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용자와 업계에 엉뚱한 불똥 튈 수도

3월 22일부터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진입 합법화 
하지만… 이용자와 업계에 엉뚱한 불똥 튈 수도

 

개정된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에 따라 새해 3월 22일부터 마침내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을 두고 수면 하에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부처는 허용 대상을 법 조항으로 세세히 규정하는 엄격한 포지티브 규제를 내세우고 있어 소비자와 업계는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규제가 차고 넘치는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포지티브 규제는 언제나 끝날 것인가
 

 

“3월부터  전기자전거도 합법적으로 자전거도로에 들어갈 수 있으니 이제는 전기자전거 세상이 되겠다!?”
이렇게 기대하거나 혹시 우려(?)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규제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안전과 민원, 이권이 뒤얽힌 이런 이슈를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줄 리가 없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논란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3월 22일부터 시행되는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자전거법)’ 개정안은 자전거도로에 진입가능한 전기자전거의 기준(정확히 말하면 넓은 의미의 자전거에 포함되는 전기자전거의 기준)을 PAS(페달 어시스트 시스템) 방식, 모터출력 350와트 이하, 무게 30kg 이하, 시속 25km 이하, 13세 미만 불가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한 컨버전 키트 제품은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자전거를 구성하는 주요 세 부품. 앞쪽부터 기능을 조종하는 컨트롤러, 배터리, 모터

 

 

기존 전기자전거 이용자가 입을 피해   
이렇게 되면 업계는 차치하고, 기존 소비자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PAS와 스로틀 겸용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경우, 컨버전 키트를 달아 사용하는 경우, 350와트 이상의 모터를 단 경우, 무게가 30kg이 넘는 경우, 13세 미만의 어린이 등이 피해를 보게 된다. 현재는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통행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법이 시행되면 단속도 병행하기 때문에 본의 아닌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에 이어 자전거도로 진입을 추진하고 있는 퍼스널모빌리티도 형태와 모터의 출력 제한 등 논란의 소지가 많다. 게다가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전기자전거와 PM의 자전거도로 진입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공청회나 관계자 회의에는 시민단체 대표도 꼭 참석하고 조직력을 바탕으로 인원 동원 능력까지 갖춰 이들의 반대 목소리는 정부나 입법 관계자에게 무시 못할 압력을 행사한다.
세계적인 추세나 미래를 위해 한때 반겨했던 ‘자전거법’ 개정안의 쟁점을 짚어 본다.

 


1. ‌자전거도로 진입이 가능한 전기자전거의 와트수를 얼마로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이번 개정안이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진입’이 골자라고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법안 내용은 자전거에 포함되는 전기자전거의 기준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조건을 만족하는 전기자전거도 자전거이니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기준에 속하지 않는 전기자전거는 ‘자전거’가 아니라 기존처럼 오토바이와 같은 격인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본다는 것이다. 자전거에 포함되는 전기자전거의 기준으로 우선 제시된 것은 속도와 모터 출력이다.


속도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시속 25km 이하로 정해졌다. 시속 36km 이하로 정한 미국 같은 예외적인 나라도 있다. 그리고 모터 출력은 330와트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모터는 대개 출력 50와트 단위로 생산되는데 왜 330와트여야 하는지 바로 논란이 일었다. 결국 350와트로 수정 예고되었지만 그렇다면 500와트는 왜 안된다는 것인지 다시 의문이 든다. 출력이 클수록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텐데 500와트 모터를 달더라도 시속 25km 이하의 기준만 지키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 업계와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동차도 엔진 배기량이나 출력에 관계없이 도로의 제한속도만 지키면 허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추후 자전거도로 통행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퍼스널모빌리티(PM) 같은 경우 모터의 출력에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인데, 이렇게 되면 전기자전거만 역차별을 받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전기자전거의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 포틀랜드처럼 1000와트(다른 주는 750와트)까지는 곤란하다면 500와트가 적정선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2. PAS와 스로틀 겸용 제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전거법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개정안 작업 초기, 전기자전거에는 페달을 돌릴 때만 모터가 도와주는 PAS(Pedal Assist System)와 오토바이처럼 모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스로틀 두 가지 방식이 있는 것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두 가지 중 한가지 방식으로 고정된 제품은 드물고 대개는 두 방식을 모드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두가지를 혼용하고 있는 제품도 자전거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편인데, 국내에서는 오토바이처럼 움직인다면 자전거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는 반대 의견이 높았다. 결국 스로틀 방식은 제외되고 PAS 제품만 자전거로 인정해서 자전거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존에 판매된 삼천리와 알톤 등의 제품을 필두로 많은 전기자전거가 PAS와 스로틀 두 가지 모드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버튼 하나의 조작으로 모드를 바꿀 수 있어서 오히려 소비자가 누릴 권리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두 가지 방식을 모두 갖춘 자전거로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경우, 이것은 불법인가 아닌가. 둘 중 PAS 모드만으로 주행한다면 이는 불법인가 아닌가. 이것이 불법이라면 기존의 사용자들은 스로틀 모드를 제거해야 한다. 여기에 따른 비용과 불편은 상당한 민원의 소지가 될 수 있다.      

 

PAS 방식 전기자전거만 자전거로 인정되고 모터출력은 350와트 이하여야 한다. PAS와 스로틀 모드를 모두 지원하는 모델들이 많아 기존 이용자는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산악자전거를 비롯해 일반 자전거에 컨버전 키트를 다는 경우가 많아 기존 사용자에 대한 구제책이 필요하다

 

대전의 공공자전거 타슈. 일반적으로 공공자전거는 너무 무겁고 디자인이 떨어져 자전거에 대한 인식을 낮추고, 업계에도 타격을 준다

 

 

 

 

3. 컨버전 키트 제품은 왜 안되는가
일반 자전거에 모터와 컨트롤러, 배터리를 장착해서 전기자전거로 바꾼 컨버전 키트(conversion kit) 제품은 또 어떻게 되는가. 모터출력과 PAS 방식, 시속 25km 이하 속도제한을 지키더라도 컨버전 키트는 ‘불법 개조’로 보아 일단은 자전거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완제품으로 생산된 전기자전거만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시판중인 수십 종의 완성형 전기자전거 제품 목록을 자전거도로 진출입로에 비치해 단속에 활용한다는 황당한 생각도 나오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모든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를 바탕으로 모터와 배터리, 컨트롤러를 추가한 형태다. 물론 배터리 수납과 모터 배치를 위해 전용 프레임으로 설계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성 프레임을 약간 수정해서 개발비를 절감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크게 보면 전기자전거에 들어가는 세 가지 주요 부품도 자전거를 구성하는 부품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불법이 되면 일반 자전거의 변속기나 크랭크, 핸들바 등을 양산품과 다른 규격으로 바꾸는 것도 불법 개조가 된다. 또 자전거도로 진입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던 기존 사용자들은 큰 피해를 입는다.


컨버전 키트를 취급하는 업체는 국내에 여러 곳 있으며, 일부 업체는 정부연구과제로 선정되어 제품을 개발한 곳도 있어 이들 제품마저 자전거도로 진입이 제한된다면 국내 산업 부흥을 위한 정부과제 선정의 취지마저 무색해진다. 특히 일찍이 2009년부터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해 해외수출 중인 히든파워는 유로바이크에서 금상까지 수상했지만 국내에서는 컨버전 키트로 제약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2017년 8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50여가지에 달하는 엄격한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전기자전거와 PM 제품의 국내 시판은 불가능하다. 업계는 안전인증을 받지 않고 바로 들여오는 ‘직구’ 제품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반면 안전인증을 받은 부품을 사용한 컨버전 키트를 불법으로 모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일정기간 유예이간이라도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4. 퍼스널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진입 조건은
급증하고 있는 퍼스널모빌리티(PM)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행법으로는 정확한 규정이 없어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인정되어 자전거도로나 인도 주행이 불법이고, 도로에서 타야 하며 운전면허증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선 채로 온 몸을 드러내고 타는 PM을 차도로 내모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비합리적이다. 결국 PM이 갈 곳은 자전거도로밖에 없다는 데는 사용자는 물론, 담당 부처와 업계, 자동차 운전자까지 대부분 공감한다(본지 2017년 12월호 250P 리서치 여론조사 참조). 많은 선진국에서도 PM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전담부서인 행안부는 PM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관련법 정비를 추진하고 있으나 역시 세부내용으로 들어가면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모터출력, 최고속도, 안전장구, 면허증 소지여부 등 자전거도로 관리를 전담하는 행안부와 도로교통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제품을 소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법 집행을 하는 경찰청 등 소관부처마다 생각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국민 안전에 민감한 행안부는 2018년 중에 PM의 자전거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관련법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예정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한 바퀴에서 네 바퀴까지 다양한 바퀴 숫자와 형태, 구조로 끊임없이 선보이는 PM 제품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각 부처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는 제품의 안전기준은 엄격히 적용하되,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서 자전거도로를 최대한 개방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제는 ‘자전거도로’라는 명칭부터 ‘친환경 주행로’ 같은 보다 포괄적이고 중립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2009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해 수출도 되는 히든파워를 단 브롬톤. 컨버전 키트를 인정하지 않으면 히든파워로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5. 시민단체의 반대
사단법인으로 정부 부처에 등록된 전국 규모의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는 10곳 가까이 된다. 이들 단체는 쟁점마다 각자 독자적인 관점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로 자전거에 대해서는 원칙주의를 견지한다. 환경 근본주의와 비슷한 맥락으로 순수 자전거를 제외한 모든 탈것의 자전거도로 진입에 부정적이다. 


정부 부처와 입법기관은 시민단체가 일반 시민의 생각을 반영하거나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이들의 주장에 큰 비중을 두기 마련이다. 공청회나 세미나 같은 자리가 열리면 시민단체 소속 동호인들이 대거 참석해 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무관하게 이들의 주장을 도외시하기 어렵다. 정치인에게 시민단체는 ‘표’가 되고 또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래서 정부 부처 담당자는 업계나 이용자가 나서서 시민단체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자전거의 보급과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급변하는 세태에 다소 배타적인 입장을 보여 온 점도 부인할 수 없다.  

 

 

6. 공공자전거로 뿌리내리는 전기자전거
우리나라만 아직 법조항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고 있지, 세상은 이미 전기자전거, 전기자동차 시대로 훌쩍 앞서나가고 있다.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는 전기자전거가 공공자전거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일반 공공자전거는 도난방지장치와 연결장치, 다양한 사람들이 타는 것을 대비한 튼튼한 차체구조 등으로 무게가 20kg 전후로 너무 무거워 조금이라도 언덕이 나오면 주행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지나치게 무거운 무게는 라이딩 재미를 반감시키고 힘은 더 들어 공공자전거 자체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 자전거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우려마저 있다.


전기자전거는 20kg 전후의 비슷한 무게로 힘 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탈 수 있는 것이 최고 강점이다. GPS 추적장치 같은 전자장비도 구비하기 쉽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특히 알맞다.


대전 타슈를 시작으로 서울 따릉이도 전기자전거를 검토중이고, 국내 공공자전거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창원 누비자도 이용객 감소에 따른 대응책으로 전기자전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기자전거가 공공자전거로 보급되면 여기에 납품하지 못 하는 제조업체나 판매점은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도입되어 사용중인 공공 전기자전거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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