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의 경계가 사라진다!

2017 유로바이크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의 경계가 사라진다!

올해 유로바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자전거가 압도적으로 많이 출품되었다는 정도가 아니다. 모터와 배터리가 더욱 소형화되면서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의 경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가 전기자전거를 내놓았고, 브롬톤까지 전동 모델을 선보였다. 전기자전거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전시 규모와 업체 수가 줄어들어 세계적인 자전거 산업의 침체를 반영했다 
글·사진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클래식 바이크 오디너리(빈폴자전거)에도 모터가 달렸다(왼쪽). 이 한 장의 사진이 올해 유로바이크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 세계 자전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2017 유로바이크(26회)가 독일 프리드리히샤펜에서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렸다. 

필자가 10년 가까이 둘러본 해외 바이크 쇼에서 2016년은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많은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앞다퉈 전기자전거를 만들어 일반 자전거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전기자전거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한해였다.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하며 라면 한 박스를 챙겨 서둘러 친구들이 기다리는 독일 프리드리히샤펜으로 향했다.

시장 침체를 반영한 10% 이상 축소된 규모 
매년 최신제품을 쏟아내며 성장하던 유로바이크가 올해는 전체 규모가 작년에 비해 참여업체가 줄고 기존업체들도 전시 규모를 줄여 전체적으로 10% 이상 축소되었다. 다소 위축된 전 세계 자전거 산업의 비율만큼 유로바이크의 규모도 줄어들었다. 

유로바이크는 작년까지 총 13개 전시관과 구석구석 자투리 공간까지 전시가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12개 전시관과 자투리 공간의 전시는 축소된 곳이 많았다. 그동안 야외부스나 통로부스에서만 전시하던 마이너급 업체들이 정식 전시관 속으로 입성한 경우도 흔했다.

기존에 참여하던 대부분의 대형업체들도 전시 면적과 자전거 숫자를 축소했다. 다혼의 작년과 올해 부스를 비교한 오른쪽 사진을 보면 전시 면적과 전시품 규모에서 차이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자전거 산업 전체가 위축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준다. 

그런데 일반 자전거 수요가 줄어들고 신제품이 줄었지만, 반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자전거는 오히려 출품된 제품 숫자가 늘어났다. 고가의 브랜드에 보이던 화려한 스포트는 약해졌고, 대신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클래식 바이크 오디너리(빈폴자전거)에도 모터가 달렸다(왼쪽). 이 한 장의 사진이 올해 유로바이크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체코의 리컴번트 전문업체 아주브. 전동모델을 앞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 전기자전거 출품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전거를 내놨고 아예 전기자전거 전문회사로 이름을 바꿔야 할 회사도 나왔다. 한마디로 올해 유로바이크는 ‘전기자전거이거나 전기자전거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일반자전거와 자전기자전거의 비율을 따져보기도 어려워졌다.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신제품을 내놨고 작고 가벼운 티 안나는 전기자전거까지,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를 구별할 필요 없이 그냥 모두 같은 자전거로 수렴하고 있었다. 전기 구동계가 점점 작아지고 일체화되면서 조만간 그냥 전동식 구동계가 추가된 일반자전거로 받아들여질 것처럼 느껴진다. 

 유로바이크는 곳곳에 만남의 장소가 마련되어 전 세계 라이더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여유로운 미팅과 정보교류의 장으로 아용되고 있다. 자전거 한대 더 전시하기 보다는 고객들과의 소통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부스들이 많았다.

  부스의 면적은 회사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역시나 가장 큰 면적은 시마노 부스다. 만만찮은 스램 부스는 커피는 물론 간단한 먹거리를 풍족하게 베풀기로 유명하다. 바쁜 관람시간 눈치만 빠르면 각 부스에서 무상 제공하는 음료와 음식으로 식사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내장기어를 접목시킨 컨티넨탈의 전동시스템에 관심이 높았다
거리를 테마로 꾸민 독특한 부스 디자인
어느해보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많은 제품이 선보였다

 

 

신생 모터 업체 약진 두드러져  
전기자전거의 약진에 따라 전기자전거 모터 전문회사들의 부스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존에 잘 알려진 업체 외에 상당히 많은 신규업체들이 새로운 모터를 선보였다.

올해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기존 전기자전거 메이저급들의 변화보다는 신생업체들의 개발 경쟁이 치열했다는 점이다. 좀 더 작고 강력한 다양한 형태의 모터들이 선보였고 특히 그동안 전기자전거와 잘 어울리지 않았던 로드바이크에도 다양한 모터를 장착해 선보였다.
 

 

바팡을 비롯해 모터 전문회사의 부스가 한잔리에 모여 있다
바팡의 초소형 전륜 허브모터를 단 하이브리드 자전거. 배터리와 컨트롤러를 프레임 안에 완벽하게 수납해서 일반 자전거와 차이가 없다
모터를 숨겨 사이클로크로스 대회에 출전해 ‘모터 도핑’으로 유명해진 비박스의 모델들. 전기자전거라고 알아보기 어렵다
로드바이크에도 센터드라이브 방식의 모터가 장착된 모델이 늘어났다

 

 

한 브랜드에서 한 가지 모터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모터를 채택하는 회사들이 늘었다
타이어 전문업체인 컨티넨탈은 크랭크 구동방식 모터에 변속기를 내장한 모델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48V 250W 중앙구동 모터 속에 업계 최초로 자동·수동 기어를 내장해서 체인이 아닌 벨트구동으로 간단하고, 외장변속기가 없는 중앙구동 방식이다.

전기자전거 전용 부품·용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일반 부품·용품을 전시하기 위해 일반자전거가 아닌 전기자전거를 사용하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에도 모델마다 다양한 모터가 장착되는 추세다
가방을 장착한 전기자전거
전기자전거 전용 체인
전기자전거용 폭스 서스펜션 포크
전기자전거 전용 클리너

 

 

하이브리드 방식의 구동시스템으로 새로운 업체의 제품이 있어 살펴봤더니 만도 풋루스처럼 구동을 모터로만 하고 체인 없이 크랭크는 발전기를 돌리는 아류 제품도 나왔다. 로열티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1000여개 참여 업체 중에 한국 업체들은 너무 적었다. 위아위스, HJC, 히든파워 등이 부스를 차렸다

 

 

한국 카본 자전거의 자존심 위아위스의 부스
한국 헬멧 브랜드 HJC도 출품했다
가민 부스
자전거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 시스템을 보여주는 전시물
가상현실 라이딩 시연
하세피노 전동 탠덤 리컴번트
파나소닉 전기자전거
우중 시승장. 시승차의 80%가 전기자전거였다
브로제 모터를 단 전기 카고자전거
보쉬 모터 전기자전거
바팡 맥스드라이브가 장착된 팻바이크
보쉬 모터를 단 하이바이크 풀서스펜션
스칸 전기자전거는 보쉬와 브로제, 시마노의 파워트레인을 모두 사용한다
바팡 맥스드라이브를 단 하드테일
시마노 모터가 장착된 심플론
후륜 허브모터가 장착된 역삼륜 리컴번트
후륜 허브모터를 단 팻바이크
보쉬 모터를 장착한 니콜라이
시마노 모터를 장착한 독일 하세의 정삼륜 리컴번트
전동 역삼륜 팻바이크 리컴번트
브롬톤도 마침내 전동모델을 내놓았다. 전륜 허브모터를 달았고 배터리와 컨트롤러는 앞가방에 수납되는 심플한
전동 브롬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전동 브롬톤의 허브모터. 포크 형상에 맞춰 모터를 디자인했다
배터리에는 컨트롤러가 같이 붙어 있고 배터리 잔량만 램프로 표시된다
커피 판매대로 꾸민 전기 카고자전거
센터드라이브 카고자전거
보쉬 모터를 단 역삼륜 카고자전거
후륜 허브모터 전기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았다
여행용 카고 트레일러
2일간 760km를 달렸다는 보쉬 모터의 전기 카고자전거
일반 자전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전기 트레일러
여행용 전기자전거
보쉬 모터를 장착한 턴의 여행용 전기자전거
대용량 배터리를 단 대형 화물칸의 카고자전거
바팡도 시승부스에 카고자전거 2대를 선보였다
전륜 허브모터를 단 승객 운송용 전기자전거

 

 

작년에 부지런히 5000장의 사진을 찍어가며 구석구석을 뒤져서 봤기에 올해는 작년과 중복되는 부분이 80% 이상이었다. 덕분에 작년에 보지 못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고 최신 전기자전거 제품을 시승장에서 테스트 해볼 수 있었으며 많은 자료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기자전거의 비율이 늘어난 것 말고도 달라지는 상황이 엿보였다. 기술의 발달로 점점 모터가 작아지고 배터리도 부피와 무게가 줄어들고 있었다. 기존의 기라성 같은 대형업체들이 장악한 전기자전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가볍고 작은 모터나 아예 강력한 모터가 돌파구가 되기도 했다. 올해도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전기자전거 모터가 새롭게 선보였다.

 

보쉬 모터가 장착된 독일 니콜라이를 시승하는 필자. 아쉽게도 보쉬 모터는 국내인증을 받지 않아 보쉬 모터가 달린 제품은 국내에서는 정식 수입통관이 안된다

 

 

브롬톤 전기자전거 등장
그동안 한길만 걸어왔던 영국의 명품 미니벨로 브롬톤에서 베일에 싸여있던 전동 브롬톤을 출품했다. 앞 가방에 컨트롤러와 배터리가 들어 있어서 가방 하나 탈착으로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로 변신이 가능하다. 일반 자전거로 사용할 때는 앞바퀴에 달린 모터 외에는 차이점이 거의 없다. 모든 배선과 전기장치가 앞쪽에 있고 가방에 수납되어 있어 라이더가 조작하는 것은 전원을 켜고 끄는 것뿐이다. 보여주는 정보도 배터리 잔량 LED 램프밖에는 없다.

올해 영국에서만 300대 정도가 판매되어 사용 중이고 해외시장에는 내년에나 풀릴 것 같다.
가격은 3000유로로 한화로 400만원대 초반이지만 국내에 수입되면 좀 더 비싸질 것이다.

카고 전기자전거 대거 등장
올해는 다양한 카고 전기자전거가 많이 선보였고 관심도도 높아졌다. 카고 자전거는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되면서 보급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 택배나 우체국 등 소형화물 운송이나 다양한 아이템의 사업용은 물론 2명의 유아를 동시에 픽업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무게가 조금 늘어나더라도 장거리 여행을 위한 여행용 컨셉 모델도 늘어났다. 강한 프레임과 여러 개의 패니어 가방을 설치해서 모터의 힘과 인력을 더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되고 있다.

이번 유로바이크를 계기로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의 경계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냥 자전거인데 전기장치가 달렸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마치 자전거에 변속기가 달린 것처럼 자전거에 모터와 배터리가 달린 것일뿐 그냥 다 같은 자전거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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