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풍의 숲길 따라 피톤치드향 가득한 감성산행

춘천시 서쪽 북배산~계관산 일대에는 경관이 이채로운 임도가 잘 나 있다. 특히 국립채종원 일대는 낙엽송과 활엽수가 많아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치장한다. 경춘국도가 개설되기 전 서울~춘천 간 교통로이던 석파령 옛길을 넘어 북배산(867m) 정상 턱밑까지 돌아오는 깊고 향기로운 숲길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올 여름은 지독히도 길고 지루한 장마로 속을 썩였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자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많이 나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한여름의 짙은 녹음은 가을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울긋불긋 화장을 시작한다. 가을이면 온 산하는 화려한 단풍옷을 갈아입고 온갖 맵시를 자랑하게 된다.   
단풍(丹楓)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고, 새로 안토시안이 생성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식물의 종류마다 단풍 빛깔이 다른 것은 이 홍색소와 공존하고 있는 엽록소나 노란색·갈색의 색소 성분이 양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단풍에는 홍엽·황엽·갈엽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홍엽(紅葉)이다. 가을의 급랭하는 기온, 적당한 습기, 자외선의 양 등이 홍엽의 발현이나 그 미관을 크게 좌우한다. 
곧 단풍이 든다 
아름다운 단풍은 낙엽수종이 주로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단풍을 만드는 나무가 많아서 가을이 되면 글자 그대로 금수강산으로 변한다. 단풍은 단풍 자체로 아름다움을 다 하지 못한다. 초록의 늘푸른 상록수와 어우러져야 비로소 단풍의 진가가 발휘되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단풍은 산마루부터 시작해서 계곡으로 내려오고 북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이는 한랭한 기온 변화의 차례 때문이다. 해마다 단풍이 드는 시기에는 차이가 많으나 대체로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이 단풍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의 기세는 여전하지만 단풍철이면 유명한 산행지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법. 높고 맑은 가을 하늘, 그 아래 오색 찬연하고 한적한 곳에서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은 널려 있다. 선선해지는 가을바람과 함께 오색빛깔의 향연이 펼쳐지는 자연의 품으로 감성여행을 떠나보자. 

 

강촌역에서 출발, 석파령을 넘어 
장소는 춘천시 서면 일대에 위치한 북배산(867m)과 계관산(736m) 임도다. 이 코스는 당림리와 덕두원리 일대에 걸쳐 있는데, 흔히 ‘당림리 코스’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당림리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은 것 같다. 전체 순환코스에서 임도코스만 보면 당림리와 덕두원리가 각각 절반씩 차지하지만, 비중은 덕두원리가 조금 우세하다. 아무튼 정확한 표현은 북배산·계관산 임도가 맞는 표현이다.  
출발과 도착은 경춘선 강촌역이다. 북배산&계관산 임도는 체력소모가 많은 편으로 출발하기 전에 평소보다 식수와 행동식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 해발고도는 최저 90m, 최고 650m로 고도차가 560m나 되어 힘든 여정이다. 
강촌교를 건너 북한강 하류 방면의 자전거길을 달려 당림초등학교 가는 마을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춘천예현병원이 나온다. 당림리 임도는 이곳에서 시작되며, 이 길이 바로 석파령으로 넘어가는 옛길이다.  
춘천예현병원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 2.2km를 힘들게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 ‘봄내길 3코스-석파령너미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 삼거리는 덕두원리 마을을 통과해 국립 춘천채종원 임도를 다 돌아보고 원점회귀할 때 다시 거쳐야 한다. 
임도 삼거리에서 우측의 ‘석파령너미길(원두원)’ 방향으로 진입한다. 약 1km 올라가면 석파령 정상이다. 해발 315m의 석파령(席破嶺)은 삼악산과 계관산 능선을 넘어 당림리와 덕두원리를 잇는 고개로 산길이 워낙 험해 고관들도 말에서 내려 걸어 다녔다고 한다. 경춘국도가 뚫리기 전까지 춘천과 서울(한양)을 오가는 육로로서, 춘천으로 부임하고 이임하던 관리들이나 상인들이 이 고갯길을 이용했다. 조선시대 춘천부사가 부임하고 이임할 때, 이 고개 정상에서 교구식(인수인계)을 치렀는데, 관인이 자리(돗자리)를 하나만 가지고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양쪽을 베어 하나씩 나누어 앉은 까닭에 이러한 지명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부임자는 이렇게 험한 곳에서 어떻게 살까를 걱정하고, 이임자는 정들었던 임지를 떠나는 섭섭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는 신·구 부사간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도트미’ 
석파령 양쪽에는 ‘안보리’와 ‘덕두원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는 과거에 공공시설인 안보역(安保驛)과 관영 여관인 덕두원(德斗院)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이 길이 춘천과 외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였음을 말해 준다.  
석파령은 춘천 봄내길 3코스로 ‘석파령너미길’이란 명칭이 붙었다. 코스는 당림초등학교-석파령-덕두원(명원길)-수레너미고개-신숭겸묘역까지로 총거리 18.7km이다. 이 코스는 임도를 따라서 걷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어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산악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도 간혹 만날 수 있다.  
석파령 고갯마루에서 덕두원리 방면으로 약 5km 가면 덕두원1리 마을회관이 있는 덕원교를 만난다. 이곳에서 덕두원천이 흐르는 상류방향으로 4.9km 거슬러 올라가면 덕두원2리 버스 종점이 나오는데, 자연발생 지명이 ‘고도트미’다. ‘잔돌이 많은 땅’이라는 순수 우리말이다. 산의 나무를 키우고 지키다 떨어진 자그마한 돌이 많은 지역이란 뜻으로 이곳에 산림청 산하의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춘천지소에서 관리하는 채종원이 있다. 채종원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나무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산림청 산하의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가 관리하는 채종원은 충주(수안보)·강릉(왕산면)·태안(안면도)과 이곳 춘천까지 4곳 있다. 

북배산과 계관산 사이 
채종원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임도를 ‘고도트미 숲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잎갈나무(이깔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의 다양한 수종들이 식재되어 있다. 잎이 가늘고 길어서 ‘잎갈나무’이지만, 이깔나무라고도 부른다.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은 사계절 푸른 침엽수지만 잎갈나무는 가을이 되면 붉고 노란 색깔을 띤다. 그래서 낙엽이 지는 침엽수란 의미로 ‘낙엽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잎갈나무는 1960~70년대에 정책적으로 많이 심었다. 빨리 자란 탓에 목재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줄기가 곧게 자라 과거에는 전봇대나 철도목,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이깔나무 숲은 황금빛으로 곱게 물드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일본잎갈나무가 한 줄기로 곧게 쭉 뻗어 올라간 모양새라면, 토종 이깔나무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것 같다. 중심이 되는 본 가지가 어느 것인지 모를 만큼 마치 삼지창 같기도 하고, 두 팔을 벌린 사람 모습 같기도 하다. 
북배산과 계관산 자락에 자리한 채종원의 숲길은 낙엽송과 나무들이 많아 늦가을이 되면 임도는 온통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비단길이 된다. 
북배산과 계관산은 한북정맥에서 분기한 화악지맥에 속하는 산으로, 가평군 북면과 춘천시 서면의 경계를 이룬다. 북쪽으로 뻗은 능선은 가덕산(858m)과 몽덕산(690m)을 지나 화악산(1468m)에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계관산에서 삼악산(656m)으로 이어져 끝을 맺고, 또 한 줄기는 가평읍 읍내리에 있는 보납산(330m)에서 갈무리된다. 
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을 연결하는 주능선은 앞 글자를 따서 ‘몽가북계’라 불리며, 능선을 따라  방화선이 조성된 색다른 경관으로 산행코스로 알려져 있다. 

 

이국풍의 ‘채종원 임도’
채종원 관리동에서 임도를 따라 전망대까지 힘들게 올라가는 2.2km 구간은 잣나무와 전나무로 울창한 숲길이다. 전나무 숲길의 마지막 헤어핀 구간을 통과하면 왼쪽으로 넓은 공터에 채종원전망대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채종원이 수종별로 관리하는 현황판을 상세히 볼 수 있으며, 북배산이 원천인 덕두원천의 골짜기를 따라 덕두원리의 마을을 굽어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도 오르막길은 계속 되는데, 0.9km 지점에 폐허가 되다시피 한 막사와 쉼터가 나오는 갈림길이 있다. 이 지점도 잘 기억해 두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앞으로 북배산 바로 밑자락 순환임도를 돌아 나와 다시 이곳을 거쳐 왼쪽의 임도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막사가 있는 쉼터부터는 노랗게 물든 낙엽송과에 속하는 잎갈나무 시험림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직진 방향으로 0.7km 가면 또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 지점에서 시계방향으로 돌거나 반시계방향으로 돌아나와 다시 이 지점에 이르게 된다. 순환코스는 10km가 좀 안 되지만 북배산 정상과 가장 가까이 접근한다.  
북배산 최북단 순환구간을 돌아 나와 다시 막사가 있는 쉼터 갈림길에서 우측의 임도로 진입한다. 이곳에서 앞서 지나왔던 석파령 임도 삼거리까지는 12.8km로 북배산-계관산-석파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좌우로 개설된 임도를 달리게 된다. 

낙엽송과 활엽수가 가득 
초반 쉼터 삼거리에서 부터 2.8km 지점의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구간은 채종원이 관리하는 시험림 지역으로 포근한 낙엽송과 활엽수가 펼쳐진 채종원의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산쪽을 바라보면 계관산 정상으로 일정한 폭의 방화선이 능선을 따라 북배산까지 연결되어 있다. 채종원에서 관리하는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개설된 모양이다. 
아무튼 채종원 숲길은 산악자전거와 등산, 걷기 동호인들에게 이국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산림자원 육성을 목적으로 엄격하게 보호되는 곳이므로 임도 밖으로 벗어나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해야 한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행정구역상 덕두원리에서 당림리의 경계로 채종원 구역을 벗어나게 되고 임도는 계속 이어진다. 가도 가도 끝없는 임도는 마치 리아스식 해안처럼 심하게 굽이쳐 돌아나간다. 차츰 임도가 지루하게 느껴지면서 체력도 많이 고갈되어 한계점에 도달한다. 
어느덧 임도 차단기가 나타나면 앞서 지나갔던 석파령 임도삼거리에 도달한다. 이 지점에서 석파령 방향으로 200m 가서 우측 갈림길로 진입하면 당림2리로 내려가고, 이어 북한강 자전거길을 만나 강촌교를 건너면 출발지인 강촌역에 도착하게 된다. 
‘고도트미 숲길’로도 알려진 ‘국립 춘천 채종원’ 숲길은 남다른 매력이 있다. 피톤치드를 듬뿍 뿜어내는 힐링코스로 산 전체가 거대한 조림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상쾌하고 기분 좋은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올 가을 단풍라이딩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파로 북적대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인적이 드물고 한산한, 그리고 수도권에서 가까운 북배산과 계관산 임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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