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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 종주세상을 품은 아이들과의 동행

세상을 품은 아이들과의 동행
동해안 자전거 종주

 

세상을 품은 아이들은 부천 소재의 기관으로 순간의 실수를 저지른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다.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 아이들은 매년 극기의 일환으로 자전거길을 달리며 그간 만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상과 조우한다. 올해는 동해안자전거길을 달리며 해변의 풍광을 온몸으로 느꼈다
글 최웅섭 기자  사진 최웅섭 팀장·세상을 품은 아이들 제공

 

 

세상을 품은 아이들(이하 세품아)은 부천 소재의 청소년 보호시설이다. 이곳은 가정과 학교,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한데 모아 어엿한 한사람의 인격으로 성장하도록 내면의 가치를 발굴하고 있다.
아이들은 치기 또는 유혹으로 인해 한순간의 잘못된 실수를 저지르고 이곳에 오게 된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게 짧게는 며칠을, 길게는 몇 년을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자신이 이곳에서의 생활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과연 세품아의 어떤 프로그램이 이들을 이렇게 변화시킨 것일까.

 

저 또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믿어주는 친구라는 존재다.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운 것이 없었다’ 라는 대사가 생각나는 장면
출발 전 카메라를 향해 웃어주는 친구들

 

매년 진행되는 자전거길 종주
세품아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매년 여행을 떠난다. 자전거로는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가 세번째다. 작년에는 좀 더 좋은 로드바이크를 대여해했는데 올해는 체인링이 한 장뿐인 자전거를 사용한다고. 동해안자전거길을 달려보았다면 알겠지만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길은 군데군데 끊겨 있기 일쑤고, 꽤나 긴 업힐이 자주 등장한다.
세품아에서 올해는 동해안자전거길을 종주한다는 계획을 전해들은 기자는 취재를 위해 내려가는 중에도 끊임없이 이 종주계획의 성공여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꾸준히 타온 아이는 전무하다시피 한데 코스의 난이도를 봤을 때 자전거의 구성부터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자전거는 하이브리드 타입으로 속도를 내기엔 용이했으나 크랭크 체인링이 한 장뿐이어서 ‘낙타등’이 반복되는 코스에는 적합하지 않다.

 

일주일간 고성에서 포항까지
종주 코스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포항 호미곶까지 가는 여정이다. 400㎞에 달하는 거리를 5일간 달려야 한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하루 100㎞는 거뜬히 달려내는 동호인들도 많지만, 세품아의 청소년들은 몸도 마음도 채 성숙하지 못한 상태로 장거리를 처음 달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쉽지 않은 코스다.
이번 행사는 라이딩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도 매일 계획되었다. 매일 장거리를 달려 지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세품아 측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때로는 재미로, 때로는 감동으로 일행의 마음을 녹여냈다.

 

해변에서 누워 서로 장난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르막에서 뒤처져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는 친구를 돕는 아이. 대체 세상의 무엇이 저 아이들을 이곳에 오게 만들었을까

 


라이딩 속 해맑은 아이들
라이딩 첫날은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삼척으로 가는 구간이다. 날로 더워져가는 날씨가 걱정되었으나 첫날인 만큼 하늘도 도운 덕분인지 구름이 어스름하게 끼어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었다.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한 아이들은 자전거 타는 것을 퍽이나 좋아했다. 이렇게 자전거 위에서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은 과연 이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소위 문제아가 맞나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교육받은 수신호도 철저히 하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은 앞으로의 5일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본격적인 어려움이 닥친 둘째날
둘째날은 시작 전부터 일행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이날 코스는 업힐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구간인데다 어제의 구름 낀 선선한 날씨는 오간데 없고 태양이 뜨거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날씨였기 때문. 선크림과 팔토시 등 자외선을 대비한 장비는 충분했지만 더위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안장에 오르는 아이들은 별 부담이 없어보였다. 그저 흐르는 땀을 스윽 닦고 나서는 그 땀을 친구에게 묻히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만 지어보일뿐이었다.
코스는 낙타등이 반복되었다. 역시나 쉽지 않은 코스여서 아이들 역시 오르막에서는 웃음기가 가셨다. 하지만 그렇게 코스를 한번 두번 반복하며 언덕을 정복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났고, 가장 힘든 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세번째 날 역시 이겨낼 거라고 자신하는 모습들이었다.

 

오르막 정상에 다다른 아이들.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며 휴식중

 


안타까운 사고
삼척에서 울진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이번 종주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다. 삼척을 떠난 아이들은 어제보다 더한 오르막에 시달렸고, 점심식사가 예정되어 있는 임원항까지도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4시에야 도착했다.
하지만 이렇게 늦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을 지도하며 함께 라이딩을 하던 교사 한 명이 크게 낙차해 더 이상 종주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리막에서 낙차해 얼굴과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이 사고로 인해 해당 교사는 서둘러 서울로 복귀했고, 애초 복귀예정이던 기자 역시 환자를 보호할 겸 함께 복귀하게 되었다. 기자는 원래 이날 복귀 예정이었기에 아이들과 몇 마디 나누지 못한 대화를 마무리 짓고 떠나고 싶었지만, 사고로 인해 그 이후의 일정은 사진으로 전달받았다.
사고로 인해 아이들은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애초 목적한 종주는 무사히 완료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처음 예정된 프로그램들을 전부 진행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으나 아이들은 종주를 성공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빗나갔던’ 아이들을 지켜보며
종주 내내 아이들은 그 또래 아이들과는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대체 이 아이는 무슨 연유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왜 그랬는지 의문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그 또래의 아이들이고 청소년이었다. 환경이 중요한 탓일까. 아이들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했지만 이곳에서는 새로운 활력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아껴주는 가족과 친구 같은 공동체인 세품아에서 아이들이 더 많은 활동을 통해 다시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

 

밤 9시가 넘어서야 망상해변에 도착한 아이들
종주를 무사히 끝낸 세품아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른편 친구는 “얘 왜 이래요?” 라고 말하는 듯하다. 유쾌함이 가득한 한 컷
밤이 늦은 탓에 근처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버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 하지만 100㎞ 가까운 라이딩 후에는 무엇을 먹어도 꿀맛

 

 

 

최웅섭 기자  heavycolum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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