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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구·천계산 풍경구 & 왕방령·만선산 풍경구

태항산대협곡 라이딩(2)

가도 가도 수직절벽과 기암괴석협곡의 대합창
이번에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도 태항산 대협곡의 기경, 절경, 비경은 단 한순간도 눈과 가슴, 입마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180m를 떨어지는 천하폭포, 수직 절벽을 옆으로 뚫고 가는 괘벽공로, 세상과 단절된 절벽위의 마을, 인력으로 굴착한 장대한 절벽 터널 등등. 도대체 태항산은 얼마나 넓고 깊고 높단 말인가. 아직 반도 못봤는데…  
글·사진 이윤기(본지 여행사업부 이사)

이번에는 천계산풍경구 주변의 팔리구를 비롯해 석애구, 왕방령으로 해서 만선산을 둘러보는 코스다. 

천계산 풍경구에는 구련산 풍경구와 팔리구 풍경구가 한데 모여 있다. 천계산 운봉화랑에서 가까운 곳에 석애구와 왕방령이 있으며, 왕방령 괘벽터널을 넘으면 바로 만선산 풍경구가 나온다. 일정상 구련산 풍경구는  포기하고 팔리구는 천하폭포만 둘러보기로 한다.
하남성 회룡 천계산 풍경구는 해발 800~1725m로 팔리구 풍경구, 구련산 풍경구, 만선산 풍경구와 이웃하며, 산서성 왕망령 풍경구와 이어져 있다. ‘하늘과 산의 경계’라는 뜻의 천계산(天界山) 운봉화랑은 전동차나 자전거로 360도 둘레길을 돌며 태항산의 멋진 절경을 볼 수 있다. 

팔리구(八里溝)-아찔한 수직계단과 천하폭포

팔리구에서는 아름다운 물의 향연을, 천계산에서는 끝없이 펼쳐지는 웅장한 산세와 아찔한 절벽과 기암괴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팔리구는 태항산 남쪽의 협곡으로 해발 1500m가 넘는 산 정상에 펼쳐져 있는 ‘산수(山水)’의 세상으로 ‘북방의 워터월드’라고 불리며, 사방으로 8리(4km)에 걸친 지역이란 뜻으로 팔리구라고 한다. 천하폭포가 대표적인 명소인데 도교사찰이 많아 신선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전해진다. 
팔리구 풍경구 산문 입구에 있는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팔리구 산문에서 약 5km의 오르막 구간을 자전거로 오르면 천하폭포가 나온다. 팔리구 입구에서 천하폭포까지 가는 길은 순탄한 편이지만, 계속된 오르막이다. 절벽도로는 아니지만 계곡 옆 좁은 도로를 자동차들이 빵빵거리며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커브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마주올지 모르는 차에 주의해야 한다. 
계곡을 따라 정겨운 숲길을 따라 가다 보면 천하폭포 가는 길 좌·우에는 수직절벽을 오르는 엘리베이터와 Z자 형태의 계단이 아찔하다. 수직 엘리베이터를 타고 절벽을 올라간 후 1시간 걸리는 내리막길 트레킹코스가 있는데 최근의 장대비로 대부분의 통로가 막혀 천하폭포만 구경하고 돌아나와야 했다. 트레킹코스가 싫으면 Z자 계단을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절벽 정상부 트레킹 코스에는 도화만 폭포를 비롯해 매화녹원, 청룡담, 대백옥, 일선천 등 산과 물이 어우러진 절경 모여 있다. 뭐니뭐니 해도 팔리구에서의 백미는 절벽에 설치된 Z자 형태의 괘벽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것인데, 180m에 이르는 철제 계단을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지만 자전거는 이용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높이 180m의 천하폭포는 홍성암이라는 붉은 절벽에서 웅장한 소리를 내면 폭포수가 쏟아낸다. 이 폭포수의 힘으로 바닥에는 연못이 만들어졌다. 연못 뒤쪽에는 손오공이 살았다는 수렴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수억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종유석과 기암괴석이 이어지는데, 공사를 하는지 진입을 막고 있어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천계산(天界山)-놀라운 공역으로 이뤄낸 괘벽공로 
팔리구를 돌아보고 나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하늘과 땅의 경계를 이룬다는 천계산으로 향한다. 천계산 역시 하남성에 위치한 높이 1725m의 산으로 골짜기에서 산으로 오르는 길은 아찔한 구비의 연속이다. 특히 머리 위로 올려다 보이던 바위절벽을 안쪽으로 뚫어 만든 터널을 통과할 때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천계산 산문에서 정상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절벽을 뚫어 만든 괘벽공로(掛壁公路)를 지나야 한다. 이 길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이 외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기계의 도움 없이 삽과 정, 곡괭이로 암벽을 뚫어 만든 동굴터널이다. 
괘벽터널 초입에는 주민들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과 동상들이 세워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재산을 팔아 장비를 사고 힘을 모아 괘벽공로를 완성했다고 하니 중국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괘벽공로를 달리는 중간에 조명과 통풍을 위해 제멋대로 뚫은 창밖을 내려다보면 절경의 풍경들이 하나 가득이다. 
하늘과 세상의 경계라고 하는 천계산. 괘벽공로를 지나면 천계산 정상부에 주차장이 나온다.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음식점, 한글로 쓰여진 간판과 컵라면, 이동막걸리에 파전, 비빔밥 등 마치 한국에 온 듯하다. 
천계산은 ‘북방의 계림’으로 불리는데 가는 곳마다 절경이어서 ‘백리화랑’이라는 별칭도 있다. 천계산 정상부에는 6.5km에 달하는 ‘운봉화랑’이라는 순환길이 있다. 산을 한바퀴 도는데 7개의 다양한 전망대가 있으며, 전동차나 트레킹으로만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암묵적인 허락 하에 자전거 라이딩도 가능하다. 
운봉화랑 순환길을 돌면서 만나는 7개의 전망대는 아슬아슬한 계단끝에 허공에 떠있어 준엄한 산세와 함께 아찔한 절벽과 기암괴석의 묘미를 본격적으로 맛보게 된다. 멀리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절벽과 절벽 사이를 다리로 건너거나 절벽 앞쪽으로 나가볼 수 있게 하는 등 천계산의 경관을 좀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해놓아 스릴 만점이다. 

석애구(錫崖溝)-외부와 단절된 무릉도원 
천계산 운봉화랑에서 4.8km 가면 석애구촌이다. 석애구는 왕망령 풍경구와 천계산 풍경구가 연결되는 곳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사방을 둘러싼 웅장한 산세,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모여 있다.  
석애구는 예전에 외부세계와 단절된 지역이어서 근친혼으로 인해 지적장애인이 많았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은 외부로 나가기 위해 수직암벽으로 이뤄진 좁은 협곡에 30년 동안 괘벽공로를 만들었는데, 이 사실이 중국 전역에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천계산 운봉화랑과 석애구 마을의 중간쯤에 있는 관문을 통과하면 좌측으로 홍암대협곡(紅岩大峽谷)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협곡의 길이는 7.5km이며, 폭은 넓은 곳은 200여m에서 좁은 곳은 10여m 가량으로 홍색의 사암벽으로 이뤄져 있다. 구련산 풍경구로 아스라이 흘러 내려가는 장엄한 폭포수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계곡물과 만나 넘실대며 굽이쳐 돌아나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석애구는 사면이 산봉우리로 둘러 싸여 있다. 동쪽의 마동령과 서쪽의 화산, 북쪽의 왕망령과 남쪽의 천계산 등으로 옛날부터 외부와 차단된 채 200여 가구 8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산과 물, 그리고 계곡의 절벽 위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마치 속세를 떠나 무릉도원에서 지내는 듯하다. 

왕망령(王莽領)-태항산 최고의 절경 
왕망령은 구련산, 팔리구, 천계산을 지나 석애구에서 올라가면 된다. 왕망령은 웅장하고 기이한 산세와 봉우리가 한데 집중되어 있어 중국의 명산 풍경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광대한 면적에 펼쳐진 1700m에 달하는 수직절벽과 굽이굽이 늘어선 기이한 능선과 봉우리 등으로 ‘남태항 최고봉,’ ‘태항지존,’ ‘무릉도원’ 같은 별칭으로 불리는, 태항산맥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왕망령 풍경구는 왕망령, 석애구, 곤산, 유수성 4개의 관광지로 이뤄져 있으며, 왕망령에는 50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있다. 일대를 아우르는 왕망령 풍경구는 중국 국가 4A급 관광지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가장 높은 곳은 1700m 정도이며, 낮은 봉우리도 800m를 훌쩍 넘어선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저 멀리 산봉우리는 짙은 운무에 갇혀있고 시야는 꽉 막혔다. 아무래도 왕망령의 멋진 풍광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으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석애구에서 7.5km를 가면 왕망령 산문이다. 
왕망령 산문에 도착하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운무 사이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번쯤 운무가  걷히기를 바랐건만 결국 몽환의 풍경을 보지 못하고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왕망령을 가득 채운 운무. 아쉬움과 허탈감이 가득한 채로 이별을 고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욕심을 부려 보지만, 하늘은 더 화가 났는지 더 많은 빗방울을 쏟아 낸다. 카메라는 가방 안에서 한참을 잠자고 있다. 
왕망령은 일출과 운해로 유명한 곳이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관일대. 일출을 보려면 당연히 꼭두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불행히도 날씨가 나쁘다. 
폭우와 안개, 그리고 쌀쌀한 기온에 일행은 차량을 빌려 점프하자고 은근 슬쩍 바라는 눈치다. 안개와 비가 걷히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일행 사이에 동요가 일자 빨리 다음코스로 이동한다. 일명 비나리길로 알려진 곤산괘벽공로(昆山掛壁公路)다. 이 괘벽공로를 통과하면 만선산 풍경구가 나온다. 

이 길을 손으로 뚫었단 말인가 
왕망령에서 만선산으로 이어지는 괘벽공로의 입구. 기상이 너무 나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여행사 가이드가 각서를 쓰니 통과시켜 준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비나리길’로 잘 알려진 괘벽터널은 절벽을 뚫어 만든 동굴 도로다. 
왕망령 마을 주민들이 30년간 순전히 삽과 곡괭이로만 이용해서 만든 터널이란다. 삼륜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눈앞의 절벽 중간에 뚫려있는 길을 통과하면서 이런 길을 망치와 정만으로 수십년간에 걸쳐 만들었다는 얘기를 그대로 믿어야할지, 우공이산의 고사가 생각난다. 마치 중국 무협지에 나올만한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돌을 밖으로 버리던 창(窓)들이 지금은 채광과 통풍, 훌륭한 전망대 역할까지 한다.
터널로 들어서자 자연창 밖에서는 자욱한 운무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온다. 좁은 터널 안은 짙은 안개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터널 창밖으로 짙은 안개와 가느다란 빗줄기가 비경을 빚고 있다. 
바위절벽을 뚫어 만든 좁은 길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모습에 일행은 많이 긴장하고 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흐렸지만, 고도가 낮아지면서 구름 속까지 뻗친 거대한 바위절벽 위의 봉우리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만선산(萬仙山)-1259m의 터널을 뚫은 끈기
괘벽공로를 지나 만선산 입구로 내려오자 맑은 하늘이 보이면서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만 명의 신선이 산다하여 이름 붙여진 만선산(萬仙山). 신선의 산이라 불릴 만큼 경치가 뛰어나 세계지질공원,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곽량촌을 비롯해, 일월성석, 흑룡담폭포, 단분구 등의 볼거리가 많다. 
우리가 여행한 8월의 만선산 풍경구는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몇 주째 파업을 하고 있단다. 때문에 풍경구는 출입이 통제되어 관광객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입장료도 안내고 몰래 들어온 격이다. 하지만 그 유명한 곽량촌을 못 가게 되는 불행이 기다릴 줄이야.  
만선산 풍경구는 크게 절벽장랑으로 유명한 곽량촌과 남평촌으로 나뉜다. 남평촌의 단분구로 가는 산길은 왕망령과 만선산을 잇는 괘벽공로처럼 시야는 그리 선명하지 않지만, 마치 신선들이 살고 있을 듯한 구름에 쌓인 신비로운 풍경이 범상치 않다. 
단분구(丹分構)로 들어가는 임도는 많은 풍광을 보여 준다. 높이 솟은 봉우리와 깎아지른 절벽으로 펼쳐지는 풍경들, 그리고 우리가 지나왔던 곤산의 괘벽공로 터널 창들이 아득히 보인다. 
단분구에서 남평촌으로 내려가는 비경의 산길을 지나면 곽량촌 가는 입구가 나온다. 그러나 파업으로 출입을 막고 있어 아쉬워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곽량촌은 아찔한 절벽에 뚫린 길이 1259m의 동굴도로 ‘절벽장랑’ 끝자락에 위치한 산촌마을로 40여편의 영화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절벽장랑은 곽량촌 사람 13명이 곡괭이와 망치만으로 5년만에 절벽을 뚫어 중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절벽위에 살던 곽량촌 주민들이 아래동네와 연결하는 길을 내고자 1972년 3월 9일을 시작으로 5년에 걸쳐 망치와 정으로만 굴을 뚫어 길을 낸 곳이다. 괘벽공로와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의 엄청난 끈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는 날마다 떠오르지만…
이번 이틀간의 천계산, 왕망령, 만선산 풍경구 여정은 불행히도 날씨가 매우 나빴다. 잔뜩 흐린 날씨와 짙은 운무로 인해, 또한 파업으로 인해 아름다운 풍경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다. 
해는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지만, 보고 싶다고 아무 때나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특히 산 위에서는 더욱 그렇다. 날씨 변화에 따라 구름이 끼거나 안개가 자욱해 태항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일부만 보거나 그마저도 아예 못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청명한 풍광을 기대하며 함께한 분들의 아쉬웠던 마음을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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