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방치된 몸과 자전거새해는 꼭 MCT에 도전하리라
자전거는 안장에 올라야 그 재미를 알 수 있다. 기자라고 입과 글로만 벙끗벙끗 떠드는 사이, 진정 자전거의 묘미를 잃어버리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2017년에는 새로운 각오와 준비, 그리고 뚜렷한 목표와 함께 자전거를 타보고자 한다. 그래서 정한 목표는 MCT 대회에 출전하는 것. 몇 해 전 한창 물이 올랐을 때도 버거웠을 MCT지만 목표는 높게 잡을수록 좋은 법이기에 이번호부터는 기자가 직접 실행에 옮기는 MCT 도전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글 최웅섭 기자  사진 최웅섭 기자

내가 여기 출전할 생각을 하다니... 갑자기 덜컥 겁이 난다

2017년이다. 1년 전 2016년을 맞을 때, 올해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열심히 타겠노라고, 누적거리 1만㎞에 도전해보겠다며 큰 그림을 그렸으나, 급작스러운 이직과 이사 등 개인사가 연이어 터지고, 이런저런 일들을 핑계로 자전거는 관상용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2000㎞도 채 되지 않는 마일리지로 2016년은 저물어 버렸고, 몸도 마음도 자전거도 모두 녹이 슬어버린 채, 새 시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목표는 이미 정해졌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으니 일단 차근차근 하나씩 단계를 짚어 나가보도록 하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먼저 기자의 상태를 자가진단 해보았다.

시즌이 아니더라도 실내에서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물론 꾸준히 하기가 어렵다

진 단
잦은 음주와 흡연, 과체중까지… 최악의 몸상태
1년 동안 따로 운동한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에 시작해 일주일에 두 번 가량 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이 운동의 전부니까.
시즌은 거의 끝났고,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자전거를 타기도 어렵다. 그 때문에 더욱 두렵다. 이 상태로 아무 생각과 의심 없이 자전거에 오른다면 분명 과거의 내 모습만을 생각하던 뇌는, 음주와 흡연 등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이 지르는 온갖 비명을 온전히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비시즌기의 ‘초기화’라고도 이야기하는 그것인데, 거의 비시즌의 세 배에 달하는 1년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은 셈이니 그 신체적 격차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체중은 1년이 넘도록 앞자리가 ‘8’을 유지하고 있다. 약간의 체격과 근육이 있는 편이라 쳐도, 10㎏은 됨직한 지방이 코어에 몰려있다. 기억을 되새겨 보니, 드롭바를 잡고 페달링을 해도 허벅지가 뱃살을 툭툭 건드리는 일은 없었는데, 지금은 어쩐 일인지, 한바퀴 한바퀴 페달링마다 허벅지에 묵직한 것이 걸린다.

자전거를 사랑해 자전거 업계에 발을 들였는데…
자전거를 업으로 삼으면 자전거를 더 잘 이해하고 자주 타고 더 사랑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은 순전히 오산이었다. 물론 이 일을 선택할 때에 “취미가 일이 되면 둘 다 잃는다”라는 지인들의 만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방향을 오로지 자전거에 고정시켜 놓는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게 될 새로운 동기부여가 절실히 필요해졌음을 느낀다. 과거 직장에서는 업무 중간 몰래 자전거 관련 정보를 보는 것이 생활의 낙이었을 정도로 자전거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매일 보는 것이 자전거다 보니 그 마음이 한풀 시들해졌다. 그래서인지 선뜻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것이 생경해졌고, 그런 날이 하루 이틀 늘어갈수록 자전거를 머릿속으로만 타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머릿속으로만 타는 자전거라고 즐겁지 않을 리가 없지만, 생각으로는 신나게 타던 그 상상이 현실에서 발현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닳을까봐 못타는 자전거?
기자의 자전거는 오베아의 오르카다. 브랜드의 최상급 모델인데다가 휠세트도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마르키시오를 사용한다. 당장 월드투어에서 봐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멋진 자전거다(자랑이다). 꼭 그래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창 즐겨 탈 때는 일주일에 7번, 매번 라이딩마다 자전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한달에 한번은 꼭 세차를 했다. 볼트 하나하나 그리스와 녹 방지제를 정성스레 바르던 그 시기는 오간데 없고, 이제는 관상용 자전거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마지막 라이딩에서 경미한 사고로 휘어진 행어 때문에 변속도 원활하지 않고, 레버의 고무후드는 늘어날 대로 늘어나 있다. 게다가 내 몸에 꼭 맞게 피팅을 맞춰 놓았지만, 이미 내 몸이 그전과 너무 다른 상태가 되어버려 피팅도 다시 받아야 할 상황이다. 결국 급한 마음에 세차를 우선적으로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손봐야 할 곳이 너무도 많다.
가끔 자전거를 멍하니 쳐다보기도 한다. 그때마다 자전거는 내게 “이럴 거면 나를 왜 데리고 왔냐! 이 한심아!”라고 소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

자가진단만으로도 느껴지는 심각함
여기까지 진단을 마쳤다. 사실 이제까지는 그저 막연히 다시 타면 되겠거니 하며 넘어갔지만, 이렇게 글로 적어놓고 보니 상황이 심각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그렇다면 지금 저런 상황을 점진적으로 회복하려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까?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여러 가지의 훈련법이 필요하다. 아주 기본적이고 진부한 순서이긴 하지만, 체력을 기르는 훈련이 시급하다. 그렇게 체력 훈련이 선행되어야만 다음 단계의 훈련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에 먼저 무작정 자전거에 오르기보다는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것을 우선으로 잡는다. 
그렇게 체력 자체가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안장 위에서의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신체에 맞게 피팅을 재조정하고, 세세한 정비와 각종 소모품 등의 교체가 선행되면, 본격적으로 파워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실시한다. 물론 파워만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가적으로 몸의 유연성, 폐활량, 자세교정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고, 실제 필드에서의 라이딩을 통해 자전거에 적합한 신체가 되도록 몸을 다듬어야한다.
다음호에서는 위의 내용들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해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볼 예정이다. 물론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자명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느냐가 될 것이다. 기자의 의지와 노력이 부디 말로만 끝나지 않도록 MCT를 완주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까지 독자와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기 바란다.

마스터즈 사이클링 투어, 일명 MCT는 로드바이크를 타는 모든 동호인의 꿈같은 대회다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