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도 내친김에 빼자 핸들바, 스템 교체

 MCT도전기⑧ 

장마로 강제 ‘방콕’
쇠뿔도 내친김에 빼자 핸들바, 스템 교체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역대급의 가뭄이 찾아와 난리법석이었던 날씨가 어느새 하루걸러 하루 꼴로 비가 오는 장마로 변해버렸다. 장마전선의 북상과 맞물려 태풍소식까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우중에 라이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비가 그친 뒤 나가보자니 노면은 최소 젖어있거나 심한 곳은 잠겨있기도 하다. 롤러 위에서 연습을 지속하자니 지겹다. 옳거니, 지난번 사놓고 장착도 하지 않았던 부품들을 한번 장착해 보자
 

그렇게 꾸며진 기자의 자전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날이 좋을 때는 일정이 있고, 자전거를 탈만 하겠다 싶으면 비가 쏟아지는 이번 달은 롤러만 신나게 굴리다가 끝날 것 같다. 지난달 교체한 크랭크를 한번 혹사시켜줘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라이딩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잦아지니 기자는 결국 얼마 전 새로 구매한 핸들바와 스템으로 눈이 돌아가며 또 딴생각을 한다.
구석 한켠에 번쩍번쩍한 새 핸들바와 스템이 다소곳이 놓여있다. 얼마 전 구매한 것들이다. 3년간 사용한 제품에서 만족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몇몇 문제점 혹은 기자와의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

 


멀쩡한 핸들바를 왜 바꿔?
기자가 3년 넘게 사용한 핸들바는 3T의 에어로노바였다. 디자인에서부터 무게, 편안한 그립감 많은 부분에서 만족감을 주었지만 기자가 쓰기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극악의 정비성, 두 번째는 비정상적으로 긴 리치였다. 리치가 길면 스템을 줄이면 되지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고? 물론 있다.
기자는 항상 레이스 포지션으로 라이딩을 하다가도 가끔은 핸들바의 탑을 잡고 유유자적한 라이딩을 즐기곤 한다. 또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손 쳐도 중간중간 탑을 잡고 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후드를 잡았다가 탑으로 포지션을 바꾸면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탑을 잡았을 때와 후드를 잡았을 때 전혀 다른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랄까. 물론 두 자세 사이에 공기저항의 편차가 크다는 둥의 헛소리는 하지 않겠다. 그저 불편했을 뿐이다.
또 자가정비를 하는 입장에서 에어로노바의 인터널 케이블 방식은 너무나도 불편했다. 툭하면 자전거를 뜯고 만지다보니, 정비시 핸들바의 조그마한 구멍 사이로 변속선과 브레이크선을 삽입할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뭐 사실 앞으로는 더 이상 그렇게 만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정비성이 좋은 핸들바가 있었으면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핸들바 3T 에어로노바. 유려한 디자인과 편안한 그립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정했다, 데다 슈퍼제로
이렇게 불편함을 인지하고 나니 나에게 필요한 핸들바가 갖추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바로 적절한 길이의 리치에 정비성마저 좋은 핸들바. 물론 기존에 쓰던 에어로노바가 갖고 있는 장점인 디자인과 편안한 그립감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물망에 오른 핸들바는 총 3가지로 시마노 프로의 바이브, 데다 슈퍼제로, 본트래거 XXX 에어로 였다. 가격대는 전부 30만원 대로 절대 저렴한 편은 아니다. 모두 고급 제품인 만큼 디자인도 유려하고 각각의 특징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기자를 고민하게 만든 건 시마노 프로 바이브와 데다의 슈퍼제로. 바이브의 경우는 기존에 없던 독특한 방식의 핸들바로 기본적으로 에어로드롭바의 모습인데, 특이한 점은 드롭이 후드 뒤부터는 얇아졌다가 드롭의 끝부분에서 다시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드롭을 강하게 잡으면 힘이 많이 날 것 같은 디자인에 끌렸으나 결국 정한 것은 데다 슈퍼제로. 데칼의 디자인과 정비성에서 판가름이 났다. 슈퍼제로가 가진 디자인이 기자의 자전거에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고, 슈퍼제로의 케이블 홀을 보니 이보다도 정비가 더 편리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망에 올랐던 나머지 두 제품. 본트래거 XXX 에어로(좌), 시마노 프로 바이브(우)

 


빨려들어온 스템
이렇게 핸들바를 정했다. 다음차례로는 줄어든 리치를 상쇄할 스템의 선택이다. 에어로노바의 리치는 104㎜, 슈퍼제로의 리치는 75㎜로 무려 3㎝ 가까이 차이가 난다. 때문에 스템은 20㎜ 이상 늘려야 한다. 슈퍼제로는 핸들바와 함께 디자인된 스템이 있다. 슈퍼제로 스템은 디자인도 가격도 모두 훌륭했으나, 문제는 알루미늄 모델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기자는 장비병 말기 환자답게 스템도 카본으로 교체하고자 했던 것. 그래서 일단 세트구성인 슈퍼제로 스템은 뒤로 미뤄두었다.
그렇게 카본 스템을 뒤지고 있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스템을 발견하면 무게까지 꼼꼼히 확인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스템은 같은 사이즈라면 알로이스템과 카본스템의 무게차이가 10~20g 정도로 크지 않았던 것. 핸들바는 카본과 알로이의 무게 차이가 거의 100g까지 나기 때문에 카본 핸들바를 선택하는 데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지만, 스템은 글쎄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는 현역선수와 미캐닉들마다 스템은 아무래도 알로이를 쓰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고 내구성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기자는 카본 스템에 흥미를 잃었고 핸들바와 함께 스템 역시 데다 슈퍼제로의 제품을 선택했다.

 

최종 낙점된 데다 슈퍼제로
스템은 슈퍼제로 세트
새로 구매한 데다 슈퍼제로의 리치는 75㎜
에어로노바의 리치는 104㎜로 굉장히 긴 편이었다

 

 

그래서 무엇이 변했나?
기존 사용하던 에어로노바 조합의 리치는 104㎜ +  스템 90㎜로 도합 194㎜ 였고, 이번에 새로 맞춘 조합은 핸들바 75㎜ + 스템 110㎜로 총 185㎜의 조합이다. 총 1㎝의 리치가 줄어든 셈이다. 후드를 잡았을 때의 리치변화는 아주 큰편은 아니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스템이 늘어난 만큼 핸들바 탑의 위치가 좀 더 공격적으로 변한 셈이다. 그래서 라이딩 시 후드를 잡았다가 탑을 잡아도 자세변화가 기존보다는 크지 않고 이질감도 없었다.
기자가 강조했던 정비성 면에서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기존의 에어로노바는 케이블이 들어갈 자리에 구멍만이 있었을 뿐 핸들바 안쪽으로는 길이 전혀 없어 반대편 구멍으로 내보내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던 반면, 슈퍼제로의 핸들바는 너무나도 친절하게 ‘터널’이 뚫려있다. 정비시간도 굉장히 단축되어 거의 1시간 이상이 줄어들었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핸들바 교체의 공임비는 핸들바의 모델별로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

 

 

하루빨리 장마가 끝나길
이제는 정말 진심으로 장비는 일절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많은 지출이 있었기도 하고, 훈련을 하다가도 장비생각이 조금만이라도 스쳐지나가면 바꿔버리고야 마는 이 버릇을 얼른 고쳐야 하지 않을까.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닥치더라도 체계적인 특훈을 해야겠다. 다음달에는 파워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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