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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vs 상하이타워더 높이 더 아찔하게, 지상 500m의 세상

더 높이 더 아찔하게, 지상 500m의 세상

롯데월드타워 vs 상하이타워

 

서울과 상하이에 솟은 두 마천루는 지상 500~600m의 하늘을 어루만지며 천하를 내려다본다. 올해 4월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로 세계 6위이고, 2016년 3월 완공된 상하이타워는 127층 632m로 세계 2위다. 850km 거리를 두고 동아시아 하늘을 찌르는 두 마천루는 도약과 발전을 상징하지만, 인류의 궁극적인 욕망과 자만을 말해주는 첨탑이기도 하다    
 

석촌호수 건너편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 123층 555m의 위용에 32층 롯데호텔월드 건물이 왜소하다

 

40년 전 고향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2층짜리 면사무소였다. 그 옆에 우체국이며 가게 등 2층짜리 건물이 모여 있었는데, 마을 외곽에 살던 나는 여기만 가도 ‘고층건물’이 주는 위압감에 주눅이 들었다.
30여년 전 서울역에 처음 내렸을 때 시야를 막아서는 23층 대우빌딩에 압도되어 ‘이런 삭막한 서울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지’ 앞날이 막막했다.
20년 전 뉴욕에 가서는 102층 381m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미국의 힘을, 인류의 능력에 감탄했다. 우리가 식민지 미망에 허덕이던 1931년에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니….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를 이 건물 하나로 단박에 이해했다. 

 

롯데월드타워 120층에는 야외로 나갈 수 있는 스카이테라스가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드넓게 펼쳐진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문명과 권력은 발전하고 커질수록 그 힘을 상징하는 거대 건축물을 짓는다. 피라미드가 그렇고 거대한 성당과 궁전들이 그렇다. 이제 거대 건축물에 콤플렉스를 가졌던 우리도 세계적인 빌딩을 갖게 되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한참 추월한, 123층 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서울 하늘을 꿰뚫고 있다. 중국은 초고층빌딩으로 초고속 성장의 성과를 세상에 자랑한다. 중국에는 초고층 건물이 수두룩하지만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것은 상하이타워뿐이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너무나 높다는 것 그리고 좀 못생겼다는 것, 하지만 전망은 탁월하다는 것이다.

 

 

옆이 없으면 올라갈 수밖에
까마득히 높아 하늘을 어루만지는 누각이라고 해서 마천루(摩天樓)다. 구름이 조금 낮게 내려앉는 날, 롯데월드타워의 꼭대기는 구름 속에 잠긴다. 구름은 하늘의 상징이니 마천루는 과장이 아니다. 구름이라는 기준이 없으면 사람의 눈높이도 기실은 하늘이니 구분이 애매하다.
내가 마천루에 관심이 많고 오르기를 좋아하는 것은 산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 거대한 덩치는 그 자체로 경이롭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은 자연물이고 빌딩은 인공물 아니냐고 하겠지만 인간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자연과 인간을 대등하게 비유하는 것은 지구촌 안에서만 통하는 골목대장의 자만일 뿐이다.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빌딩도 자연의 일부로 볼 것이다. 우리가 개미집을 자연으로 보듯이.
도시는 위에서 내려다볼 때 비로소 아름답다. 건물 하나하나를 아름답다 또는 추하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이들의 집합인 도시는 상공에서 볼 때 항상 경이롭고 아름답다. 빈민가로 가득한 빈국의 도시도 마찬가지다. 상공에서 보면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나 하수구의 악취, 시장통의 무질서 따위는 원근법에 묻히고 건물들만이 기하학의 원형으로 환원되어 미감을 발산한다.


작년 11월 상해에 갈 일이 있어 상하이타워에 올라보았다. 입장료가 180위엔(약 3만1000원)으로 비쌌는데 세계 2위 빌딩을 오른다는 설렘에 망설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봤을 때 꽈배기처럼 비틀려 올라가는 몸체는 특이했지만 형태가 가늘어 웅장미와 고도감은 떨어졌다. 개인적으로 육안으로 본 최고의 웅장미는 2001년 9·11 테러로 사라진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이다. 110층 417m(2동은 415m)의 거대한 직육면체 두 개는 아래서 올려보아도 너무나 거대하고 높아 현기증이 일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페트로나스 타워(88층 452m)도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했다. 현 세계최고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163층 828m)는 단번에 기존 고층빌딩의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실로 가공할 높이인데 언젠가는 지상 최고의 바벨탑 앞에서 경의를 표하고 싶다. 


상하이타워의 최고 전망대는 119층 552m 높이다. 상하이타워가 생기기 전 중국 1위를 자랑하던 상하이세계금융센터(101층 492m)도 정말 높았는데 상하이타워 전망대에서 보면 꼭대기가 저 아래다. 그 전에 가장 높던 진마오타워(88층 421m)는 아예 푹 가라앉아 보인다. 세 건물은 가까이 붙어 있어서 서로 키를 견주고 있다. 그 유명한 동방명주탑은 총높이가 468m나 되지만 이는 안테나를 포함한 것이고, 최고 전망층은 267m여서 한참 낮다.
엄청난 빌딩숲 사이로 장강의 지류인 푸동강이 구불거리고 시가지는 지평선 멀리까지 아득하다. 인구 3천만의 세계최대 도시답다. 하지만 여기 상하이타워에서 보건, 강 건너 와이탄에서 보건 스카이라인의 규모는 역시 뉴욕에 미치지 못하고, 시가지의 광대함은 로스앤젤레스에 뒤진다. 하지만 서울과 도쿄를 능가한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롯데월드타워는 야간에 층층이 불이 들어오면 규모감이 한층 두드러진다
상하이타워 주변의 야경. 왼쪽부터 상하이타워, 진마오타워(88층 421m), 상하이세계금융센터(101층 492m)

 


서울사람들은 무관심한 곳?
롯데월드타워는 웬만큼 좋은 날씨면 서울 전역은 물론 교외에서도 첨탑이 보일 정도로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지만 왠지 서울사람들은 별무 관심이다. 하기야 63빌딩이나 남산타워도 그랬다. 지방에서 서울 구경 가면 반드시 가는 곳이지만 정작 서울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다. 항상 보이는 일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롯데월드타워를 찾는 사람들도 지방에서 단체로 올라온 관광객이 대부분인 것 같다. 


건축단계부터 지켜본 서울사람들의 중평은 건물이 ‘특징이 없고 못 생겼다’는 것이다. 위로 갈수록 점감하는 곡선미는 도자기나 붓을 형상화했다지만 변화의 폭이 커서 아래는 뚱뚱해 보이고 위는 지나치게 가늘어서 웅장함과 미감을 떨어뜨린다. 주변에 필적할 만한 고층빌딩이 없어 혼자 외로운 것도 어딘가 생뚱맞다. 층별로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외관도 초고층의 위압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야경이 더 볼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입구 전시물은 너무 소략해서 세계의 다양한 고층건물을 소개한 상하이타워보다 못하다. 팜플렛도 건물 규모나 내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10% 정도 부족하다고나 할까.
다만 117층부터 121층까지 5개층으로 구분된 전망대는 다채롭고 알차다. 118층에는 바닥이 유리로 된 스카이데크가, 120층에는 야외로 나갈 수 있는 스카이테라스가 있다. 최고 전망층인 121층은 지상 486m. 해발 기준으로는 500m를 훌쩍 넘을 것이다. 남한산성을 품고 있는 남한산(522m)이 눈높이다.


위치가 서울 동남쪽에 치우쳐 있으나 500m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사방 조망은 발군이다. 이 정도 높이면 고층건물 수준이 아니라 이미 상공이다. 희뿌옇게 가라앉은 도시의 스모그 위로 훌쩍 벗어나 세상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한강은 곡선으로 마주보고 시가지는 하늘 끝, 땅 끝까지 하얗게 뒤덮었다. 의정부, 구리, 하남, 성남까지 대도시권의 엄청난 규모에 새삼 놀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남쪽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경부고속도로. 판교~신갈 사이 15km나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는 하늘 탑에 보내는 헌사의 카페트다. 반대로 고속도로에서 보면 빌딩이 거대한 제단이나 오벨리스크처럼 소실점 저편에 신기루처럼 솟아 있다. 
고층빌딩의 순위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연안도시 제다에 200층 1007m의 킹덤타워를 짓고 있다. 인류 최초로 200층과 높이 1km 돌파다. 그러면 또 어디선가는 더 높은 빌딩을 지을 것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삼성동에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빌딩을 구상중이다.
인류의 욕망과 자만심은 기어이 바벨탑을 세상 곳곳에 만들어내고 있고 첨탑에 엉덩이를 찔린 하늘은 더 멀리 물러나고 있다. 이제 곧 하늘은 우주라는 말로 대체될 것이다.

 

황푸강 건너편 와이탄에서 바라본 동방명주탑(왼쪽)과 상하이타워(오른쪽) 일대

꽈배기 형태로 뒤틀려 올라가는 상하이타워. 127층 632m로 세계 2위 높이를 자랑한다

 

 

 

김병훈 발행인  soolm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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