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정글을 달리다

한겨울에 만끽하는 여름, 사이판(Saipan)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정글을 달리다

서태평양 망망대해 가운데 떠 있는 미국 자치령 사이판은 겨울이면 더욱 그리운 곳이다.  언제나 여름만 있는 이 작은 섬은 내륙은 정글로 뒤덮여 있고 해안에는 에메랄드빛 비치가 즐비해서 휴양지, 신혼여행지로 인기다. 하지만 절경의 뒤안길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섬뜩한 상흔도 남아 있다 

 

포비든 아일랜드 전망대의 압도적인 풍광. 바다로 돌출한 원형 테이블 형태가 제주도 성산 일출봉을 빼닮았다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새 하얀 비치와 코코넛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야자수의 풍경은 분명 이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국의 정취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잔잔한 옥빛의 바다. 살랑거리는 바람 속을 거니는 로맨틱한 연인들의 모습은 누구나 상상해 보았으리라. 

추운 겨울. 어느 누구든 추위를 피해 남국을 열망하는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래서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할 북마리아나 제도를 대표하는 작은 섬, 사이판으로 떠나 본다.

MTB로 즐기는 환상의 정글코스
사이판은 서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 남부에 있는 화산섬으로 미국 자치령이다. 정식 명칭은 ‘북마리아나제도연방’이다. 괌을 연결하는 북마리아나제도는 길이 560km에 16개의 화산성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16개의 섬 중에 최남단 로타가 남서쪽의 괌과 가까이에 있다. 북마리아제도의 주요 섬은 사이판, 티니안, 로타이며, 주도(主島)는 사이판이다. 그 외의 섬은 모두 무인도다. 

북마리아나 제도는 지도상으로 보면,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5시 방향에 위치한다. 사이판은 괌의 북쪽 끝에서 대략 200km 거리에 위치한다. 한국에서는 동남쪽으로 3000km 떨어져 있고, 직항 비행기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남북길이 23km, 동서길이 3∼10km, 면적 115.39㎢의 작은 섬이다. 

섬의 서쪽은 모래 해변, 동쪽은 바위 절벽으로 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높이 474m의 타포차우 산이 있어 가장 높은 지대를 이룬다. 연평균기온은 26 ~ 28℃이고 평균 강우량은 1800㎜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많지만, 하루에 한두번 내리는 스콜성 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민의 다수가 차모로족, 필리핀인, 캐롤리니아족이며, 가톨릭교도이다. 영어와 차모로어가 많이 사용된다. 

사이판의 자전거 코스는 다양하다.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 로드바이크와 MTB 모두 가능하다. 사이판의 서부는 평지에 가까운 비치로드가 있어 해안선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조망하면서 달릴 수 있고, 동부지역은 절벽이 많고 비포장의 정글지역과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해안도 많다. 그래서 정글투어의 액티비티한 어드벤처를 원한다면 MTB가 답이다. 

사이판 북부 코스
거리 : 약 45km

 

2차 대전 때 미군에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일본군의 최후 사령부 앞에는 당시의 일본군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첫 일정은 사이판 북부지역이다. 사이판 최대 번화가인 가라판에서 최북단 만세절벽을 경유해 칼라베라 정글투어를 하는 코스다. 특히 북부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의 뼈아픈 상흔이 깊게 스며있는 곳이 많아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코스다. 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사이판 섬이 지닌 역사를 안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듯 싶다. 

먼저 아메리칸 메모리얼공원에서 북쪽으로 약 12km 달리면 사이판 최북단의 마피산이다. 마피산 아래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억울한 죽음을 당한 한민족의 넋을 달래기 위한 한국인 위령탑, 태평양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본군 최후는 사령부, 깊고 푸른 남태평양의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만세절벽과 자살절벽이 있다. 세계 3대 잠수 포인트인 그로토와 산호 방파제에 둘러싸여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새들의 서식지인 새섬도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한국인들을 강제 징용해 이곳으로 데려왔는데, 그때 희생된 한국인을 추모하기 위해 1981년에 세워진 ‘태평양한국인위령평화탑’이 서있다. 이곳은 당연히 한국인들만 찾게 되는 곳으로 우리도 영혼을 달래는 묵념 시간을 가졌다.

 

일본군 최후 사령부에서 그로토 가는 중간에 약 3km의 숨겨진 정글코스가 있다

 

 

섬뜩한 만세절벽과 자살절벽
바로 옆에는 마피산의 높은 절벽 바위가 상하로 갈라진 천연적인 틈새에 일본군 최후 사령부 시설이 있다. 이곳에는 당시 쓰였던 일본군의 해안포, 전차, 어뢰의 잔해도 전시해 놓았다. 사이판 전투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왠지 이곳에는 원혼들이 돌아다닐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군 최후 사령부에서 북쪽 바닷가로 조금 나가면 만세절벽(Banzai Cliff)이다. 사이판 최북단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면 뭔가 알 수 없는 비장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이름에서 감이 오겠지만 일본군이 미군에게 항복하지 않으려고 “천황 만세(Banzai)!"를 외치며 뛰어내린 곳이 바로 여기다. 

만세절벽에는 수많은 기념비가 줄줄이 세워져 있는데, 그중 일본인 위령탑에 충혼(忠魂)이라 새겨진 비를 보는 순간 기분이 싸늘해진다. 그래서일까. 절벽 아래 바다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무서울 정도로 깊고 푸른색을 띄고 있다.

일본군 최후 사령부에서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그로토(Grotto)로 가는 도중에 숨겨진 정글코스가 있다. 정글코스는 약 3km의 비포장길로 울창한 수풀에 둘러싸여 있다. MTB를 타고 온 20명의 라이더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정글을 헤치고 쌩쌩 달리기 시작한다. 

스노클링 및 스킨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그로토는 세계 3대 잠수 포인트로 알려진 곳이다. 그로토는 원주민어로 ‘동굴’을 의미한다고 한다. 머리 위로는 탁 트인 하늘과 그 아래 호수 같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그로토 동굴 안으로 헤엄쳐 들어가면, 바다의 푸른빛이 동굴에 반사되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비한 세계가 펼쳐진다고 한다.

그로토에서 자살절벽(Suicide Cliff)으로 올라가는 4.6km의 마피산 정상 길은 힘들기만 하다. 일본군 최후 사령부 위의 마피산 정상 자살절벽에 올라서면 절벽 너머로 탁 트인 초지와 망망대해가 펼쳐진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은 사이판 전투에서 패한 일본군 장교들이 미군의 항복 권고에도 불구하고 뛰어내려 자살한 곳이다. 

새섬이라 불리는 버드아일랜드(Bird Island)는 말 그대로 바닷새들이 많이 머무는 섬인데, 항상 있는 것은 아니고 시간대나 철이 맞아야 한다. 근처 절벽에서 이 섬만 뚝 떨어져 나온 것처럼 생겼는데, 실제로 지각활동에 의해 떨어져 나간 곳이어서 지질학자들이 나름 관심을 갖는 지형이란다. 상당히 절경이어서 사이판 홍보 책자에 종종 얼굴마담 역할을 한다.

새섬 전망대에서 비포장 길을 달리면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장소인 칼라베라(Kalabera) 동굴이 나온다. 스페인 통치시대에 차모로인을 가두는 감옥으로 활용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야전병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굴 입구 높이는 10m 정도 되지만 안쪽에는 2배에 달하는 공간이 있고 차모로인과 일본인의 해골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3년 전에 왔을 땐 별 볼일 없는 곳으로 공원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그러나 동굴은 그다지 볼 것이 없어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다. 칼라베라 정글코스는 약 5.5km로 반대편 산 능선을 넘으면 가라판으로 가는 길이다.  

 

사이판의 최북단에 자리한 만세절벽. 일본군이 항복을 마다하고 ‘천황만세’를 부르며 뛰어내려 자살한 곳이다

 

해안으로 나와 다시 그로토로 가는 정글 길. 넝쿨이 무질서하게 흘러내려 깊은 정글 속임을 말해준다

 

버드아일랜드가 보이는 전망대

 

 

사이판 남부 코스
거리 : 53 ~ 71km

래더비치에서 오비안비치로 가는 도중의 정글 라이딩

 

가라판 비치로드 옆에 있는 용암대지 해변

 

 

사이판 남부지역은 가라판에서 비치로드(Beach Road)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남동쪽에 숨은 비경의 비치와 울창한 정글, 명소를 둘러보는 코스다. 사이판 비치로드를 따라 쭉 내려가면 래더비치, 오비안비치, 라우라우비치 등이 나온다. 

비치로드는 말 그대로 바닷가를 따라 나있는 길이다. 사이판 중부의 가라판에서 남쪽의 아긴간 지역으로 연결된 길이며, 에메랄드빛 바다가 훤히 보이는 시원한 곳이다. 

해변을 따라 가는 길에 바다 멀리에는 큰 배들이 떠있는데, 괌 해군기지 소속의 군함과 보급함들이다. 보기와는 달리 군함은 길이 200~300m에 달하는 대형 선박들로 이들을 보는 것도 진풍경이다.
사이판의 아름다운 해변 래더비치(Ladder beach)는 사이판국제공항에서 가까운 남해안의 작은 비치다. 다른 해변과 다르게 파도에 침식된 크고 작은 동굴들이 있다. 작은 해변이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해변은 기암절벽의 해안선이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하얀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는 래더비치는 연인들의 작고 소박한 사랑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래더비치에서 오비안비치(Obyan beach)로 이어지는 도중에는 5km에 달하는 비포장 정글코스가 있다. 이 구간은 대부분 산악오토바이(ATV)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산악자전거로도 환상의 코스다. 울창한 수풀 사이로 울퉁불퉁 자갈길과 땅이 패인 웅덩이가 연속으로 나타난다. 
오비안비치에서 사이판공항을 끼고 북쪽으로 7.5km 달리면 라우라우비치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 또한 4.5km의 정글코스가 있다. 라우라우 골프장을 돌아 나오면 포비든 아일랜드 전망대로 가는 길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비포장 임도는 1.1km로 짧지만,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절벽 아래 푸른 바다로 툭 튀어 나온 금단의 섬, 포비든 아일랜드(Forbidden island)가 치명적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흡사 제주의 성산 일출봉을 닮았다. 그래서 포비든 아일랜드는 숨겨져 있던 사이판의 보물이라고 한다. 

사이판 카그먼 지역의 아름다운 해변 탱크비치와 마린비치를 거쳐 타포차우산으로 오르는 길. 오전 일찍 라이딩을 시작했음에도 어느덧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워낙 아름다운 해변과 정글투어에서 시간을 많이 할애한 탓인지, 타포차우산 정상에는 오르지 못하고 캐피톨힐 능선을 따라 가라판으로 하산한다. 

사이판에서 제일 높은 산 타포차우산은 사이판의 동서남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예수상이 세워진 정상에서 내려다본 마나가하 섬의 풍경이 환상적이다. 작은 배들이 오가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고, 가라판의 시가지와 리조트 건물이 잘 조망된다. 
 

가라판에서 수수페로 이어지는 비치로드의 해변쪽에는 산책로가 길게 조성되어 있다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오비안비치. 하늘색, 파랑색, 초록색, 백색이 화사한 조화를 이룬다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 마나가하섬
가라판 피에스타 리조트에서 일찍 아침식사를 하고 8시 정각에 현지 가이드 인솔 하에 마나가하 섬으로 가는 차량에 올라 스마일링 코브 항구로 향한다. 마나가하(Managaha) 섬은 사이판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으로 마이크로비치에서 2.5km 떨어져 있어 배를 타고 20분 가량 가면 도착할 수 있다.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 마하가나 섬. 이곳은 언제나 맑은 열대 바다를 즐기려는 여행객들로 가득하다. 특히 스노클링은 사이판 바다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온 몸을 가볍게 한 후 물안경 하나만 착용하면 열대어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 상당히 다양한 물고기와 산호들이 있으며, 수심도 그리 깊지 않기 때문에 작정하고 멀리 나가지 않는 이상 위험하지 않다. 

섬 둘레가 1.5km 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지만, 사이판의 어느 해변보다 투명하고 부드러우며 새하얀 모래사장이 아름답다. 무인도지만 대낮에는 마나가하를 찾아온 사람 누구나 순수한 즐거움으로 이끄는 환타지아 같은 곳이다. 

여행팁
사이판의 주 수입원은 관광산업이다. 주요 키워드는 바다와 정글. 사이판의 행정 중심지는 남쪽의 수수페이지만 관광 중심지는 중부의 가라판 지역이다. 가라판 일대 마이크로비치의 바다가 훨씬 아름답고 주변 산호초와 암초들이 자연방파제 역할을 해서 파도가 약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가라판 지역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도 있고, 애당초 현지인의 성격이 대체로 밝은 편이라 눈이 마주치면 먼저 눈인사나 “헬로” 하고 인사를 걸어준다. 괜히 눈 피하지 말고 같이 웃으면서 인사해주자. 대형 쇼핑마트나 숙박시설, 기타 휴양 시설들은 영어 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들이 한둘 씩 있는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수단은 빈약한 편이다. 정기노선 버스도 거의 없다. 주민들은 대부분 차를 소유하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여행객들에겐 약간 불편할 수 있다. 가이드를 끼지 않은 자유관광객들은 자동차나 소형 스쿠터 등을 렌트해서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휴양지인 가라판은 현지인들을 위한 식당보다 여행객을 위한 식당이 많다. 음식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현지식은 별로 없는데, 사실 사이판의 특별한 현지식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유명한 음식점은 주로 미국식, 태국식, 일본식, 한식집들이다.

사이판에는 매주 목요일 스트릿 마켓이 열린다. 장터가 열리는 지역은 중심지에 약간 벗어난 피싱 베이스라는 해안가 공터다. 학교나 무용학원 등의 댄스팀이 참가해 공연과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터로 원주민이나 교민들은 간단하고 저렴하게 목요일 저녁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놀러 오곤 한다. 하이라이트인 노래와 춤 공연은 해가 져야 시작된다. 

사이판 여행상품은 보통 3박5일과 4박5일 일정으로 짜여있다. 항공편은 오전과 오후 출발이 있지만, 대부분 새벽에 도착해 새벽에 출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첫날과 마지막날 호텔 숙박은 돈이 아까울 정도다. 일반 관광객은 해변이 보이는 고급 리조트를 이용해도 무방하지만, 자전거 여행자에겐 그저 아까운 돈 낭비일 뿐이다. 자전거 여행자라면 저가의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편이 실리적이다.

 

 

 

SAIP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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