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추 선 산길 올라서면, 춘천 분지와 강원도 고봉이 한눈에

춘천 대룡산899m
곧추 선 산길 올라서면, 춘천 분지와 강원도 고봉이 한눈에

E-MTB로 저 山에 ❹
메리다 원트웬티 +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
MTB, 모터 달고 다시 산으로

천혜의 분지를 이룬 춘천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바로 대룡산(899m)이다. 분지를 에워싼 봉우리 중 가장 높으며, 사방으로 조망이 탁월하다. 정상까지 임도가 잘 나 있으나 급경사를 이뤄 일반 자전거는 무리다. 대기가 특히 깨끗했던 그날, 취재팀은 60km 떨어진 오대산~계방산~치악산을 최후의 스카이라인으로 두고 그 안쪽에 겹쳐진 수많은 능선의 대합창을 한껏 즐겼다     
글‧사진 김병훈(본지 발행인)

 

대룡산 중턱, 해발 650m 지점에 있는 활공장(이륙장)에서 내려다본 춘천 분지. 산으로 둘러싸인 호반의 도시가 고요에 잠겨 있다. 이윤기 이사 머리 뒤로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1468m)~응봉(1436m) 연봉이 선명하다

 

춘천은 이례적인 도시다. 지형적으로도 강원도 내륙의 산간지대에 돌연 평지를 이뤄 산 속의 예외지대를 이룬다. 북한강을 따라 하류에서 올라오면 가평 이후 의암댐까지 줄곧 남북의 산들이 부딪힐 듯 들이닥치는 좁은 협곡으로 상류에 넓은 들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다. 의암댐이 막아선 바로 그 지점, 마치 절 입구의 사천왕상처럼 험상궂은 삼악산(654m)이 수문장이 되어 서있는 그 안쪽에 기적처럼 지름 10km의 분지가 숨어있다. 옛날 무릉도원 전설도 이런 지형에서 생겨났을 것이고, 풍수지리상 최고의 피난처로 꼽히는 우복동(牛腹洞)도 이런 지형을 말한다. 

의암댐이 막히면서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까지 더했다. 첩첩산중에 펼쳐진 분지에 호수까지 드리워진 이 기적과 별격의 땅은 최전방이 가까운 긴장감은 오간데 없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원초적 적막감이 감돈다. 이런 춘천의 진면목을 하늘 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바로 춘천분지 동남쪽에 솟은 대룡산(899m)이다.

정상까지 길은 있지만 경사는 극심
대룡산은 춘천분지를 둘러싼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다. 서쪽의 북배산(867m)과 마주하고 북쪽으로는 용화산(878m)이 비슷한 높이로 시내를 감싼다. 춘천분지는 내륙 깊숙이 있으면서도 지대가 해발 100m 정도로 낮아서 800m급 봉우리도 위용이 넘친다. 

분지의 남동쪽에 장벽처럼 솟은 대룡산은 군사적으로도 요충지여서 정상 남쪽의 녹두봉(887m)에는 공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임도는 군부대의 작전도로로 처음 개설된 것으로 보인다.
코스는 일목요연하다. 춘천IC를 나오면 바로 옆에 대룡산쉼터라는 식당 겸 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을 기점으로 남쪽이나 북쪽으로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코스 길이는 약 18km. 거리가 짧다고 얕보았다가는 큰코 다친다. 거리에 비해 고도차가 800m나 되어 극심한 급경사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룡산 정상 전망대의 춘천 방면 조망. 임도는 정상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다. 왼쪽 톱날능선을 이룬 삼악산이 춘천의 수문장으로 우뚝하고, 그 뒤로 연인산~명지산~화악산 줄기가 분지의 2선 3선으로 물러섰다
이륙장 삼거리.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경사는 더욱 가팔라진다

 

답사에 나선 이윤기 이사와 나는 대룡산쉼터에서 5번 국도를 따라 1km 정도 올라간, 이름난 닭갈비 식당(꼬꼬메이플가든)을 기점으로 잡기로 했다. 출발시간이 어중간해서 먼저 점심을 들고 오르기로 한 것이다. 석쇠에 굽는 닭갈비 맛에 빠져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간만에 쾌청한 날씨, 오대산 치악산이 보인다! 
고지에서 조망을 즐기는 것이 이번 산행의 목적인데 마침 간만에 대기가 깨끗하다. 이런 날은 시야가 50km를 넘어서 강원도 일원의 준봉들을 스카이라인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춘천IC를 나오니 바로 대룡산의 둔중한 산줄기가 눈앞으로 닥친다. 정상의 송신탑과 군부대 시설물도 살짝 보인다. 눈으로 봐도 급경사 업힐이 분명한데 우리는 천하태평이다. 이건 전기자전거만이 줄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감 혹은 자신감이다. 전기자전거가 아니라면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태평스런 마음으로 업힐을 시작하지는 못할 것이다.

식후 자동차를 식당에 맡겨두고 북쪽으로 진입해 시계방향으로 대룡산을 오른다. 신촌리 마을을 벗어나자 곧장 급준한 업힐이다. 어시스트 강도를 3단으로 높이고 기어를 낮추니 페달을 돌리는 다리는 여유롭다. 

대룡산쉼터를 기준으로 6km 가면 해발 650m 지점에 자리한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다. 이곳도 발군의 전망을 자랑해서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이륙장에 서보니 정말 날개만 달면 비상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바람은 아래에서 치켜 불고 시야는 장쾌하게 트였다. 

춘천분지를 감싼 1선의 봉우리 뒤편으로 2선, 3선의 거봉들도 확 다가선다. 경기도 최고봉 화악산(1468m)이 저편으로 웅장하고, 도시와 호수는 차분한 정적에 가라앉았다. 

이륙장에서 정상까지는 2.4km로 가장 가파르다. 그런데 전기자전거도 비틀대며 오르는 길을 일반 MTB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젊고 힘이 좋아도 이건 도저히 무리인데…. 30대 중반의 춘천 지역 동호인인 왕재철 씨는 가끔 이렇게 혼자 대룡산을 오른다고 한다. 대룡산이 산악코스로 알려지지 않은 것도 경사가 너무 급해 라이딩이 부담스럽기 때문인데 예외적인 사람도 있기는 마련이다. 

 

대룡산 정상에서. 오른쪽은 일반 MTB로 정상까지 오른 춘천 지역 동호인 왕재철 씨

 

 

정상의 대파노라마 
근래에 이런 날씨를, 이런 조망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산정에 올라 사방 조망을 즐기며 산 이름을 확인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나 맑고 선명해서 서쪽은 가평 연인산(1068m)~명지산(1267m)~화악산~응봉(1436m)이 차례로 장쾌한 하늘금을 긋는다. 이 거봉들 앞에 춘천분지를 둘러썬 600~800m급 산들은 푹 가라앉아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다만 낮지만 거칠게 암봉을 드러낸 삼악산은 저 아래로 험상궂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야말로 첩첩산중, 구비치는 능선들만 수십겹으로 일렁인다. 봉우리가 오똑한 홍천 가리산(1051m)은 거의 지척이고, 그 뒤로 50km나 떨어진 방태산(1444m)도 얼굴을 내밀었다. 60km를 넘는 오대산(1563m)~계방산(1577m)이 아득한 실루엣을 드리우고, 남동쪽으로는 치악산(1288m)이 아스라하다. 강원도 중북부 내륙의 산악지대가 거의 시야에 들어온 셈이니, 대룡산의 입지는 실로 절묘하다. 

한동안 정상 조망을 즐기고 남쪽으로 내려선다. 이제 고도차 800m, 길이 10km의 다운힐이 기다린다. 올라올 때 힘을 빼지 않으니 다운힐 때 더 정확한 자세를 잡을 수 있어 더 신나게 질주한다. 정상 다운힐은 오르는 시간에 비해 너무 빨리 내려가버려 언제나 허망함 혹은 허탈감을 남긴다. 느긋하게 점심을 들고 유유자적 올라 신나게 내려서니 정상에서 한참을 즐기고도 2시간 남짓 걸렸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전기자전거는 시간마저 아껴준다. 서울 시내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데 늦지 않겠다.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방면의 대파노라마. 수십겹의 산줄기가 첩첩이 쌓여 산악왕국 강원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맨왼쪽의 뾰족봉은 홍천 가리산(1051m)이고, 가장 멀고 높은 하늘금은 오대산~계방산 즈음이다
세상을 발아래 굽어보는 이 조망 하나로 899m 산꼭대기까지 오를 이유와 보람은 충분하다

 

 

여정
자동차를 이용하면 남춘천IC 바로 옆에 있는 대룡산쉼터(033-262-5172)를 기점으로 잡으면 편하다. 전철을 이용한다면 남춘천역에서 내려 춘천IC 방면으로 4.5km 가면 대룡산쉼터가 나온다. 대룡산쉼터를 기준으로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어디로 돌아도 무관하다. 조망을 즐기려면 대기가 깨끗할 때 찾는 것이 좋다. 남쪽 산길은 간혹 군용차가 다니므로 주의한다.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