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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맨들의 홋카이도(北海道) 자전거여행1

철인 3인방, 보름간 홋카이도를 누비다

8월에 홋카이도로 떠난 이유는 쾌청하고 시원한 날씨 때문이다. 가능하면 사람들로 덜 붐비는 곳으로 여정을 잡았다. 트레일러를 달고 움직이면서 자연 속에서 캠핑을 했다. 청정한 풍경,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글·사진 오재홍(대전중앙중 교사)

 필자 : 오재홍(55세) 현 대전중앙중학교 교사.   울트라마라톤과 트레일런 수십회 완주.    
           <자전거로 대만 한바퀴 돌기> 저자   
동행 : 정경헌(60세) 최근에 오랜 사업을 정리하고 휴식 중.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래머. 
동행 : 손왕운(47세) ‘사람과 사진’ 사진관 운영.   마라톤 sub3 및 울트라마라톤 완주. 

쇼운쿄 방면의 이시카리강변을 달리며
가늘게 내리던 비가 갑자기 하늘이 뚫린 것처럼 거침없이 폭우가 되어 내리 퍼붓는다. 트레일러에 얹힌 가엾은 커다란 박스는 주인의 완벽하지 못한 방수처리 탓에 무방비 상태로 군데군데 비를 맞고 있을 뿐이다. 
미나미오타루(南小樽) 역을 향해서 자전거와 트레일러는 허겁지겁 질주한다. 그러나 갑자기 역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당황이 된다. 역이 사라졌단 말인가? 길은 꺾어져 내려가는데 도중에 고민한다. 이 길은 아니다. 다시 돌아서서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다. 
지나쳐온 곳에 목적지인 미나미오타루역이 보인다. 역 공터에 도착해서 한숨을 몰아쉬고 15박16일간을 함께 한 홋카이도 자전거여행의 마무리를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분해하고 포장하면서 끝낸다. 3인은 그렇게 정신없이 항공 수송을 위한 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중년의 철인 3인방  
예전에 자전거 대만 일주와 일본 큐슈(九州) 중북부 일주를 단독으로 해낸 경험으로 이번에 두 명의 울트라마라톤맨 지우들과 함께 홋카이도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8월 5일 원정을 떠난 것이다. 
본인을 포함한 세 명의 프로필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자전거여행을 할 때 나는 패니어가 짐받이와 불협화음을 일으켜 트레일러를 선호하는 편이다. 우리는 트레일러에 캠핑 장비를 겸하여 무거운 짐을 꾸려서 비행기에 올랐던 것이다. 
항공비 절약을 위해 발권은 지난 2월에 이미 마쳤고, 이동의 부산물인 박스 보관 문제도 해결해 놓았다. 미나미오타루에서 관광 및 숙박업을 하는 카페 ‘북해도친구’ 운영자 정영호 사장의 배려로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벗긴 허물을 보관할 수 있었다. 치토세(千?)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고맙게도 정사장이 마중을 나와 주었다. 

정사장의 도움을 받아 JR티켓을 외국인이라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삿포로(札幌)까지는 편도 780엔에, 숙소인 미나미오타루와 삿포로 구간은 1일 프리패스인 웰컴패스로 1700엔에 구입했다. 웰컴패스로 미나미오타루와 삿포로를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다. 
  미나미오타루에 여장을 푼 후 다시 삿포로로 돌아와서 삿포로역 옆의 라면 백화점을 찾았다. 유명한 ‘시라카바산소우(白樺山?)’ 식당. 이 집의 특색은 고소한 찐 계란이 무한리필된다는 것이다. 다른 계란에 비해 크기가 약간 작은데 식감이 무척 고소하다. 여행의 시작, 먹는 만큼 움직일 수 있으니 이제부터 에너지원은 최대한 확보해 놓아야 한다. 이곳에서는 40개 이상을 한자리에서 해치운 사람은 없고 현재까지 35개를 넘게 먹은 러시아인이 1위라고 하는 재미있는 일화를 들었다. 
식사 후에 삿포로역 주변을 산책했다. 겨울철 눈꽃축제로 유명한 오도리(大通) 공원을 찾았다. 마침 맥주축제 기간의 마지막 날이라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에펠탑을 모방한  듯한 삿포로TV탑이 멋진 야경을 뽐내고 있었다.

비에이 언덕에서 후라노산을 배경으로

1일차, 후라노(富良野)~가구라오카(神?岡)
자전거여행의 가장 중요한 점은 어디로 갈 것이며 무엇을 볼 것인가에 있다. 홋카이도 코스는 되도록 덜 알려진 곳으로 14일간 연계된 루트로 잡았다. 국립공원과 유네스코자연문화유산 위주로 해서 소운쿄(層雲峽), 아바시리(網走) 해안, 시레토코(知床), 마슈호(摩周湖), 굿샤로호(屈斜路湖)를 거쳐 구시로(釧路) 습지를 종점으로 정했다. 자연이 아직 훼손되지 않은 비경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유명한 후라노(富良野)와 비에이(美瑛) 구간을 생략하기엔 못내 서운했다. 그래서 계획보다 출발지를 연장시켜 첫날부터 후라노를 택해 장도에 오르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휴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드시 포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여행자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지난번 큐슈 여행 때 가져간 접이식 자전거는 작아서 그런지 열차와 버스를 탈 때 굳이 포장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는 반드시 포장을 요구한다.
오타루(小樽) 역 옆의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삿포로 가는 버스티켓을 구입했다. 삿포로까지는 버스 편이 여러 대 있어서 그리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매표소 안에 계신 나이 지긋한 남자 분은 홋카이도 버스시간표 책자를 한권 나에게 선물하고 시간도 안내해 주면서 화물을 버스에 실을 때도 나와서 도와주었다. 이제 일본인들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이 시작된 것이다. 
한 시간 못 되어 삿포로에 도착 후 곧바로 이어지는 후라노행 버스를 타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다. 우리 세 명의 자전거와 짐을 싣는 것도 버스기사에게 눈치가 보인다. 짐 싣고 나서 늦게 오른 버스에는 자리가 없어 좌석 옆에 보조석을 펼쳐서 앉았다. 

차마 지나치지 못할 여름의 후라노~비에이 
날씨는 화창하다. 북해도 여행을 택하면서 특히 염두에 둔 것이 날씨였는데, 이곳은 장마가 없는 지역이라 8월 강수량이 적고 기온도 18~28℃로 최적이라서 자전거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차창 밖은 화사한 햇빛을 받아 푸르른 초원이 싱그럽게 스쳐지나간다. 멀리 왼쪽으로 길게 뻗은 핀네시리산 줄기가 버스를 따라 끈질기게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오고 있다. 규모가 작은 산이 아니다. 지난번 큐슈에서 아소(阿蘇) 산과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도로 ‘야마나미하이웨이’(やまなみハイウェイ)의 산악도로를 달렸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일본의 산악지대에 대한 이미지는 인공을 최소화하고 본연의 모습을 잘 간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버스는 다키카와(?川)에서 다시 손님을 갈아 태우고 출발한다. 간간이 만나는 소라치강은 후라노까지 우리와 동행했다. 강이 군데군데 만든 호수와 호수를 내려다보는 산악지형을 따라서 달린 버스는 후라노역 도착 20분 전쯤 소라치강 상류인 넓은 호수를 지난다. 
후라노에서 비에이까지 이어지는 길은 널리 알려진 대로 관광지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모두를 다 보려면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고, 주행속도도 늦춰지기 때문에 눈길 닿는 곳만 살필 것이다. 
정오 남짓한 시간에 후라노역에 도착하니 대부분의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린다. 기온은 이미 달구어진 지면에서 더위를 느끼게 한다. ‘향기 나는 불꽃’이라는 의미인 아이누(주로 사할린과 삿포로에 거주하는 종족) 언어 ‘후라누이’에서 유래된 후라노시는 홋카이도 중앙부의 ‘소라치강’ 중류지역에 위치하며, ‘후라노아시베쓰 도립자연공원’에 속해 있다. 홋카이도의 거의 중앙에 있기 때문에 ‘배꼽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정비한 후 역 앞의 도로 안내판을 살펴보았다. 때마침 옆에 있던 젊은 청년이 한국말을 좀 안다면서 비에이까지 도로는 자동차로 인해 위험하므로 역 뒤편의 3, 4, 5번 도로를 알려주면서 안전한 길로 가라고 한다. 알려준 우회로로 가보니 밋밋한 시골길이 너무 볼거리가 없어서 후라노~비에이 간 관광도로를 다시 찾아가기로 하고 후라노역으로 돌아왔다. 
후라노공원을 돌아 메인도로에서 벗어난 759번 도로를 택했다. 후라노공원은 제법 규모가 크고 초등학생들이 야구와 수영을 즐기고 있었는데, 넓은 면적에서 체육활동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에 한국 아이들은 저러한 기회를 못 갖는 점이 안타까웠다. 
  우리는 이제 후라노를 뒤로 하고 정상속도로 달리고 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크고 작은 모습으로 떠 있고, 오른쪽으로는 멀리 후라노산 정상부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으로 허연 얼굴을 노출한 채 구름에 걸려서 한동안 우리 곁으로 따라 붙었다. 그 모습이 은근하고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을 보여줘 자주 산세를 바라보았다. 예사롭지 않은 산세가 넓은 벌판을 가로질러 저 멀리서 묵묵히 자리 잡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작은 표지판은 후라노파크가 2.8km 남았음을 알린다. 도착해 보니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사용하는 듯 리프트가 있고 리프트는 관광객을 위해 지금도 운행하고 있었다. 라벤다공원이라고 표기된 포토존 뒤로 층층이 심어진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 작은 꽃들이 온 비탈을 뒤덮고 있었다. 
  
비에이 언덕의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우리는 후라노 국도를 따라 달리고 있다. 라면 소바 미야마(深山) 점을 지나면서 휴식을 취했다. 앞에 놀이시설인 커다란 관람풍차가 돌아가고 있었다. 후라노산을 바라보는 전망대도 있었으나 벌써 지친 몸은 길 건너 아이스크림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고장 명물인 라벤다와 망고 아이스크림을 반반 먹는데 그야말로 꿀맛이다. 여기서 가게 뒤로 멋진 자전거길이 있다는 소개를 듣고 자전거길 안내팜플렛을 받아들고 뒤로 돌아서 달렸다. 
가지각색의 이름이 붙여진 지역에 가득히 피어 있는 꽃밭과 지평선을 내려다보는 언덕 풍경이 압권인 비에이에 도착한 것이다. 넓고 곧게 뻗은 비에이 평원과 그 평원 좌우로 갈라져서 밭에 자리 잡고 있는 농작물은 하나의 채소라기보다 예술품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 뒤를 배경으로 한 후라노산의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이 길은 이름하여 ‘패치워크로드’(パッチワ?クロ?ド)라고 한다. 
1970년대 초,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대표 풍경 사진가 마에다 신조(前田?三) 씨가 비에이 가미후라노(上富良野) 언덕 풍경에 감동을 받아 10년 이상 비에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자신의 사진집을 비롯해 포스터, 영화, 텔레비전 광고 등에도 사용되어 비에이의 경치가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텔레비전 광고나 포스터에도 자주 등장하는 ‘켄과 메리의 나무’, ‘세븐스타 나무’, ‘오야코 나무’ 등으로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해져 있다. 혹자는 이곳이 꽃도 나무도 눈도, 모든 것이 감동이라 하는데 장거리 자전거여행자에게는 차분하고 정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있어서인지 그다지 큰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우리 일행은 237번 도로를 타고 비에이를 지났다. 또 다른 라벤다 공원을 만났는데 2시간 전에 지나온 곳보다 더 큰 면적에 다양하고 멋진 꽃들이 있었고 지나가던 많은 차량들이 멈춰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기온은 점점 내려가면서 저녁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제 둥지를 틀 때가 되었다. 지도를 보고 가구라오카(神?岡) 역 옆에 공원과 캠핑장이 있어 찾아갔다. 숲에 싸여 있는 캠핑장은 무료로, 규모는 작은 편이고 오래된 화장실과 작은 주차장이 있으며 이미 미리 와서 자리 잡은 몇몇 캠핑객들이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후라노의 라벤더 공원

2일차, 가구라오카(神?岡)~소운쿄(層雲峽)
첫 야영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한국보다 한시간 이른 시간에 햇살이 얼굴을 드러낸다. 오전에 일찍 움직이면 한낮 더위에 작은 휴식이라도 취할 수 있어서 부랴부랴 아침 페달을 밟았다. 잠시 후 나타나는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카와(旭川)는 이시카리강이 주베쓰강(忠別川), 우슈베쓰강(牛朱別川)과 합류되는 곳으로 내륙중심부의 철도교통의 요지다.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 아사히카와는 이색적인 조각작품으로 유명한 헤이와도리 가이모노 공원이 있다.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고지대에는 중세 유럽의 성을 닮은 홋카이도 전통미술공예촌이 있어 일본 전통 공예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나 한가한 관람은 자전거여행에서 세세하게 살피기가 어려웠다.
특히 아사히카와는 세계적인 작가 미우라아야코(三浦綾子)의 기념문학관이 있는 문학의 고장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인 <빙점(氷點)>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러나 일행이 있어 찾아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목적지인 소운쿄(層雲峽)로 향한다. 
낯선 도시를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골목도 나타나고 갈림길도 나타나서 정확한 위치를 잡으려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길가는 사람과 자동차 운전자에게까지 물어가며 39번 도로로 접어들었다. 
도심을 벗어날 무렵 아사히카와대학교가 보여서 다리도 쉴 겸 들렀다. 대학이라기보다 작은 규모의 전문대 크기였고 평화로운 느낌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휴일이라 학교는 학생들이 거의 없어 한가했다. 기대했던 캠퍼스의 모습과 활기가 없어 우리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학교를 빠져나와 39번 국도에 다시 접어들었는데 지루할 정도로 긴 직선으로 뻗어 있다. 그러나 39번 도로는 엄청난 장점을 숨기고 있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시간은 정오를 향해 가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있었다. 도로에서 토마토 농장을 만나 1000엔어치를 구입했다. 인자하게 생긴 주인 농부는 서비스라며 방울토마토 2팩을 준다. 우리 3명의 라이더와 트레일러가 신기했던지 계속 돌아다보면서….

훗가이도 최고봉 다이세쓰산을 향해  
39번 도로는 ‘다이세쓰 국도’이다. 국립공원 다이세쓰산(大雪山, 2290m)으로 향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아사히카와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이시카리강은 39번 국도와 평행을 이루건만 1km 안팎으로 나란히 거리를 둬서 보이지는 않는다. 아사히카와를 벗어나 20km 정도 지나서야 이시카리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다리 아래를 보니 둔치에 자전거길이 보인다. 혹시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의문은 잠시 후 해결된다. 
아이베쓰(愛別)를 지나면서 우측에 숨겨진 자전거길을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보았다.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그늘의 시원함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이 반가웠고 더위로부터 최고의 해방감을 선사했다. 이제는 자동차 소음도 없고 태양의 방해도 없이 우리들에게만 주어진 선물 같은 자연 속의 자전거길을 즐기는 것이다. 잠시 후 나타난 자전거길을 보니 이곳은 보통의 길이 아니었다. 이 길은 토기와공원(常盤公園)에서 가미카와(上川)까지 이어지는 38km의 안전하고 편안한 자전거도로였다. 
가미카와까지 가면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식당이나 휴게소는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곳곳에 식당이나 휴게소, 정자 등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만일을 대비하여 늘 비상식량을 챙겨야 하는 것이다. 
한낮의 기온이 몹시 오르면서 더위에 지친 우리는 어렵게 식당 한 곳을 찾았다. 모터사이클 족들의 휴게소인지 식당 내부 곳곳에 사진이 즐비하다. 속도를 최대한 활용해서 시간을 절약하는 모터사이클 여행에 비해 자전거여행은 느림의 미학이 돋보이고 매우 강한 인내심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 
가미카와에서 소운쿄까지는 은근한 오르막으로 오후의 피로를 더해 준다. 도로 양쪽으로  적당한 공간을 두고 자전거길 표시가 되어있지만 자동차 옆으로 나란히 주행하는 것이라 안전사고가 걱정된다. 다행히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길가에는 작은 표지판이 거의 1km 마다 나타나면서 거리표시를 해준다. 잠시 후 자전거도로가 나타났지만 2km 남짓하여 아쉽기만 하다. 
소운쿄캠핑장이 보여서 들어가 보니 포근한 분위기와 주변 삼림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한 젊은 가족이 캠핑을 왔는지 방갈로 옆에서 가져온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 다이세쓰산의 진면목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운쿄 협곡 끝에는 웅장한 부부 폭포가 
홋카이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다이세쓰산 중턱에 위치한 소운쿄는 길이 24km에 높이 100m의 단애절벽으로 이뤄진 대협곡이다. 길 양옆으로 다양하고 기묘한 산세가 짙푸른  하늘에 점점이 떠 있는 새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싱그러운 녹음을 드리우고 지친 여행객을 맞이해준다. 오른쪽에는 이시카리강의 상류인 다이세쓰산에서 내려오는 세찬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주차장을 지나면 정상으로 향하는 로프웨이 승차장이 나오는데, 구로다케 리프트로 갈아타면 해발 1700m까지 올라가 웅대한 다이세쓰산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왕복요금이 1950엔으로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오후 4시에 도착해서 시간이 없어 정상 등반과 조망을 포기하고 다시 더 위쪽으로 진행했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우리는 일본 100대 폭포 중의 하나며 부부폭포로 짝을 이룬 남성인 류세이노타키(流星) 폭포와 여성인 긴가노타키(恩河) 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남녀로 구분했지만 두 폭포의 위용과 수량, 낙차의 기세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낙차는 긴가노타키(120m)가 류세이노타키(90m)보다 더 높은데 아득한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박력과 굉음이 멋스러움을 더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은 이제 내리막이다. 자전거의 묘미는 오르막이 길고 높을수록 반드시 그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여우 한 마리가 길가에 유유자적 하고 있었다. 사람을 보아도 그리 멀리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니 상당히 인간과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먹을 것을 구하러 나온 것 같다. 사진을 찍는데 포즈마저 취해주듯이 느긋하게 길 한쪽에 자리 잡고 서 있다. 
이제 야영 둘째날이다. 사설 야영장인 가미카와캠핑장에서 1인 1000엔의 요금으로 숙박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데, 넓은 잔디밭과 방갈로가 있으며 취사장과 샤워장, 세탁기가 갖추어져서 야영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다만 단점이라면 도로가 가까워서 자동차 소음에 밤 늦게까지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청정지역임을 알려주듯이 낮의 맑은 햇살 속에서 설렘으로 예견한 밤하늘은 무언의 약속인 양, 아름다운 별들로 수놓은 멋진 밤하늘을 펼쳐준다. 오랜만에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 청징을, 내 시선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범위로 넓은 주단 같은 선물로 하늘 가득 내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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