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사이클링 팁 ②

자전거를 싣고 멀리 떠나자!
고속버스 짐칸에 내 자전거 안전하게 태우기

가을이 오고 낙엽이 떨어지니 시즌의 끝자락이다. 추운 지역을 떠나서 조금이라도 화창하고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런 때에 잡지를 펼쳐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들은 아마도 빈손으로 떠나는 여행보다 사랑하는 자전거와 함께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는 상상을 할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조금이라도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중교통, 그중에서도 고속버스의 짐칸에 자전거를 싣는 팁을 소개한다
글 사진 김우람 여우의 다락방 대표 mechanicfox@naver.com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기 전에 자전거를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자전거를 다루던 지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자전거를 세우거나 자전거를 기댈 때 어떤 방향으로 했었지?’
그 고민의 끝에 쉽 게 기억이 나지 않거나,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면 이젠 자전거를 거치하는 것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 자전거는 대부분 오른쪽에 자전거의 구동에 필요한 메인 구동장치들이 장착되어 있다. 용어를 잠깐 언급하자면, 〈사진 1, 2〉 자전거의 메인 구동계가 달려 있는 방향을 ‘드라이브 사이드(drive side)’, 자전거의 메인 구동계가 달려 있지 않은 방향을 ‘논드라이브 사이드(nod drive side)’ 라고 한다. 대부분의 자전거는 구동계가 오른쪽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진행방향으로 봤을 때 자전거의 오른쪽을 드라이브사이드 라고 한다. 

 

〈사진 1〉 드라이브 사이드

 

〈사진 2〉 논드라이브 사이드

 


드라이브 사이드에 달려 있는 메인 구동계를 살펴보면, 〈사진 3〉

‘체인, 스프라켓, 리어 디레일러(뒷변속기), 프론트 디레일러(앞변속기), 크랭크’ 까지 총 8개의 구동계 중에 5개가 오른쪽에 장착되어 있다(변속레버, 브레이크, 버텀브라켓을 제외한 모든 구동계가 오른쪽에 달려있는 셈이다. 직접적인 구동을 위해 필요한 부속은 모두 오른쪽에 장착된다).

 

〈사진 3〉 드라이브 사이드 부품

 

 

구동계가 눌리지 않게 왼쪽으로 눕히고 기대야 
자전거는 자동차와는 다르게 모든 구동에 필요한 실질적인 부품들이 외부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철판에 감싸여 있는 자동차에 비해 중요한 부품들이 외부 충격에 손상되거나 상처입기가 쉽다. 그래서 자전거를 다룰 때는 겉으로 드러난 구동 부품이 손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는 요령이 필요한 것이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자전거를 거치하는 습관이다.

자전거를 오른쪽으로 눕히거나 오른쪽으로 기대면 드라이브 사이드에 장착된 부품들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자전거를 기대거나 지면에 눕혀야 한다면 꼭 논드라이브 사이드가 바닥을 향하도록 기대거나 눕혀야 한다.  〈사진 4〉

 

〈사진 4〉 자전거를 논드라이브 사이드가 아래로 가도록 왼쪽으로 눕혀둠

 

 

혹여나 드라이브 사이드가 바닥을 향하게 눕히거나, 드라이브 사이드 쪽으로 자전거를 벽에 기댔을 때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부분 중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바로 ‘행어(hanger)’ 라는 부품이다.  〈사진 5, 6〉

 

〈사진 5〉 분리된 행어

 

〈사진 6〉 결합된 행어

 

 

행어는 프레임과 뒷변속기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서, 자전거가 불가피하게 넘어졌을 때 프레임이나 변속기 쪽으로 충격이 집중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해 주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연질의 금속을 사용해 행어가 휘면서 비싸고 중요한 부품인 뒷 변속기나 프레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행어는 1만 ~ 7만원 선이므로, 변속기나 프레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충격을 받아 휘어진 행어는 휨에 따라 공구를 통해서 정렬을 맞춰 2~5번 가량 재활용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진 7〉

 

<사진 7> 행어 펴는 작업

 

 

불가피하게 손상을 입은 경우가 아니라, 자전거를 잘못 기대거나 잘못 관리해서 행어가 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거치하는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좋다.

행어는 자전거에 따라 다르지만 의외로 작은 충격이나 눌림에도 쉽게 휘는데, 휘어버린 행어로 인해 변속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변속이 틀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전거를 눕히거나 벽에 기댈 때, 혹은 도로와 인도의 경계석 등에 기댈 때도 자전거의 왼편으로 기대야 한다. 가장 핵심 포인트는 뒷변속기와 다른 구동부품 등이 눌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고속버스나 차량에 자전거를 실을 때도 자전거의 왼쪽이 아래쪽으로 향하게 해야 하고, 눕혀둔 자전거를 보호한답시고, 그 위에 이불이나 박스 등등 무언가를 얹어서 변속기나 행어가 눌리지 않도록 하자. 조금 무거운 담요를 덮어두는 것만으로도 행어가 휘는 경우가 있다.

이제 자전거를 기대거나 눕힐 때는 왼쪽으로 해야 하는 것을 잘 알았으니, 다음은 버스에 싣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완충재나 박스가 없다면 양말이라도  
일단~!! 고속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실어주느냐 라는 의문에 대해서 답을 하자면, ‘실어준다.’
물론 얼마나 잘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그때의 환경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아주 빡빡한 상황만 아니라면 대부분 실어주는 편이다. 명절이나 이동 인구가 많은 시기에 짐칸에 짐이 많을 때라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미리 상황을 잘 분석하자.

단, 내 자전거는 보물이기 때문에 운전을 조신하게 해 달라든지, 같은 짐칸에 다른 짐을 실을 수 없게 행동한다든지, 자전거에 상처가 난다거나 분실하면 모두 버스회사의 책임이라고 언급하는 등의 행동은 삼가자. 운전기사님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다가가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 버스에 자전거를 문제없이 싣기 위해서 기사님들 한잔 하시라고 커피 한잔 정도 뽑아드리기도 하는데, 굉장히 신경써주시는 걸 느낄 수 있다. 역시 사람은 마음 가는 데로 행동 한다고 했던가.

그럼 이제 버스에 잘 실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버스에 싣기 위한 준비를 해보자.

1. 자전거를 왼쪽으로 눕혀보자. 〈사진 8〉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전거의 중요한 부품은 죄다 오른쪽에 달려있다. 특히나 잘 휘는 행어가 오른쪽에 있으므로 여행지에 가서 변속 트러블로 고생하고 싶지 않다면 필히 자전거를 왼쪽으로 눕혀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왼쪽 페달이 12시 방향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사진 9〉
 

〈사진 8〉 자전거를 왼쪽으로 눕힘

 

〈사진 9〉 왼쪽 페달이 12시 방향

 

2. 자전거를 눕힌 상태에서 바닥에 닿는 부위를 살펴보자.〈사진 10~14〉
일반적으로는 변속레버와 드롭바 끝부분, 페달, 뒤 휠의 왼쪽 면, 앞 휠의 왼쪽 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지면이 흔들렸을 때 자전거가 기울게 되면 안장의 옆면 정도가 땅바닥에 닿게 된다. 〈사진 15, 16〉
자전거가 흔들릴 경우 안장의 옆면과 뒤쪽 QR이 바닥에 닿을 수도 있다.

 

〈사진 10〉 자전거를 왼쪽으로 눕혔을 때 핸들 끝부분이 땅에 닿는다

 

〈사진 11〉 레버 끝부분이 땅에 닿는다

 

〈사진 12〉 페달이 땅에 닿는다

 

〈사진13〉 뒤 휠의 왼쪽 면이 땅에 닿는다

 

〈사진 14〉 앞 휠의 왼쪽 면이 땅에 닿는다

 

<사진 15> 자전거가 흔들렸을 때 안장의 왼쪽면이 땅에 닿는다

 

<사진 16> 자전거가 흔들렸을 때 큐알의 왼쪽면이 땅에 닿는다

 

3. 바닥에 닿는 부분에 완충재를 붙이자. 〈사진 17〉
2번에서 확인한, 바닥에 닿는 부분에 완충재를 붙이자. 종이테이프도 좋고 고무줄로 묶어둬도 좋다. 완충재는 보통 자전거 샵에서 얻을 수 있는 스티로폼 형태의 완성차 완충재가 일반적이고, 없다면 버스 정류장 내부에 있는 편의점에서 종이 박스를 얻어서 붙여도 된다. 

 

〈사진17〉완충재를 자전거에 붙인다

 

3-1. 아주 운이 좋아서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자전거를 다 올리고도 남을 정도의 박스를 구할 수 있다면. 〈사진 18〉 
그냥 버스 짐칸 바닥에 박스 하나 바닥에 깐 다음 그 위에 왼쪽 페달을 12시 방향으로 하고 자전거를 왼쪽으로 눕혀서 넣는다. 

 

〈사진18〉큰 박스 위에 자전거를 올려둔다

 

4. 자전거를 버스 짐칸에 실을 때는 뒷바퀴부터 넣는 방식으로 실어야 한다. 〈사진 19〉 
앞바퀴부터 버스의 짐칸으로 넣으면 핸들이 흔들리기 때문에 앞바퀴가 제멋대로 움직여서 싣기 힘들다. 짐칸에 뒷바퀴까지 넣는 동안에도 내부에서 차분히 있지 않아서 여기저기 부딪칠 수 있다.

 

〈사진19〉뒷바퀴부터 버스에 싣는다

 

5. 자전거를 버스 짐칸에 다 넣었다면, 〈사진 20〉 
바퀴를 버스 짐칸 내부의 벽 쪽으로 최대한 붙여두자. 타이어가 완충작용을 하기 때문에 부딪쳐도 별 문제가 없지만 탑튜브나 핸들은 그렇지 않다.

 

〈사진20〉 자전거 바퀴를 짐칸 내부 벽쪽으로 붙여서 싣는다

 

6. 짐칸 문을 닫아놓고.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누군가가 내 자전거에 손을 대는 사람이 없는지 잘 지켜보자.

7. 여행지에 도착했다면? 〈사진 21〉
버스에서 자전거를 뺄 때는 앞바퀴 방향으로 빼내면 된다. 자전거를 종이 박스 위에 얹어서 보관했다면 내릴 때 종이 박스도 함께 빼내서 버스 정류장 인근의 분리수거장에 버리거나, 정류장에 물어보면 폐지 수거하는 분들이 찾는 장소가 있으니 거기에 갖다놓으면 뒤처리까지 깔끔하다.
만약 버스에 싣기 전까지 박스를 찾지 못했고, 완충재도 구할 수 없다면 편의점에서 양말을 사자. 그럼 이번엔 양말을 가지고 완충재를 대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사진21〉 앞바퀴부터 빼낸다

 

3-2 완충재도 없고, 편의점에서 박스도 얻지 못할 경우엔 저렴하게 파는 양말을 구입한다. 〈사진 22〉
새 양말을 사도 좋고,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도 좋으며 짐에 싸두었던 양말을 꺼내도 좋다. 양말을 이용해서 바닥에 닿는 부분을 감싸야 하는데, 요령이 있다.

 

〈사진22〉완충재가 없으면 편의점의 저렴한 양말도 유용하다

 

1) 레버에 씌우자. 〈사진 23〉
드롭바 아래쪽에서부터 레버까지 통째로 신기듯이 씌우면 된다.

 

〈사진 23〉 자전거가 뒤집어졌을 때 양말을 씌워둔 안장이 땅에 닿는다

 

2) 안장에 씌우자. 〈사진 24〉
사실 안장은 바닥에 닿는 일이 잘 없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고 생각하자. 안장의 뒷부분에서부터 안장의 양쪽 넓은 부분 전체를 다 덮는다는 느낌으로 씌우자. 뒤에서 앞쪽으로 신기면 된다. 〈사진 25〉

 

〈사진 24〉 안장에 양말을 씌운다

 

〈사진 25〉 페달에 양말을 씌운다


3) 페달에 씌우자.
페달은 상처가 잘 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씌우지 않아도 되지만, 벡터 같은 고급 페달도 있으므로 페달부터 크랭크암 방향으로 씌우면 된다.

4) QR에 씌우자.
사실 QR이 바닥에 닿는 일은 잘 없지만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씌우자면,
① QR레버에 양말의 입구를 씌운다. 〈사진 26〉

 

〈사진 26〉 큐알 레버에 양말을 씌운다

 

② 양말을 왼쪽 체인스테이 아래쪽으로 통과시킨다. 〈사진 27〉

 

〈사진 27〉 양말을 체인스테이 아래쪽으로 통과시킨다

 

③ 시트스테이 뒤쪽으로 통과시킨다. 〈사진 28〉

 

〈사진 28〉 양말을 시트스테이 뒤쪽으로

 

④ 처음 레버에 씌워둔 양말의 끝 부분에 양말의 발가락 부분을 넣어주면 된다. 〈사진 29〉
 

〈사진 29〉 양말 입구와 양말 발가락 부분을 합친다

 

이제 바닥에 닿을 수 있는 부분이 잘 감싸진 상태에서, 앞서 소개한 4번의 순서부터 다시 하면 된다.
혹시나 운전기사님이 레이싱 드라이버 출신이라서 드리프트를 하는 바람에 버스 내부에서 자전거가 저렇게 기울게 되더라도 씌워둔 양말에 의해서 안장과 큐알이 보호된다. 〈사진 30〉
 

〈사진 30〉 자전거가 뒤집어졌을 때 양말을 씌워둔 안장이 땅에 닿는다

 

만약 양말이 품절되었거나 구할 수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살펴보자.
3-3 투명 시트지를 작게 썰어서 프레임에 붙여두자. 〈사진 31〉

 

〈사진 31〉 투명 시트지를 여러개로 썰어서 프레임에 붙여둔다

 

미리 프레임에 붙여둔 투명 시트지를 버스 짐칸에 싣기 전에 바닥에 닿는 부위에 옮겨 붙였다가 이동이 끝나면 다시 떼어서 프레임에 붙이고 라이딩을 하면 된다. 라이딩이 끝난 뒤에 다시 이동해야 한다면 그때 또 다시 시트지를 바닥에 닿는 부위에 붙이면 된다.  〈사진 32〉

 

〈사진 32〉 투명시트지를 바닥에 닿는 부위에 옮겨 붙인다

 

의외로 안정적인 버스 짐칸  
이번 내용은 이미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공유했던 내용이라서, 많은 분들에게 질문을 받았었다.
“흔들거리는 버스 안에서 자전거가 많이 움직이거나 흔들리다가 파손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는데, 필자는 이 방법으로 고향에도 자주 다녔고 1년에 20번이 넘는 투어를 꾸준히 몇 년간 다니면서 그때마다 느꼈던 점이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넣어두면 거의 흔들리지 않고 꽤나 안정감 있게 보관되는구나…’ 라는 점이었다.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실어두면 사고가 날 정도의 위급한 상황에서 급정거를 하지 않는 이상 자전거가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짐칸 내에서 돌아다닐 일은 거의 없다. 안심하고 이 방법을 애용해 지겨운 도시를 벗어나서 여러 좋은 곳을 자전거와 함께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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