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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롱 패딩과연 누구에게나 필요한가?

겨울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롱 패딩
과연 누구에게나 필요한가?


올겨울 대유행을 이끌고 있는 롱 패딩은 축구선수들이 장시간 벤치에서 대기할 때 보온용으로 입는 벤치 패딩에서 유래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그에 맞춰 펼쳐진 업체의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한 마케팅,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소비 트렌드와 때맞춰 찾아든 한파 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하지만 우모를 사용한 고가의 롱 패딩은 관리가 까다롭다. 어떤 때 어떻게 입어야 좋은지, 실제 값어치를 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여느 해보다 유독 춥고 긴 겨울이 될 거라는 기상청의 발표를 가벼이 넘겨선 안 될 것 같다. 예년 대비 이른 한파로 12월 현재 전국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기세등등한 북극발 동장군의 위세에 서울 한강 곳곳은 어른 체중에도 끄떡없는 빙판이 되어버렸다. 빨라도 1월 중순은 돼야 나타나던 한강 결빙이 올해처럼 일찍 관측된 건 1946년 이후 71년 만의 일이라 한다.  

겨울이 오면 사람들의 관심사는 온통 ‘추운 겨울을 따뜻하고 건강하게 날 수 있는 방법’에 쏠리게 된다. 식사와 퇴근길 안주 선택이 속을 데워줄 뜨끈한 국물 음식으로 바뀌는 것도 이즈음이다. 타 계절에는 찾지 않던 장갑이나 모자, 핫팩 등 방한용품 시장도 겨울이면 제철을 맞게 된다. 업계에서 ‘한 해 매출의 성패를 결정짓는 겨울철 장사’라는 말이 정설이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축구선수들이 입는 벤치 패딩에서 유래 
겨울의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바뀌는 게 있는데 바로 사람들의 옷차림이다. 어지간히 멋에 신경을 쓰는 이들조차 두꺼운 외투 없이는 연일 계속되는 한파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올해도 겨울 의류시장은 최근 수년간 인기 상종가를 이어가고 있는 패딩재킷 류가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이제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과 맞물려 얼마 전에는 한 백화점에서 내놓은 ‘평창 롱 패딩’을 사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며칠씩 백화점 앞에서 노숙까지 불사하는 진풍경이 연출된 바 있다.   

‘롱 패딩’ 또는 ‘벤치 패딩(bench padding)’으로 통칭되는 이들 재킷의 유래는 축구장에서 찾을 수 있다. 부상이나 교체 대기의 이유로 벤치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보호와 보온을 위해 만든 옷이 벤치패딩이다. 브랜드에 차이를 두지 않고 겨울 특수를 선사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롱 패딩이지만 사실 이는 이번 시즌, 번쩍 나타난 아이템은 아니다. 물론 올해와 같은 주목을 받진 못했어도 그간 운동 마니아나 특정 축구팀을 응원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제법 사랑을 받아온 게 벤치 패딩이다.
 
올 겨울 롱 패딩은 몇 해 전,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를 탄생케 했던 모 브랜드의 다운재킷에 비견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첫 올림픽의 영향, 그에 맞춰 펼쳐진 업체의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한 마케팅,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국내 소비 트렌드와 때맞춰 찾아든 한파 등이 만들어낸 합작품.  


한 가지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건 적게는 10~20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롱 패딩이 과연 누구에게나 필요한 옷인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특히 롱 패딩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소비 계층이 10대 학생들과 20~30대 젊은 층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가격 정책에 대한 불만, 입은 자와 입지 않은 자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위화감으로 인한 사회 부정적 영향, 그리고 과연 비싼 가격만큼 실제 값어치를 하는 물건인지에 대한 논란 등 그간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온 주제들은 잠시 제쳐두자. 이번 호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현재의 유행을 다뤄보고자 한다. 


운행보다 한자리에 머물 때 착용하는 우모복 
겨울 외출용 외투를 옷장 가득 갖고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보통의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대개 두세 벌, 많아봐야 다섯 벌 내외의 옷을 돌려 입으며 겨울을 나게 될 것이다. 만약 교복이나 일상복 위에 걸칠 외투로 롱 패딩을 찾는 중고생이나 대학생이라면? 아마 한 벌, 많아야 두 벌로 겨울을 보낼 공산이 크다. 여기서 문제는 현재 패딩 의류의 안감 충전재로 우모(羽毛), 즉 오리나 거위의 털이 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데 있다. 대체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보온성을 지닌 우모지만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습기에 약하다는 점. 실제로 우모는 젖었을 때 보온력과 복원력이 제로에 가깝다. 젖은 패딩을 입고 있어봐야 온기는커녕 외부 추위와 내부 체온 저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결과만 낳게 된다.  

우모는 젖었을 때 즉시 말리거나 말린 후에도 원형을 복구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연 상태에서 물에 들어갔다 뭍으로 나온 거위와 오리가 부리로 털 관리를 하는 걸 연상하면 되는데, 조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분으로 엉킨 털을 펴고 복원 및 보온력을 회복한다.  

제때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뭉친 털을 펴주는 등 관리를 하지 않은 패딩 내부에서는 곰팡이 균이 발생하게 된다. 이 상태로 방치하면 심할 경우 악취가 발생하게 되고, 여간해선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뭉친 털로 인해 쭈글쭈글해진 패딩은 이내 옷장 구석 신세를 지게 되거나 귀찮음으로 인해 세탁소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다. 아웃도어 전용 세제를 사용해 손빨래를 한다고 광고하는 세탁소들이 더러 있지만 미미한 이용 빈도를 감안하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만약 드라이클리닝이라도 맡기게 되면 우모복의 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줄게 된다. 더군다나 드라이클리닝에 사용하는 용매 중에는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원래 우모복은 외부 한기를 막기보다는 체온으로 데워진 내부 공기를 가능한 한 오래 옷 내부에 머물게 하는 게 주목적인 의류다. 건조하고 추운 지방에서 거친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이들을 위해 고안된 우모복은 운행보다는 한 자리에서 쉬거나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할 때 필요한 옷이다. 비나 눈이 내리거나 인체 활동으로 몸에서 땀이 발생할 때는 벗어서 배낭에 휴대해야 한다는 게 상식. 내 몸에서 나는 땀조차 경계하며 입어야 하는 게 우모복이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우모 패딩이 젖었다면 되도록 빨리 습기를 제거하고 털이 뭉친 곳이 있으면 꼼꼼히 펴줘야 복원력을 되살릴 수 있다. 우모의 건조나 세탁은 과정 자체의 어려움보다 시간 할애와 정성이 관건이다.   

 

 

 

 

 

관리 까다롭지만 함부로 입는 경우 많아 
이처럼 우모로 된 옷은 알고 보면 관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놀라운 보온력을 갖고 있어도 앞서 언급한대로 습기에는 극도로 취약한 게 이유다. 결국 우모 패딩을 매일 교복처럼 착용하거나 활발한 야외 활동으로 땀 발생이 많은 이들에게 일상복 용도로 추천할만한지에 대한 질문에 이르게 된다. 그에 대한 답은 바쁜 일상 속에서 세탁소에 맡기는 일 없이 손수 케어가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으로 가름하고자 한다.  

비나 눈이 내리는 도심, 각자 학교나 직장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 롱 패딩을 하나씩 걸친 이들이 걸음을 재촉하는 광경을 보는 건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표면에 맺힌 습기를 스펀지마냥 흡수하고 있는 우모 패딩과 가격대를 가늠할 수 있는 알만한 브랜드 로고들. 각자의 몫이지만 과연 얼마나 제대로 관리하며 입고 있을지, 제 수명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우모복의 경우 제대로 관리만 하면 수명이 많게는 10년 안팎에까지 이르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목을 맞아 너도나도 롱 패딩을 찍어내다시피 하는 요즘, 관리의 중요성까지 얹어 파는 이가 없다는 건 아쉽기만 하다.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남기는 건 장사를 하는 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공통된 목표다.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제품들 중 자신에게 맞는 걸 선택하는 건 당연한 소비자의 자유다. 아쉬운 건 구매하기 전, 그저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한 번 꼼꼼히 따져보는 스마트 컨슈머의 자세다. 물건을 팔아 우선 당해 목표를 채우기보다 과연 시장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소비자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의 부재가 아쉽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그 끝을 보이고 있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2018 무술년을 준비해야할 때다. 하지만 해가 바뀐다고 해서 겨울이 끝나는 건 아니다. 때 일렀던 추위 뒤, 긴 진짜 겨울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gearlab2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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