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아름다운 자주 달빛 섬

자주빛 달을 뜻하는 ‘자월(紫月)’이란 이름부터 매혹적인 섬. 배가 닿는 곳도 달바위선착장이다. 동서 6km의 작은 섬에 장골해변, 큰말해변, 어류골해변, 하늬포해변 등 절경의 백사장이 즐비하고 산에는 조망 좋은 임도가 잘 나 있다. 독바위, 목섬, 마바위, 목통도, 안목섬처럼 자월도에 딸린 무인도와 암초는 온갖 전설을 품고 있다
글·사진 이윤기 이사   협찬 첼로스포츠
코스   달바위선착장 ~ 목섬 ~ 장골해변 ~ 국사봉 ~ 가늠골 ~ 진모래해변 ~ 별난금해변 ~ 다섯물해변 ~ 큰말해변
거리   약 25km

자월도는 옹진군 자월면의 주도(主島)로 덕적도와 영흥도 사이에 있으며, 인천에서 서남쪽으로 35km 거리에 있다. 면적은 7.26㎢이고, 해안선 길이는 20.4km이며 동서로 6km 가량 되는 길쭉한 모양이다. 주변에는 승봉도·소이작도·대이작도 등이 있다.
국내의 섬에는 저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옛이야기들이 있듯이 자월도도 그러하다. 자월(紫月)이란 지명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줏빛 달’인데, 전해오는 유래는 다음과 같다. 
자월도는 예로부터 토지가 비옥할 뿐 아니라 전답이 많았다. 옛날 조정의 세무를 담당하던 관리가 이곳에 세금을 거두러 왔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 했으나 거센 바람이 며칠 동안 불어 돌아가지 못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고향 땅을 바라보니 검붉은 달이 희미하게 보여 붉은 자(紫)와 달 월(月) 자를 써서 자월(紫月)이라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 관리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육지를 보았겠지만 자월도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달처럼 둥실 들뜬다. 

자월도의 관문, 달바위선착장
제일 먼저 발을 딛게 되는 곳도 달바위선착장으로 두 개의 초승달을 형상화한 선착장 입구가 들뜬 여행자를 반겨 준다. 붉은 초승달 모양의 아치문에는 ‘자주 달빛 환상의 섬, 자월도’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초입에는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어부상이 세워져 있다. 
선착장에 내리면 안내판 뒤로 보이는 바위가 달바위로, 선착장 이름은 여기서 따왔다. 이 바위는 옛날부터 배가 닿을 수 있는 바위라 하여 ‘다을바위’라 부르던 것이 달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70년대 중반 여객선 선착장이 축조되면서 매표소와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바위 일부를 발파 제거함으로써 원래의 모습을 잃었지만 아직도 달바위의 풍미를 느낄 수는 있다. 

하늬포 목섬 전망대 가는 길
달바위선착장에서 자월동로 26번길을 따라 해안로를 달리다 보면, 해안로는 끝이 나고 요골에서 분모골로 가는 숨겨진 해안 숲길이 나온다. 인적 없는 아기자기한 숲길은 고요함이 가득한 숲속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그리 길지 않은 숲길의 끝에 이르면 자갈로 펼쳐진 분모골에 닿는다. 
분모골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우측으로 임도가 나타나는데, 이 임도는 자월도 동쪽 끝으로 가는 길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조만간 어류골 순환임도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어류골해변과 하늬포해변 사이로 목섬이 바라보인다. 물고기가 많이 노닌다는 뜻의 어류골과 하늬바람이 많이 불어 이름 붙여진 하늬깨 마을이 목섬을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있다. 
목섬으로 가는 오르막길 주변에는 바람에 대나무 잎이 서로 부벼대며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전망쉼터가 있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온갖 가을꽃들이 만발해 있다. 꽃과 어우러진 탁 트인 바다 조망이 좋아 막힌 가슴이 뻥 뚫린다. 
철제구조물과 목제데크로 만든 구름다리를 건너면 목섬을 만날 수 있다. 큰목섬과 작은목섬이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 작은 목섬에 도착하면 소나무에 둘러싸인 벤치 하나가 있는데, 소나무 가지들이 시야를 막아 바다 전망이 그 좋지 않은 게 흠이다. 차라리 구름다리 위에서 보는 해변의 풍광이 더 아름답다. 
하늬포해변에는 자갈과 갯벌이 펼쳐져 있고 마을 주민들은 부지런히 호미질로 조개를 캐고 있다. 목섬의 아름다운 풍경은 하늬포해변과 구봉산 임도에서 바라봐야 제멋이다. 

 

자월도의 명품 해변, 장골해변과 큰말해변
달맞이선착장에서 면사무소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남쪽 바닷가에 길이 700m, 폭 400m의 아담한 반달 모양의 장골해변을 만난다. 장골해변은 자월도를 대표하는 명소로 가장 큰 특징은 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드넓은 갯벌이다. 이곳에서는 조개, 낙지, 게 등을 직접 잡을 수 있으며, 늦은 밤 썰물 시기에는 해루질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야영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해변은 완만한 경사와 고운 모래 그리고 해변을 감싸듯 병풍처럼 조성된 해송 숲으로 야영하기에 적당하다. 해송숲 도로변에는 민박과 펜션도 있다.
소나무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어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가릴 수 있고, 고운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은 경사가 완만해 썰물이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와 밀물 때의 해변 폭은 300m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출발 전에 물때표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장골해변 오른편에 있는 독바위는 작은 외딴섬으로 썰물 때면 건너갈 수 있는 길이 드러나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독바위는 물이 휘어 도는 모양이 독과 같아 그리 부른다고 한다. 바위섬 끝에 홀로 떨어져 있는 모양새가 독을 닮았다는 이도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대이작도와 소이작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장골해변에서 서쪽으로 1km 가면 작고 아담한 큰말해변이 있다. 모래가 곱고 물이 깨끗해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마을 형성된 큰말에 자리한 큰말해변은 잔잔한 파도와 곱고 깨끗한 모래사장이 인상적이며, 역시 물이 빠지면 드넓은 갯벌에서 바지락, 낙지, 소라 등을 잡을 수 있다. 해변 뒤에 있는 마을에는 면사무소, 농협, 자월초등학교, 파출소, 보건소 등 행정 시설이 모여 있다.

 

봄이면 환상적인 벚꽃길로 변하는 자월임도
자월도는 국사봉의 정기를 받아 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 각 마을은 훼손되지 않은 천혜의 관광자원과 때 묻지 않은 후한 인심이 함께 어우려져 있다. 
자월도의 최고봉인 국사봉(國思峰, 166m)은 장골해변과 큰말해변에서 오를 수 있다. 국사봉 주위로 2.2km의 임도가 개설되어 있으며, 임도 양옆으로 수령 30년 된 벚나무가 자라고 있어 봄이면 벚꽃이 활짝 핀 환상적인 길로 변신한다. 
국사봉은 나라에 국상이 생겼을 때 관리와 백성들이 이 산에 올라 왕도를 바라보며 국운을 기원하던 곳으로 글자 그대로 ‘나라를 생각하는 산’이다. 자월도로 귀양 온 선비들이 국사봉 정상에 올라 왕이 있는 방향을 향해 자신의 억울함이 풀려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인천항과 대부도, 덕적도 등 주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국사봉 임도를 돌아나와 임도 삼거리로 내려오면 죄측은 자월면사무소로 가고, 우측은 가늠골과 마바위 임도 방면으로 서북쪽 진모래해변에서 별남금해변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이 계속된다. 
자월8경에 속하는 자월임도는 자월도가 자랑하는 명품 벚나무 숲길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야가 트이면 해안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힐링 코스로 좋다. 

무인도 
마바위 삼거리에서 별남금해변으로 가다 보면 바닷가 멀리 먹통도라는 작은 섬에 하얀 등대가 멋들어지게 바라보인다. 먹통도는 자월도 서북쪽 끝에 있는 무인도로서 옛날 목수들이 먹줄을 치는 먹통 같은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으로 무인 등대가 있다. 갈매기들이 이곳에 알을 많이 낳아 번식하는 갈매기 서식처이기도 하다. 
별난금해변에도 작은 목섬이 있다. 오랜 세월동안 바닷물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잘록하게 떨어져 나간 지형은 밀물 때는 새끼섬이 된다. 걸어 들어가서 보는 풍광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월도는 해안 경사가 완만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넓은 갯벌에서 각종 어패류를 쉽게 채취할 수 있다. 현지 주민들이 조개류를 채취해 밀물 때 바닷물이 채워지는 콘크리트 둠벙에서 조개를 씻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자월도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두발로 트래킹, 자전거 라이딩, 바다낚시, 갯벌체험, 캠핑 등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월도를 찾는다.
옹진군 자월도로 가는 배편은 인천연안여객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있으며, 운항선사는 고려고속훼리와 대부해운이다. 자전거 지참 시 무조건 카페리를 이용해야 승선할 수 있다.
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전에 물때표를 파악해서 시간을 맞춰 가면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섬의 매력을 볼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계획보다 일정을 여유롭게 잡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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