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종성(자유기고가)

지난호의 열에 이어 액체, 특히 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대략 1.36 x 10²¹ 리터(136경톤)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 약 97퍼센트는 바다 물이며, 만년설이나 빙하로 약 1.8퍼센트, 지하수 약 0.9퍼센트, 호수, , 내륙에 있는 바다(대양과 직접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바다)에 약 0.02퍼센트, 대기 중 구름이나 수증기로 약 0.001퍼센트가 존재한다(교육부 공식블로그).

태양계에선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가 물을 가장 많이 갖고 있으며, 그 양은 지구의 26.5배라고 한다. 지구는 태양계 내에서 물을 5번째로 많이 가진 천체이며, 액체 상태의 물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그게 믿기려면 지구에서 차지하는 물의 크기를 아래 사진으로 가늠해보자.

지구상의 모든 물을 모은 그림. 생각보다 양이 적다(동아사이언스) 
지구상의 모든 물을 모은 그림. 생각보다 양이 적다(동아사이언스) 

우리가 지구표면에 사니까 물이 많아 보이는 것이지 부피로 따지면 지구가 품고 있는 물 또한 희소자원이라고 봐야 한다. 빙하를 빼면 담수가 얼마나 적은지 짐작 될 것이다.

지구상 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를 위에서 보면 검정색이다. 옆에서 보니 청색인 것이다. 하늘도 대기권을 벗어나면 검정색이다. 그만큼 인류는 어두운 면을 안 보고 살도록 배려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중국 싼쌰댐. 저수량이 엄청나다지만 바이칼 호의 0.16%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의 중국 싼쌰댐. 저수량이 엄청나다지만 바이칼 호의 0.16%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호수나 댐의 물 양을 비교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중공의 대만 침공에 대응한 대만의 싼샤댐 공격에 있어서 그 위력이나 피해가 상당히 과장된 것 같아서 싼샤댐을 예로 들어본다. 가장 큰 댐인 싼샤댐의 저수용량 390억 톤은 39km³로서 39,000km²(남한면적의 39%)1m 깊이로 담을 물의 양이다. 남한면적 전체를 덮는다면 겨우 39cm 깊이다.

이를 세계에서 물이 가장 많은 담수호인 바이칼 호와 면적이 가장 큰 담수호인 슈피리어 호에 비교하면, 생각보다 싼샤댐이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바이칼 호는 면적 31,722km²에 담수용량 23,620km³(평균수심 744m, 지구상 담수의 20%)인데, 싼샤댐 물은 바이칼 호 담수용량의 겨우 0.16%에 불과하며, 싼샤댐의 물을 바이칼 호에 부으면 수위를 겨우 1.2m 높일 수 있다(수면보다 높은 곳에서 육지로 퍼지는 부분이 없는 것으로 가정).

슈피리어 호는 면적 82,103km²에 담수용량 12,100km³(평균수심 147m, 지구상 담수의 10%)이며, 싼샤댐의 물은 슈피리어 호 담수용량의 겨우 0.32%에 불과하고 싼샤댐 물을 슈피리어 호에 부으면 겨우 45cm 높일 수 있다.

흐르는 강물의 양에 시간을 곱하면 강물은 엄청난 양이 되지만, 정태 시점의 수량 자체는 강물이 호수에 비하여 훨씬 적게 보인다. 그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아마존보다 지구상에서 비가 가장 적게 내리는 남극대륙이 담수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수재의연금이 잊혀지다

예전 대통령의 취임초기 불도저식 추진 어쩌고 식의 호들갑을 떨었던 한반도 대운하소동이 났을 때 필자는 별스런 공감을 못 느꼈다. 아니 오히려 반감을 느꼈을 정도다. 지형이 복잡한 한반도인지라 유역이 다른 하천을 연결하는 운하라면 갑문식일 텐데, 그런 방식으로 갈수기 때 상류지역 간 선박운행을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이며, 수량부족에 따른 통과비용 문제도 그렇고 그 정도 가지고 과연 고속도로나 열차를 보완할 정도가 될까 하는 불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라고 하니까 상당히 공감을 느꼈다. 그 이유는 이렇다.

4대강의 특징은 워니 뭐니 해도 하상준설과 보의 건설이다. 4대강 사업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물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댐(Dam)만 생각했지 보()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준설하고 보를 설치하면 당연히 수심은 깊어지므로 홍수 때 물을 많이 저장할 수 있어 범람에 따른 침수를 막아주며, 가뭄 때는 저장된 물이 많아 용수난을 덜어준다. 그 때문에 일단 그 이전까지 수십 년간 겨울의 불우이웃돕기성금과 지긋지긋하게 쌍벽을 이루던 여름의 수재의연금이 없어졌다.

 

수심이 수질을 좌우한다

그리고, 수질이 좋아졌다.

시골(혹은 고궁)의 연못 물 위에 버려진 아이들이 먹다 버린 과자봉지 같은 쓰레기를 본 적이 있는가?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이보다 깊은 호수나 저수지의 쓰레기를 본 적이 있는가? 당장 큰 호수·저수지나 바닷가의 쓰레기들이 물 가운데 있는지, 가장자리에 있는지 확인해보라. 대부분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왜 그럴까?

얕은 물의 쓰레기는 가장자리로 모이지 않고 원래 자리에 떠 있다 
얕은 물의 쓰레기는 가장자리로 모이지 않고 원래 자리에 떠 있다 

깊이가 얕은 연못 가운데 버려진 비닐봉지는 그 자리에 떠있지만, 물이 깊은 저수지에 버려진 비닐봉지는 저수지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는 이런 현상은 물이 깊어지면 대류가 일어나 가운데에서 용승류가 생겨서 쓰레기가 물가로 밀려나는 것이다. 누구 말로는 수심이 4m가 넘으면 그런 현상이 생긴다는데, 아마 미세한 지열이나 태양열이 원인인 듯싶다.

수심이 깊은 저수지(상)와 바다 쓰레기(아래)는 대류로 인해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수심이 깊은 저수지(상)와 바다 쓰레기(아래)는 대류로 인해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연못물이 썩는 첫째 이유는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대류가 없어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쌓으면 일단 충분한 깊이에 따른 대류로 인하여 쓰레기가 강변으로 밀려나 치우기 쉽게 됨은 물론이요, 대기 중의 산소가 물에 녹아 용존산소함유량이 많아지니 당연히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이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같은 오염수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게 수질개선 아닌가?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다지만, 그 물이 깊으면 잘 썩지 않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하상 준설과 보의 건설로 용수난과 수질을 개선시킨 4대강 사업은 잘한 게 맞다.

준설을 통해 깨끗해진 낙동강(사진=조용연) 
준설을 통해 깨끗해진 낙동강(사진=조용연) 

하지만, 4대강을 두고 환경파괴 어쩌고 하는 비판도 있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논리라면 사막을 녹화하는 것도 환경파괴인지 물어볼 일이다. 또한 4대강 사업 안 하더라도 사람이 산다는 것 자체가 환경파괴다. 그렇게 환경을 보존하고 싶으면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을 없애버려야 한단 말인가? 그저 물과 녹색의 적정한 인간적합형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 정도만 생각하고 싶다.

 

물귀신이 많아졌다

이러한 대류의 원리는 수질측면에선 아주 좋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영하는 사람에겐 공포스런 존재가 된다. 수영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고 물의 깊은 곳으로 끌고 가는 물귀신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류작용 때문에 수면의 물은 육지 쪽으로 흐르고 수면 하에서는 물의 가운데 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흐르는데, 그렇게 수면 하로 되돌아가는 물이 발목을 스치면 이게 바로 물귀신이다. 물귀신이 있다는 것은 물이 충분히 깊어 위험하다는 뜻도 있지만, 깊은 만큼 물이 맑다는 뜻도 있다.

세상에 다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처럼 물귀신으로 인한 익사사고가 그리 많지 않은 점에서 홍수예방·수량보존·수질개선 측면에서 하상준설과 보의 설치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본다. 비록 전력을 생산하지 않지만, 담수와 산소 측면에선 보의 가치는 댐보다 나은 것으로 본다.

대류작용 때문에 수면 아래에서는 물의 가운데 쪽으로 흘러 발을 잡아당기는 '물귀신'처럼 느껴진다 
대류작용 때문에 수면 아래에서는 물의 가운데 쪽으로 흘러 발을 잡아당기는 '물귀신'처럼 느껴진다 

재미난 예로 지브롤터해협을 아주 큰 물귀신의 예로 들 수 있다. 해당 해협의 상층부는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즉, 서에서 동으로 흐르지만, 심층에선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즉, 동에서 서로 흐른다고 한다. 익사사고와 무관한 깊이지만, 물귀신에 갖다 붙여도 될 듯싶다.

 

또 다른 물의 살균형태?

화학적으로 살균한 물은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사용하는 물은 물리적으로 정화·살균 되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대류에 따른 용존산소의 증가를 통한 수질개선을 얘기했지만, 그 외에도 많다. 증발시키거나 냉각(찬물에는 상온의 세균이 적다)시키는 온도에 의한 방법, 염분의 삼투압에 의한 방법, 그리고 압력(수압)의 차이에 의한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는데, 다음 호에서는 가장 물리적인 수압에 의한 살균정화에 대하여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필자 김종성(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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