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읍내를 벗어나면 바로 청주다. 벌써 청주인가 싶지만 여기서 100리나 떨어진 대청호 중심부까지 포함될 정도로 청주는 엄청나게 넓다. 940에 달하는 면적은 서울의 1.5배이고 제주도의 절반을 넘는다. 인구도 85만으로 꾸준히 늘고 있고 충북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충청권에서는 대전(145)에 필적하는 대도시다. 오천길의 청주시 구간은 38km로 전체의 1/3을 넘어서 오천길을 대표하는 지역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금강과 합류하는 세종시 구간은 10km에 불과하다.

증평읍내를 벗어나면 바로 청주 땅이다. 자동차 겸용도로 표시(추학리)
증평읍내를 벗어나면 바로 청주 땅이다. 자동차 겸용도로 표시(추학리)

 

청주는 자전거 친화도시이기도 하다. 대청호까지 이어지는 무심천 자전거길을 중심으로 시내 전역에 자전거길이 나 있고 평지를 이룬 시가지는 이용자도 많다. 인근에는 산악지대가 인접해 있어 산악자전거 문화도 일찍부터 발전했다. 21년까지 서점에 깔린 월간 자전거생활이 거의 완판된 것만 보아도 청주의 자전거 열기를 알 수 있다.

청주관내의 자전거길 안내도. 자전거 정책에 전향적인 청주시의 의지가 읽힌다 
청주관내의 자전거길 안내도. 자전거 정책에 전향적인 청주시의 의지가 읽힌다 

 

증평~무심천

청주로 들어서자마 광야가 펼쳐진다. 모래재 저편의 첩첩산골을 지나온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대조되는 풍경이다. 둑길은 직선으로 뻗어나 아득히 소실점으로 모아들고 보강천 최후의 줄기는 물을 보태 곧게 흘러내린다.

 추학리-석성교 간은 공사차량이 많이 다녀 조심해야 한다
 추학리-석성교 간은 공사차량이 많이 다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둑길을 얼마 가지 않아 거대한 덤프트럭이 지축을 울리며 무섭게 질주한다. 좁은 둑길이고 덤프트럭의 위압감에 자전거는 길가로 벗어나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이하게도 논 한가운데 있는 골재채취장을 오가는 트럭들이다. 둑을 쌓기 전에는 범람원이던 곳이라 바닥에는 골재가 있는 모양이다. 둑길은 자동차 겸용도로여서 석성교까지 3km는 덤프트럭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공사차량 때문에 물을 뿌려 흙탕이 생겼다(용계리)
공사차량 때문에 물을 뿌려 흙탕이 생겼다(용계리)

 

석성교에서 보강천은 미호천에 합류하면서 물줄기는 다소 불어난다. 양안의 제방간 거리는 500m에 달해 대하의 규모지만 갈수기라 실제 물줄기는 50m 남짓이고 나머지는 갈대밭과 잡목 황야로 방치되어 있다.

국토종주길에서 처음 보는 자전거보험 안내판. 자전거 친화도시 청주답다 
국토종주길에서 처음 보는 자전거보험 안내판. 자전거 친화도시 청주답다 

 

미호천 둑길로 접어들면 청주시 자전거길과 함께 자전거보험 안내판이 함께 서 있다. 주민들을 위해 지자체 단위로 자전거보험에 가입한 곳은 많으나 이렇게 홍보 안내판을 세운 것은 처음 본다. 자전거에 대한 청주시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도중에서 만난 이정표는 방향이 돌아간 것이 여러 개이고, 중간 거점인 옥산은 거리가 5km나 오라가락이다.

넘어진 이정표(청주 여천리) 
넘어진 이정표(청주 여천리) 
옥산 방면 화살표가 엉뚱한 강쪽을 가리킨다 
옥산 방면 화살표가 엉뚱한 강쪽을 가리킨다 
방향이 틀어진 이정표가 적지 않다. 둑길 옆에는 소 축사가 많아 냄새도 난다  
방향이 틀어진 이정표가 적지 않다. 둑길 옆에는 소 축사가 많아 냄새도 난다  
도대체 옥산은 어디인가. 앞서 17km 이정표에서 4km나 왔는데 더 먼 18km라니
도대체 옥산은 어디인가. 앞서 17km 이정표에서 4km나 왔는데 더 먼 18km라니

 

오창에서 흘러온 성암천 합수점을 지나면 벚나무 가로수가 아득히 줄지은 둑길이다. 지금이야 휑하지만 봄이 오면 연두빛 물이 올랐다가 이윽고 화사한 벚꽃을 피워내 장대한 꽃길로 변신한다. 길 한편에만 가로수가 있어 강 조망이 내내 트이는 것도 마음에 든다.

벚나무 가로수길. 왼쪽 강 건너에는 청주국제공항이 있다
벚나무 가로수길. 왼쪽 강 건너에는 청주국제공항이 있다

 

이제 강 건너 저편으로 청주국제공항이 어렴풋하다. 청주공항에서 여객기는 드물게 봐도 전투기는 수시로 볼 수 있다. 대기를 찢는 폭음을 울리며 창공을 휘젓는 최신예 전투기들은 주민들에게는 불편한 소음이지만 나그네에게는 멋진 에어쇼다. 지구최강이라는 F-35가 여기에 있다는데 맨눈과 귀만으로는 어떤 기체인지 알 수가 없다.

증평 이정표는 엉뚱한 강쪽으로 꺾여 있고, 옥산은 18km에서 갑자기 12km로 줄었다. 이정표가 엉망이다
증평 이정표는 엉뚱한 강쪽으로 꺾여 있고, 옥산은 18km에서 갑자기 12km로 줄었다. 이정표가 엉망이다

 

이름이 특이한 팔결교를 건너 미호천 남안으로 넘어간다. 여전히 산은 멀찍이 물러나 있는 평야의 한가운데다. 기이하게도 이 들판 중간에 정북동토성이 있다. 한강변의 서울 풍납토성과 비슷한 입지이며 둘레 650m의 소규모 정사각형이 구조다. 지금이야 둑 안쪽에 있지만 옛날에는 범람원에 포함되어 홍수 시 유속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강을 향해 마름모꼴을 이루었다. 백제 초기의 성으로 인근의 거성인 상당산성과 당시 수도였던 풍납토성을 연결하는 중간기지로 추정된다.

바로 강변에 있는 정북동 토성. 삼국시대 유적으로 물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강을 향해 마름모꼴을 이룬다
바로 강변에 있는 정북동 토성. 삼국시대 유적으로 물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강을 향해 마름모꼴을 이룬다

 

정북동토성을 지나면 무심천 합수점이 금방이다. 무심천을 건너는 보도교 서편에 인증센터가 있다. 위치는 참 좋은데 내부관리는 부실해서 자전거 친화도시의 신뢰감을 폭락시킨다.

무심천 인증센터. 관리도 무심한 듯 
무심천 인증센터. 관리도 무심한 듯 
인증센터 내부의 참담한 모습 
인증센터 내부의 참담한 모습 
무심천 인증센터 앞의 복잡한 이정표. 그만큼 통행량이 많다 
무심천 인증센터 앞의 복잡한 이정표. 그만큼 통행량이 많다 

 

무심천 인증센터~조치원

무심천 합수점 둔치에는 대규모 파크골프장이 들어서있고 평일인데도 만원이다. 고령의 플레이어들이 신나는 표정으로 잔디밭을 누비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역시 게임의 힘이다.

무심천 인증센터 옆에 있는 청주파크골프장 
무심천 인증센터 옆에 있는 청주파크골프장 

 

둑 아래 둔치 길은 자전거도로와 보도가 구분되어 있다. 자전거도로는 노면이 거칠지만 보도는 반듯해서 보도로 다니는 자전거가 자주 보인다. 남안 자전거길은 석화리에서 끊어지므로 중부고속도로 남촌교를 지나면 나오는 보도교를 이용해 북안으로 건너가야 한다. 북안 둔치 길은 반듯하게 잘 나 있고 다소 지루할 정도로 변화가 없다. 지대가 낮고 갈대밭과 잡목숲 사이를 지나 조망도 제대로 트이지 않는다.

왼쪽 자전거길 노면이 나빠 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청주 신대동)
왼쪽 자전거길 노면이 나빠 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청주 신대동)

 

엉터리 이정표 때문에 도대체 어디 있는지 궁금했던 옥산은 옥산교를 지나칠 뿐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면서 보니 하행선에만 있는 옥산휴게소가 있는 바로 그곳이다(충주 옥산면 오산리).

옥산에서 얼마 가지 않으면 천안 방면에서 흘러온 병천천이 합류한다. 합수점 바로 옆으로 충북선 철교와 36번 국도 미호천교가 지나는데 일대는 대공사중이다. 기존 교량을 철거하고 새 교량을 건설하는데 공사기간이 무려 45개월로 244월 완공 예정이다. 공사장 구간은 노면이 거칠고 낙하물 우려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36번 국도 미호천교 일대는 장기간 공사중이다(24년4월까지)
36번 국도 미호천교 일대는 장기간 공사중이다(24년4월까지)
준설을 하지 않은 미호천은 둔치와 모래톱이 지나치게 발달했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준설을 하지 않은 미호천은 둔치와 모래톱이 지나치게 발달했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공사장을 지나면 이번에는 이중의 KTX 교량이 높직하다. 높은 것은 경부선, 낮은 것은 호남선으로 인근의 오송역여서 막 분기되는 순간이다. KTX 교량이 있는 곳은 양안이 700m나 될 정도로 넓고 광대한 둔치 모래톱이 발달해 있다. 미호천은 준설을 하지 않아 둔치가 방치되고 있는데 기껏 조성한 잔디밭은 너무나 넓지만 제대로 된 산책로도 없다.

텅 빈 둔치 잔디밭. 파크골프장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청주 황탄리)
텅 빈 둔치 잔디밭. 파크골프장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청주 황탄리)
말뚝이정표는 글씨가 떨어져나간 것이 많다
말뚝이정표는 글씨가 떨어져나간 것이 많다

 

노면 이정표에 나오는 작천보는 무심천 합수점에 있는 수중보로 존재감이 없어 혼란만 준다. 그냥 무심천이라고 하면 될 것을.

무슨 의미인지 헷갈리는 노면 이정표. 알려지지 않은 '작천보' 기준도 애매하다 
무슨 의미인지 헷갈리는 노면 이정표. 알려지지 않은 '작천보' 기준도 애매하다 

 

재래선 경부선 철교를 지나면 이윽고 세종시로 접어든다. 조치원에서 흘러드는 조천 합수점에는 대규모 연꽃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 초입에서 금강과 조치원 방면 길이 갈라지는데 금강 방면 표지판에는 합강으로 되어 있어 얼른 알아보기가 어렵다. ‘금강본류혹은 금강 합수점으로 표기하면 쉽게 알아볼텐데.

조치원 초입의 갈림길. 안내판이 부실해 알아보기 어렵다(왼쪽이 금강 방면)
조치원 초입의 갈림길. 안내판이 부실해 알아보기 어렵다(왼쪽이 금강 방면)

 

조치원~합강정

조천연꽃공원에서 미호천 서안으로 올라서면 휴지를 생산하는 쌍용C&B’ 공장을 따라 작은 구릉지를 지나게 된다(월하리). 괴산 이후 처음 만나는 짧은 산길인데 문제는 노폭이 좁고 차량이 함께 다닌다는 점이다. 자동차 기준으로 1.5차선 정도여서 커브에서는 절대 조심해야 한다.

조치원 남쪽 야산을 지나는 좁은 길. 마주오는 차량에 극히 조심해야 한다
조치원 남쪽 야산을 지나는 좁은 길. 마주오는 차량에 극히 조심해야 한다
오랫만에 살짝 고갯길도 있다(세종 월하리)
오랫만에 살짝 고갯길도 있다(세종 월하리)

 

구릉지를 지나면 다시 평야지대로 내려서서 한층 넓어진 미호천 둑길이 펼쳐진다. 자동차 겸용도로이기는 하나 둑길은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넓은 관목숲이 듬성듬성한 둔치의 황량함은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너른 둔치는 야구장 하나 외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시원한 둑길(월하리)
시원한 둑길(월하리)
작은 애완견도 자전거만 보면 거칠게 위협한다 
작은 애완견도 자전거만 보면 거칠게 위협한다 

 

봉암천 합수점을 지나면 잘 가꿔진 생태공원(조성습지공원)이 시작되는데 세종시가 멀지 않음을 말해준다. 공원 저편에는 예전에는 없던 멋진 다리(보롬교)가 생겼고 주변은 도시 기반공사가 한창이다. 보롬교 서편에 있던 해발 90m의 야산은 굴삭기에 거의 다 깎여나갔다. 허허벌판에서 불과 10여년 만에 인구 37만의 중견도시로 떠오른 세종시는 미국 사막지대에 생겨난 라스베이거스와 유사한, 기적의 인공도시다.

봉참천을 지나면 세종시가 지척이다 
봉참천을 지나면 세종시가 지척이다 

 

조성습지공원은 매우 넓고 산책로와 관찰데크, 인공섬 등이 있지만 아무도 없다. ‘공무원의 도시답게 넉넉한 재원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공간에서 여유와 격조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정표의 방향이 완전히 돌아가 있어 분위기를 망친다. 손으로 돌려 바로 잡았지만 강풍이 불면 또 돌아갈 것이다. 방향표시를 어떻게 이렇게 엉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맞은편이 청주 방향인데 화살표가 90도 이상 돌아갔다
맞은편이 청주 방향인데 화살표가 90도 이상 돌아갔다
손으로 돌려 바로 잡았으나 강풍이 불면 또 돌아갈 것이다. 이정표를 믿을 수 없다면 뭘 믿어야 하나  
손으로 돌려 바로 잡았으나 강풍이 불면 또 돌아갈 것이다. 이정표를 믿을 수 없다면 뭘 믿어야 하나  

 

이제 미호천은 노적산과 영적산 사이로 접어들며 금강과의 합수를 준비한다. 강 건너 노적산(154m) 아래 마치 페인트를 뿌린 듯 숲이 하얗게 변한 것은 백로의 배설물 때문이다

세종시 외곽의 조성습지공원 
세종시 외곽의 조성습지공원 
조성습지공원 옆에는 해발 90m의 야산이 깎여나가고 있다. 세종시의 확장세가 놀랍다  
조성습지공원 옆에는 해발 90m의 야산이 깎여나가고 있다. 세종시의 확장세가 놀랍다  

 

노적산을 지나 월산교 아래를 통과하면 넓은 둔치를 이룬 합강공원이다. 반가운 인증센터는 잉크가 말라 거의 찍히지 않지만 작동하는 펌프는 대견하다.

합강공원 인증센터. 왼쪽의 펌프는 잘 작동한다 
합강공원 인증센터. 왼쪽의 펌프는 잘 작동한다 
잉크가 말라 희미하게 찍힌다 
잉크가 말라 희미하게 찍힌다 

 

물줄기가 모이는 합수점은 언제나 풍경이 특별하고 묘하게 정서적이다. 충적토가 쌓인 넓은 둔치와 먼 길을 흘러온 물길의 만남은, 만남과 소식, 이별의 현장으로 감성을 건든다. 합강정에 오르니 신기루처럼 우뚝한 세종시 빌딩들 위로 황혼이 어리고 있다.

합강정에서 바라본 금강과 미호천 합수점. 멀리 세종시의 고층건물들이 황혼에 어리고 있다
합강정에서 바라본 금강과 미호천 합수점. 멀리 세종시의 고층건물들이 황혼에 어리고 있다

 

인증 스탬프 날인 상태. 행촌교차로와 무심천 외에는 모두 흐릿하다 

 

 

<평점>

항 목

평 점

특 이 사 항

노면상태

7

공사구간, 거친 노면 곳곳에 있음

안전시설

6

대형트럭 주의시설 전무, 틀린 이정표 등

화장실, 쉼터

6

화장실과 쉼터가 드물다

인증센터

6

지저분한 내부와 마른 잉크

문화시설

6

문암생태공원, 조성습지공원

숙박시설

7

조치원읍, 부강면소재지, 합강캠핑장

식당, 매점

6

조치원읍, 옥산면소재지, 부강면소재지

지선 노선

7

무심천자전거길, 조천자전거길, 세종시내 연결로

연계 관광

6

정북동토성, 조천연꽃공원

경관

7

미호천 벚꽃길, 합강공원

총 점

64

일목요연한 평야길, 노면과 인증센터 관리는 다소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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