부대나 원주 방면으로 가는 건지, 아니면 도중에 끝나는지 알 수가 없다. 일반 자전거 같으면 처음부터 시작되는 급경사 오르막에 엄두가 나지 않아 아는 길로 그냥 갔을 테지만 e-MTB이니 두려울 게 없다. 길 확인을 위해서도 가보기로 했다.
새로 난 임도는 주능선을 넘어 다시 순환임도와 합류했다. 일종의 지름길이었다. 도중에 해발 910m의 주능선을 넘는데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옛길과 합류한 삼거리에서 왼쪽 산허리 길로 진입한다. 여기부터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길 가운데까지 풀이 자라고 있다. 어떤 곳은 하얀 샤스타데이지가 길을 뒤덮어 환상적인 꽃길을 이뤘다.

 

샤스타데이지가 활짝 피어나 화원을 이룬 꽃길
라이딩 후 바비큐와 술잔, 그리고 담소가 함께 하는 글램핑의 여유

 


운학리로 장쾌한 다운힐 시작
정상 동쪽 안부에 자리한 군부대 근처에서 길은 해발 800m를 살짝 넘었다가 천천히 내리막으로 바뀐다. 운학리까지는 고도차 500m, 길이 10㎞에 달하는 장쾌한 다운힐이다. 노루가 두 번이나 길을 가로질러 지난다. 속도를 내면 위험한 것이 한쪽이 벼랑이기도 하지만 갑자기 산짐승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한라산 숲길을 내려올 때 간발의 차로 노루가 스쳐지나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서 이 이사와 나는 앞을 잘 살피며 적당한 속도를 유지했다. 
마침내 경작지가 나오고 주변이 평탄해지더니 운학리로 내려섰다. 운학천을 따라 덕동계곡 입구까지 7㎞ 정도는 이제 포장도로다. 완만한 포장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달리며 산간마을의 정취에 흠뻑 젖는다. 덕동계곡   에서 흘러온 원서천과 운학천이 합류하는 덕동교에서 덕동계곡으로 4㎞ 올라가면 출발지인 산림환경연구소다. 일주거리 40.5㎞. 저 넓은 산을 2시간반만에 휭 돌아오니 조금 허무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백운산을 다 보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백운산은 두 번째 오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 많다. 순환임도에서 골짜기마다 나 있는 하산로와 운학재 코스, 벼락바위봉(937m) 동쪽의 산간마을 길까지…. 어느 곳을 가든 돌아설 때는 ‘여기를 다시 또 올 일이 있을까’ 하는, 조금은 서글픈 심정이 든다. 대개는 그렇게 끝이 나고 잊히지만 백운산은 머지 않아 분명 또 올 것 같다. 높은 산 깊은 골에 내 발과 바퀴가 닿지 않은 곳이 아직도 지천인데.

 

 

 

 

글램핑으로 즐긴 제천의 밤 

캠핑은 해보고 싶은데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면… 글램핑(glamping)이 답이다. ‘화려한(glamorous) 캠핑’이라는 뜻답게 손님은 아무것도 준비할 것 없이 몸만 가면 된다. 캠핑 분위기를 즐기면서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 번거롭거나 귀찮은 일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비용은 내야 하지만.
취재팀은 캠핑을 경험하고 싶어 백운산에서 멀지 않은 봉양읍 연박리의 하이락 글램핑장을 찾았다. 글램핑은 처음인데 푸른 잔디밭에 줄지은 텐트를 보고 첫눈에 마음이 설렜다. 실내로 들어가니 더 놀랍다. 에어컨부터 냉장고, 식기, 침대 등등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고급 리조트를 텐트 안으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텐트도 대형 고급품이라 미려하고 튼튼하다. 텐트 앞에는 저녁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바비큐 파티를 벌일 수 있는 그릴도 준비되어 있다. 고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음료와 숯 등은 캠핑장 매점에 있다.
  캠프 준비에 신경 쓸 게 없으니 주변을 돌아보거나 조용히 휴식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자유와 여유 그리고 휴식…. 간이 수영장까지 있어 더울 때는 훌렁 뛰어들면 그만이다. 바로 옆 주포천 개울가에는 산에서 용이 머리를 내민 형상의 용바위가 신기하다. 젊고 친절하며 부지런한 하경일 대표도 믿음직.  

 

* 하이락 글램핑
충북 제천시 봉양읍 연박리 353.
010-7448-2101. www.hilark.co.kr

 

 

 

김병훈 발행인  soolm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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