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널린 것이 플라스틱인데…

사방에 널린 것이 플라스틱인데…
조금은 알고 사용해야 할 플라스틱의 진실

플라스틱 덕분에 생활은 편해졌고 삶도 한층 윤택해졌다.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환경오염과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불안함도 함께 떠안게 되었다. 플라스틱이라고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개발된 것만 40가지에 달하고 일상에서 주로 쓰이는 것은 10가지 정도다. 각 플라스틱을 구분하는 방법과 특징을 알아본다  
글·사진 김민수 기자
 

 

 

하루 24시간을 보내며 우리 손을 거치는 물건들 중,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들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쩌면 그 중에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것들을 가려내는 게 오히려 수월할지도 모른다. 칫솔에서부터 커피잔, 버스와 지하철 손잡이, 컴퓨터 등 우리의 일과는 플라스틱으로 시작해 플라스틱과 함께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 깊숙이 들어온 플라스틱은 이제 현대 소비문화의 아이콘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유리로 만든 휴대폰이나 나무로 제작한 자동차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상용화 얘기가 분분한 요즘 시대에 그 정도는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무수히 많은 기업들 중 그런 상품을 만드는 회사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창출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맙다! 플라스틱, 그러나…
자동차를 일일이 손으로 만들던 시절, 일반 대중들에게 네 바퀴로 굴러가는 신문물은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현대적인 조립 라인을 갖추고, 금형을 통해 부품을 찍어내기 시작하며 비로소 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특정 계층이나 소수만이 누리던 소비문화를 대중 속으로 전파시킨 일등공신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플라스틱이다. 생산 속도나 비용 측면의 비효율성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환경에서도 집이나 일터만큼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한다. 스테인리스나 유리 등에 비해 무게는 덜 나가면서 견고하고, 가격적 경쟁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 야외로 향할 때 얼린 생수병의 시원함은 쉽게 넘길 수 없는 유혹이다. 지기들과 나눠먹을 음식을 소분하여 휴대할 때 비닐이나 지퍼백만큼 편한 것도 없다. 배낭 어깨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버클이 없었다면 아웃도어를 즐기기 위해선 매듭법이 필수였을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부품 경량화가 없었다면 각종 경기에서의 기록 경신은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플라스틱의 종류는 우리에게 가져다 준 이기만큼이나 많다. 지금껏 개발된 주요 소재만 꼽아도 40가지에 달하는데,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것들은 10가지 안팎이다. 최근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플라스틱 사용 도중 환경호르몬 및 발암물질에의 노출 관련 이슈가 자주 대두되고 있다. 또한 자연 분해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서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 또한 높다. 문제는 플라스틱 사용을 하루아침에 멈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너무도 밀접하게 관여되어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 하단을 보면 삼각형 재활용 마크 속에 1~7번까지의 숫자로 주로 쓰이는 것들을 분류해둔 걸 볼 수 있다. 각각의 숫자가 의미하는 플라스틱의 종류와 실사용 예를 살펴보며 이해를 돕고자 한다.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흔히 ‘페트병’이라 부르는 종류로 음료나 생수병, 식용류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인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플라스틱 종류. 박테리아 발생에 취약하고, 일회용으로 만들어졌기에 재사용은 피하는 게 좋다.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와 달리 얼리거나 열을 가하면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는 학계의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HDP/HDPE(High-density polyethylene)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불리며 세제, 샴푸, 아이들 장난감 등에 주로 쓰인다. 가소제가 들어가지 않아 인체에 무해한 소재로 알려져 있고, 전자레인지 사용도 가능하다. 마실 물을 담을 용기가 필요하다면 이 소재로 된 제품이 적합하다. 

 

 

 PVC(Polyvinyl chloride)
지퍼백이나 포장용 랩에 많이 쓰인다. 원래 PVC는 파이프와 같은 건축자재에 쓰일 정도로 단단한 성질을 가지지만, 이를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의 주범인 가소제를 섞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이 가소제 성분은 열을 가하면 배출 속도가 빨라지니 절대 금물. 

 

 

 LDPE(Low-density polyethylene)
비닐봉지나 비닐장갑, 식품 용기의 마개 등으로 주로 쓰인다. PET나 HDPE와 달리 재활용이 어려우므로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언제부턴가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가 사라진 이유. 

 

 

 PP(polypropylene)
폴리프로필렌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성질을 지녀 자동차 부품에서부터 반찬 용기, 지퍼백, 플라스틱 컵 등에 널리 활용된다. 내열성이 좋아 전자레인지 사용도 가능하지만, 사용 빈도가 늘면 내구성이 떨어지므로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PS(polystyrene)
폴리스타이렌은 일회용 숟가락, 포크, 카페의 테이크아웃 컵 등으로 쓰이는 범용 플라스틱이다. 가볍고 저렴하지만 열이 가해지면 부타디엔과 같은 발암물질이 배출되므로 여기 담긴 음식이나 음료는 바로 옮겨 담고 일회용 수저의 재사용 또한 피해야 한다.

 

 

 other
삼각형 기호 내 영문으로 ‘other’ 또는 숫자 7로 표시된 플라스틱은 문자 그대로 위에 열거한 이외의 것들을 의미한다. 그 중에는 PC나 트라이탄 등의 소재가 있는데, 전자는 고열에 손상 시 영유아는 물론이고 성인에게도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비스페놀 A)을 배출하는 폴리카보네이트, 후자는 반대로 비스페놀 A가 없어 유럽에서는 젖병으로까지 이용하는 신소재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생활의 편의성과 그로 인한 삶의 윤택함은 비할 데 없이 향상됐다. 하지만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 살면서도 그로 인한 환경오염과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불안함 또한 떠안게 됐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오해는 환경호르몬과 플라스틱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일컬어지는 신소재들 역시 용기 업체의 실험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앞서 서두에서 기업이윤을 언급한 또 다른 이유. 플라스틱 제품 선택 시 소비자들의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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