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터 사이즈 측정과 조립까지, 프레임을 바꿔보자!

유기자의 자덕 Life
소재부터 사이즈 측정과 조립까지, 프레임을 바꿔보자!

 처음 자전거를 살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부품이 달려있는 완성차를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차 자신만의 취향이 생기고 나면 완성차의 구성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때부터 완성차에서 많은 부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꾸게 되는데 그렇게 대부분의 부품을 내 스타일대로 맞추다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바꿀 부품이 없음에도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마지막 부품, 프레임을 바꿀 차례가 온 것이다.  기자와 함께 프레임을 바꿔보자!  
글 유병훈 기자   사진 유병훈 기자, 이상윤 기자   
 

 

 

 

자전거를 타다보면 이것저것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자전거에 달 수 있는 라이트 같은 아이템을 알아보기도 하고 더 편한 안장이나 핸들바를 비롯해 바테이프와 같이 사소한 것까지, 여러 가지 아이템을 알아보고 지르는 재미는 자전거를 타면서 얻는 즐거움만큼이나 쏠쏠한 행복을 안겨준다.
그렇게 이것저것 추가하고 바꾸다 보면 어느새 처음 자전거를 살 때 붙어있던 부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모두 내 입맛에 맞게 바꾼 부품들로 꾸며진 자전거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바뀐 자전거를 보면 뿌듯하고 ‘내 새끼’ 같은 심정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내 취향에 맞게 꾸며진 자전거를 타다가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자전거에서 바뀌지 않은 단 하나의 부품, 모든 부품이 달려있는 프레임을 바꿀 차례가 된 것이다. 프레임 바꿀 생각을 하니 금세 머릿속으로 몇 개의 프레임이 스쳐지나간다면 때가 온 것이다. 기자와 함께 프레임 교체의 여정을 떠나보자. 

 

빌더에게 맡기자니 직접 할 수 있는데 돈이 조금 아까운 느낌(feat. 루키바이크 이정훈 대표)

 

 

어떤 소재로 바꿀까?
보통 자전거 소재로 많이 사용하는 크롬몰리, 알루미늄, 티타늄, 카본 중에서 기자는 티타늄을 제외한 세 가지 소재의 프레임을 타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티타늄으로 바꿔 볼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프레임은 모두 해외에 주문을 넣어서 한참 후에나 받을 수 있는 상황. 결국 마음을 접고 크롬몰리와 카본 중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크롬몰리로 다시 한 번 프레임 빌딩을 하자는 것. 사실 예전부터 만들고 싶은 프레임이 있어서 튜빙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충분히 가능했다. 빌더에게 맡길지 아니면 직접 빌딩을 할지만 정하면 되는데 맡기자니 직접 만들 수도 있는데 돈이 조금 아깝고 직접 하자니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서 귀찮다는 생각의 무한루프에 갇히게 됐다. 그러다가 기성품으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기성품을 살 거면 카본을 사야지!’라는, 마음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이끌려 결국은 카본 기성 프레임을 사기로 결정. 그렇게 카본에서 크롬몰리로 넘어 온지 약 2년 만에 다시 카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직접 빌딩을 하자니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너무나 신경 쓸 일이 많음

 

티타늄 프레임으로 고려됐던 바움

 

 

에어로 vs 경량
소재를 정했으니 이제 어떤 브랜드의 어떤 모델을 살지 고민을 시작해보자. ‘에어로 vs 경량’이라고 소제목을 정했지만 사실 선택에 있어서 에어로 성능이나 경량 정도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기자의 머릿속에서 고민을 거듭하게 만든 모델은 치폴리니의 NK1K와 비앙키 스페셜리시마다. 두 프레임은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자전거다. 그런데 왜 이 두 프레임이 마지막까지 경쟁을 했는가 하면 그냥 두 개의 프레임이 기자가 봤을 때 너무 예뻐서다.
치폴리니 NK1K는 오토클레이브를 이용한 모노코크 방식 성형으로 기자의 공돌이적인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게다가 100% 이탈리아 수제 생산이라는 감성까지 갖췄다. 비앙키 스페셜리시마는 카운터베일을 이용한 훌륭한 승차감과 많은 사람들의 호평, 그리고 비앙키 고유의 체레스타 색상으로 원래 민트계열 색상을 좋아하는 기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지금 이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한번 상상해보자. 결과는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다.

 

 

 

사이클존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자!
프레임을 얼추 정했다면 이제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고르는 것이 로드바이크 프레임을 구매할 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디자인만 보고’ 또는 ‘매장에 마지막 남은 사이즈가 그것뿐이어서’와 같은 이유로 자신의 신체에 맞지 않는 사이즈의 프레임을 구매하게 되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만 남는다. 그렇기에 프레임을 구매하기 전에는 꼭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는 좀 더 확실히 하고자 피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두 곳에서 기자에게 맞는 사이즈를 추천받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사이클존과 반포한강공원에 위치한 싱크웨이다. 각각의 업체에서 사이즈 추천을 위해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자.

 

1. 사이클존의 사이즈 측정 방법은 기자의 라이딩 성향과 경력 같은 것들을 알아보는 설문단계부터 시작한다. 라이더의 성향에 대해서 알아야 더 정확한 사이즈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담을 길게 진행한다는 사이클존 장용진 대표.

 

2. 상담이 끝나면 본격적인 신체 측정에 돌입한다.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역시나 신장 측정이다.

 

3. 신장측정 후 상체의 길이를 알아보기 위한 토르소 측정. 쇄골 사이로 움푹 들어가는 부분이 토르소를 측정하는 위치다.

 

4. 사이즈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인심측정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5. 발사이즈 측정.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발 사이즈를 모른다. 그래서 피팅을 받으러 왔다가 발사이즈를 알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6. 어깨 위치와 잡은 봉의 높이를 이용해 팔길이를 측정한다.

 

7. 핸들바의 사이즈를 정하게 되는 어깨넓이 측정.

 

8. 발의 온기를 이용해 아치 정도를 알아보는 기구에 발을 올려놓고 기다린다.

 

9. 많이 걸으면 발이 아파서 평발인가 싶었는데 오히려 아치가 상당히 좋은 발에 속했다. 그냥 체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10. 압력을 가해 골반의 넓이를 알아보는 기구. 골반 넓이가 상당히 좁다.

 

11. 체내의 근력량에 따라서도 자전거 사이즈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바디를 측정해 체성분을 검사한다.

 

12. 언제나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는 기자의 인바디 결과에 장용진 대표도 놀란 듯하다.

 

13. 지금까지 얻은 측정치를 바이크피팅 프로그램에 입력해 통계를 기반으로 기자에게 알맞은 사이즈를 추천해준다.

 

통계를 기반으로 바이크피팅 프로그램이 기자에게 추천하는 프레임 사이즈가 나왔다.

 

 

치폴리니 NK1K에서 고른다면 XXS 사이즈를 추천했다. 바이크 피팅 프로그램의 추천사이즈보다 리치는 10㎜ 짧고 스택은 8㎜ 길다.

 

만약 비앙키 스페셜리시마를 고른다면 470 사이즈를 추천해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비앙키 470 사이즈와 바이크피팅 프로그램 추천사이즈가 거의 동일했다. 스택은 완전히 동일하고 리치만 1㎜ 차이가 났다.

 

 

지오메트리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에어로 성향의 치폴리니 NK1K가 스택은 낮고 리치가 더 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스페셜리시마가 더 공격적인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싱크웨이
 

1. 며칠 후 반포한강공원에 위치한 싱크웨이를 찾았다.

 

2. 정형래 대표와의 간단한 상담으로 시작된 사이징 신체 측정은 사이클존에서 한 측정값으로 기입했다.

 

3. 직접 올라가서 페달을 굴리며 프레임 사이즈가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기자가 구매를 원하는 프레임의 지오메트리로 바이크툴을 세팅하는 정형래 대표.

 

4. 페달이 가장 낮은 위치에서 무릎의 각도를 잰다. 무릎의 각도가 약 155°가 나오면 적정 각도로 본다.

 

5. 이번에는 골반을 중심으로한 몸통의 각도를 잰다. 몸통의 각도는 약 50°가 적정 각도다.

 

6. 마지막으로 어깨를 중심으로 팔과 몸통이 이루는 각도를 측정한다. 약 90°가 적당한 각도다. 이렇게 각 부위의 각도를 재고 만약 각도가 적정 범위에서 너무 벗어나면 프레임의 사이즈를 조절하면서 맞춰간다.

 

7. 적정 범위내의 각도가 나오는 사이즈로 바이크툴이 맞춰지면 3D스캐너를 이용해서 각 부위의 위치를 컴퓨터로 전송시켜 지오메트리를 얻는다.

 

8. 3D 스캔을 통해서 부위별로 수치가 얻어진다.

 

 

프레임 결정!
사이즈 측정까지 마치고 기자가 결과적으로 선택한 프레임은 비앙키 스페셜리시마 유광 체레스타 컬러의 470 사이즈다. 끝까지 치폴리니와 고민했지만 결국 비앙키의 체레스타 색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체레스타 색상의 자전거를 탄다면 그것은 비앙키일 수밖에 없고 다른 브랜드의 비슷한 색상은 비앙키의 오마주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예전부터 한번은 이런 화려한 색상의 자전거를 타고 싶었던지라 고민 끝에 선택을 했다. 게다가 유광으로 관리도 무광보다 쉽다.

 

결국 비앙키 스페셜리시마로 결정!

 

 

약은 약사에게 조립은 미캐닉에게
새로운 프레임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어서 직접 조립을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새 프레임에게 못할 짓인가 싶어 캄파놀로 프로샵인 루비워크샵의 최자람 미캐닉을 찾았다. 최자람 미캐닉은 KSPO 서준용 선수의 스페셜리시마와 올트레 XR.4를 봐주는 전담 미캐닉이다. 때문에 비앙키 스페셜리시마에 캄파놀로 구동계는 누구보다 믿고 맡길 수 있다.

 

루비워크샵의 최자람 미캐닉에게 기자의 원래 자전거와 새 스페셜리시마 프레임을 맡겼다. 부품은 모두 기존 자전거에서 탈거해 부착할 계획

 

모든 부품을 탈거해 다시 부착하기 전 깨끗하게 세척

 

토크를 맞춰 크랭크를 조이는 최자람 미캐닉

 

세팅이 까다로운 잭와이어의 링크 케이블을 모두 분해 후 다시 설치

 

 

그렇게 기자의 자전거는 새 프레임으로 변신했다. 자전거에서 프레임이 바뀌면 거의 다른 자전거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다른 것들은 모두 기존에 쓰던 것을 사용했기 때문에 바뀐 것은 프레임과 낡아서 교체한 바테이프 뿐이다. 기존에 쓰던 제품들 대부분 기자가 매우 만족하고 사용 중인 부품들이라 교체의 필요성이 없고, 만약 앞으로도 교체한다면 프레임 또는 휠만 교체를 하게 될 것 같다. 이미 모든 부품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들로 꾸며졌다면 독자들도 프레임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완성된 기자의 스페셜리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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