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의 e-바이크에세이

유로바이크의 추억, 그러나 
지상 최대 박람회가 추억 속에만 남지 않기를…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적인 바이크쇼가 모두 취소되었다. 신제품과 신기술을 발표하고 바이어와 매니아들이 붐비던 축제의 장이 막힌 것이다. 대신 자전거가 새롭게 각광받으면서 세계적으로 공급부족의 몸살도 앓고 있다. 그동안 필자가 다녀온 유로바이크를 추억하며 지면에 다루지 못한 자전거와 유럽인들이 자전거를 바라보는 여유로운 표정을 소개한다

 

코로나로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전 세계 자전거산업에도 변화가 있었다. 2020년 타이베이사이클쇼, 상하이바이크쇼에 이어 9월 초 독일 유로바이크와 미국 인터바이크까지 세계 4대 바이크 쇼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필자가 2014년부터 6년 동안 연속으로 다녀온 유로바이크 주최측에서 제29회 유로바이크는 11월 20일 개최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제29회 유로바이크는 열리지 못할 것 같다.

필자만의 유로바이크 찾아가기 
유로바이크가 열리는 프리드리히스하펜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남단으로, 보덴호수를 사이에 두고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인접해 있다.
유로바이크는 6번 연속으로 다녀왔지만, 모두 가는 방법이 달랐다. 가장 저렴한 유럽행 비행기로 유럽의 도시에 도착해서 육로로 가는 것이 제일 비용이 덜 들었다. 때로는 스위스 친구가 공항으로 픽업을 나와 차로 같이 가기도 하고, 해마다 목적지는 같아도 가는 방법이 달라서 스마트폰에 의지해서 혼자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비행선으로 시작된 운송산업의 본고장 
프리드리히스하펜 하면 떠오르는 것이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비행선이다. 중단되었던 비행선 산업이 2001년 부활했다. 상업 비행선회사 DZR은 프리드리히스하펜 공항을 기점으로 2012년에는 12개 도시 노선을 운행했고 지금도 유로바이크 행사장인 공항에서 관광객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다. 
필자는 한 번도 타보지 못했지만, 꼭 한번 타보려는 마음은 가지고 있다. 보덴호수 위로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하늘을 거쳐서 돌아오는 30분 관광 코스는 1인당 30만 원 정도다. 20세기 초 비행선 산업의 발달로 비행선을 만들었던 프리드리히스하펜은 호황기를 누렸다. 비행선 산업이 중단된 뒤에도 항공기, 트랜스미션, 엔진 제조업체들의 본거지가 되었고, 이것이 토대가 되어 프리드리히스하펜 공항과 연결된 대규모 행사장에서 항공기술, 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튜닝, 수상스포츠, 아웃도어 등 정기적인 국제박람회(유로바이크)가 개최되어 도시의 경제를 이끌어왔다.

유로바이크가 세계 최대 바이크가 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  ‌자전거가 발명된 이후부터 오랜 기간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유럽의 중심부 독일에서 열린다. 실제로 독일은 자전거 브랜드가 많고 전세계 e바이크 등 자전거 부품 산업의 중심에 있다.
●  ‌고급자전거의 각축장이 유럽 시장이고 실제로 유럽에 고급브랜드 회사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전 세계 메이저급은 물론 작은 자전거 회사들도 신제품을 가장 먼저 유로바이크에서 선보이고 있어 자전거 관련 회사와 전 세계 바이어들이 유로바이크에 집중한다.
●  ‌넓고 다양한 대규모 실내외 전시공간과 만남과 휴식을 위한 배려, 길고 다양한 여러 가지 시승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갈 곳 잃은 2000개 업체 
유로바이크는 세계 최고의 바이크쇼로 매년 2000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했고 기존 참여업체에 부스의 우선권을 주고 있어 신규업체는 좋은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다. 올해 같은 상황에서 눈 내리는 겨울에 과연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하고 얼마나 많은 바이어가 참관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유럽에서 하루 수만 명의 코로나 감염자가 나오고, 입국해서 14일간 격리당하고 돌아와서 또 14일 격리되어야 한다면 2020년 제29회 유로바이크는 열리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제대로 열리기만 한다면 이미 부스 비용까지 지불한 상태여서 참가하겠지만, 전시회 한 달 전에 전시할 e바이크를 미리 독일로 보내야 하기에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타이베이쇼에 전시용 자전거를 화물로 보냈다가 전시회가 취소되어 전시용 자전거의 왕복 운임만 날린 회사들이 많이 있다. 다행히 필자의 회사는 혹시나 해서 최대한 선적을 늦추는 바람에 선적 전에 타이베이쇼 취소 통보를 받았다.

 

자유분방한 분위기 
매년 초가을에 열리는 유로바이크는 전 세계 메이저급 자전거 회사들이 신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관계자와 마니아들의 모임 장소가 되어왔다. 매년 새로운 제품들이 소개되고 발명가들의 제품이나 스타트 기업들의 제품도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 정식 전시되지만, 발명가가 자기가 만든 자전거를 타고 유로바이크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바이어를 만나고 다녀도 주최측에서는 단속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기가 개발한 자전거를 타고 바이어들의 눈에 띄게 열심히 타고만 다녀도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워낙 넓은 공간이라 까다롭게 단속하거나 재제하는 경우는 없었고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듯했다.
유로바이크 전시장은 실내를 휠체어나 자전거는 물론 e바이크를 타고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필자의 경우 매일 10~20km를 걸어 다니게 된다. 유모차나 휠체어는 물론 특이한 탈것을 타거나 심지어 대형견을 데리고도 관람이 가능하다.
자신의 개발품을 타고 다니거나 무겁게 들고 다니며 홍보하는 국내회사 제품도 보았다. 작은 회사는 부스 번호를 적어서 능동적으로 바이어의 눈에 띄게 홍보할 수 있어 제품의 노출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암울한 2020년은 전 세계 바이크쇼가 한 건도 열리지 못했다. 2021년 신제품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나마 자전거산업이 코로나 19로 인해서 오히려 활성화되고는 있다. 제품의 판로에는 지장이 없지만, 정보를 얻고 실물을 보고 싶어 하는 매니아나 바이어들에게는 답답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9월에는 제29회 유로바이크가 제대로 열려 모두 모여서 그간의 회포를 풀고, 더는 유로바이크가 추억 속에 바이크쇼가 되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하루 20km 걷고 사진 1000장 찍어 
전시가 끝난 시간에는 각 부스에서 고객들과 직원들이 1년 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맥주 한 병 나눠 마시는 분위기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관람 시간 끝났다고 나가라는 시끄러운 방송도 당연히 없다. 관심 있는 부스에 가서 공짜 맥주를 같이 마시며 자전거 이야기로 즐겁게 지낼 수 있다. 각 부스에 마련된 커피나 샌드위치, 과일은 관람객을 위해 무료로 제공된다. 눈치껏 다니면 점심시간을 아껴가며 더 많이 구경할 수 있다.
4일간 2000개의 부스를 꼼꼼히 보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하루 평균 1000장, 돌아와서 정리하면 총 4000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 와서 나중에 점검해보면 자전거를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미소 띤 표정들이 정겹다. 못 보고 지나친 특별한 제품들을 사진으로 찾아내기도 한다. 다음 해에 해당 부스를 찾아가면 다시 만날 확률이 70%가 넘는다.
전시 기간에 각종 이벤트 행사와 자전거 쇼, 스타들의 사인회, 신제품 발표회, 선물을 나눠주는 각종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 중인 많은 라이더가 유로바이크 기간에 맞춰서 방문하기도 하고, 유로바이크를 마치고 나서 자동차나 자전거로 유럽 여행을 하기도 한다. 필자도 지난해 유로바이크를 마치고 스위스 친구의 차로 2시간반 거리에 있는 헤르만헤세 박물관을 방문해 ‘버킷리스트’ 한 가지를 해결했다.

재조명되는 자전거
코로나 팬데믹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돈을 주고도 자전거를 살 수 없어 자전거를 훔쳐서 타는 안타까운 일들이 뉴스로 전해진다. 평일 자전거 이용률이 2배 이상 늘어나고 주말에는 4배가 늘어난 프랑스 파리는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자전거전용도로를 늘려 자전거와 e바이크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는 일상의 많은 일들을 자제해야 할 상황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자전거 타기만큼은 운동과 교통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00년 자전거 역사 중에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아진 시점이다. 특히 대중교통보다 더 안전한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e바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많은 나라가 이동수단으로 재조명되는 e바이크 활성화를 위해서 지원금을 내걸고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도 내려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e바이크 포함)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돈으로 사지 못하면 훔쳐서 타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의 엉뚱한 부수효과 
그런데…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도 있다. 매년 눈이 시리게 푸르른 유럽의 그 찬란한 가을하늘이 부러웠는데 그 아름다운 하늘이 우리나라에도 와 있다. ‘미세먼지 나쁨’으로 자전거 출근을 포기해야 했던 날이 없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자전거와 자전거(e바이크 포함) 타기가 조명 받는 한 해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과 매스컴에서도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처박아 두었던 자전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전거 업계는 창고에서 먼지가 쌓인 오래된 재고 모델까지 다 팔았다. 전 세계가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e바이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모든 자전거가 수요는 넘쳐나고 판매할 물건이 공급되지 않아서 손 놓고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환경보다는 편안함만 추구하지 않았는지 자전거를 타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다. 지금이 자전거(e바이크)를 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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