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의 이탈리아 알프스를 누비다

추첨으로 9000명만 참가하는 세계최대 규모 
절경의 이탈리아 알프스를 누비다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 대회 참가기

올해로 31회째를 맞는 사이클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사이클링 대회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Marathona dles Dolomites)를 다녀왔다. 7월 2일 이탈리아 알프스 중에서 가장 경이롭고 아름다운 돌로미테 지역에서 벌어진 대회는 참가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으로 9000명으로 제한할 정도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악지대를 누비는 거대한 자전거 부대와 다채로운 이벤트, 성숙한 매너가 부럽기도 했다  
글‧사진 엄기석

 

두 번째 언덕인 포르도이를 오르는 선수들

 

대회일은 7월 2일 일요일 하루지만 화요일부터 여러 가지 사전 이벤트를 열어서 참가선수와 가족들이 여러날 동안 이 지역에 머물면서 즐길 수 있다. 우리처럼 멀리서 참가하는 선수들은 시차적응을 하면서 사전에 코스답사를 하기도 한다.

 

첫번째 언덕인 캄폴롱고. 많은 선수들이 함께 달리지만, 느린 선수는 오른쪽으로, 빠른 선수는 왼쪽으로 달리는 등 라이딩 에티켓을 잘 지켜 큰 무리가 없다

 

 

답사라이딩
이탈리아 국가대표 사이클링팀 코치 출신인 마리아 카닌스(Maria Canins) 씨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간 답사 라이딩을 리딩한다. 우리는 일정상 목요일과 금요일의 라이딩에만 참가했다.
목요일은 106km 코스의 후반부라고 할 수 있는 캄폴롱고(Campolongo) 고개 – 팔자레고(Falzarego) 고개 – 발파롤라(Valparola) 고개를 넘는 약 50km 코스였고, 금요일은 55km의 셀라론다 코스를 달렸다.
주최측은 차량을 운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중간중간 보급을 해주었다. 답사라이딩은 라이더들이 각자 책임하에 참여하는 것이라서, 교통법규를 지켜야 하며 만약 사고시에도 개인의 책임이다.

어린이를 위한 마라토나(Maratona for Kids)
대회 하루 전날인 토요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자전거 이벤트가 열렸다. 6~12세의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5유로를 내고 선착순 400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코스는 풀밭에서 약 500여m를 도는 짧은 거리다. 유치원생인 6살 어린이는 마냥 귀엽지만, 11~12세 중에는 체격이 어른에 가까운 어린이도 있어서 그 속도가 무시 못할 정도다. 이런 부대행사를 통해서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도록 하고, 또한 어릴 때부터 자전거와 친숙해지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전거문화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외에도 슬라이드쇼, 자전거의류 패션쇼, 경품추첨, 스폰서 엑스포와 같은 이벤트도 열려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대회 하루 전 토요일에는 6~12세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마라토나 포 키즈’가 열린다

 

 

오전 6시30분 출발, 최고 고개는 해발 2244m 
대회의 출발은 아침 6시반이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는 참가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새벽 5시부터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출발그룹은 4개로 구분되어 있고, 그룹에 따라 배번색깔이 달라서 통제요원들이 해당 그룹의 출발장소로 안내한다. 필자는 세 번째 출발그룹인 피나렐로 그룹이다.
출발을 준비하는 동안 신나는 음악과 함께 여러 안내사항이 방송되고, 머리위로는 여러대의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이 행사는 이탈리아 국영방송인 RAI가 중계할 정도로 규모가 있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약 20분이 지나자 필자가 속한 그룹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로는 라이더들로 꽉 찬 상태에서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간다. 출발 후 약 5km는 약한 오르막이 계속되므로 사고위험도 크지 않다. 대회 코스는 전구간 양방향 차량이동이 통제된다. 길가에는 주민과 선수가족이 나와서 장도에 오르는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이 첫 번째로 지나가야 하는 구간은 보에(Boe) 봉(3152m)를 중심으로 주변에 나 있는 4개의 언덕을 넘는 셀라론다 코스로, 캄폴롱고 고개(1875m, 5.8km, 6.1%) - 포르도이 고개(2239m, 9.2km, 6.9%) - 셀라 고개(2244m, 5.5km, 7.9%) - 가르데나 고개(2121m, 5.8km, 4.3% 등의 고개 4개를 넘어야 한다. 셀라론다는 스키, MTB, 트레킹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넘을 수 있게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있다. 각각의 언덕은 저마다 특징적인 아름다운 암봉들로 이루어져 있어 고개정상에서의 경치도 일품이다. 표고 2000m를 넘는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지만 출발지인 라 빌라가 이미 1436m나 되는 고지여서 실제 고도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캄폴롱고 고개는 골인지점이 있는 코르바라(Corvara)에서 언덕이 시작된다. 초원위로 구불구불한 언덕길이 나 있어서 어느 정도 올라가면 뒤따라 올라오는 선수들이 뱀의 움직임처럼 구불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저 멀리로는 사쏠룽고(Sassolungo)의 거대한 암봉이 장대하게 솟아 있다.  
길가에는 선수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 있고, 그 주변으로는 캠핑카가 주차되어 있다. 언덕 중간쯤에 스위스 국기를 든 한 무리의 응원단이 있었는데, 정말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더 대단한 것은, 셀라론다를 한바퀴 돌고 다시 캄폴롱고 언덕을 올라갈 때도 여전히 지친 기색 없이 응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최측에서는 대회 4일전부터 답사라이딩을 갖는다

 

스폰서가 참여하는 엑스포가 소소한 이벤트와 함께 열려 재미를 더해준다

 

보급소는 주머니에 넣어갈 수 없는 보급품으로 구성해 앞 선수들이 싹쓸이(?)하는 것을 방지했다

 

 

힘겨웠지만 마라토나 코스 완주 성공    
두 번째로 넘게 되는 포르도이 고개는 정상에 이탈리아 사이클영웅 파우스토 코피(Fausto Coppi, 1919~1960)를 기리는 부조가 있어 라이더들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도 코피를 기려서 매년 지로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치마 코피(Cima Coppi)’로 명명하고 있다.
셀라와 가르데나를 넘어 코르바라로 내려온 선수들 중 셀라론다 코스(55km)는 그대로 골인하면 되고, 마라토나(138km)와 메디오(106km) 라이더들은 다시 캄폴롱고를 넘어야 한다. 코르바라에서의 컷오프타임은 11시15분이다. 처음 넘을 때보다 사람들의 밀도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캄폴롱고 고개를 넘으면 마라토나와 메디오가 분기되는 체르나도이(Cernadoi, 76km지점)까지는 대부분 내리막이다.
메디오 코스는 체르나도이에서 좌회전해 팔자레고 고개 – 발파롤라 고개(2200m, 11.8km, 6.8%)를 넘으면 된다. 마라토나 코스는 분기점에서 우회전해 갸우 고개(2236m, 9.9km, 9.3%)를 넘은 다음 포콜에서 팔자레고 고개 – 발파롤라 고개(2200m, 11.5km, 5.8%)를 넘는다.  
필자는 고민 끝에 예상보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 마라토나 코스로 라이딩하기로 한다. 그러나 거의 10km, 10%에 달하는 가파르고 긴 갸우 언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근력이 약한 탓인지 컴팩트 체인링에 30T의 스프라켓에도 불구하고 케이던스가 영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멋진 경치를 둘러보며 고통을 잊어 보기도 한다.   
드디어 갸우의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 보급소에서 각종 보급품으로 지친 몸을 달래며 한편으로는 주변 경치를 둘러보기 바빴다. 포콜에서 오르는 발파롤라는 경사도가 낮아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2014년부터 라 빌라 마을의 ‘Wall of cat(고양이의 벽)’이 코스에 추가되었는데, 길이 300m, 최대경사도 19%의 짧고 굵은 언덕이다.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이 언덕을 오르기는 만만치 않은데, 언덕에는 많은 갤러리가 나와서 응원을 하고 있고, 음악이 울려 퍼지는 등 선수들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서 분위기상 내리기도 쉽지 않다. 갤러리에게는 선수들이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볼거리를 제공해 행사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힘들고 길었던 138km 라이딩이 끝나고 골인지점이 눈앞에 다가오자 새삼스레 감격스런 마음이 든다. 기록과 순위는 형편없었지만 완주를 했다는 기쁨이 무엇보다 컸다. 완주메달과 기념모자를 받아 들고 파스타 파티장으로 이동하니 먼저 완주한 많은 사람들이 여흥을 즐기고 있다. 배번과 함께 나눠준 쿠폰으로 파스타, 맥주, 소시지를 먹을 수 있고, 각종 음악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번째 언덕인 셀라. 멀리 조금전 지나온 포르도이가 보인다

 

셀라의 정상부. 차량 위에서 기타를 치며 응원하고 있다. 대회날은 차량이 전면 통제되므로 전날 저녁에 미리 와 있었을 것이다

 

스위스 응원단은 선수들이 셀라론다(55km)를 한바퀴 도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106km 코스와 138km 코스가 나뉘는 지점. 필자는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아 138km를 선택했다

 

코스 중 가장 힘든 갸우 고개. 약 10%의 언덕이 10km가량 계속된다

 

시상은 남녀, 연령별로 이루어졌다

 

 

그란폰도의 본고장에서 배울 것 
앞에서도 몇가지를 언급했지만, 필자도 그란폰도대회에 관여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선수 입장에서 사이클 선진국인 이탈리아의 그란폰도대회 참가를 통해 배울 점이 많았다.
행사 전에 여러 이벤트를 통해 선수들과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앞서 소개했다. 대회코스 전구간에 대해 완전교통통제가 실시되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있다.  살실상, 완전교통통제는 매우 힘든 일이다. 지역주민과 일반차량의 민원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량은 앰뷸런스를 제외하고는 수리를 위한 지원차량이나 사진촬영 차량조차도 볼 수 없었다. 수리는 정해진 보급소에서만 제공되었고, 사진촬영은 오토바이로만 이동하였다.
근본적으로는 동호인층이 넓어 광고효과가 좋으니 대형스폰서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스폰서들의 후원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참가비 대비 선수에게 제공되는 품목이나 서비스로 미루어 볼 때 대략적인 짐작은 가능하다. 그에 따라 대회의 질적 수준이 높으니 참가를 희망하는 선수들도 많은 것 같다.
참가선수들의 라이딩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단지 빠르게 라이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많은 선수들이 도로를 꽉 메우고 달려도 속도가 느린 라이더는 우측으로, 속도를 올리고자 하는 라이더는 좌측으로 통행했다. 가고자하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르켜 뒤따르는 라이더가 놀라지 않게 한다.  
보급소 외에는 쓰레기를 볼 수 없으며, 그 많은 선수가 함께 다운힐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그란폰도도 주최측이나 참가선수 모두 그 수준이 향상되어 다 같이 즐기는 자전거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회 홈페이지 : www.maratona.it 
※ 2018년도 대회참가접수는 2017년 10월경에 시작된다.
한국 공식투어사 : 바인트레블(02-747-9250, 담당 최원교 실장). 

 

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는 필자

 

보급품으로 치즈를 제공하는 것이 특이했다. 힘든 라이딩 후에 먹는 치즈도 괜찮았다

 

라이딩이 끝난 후 즐기는 파스타 파티

 

 


대회 소개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는 이탈리아 알프스에 속한 돌로미테 지역에 있는 스펙터클한 경치를 자랑하는 7개의 고개를 넘는 원데이 사이클링 대회다. 이 행사에는 전세계 40여개국에서 9000명 정도가 참가해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사이클링 이벤트 중 하나다. 내셔널지오크래픽은  이 행사를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열정적이며 가장 복잡한 자전거 레이스의 하나”라고 표현했다.

 

 

 

 

역사
첫번째 행사는 1987년 7월 12일, 알타 바디아-라이페이슨 자전거 클럽(Alta Badia-Raiffeisen Cycling Club)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166명의 라이더가 돌로미테의 7개 고개 175km를 라이딩한 데서 시작되었다. 1989년에는 갸우 고개(Passo Giau)에 너무 많은 눈이 내려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급기야 2004년부터는 참가자 수를 추첨에 의해 9000명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2만9100명의 신청자 중에 4800명을 추첨해 경쟁율이 6:1을 넘었다. 나머지 4200명은 공식투어사를 통해 접수했다. 다음해 참가신청은 전년도 10월경에 시작된다.

코스구성
코스는  가장 짧은 셀라론다 코스(55km, 1780m), 중간급인 메디오 코스(106km, 3130m), 가장 길고 어려운 마라토나 코스(138km, 4230m)로 구성된다. 라이더들은 라 빌라(La Villa)에서 출발해 먼저 셀라론다 코스의 언덕 4개를 넘는다. 셀라론다 코스 참가자는 바로 골인하면 되고, 메디오 코스와 마라토나 코스 참가자는 더 길게 돌아야 한다. 특징적인 것은, 출발 전에 각 참가 부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라이딩하면서 컨디션에 따라 코스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마라토나 코스에는 모두 7곳의 보급소가 운영된다. 현재의 코스는 약 15년 전부터 고정되었다. 그 이전에는 매년 코스가 바뀌었다고 한다. 

 

 

 

 

 

 

 

다른 즐길거리

산악자전거
아주 쉬운 코스부터 어려운 코스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코스가 많이 있다. 보에 봉을 중심으로 한바퀴를 도는 약 60km의 셀라론다 코스가 대표적이다. 큰 오르막은 곤돌라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내리막 위주로 라이딩할 수 있다. 넓게 펼쳐진 초원 뒤로 만년설이 쌓인 빙하가 보이는 풍경과 쉬운 것부터 어려운 난이도의 싱글트랙 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돌로미테지역은 MTB를 타고 산위에서 멋진 알프스의 경치를 즐기기에도 좋다

 

 

트레킹
마을과 마을을 잇는 쉬운 코스부터 산위로 며칠씩 길게 이어지는 코스가 거미줄처럼 나 있다.  돌로미테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알타 비아(Alta Via,영어로 High Route) 1번에서 8번 루트가 대표적인데 각각의 코스는 대략 1주일 정도 소요된다. 여건에 따라 하루나 2~3일 등의 일정으로 부분적인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길고 짧은 트레킹 코스가 즐비하다

 

 

집라인
총길이 3km에 유럽에서 가장 크고 가파르다는 짚라인이 돌로미테 산 비질로 디 마레베(San Vigilio di Marebbe)에 있다. 최고속도는 80km에 달한다. http://drenalineadventures.it

 

유럽에서 가장 큰 총길이 3km의 짚라인이 있다

 

 

패러글라이딩
곤돌라를 타고 산위로 올라가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 땅위에서 즐기는 돌로미테와 달리 하늘에서 보는 돌로미테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가이드와 함께 탑승하는 탠덤 패러글라이딩도 있다.

 

하늘 위에서도 돌로미테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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