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라이딩을 위한 비장의 무기

겨울이 되면 라이딩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은데 몇 가지 장비만 갖추면 시즌오프 없이 연중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겨울에 라이딩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가장 큰 난관은 손 시림이다. 아무리 좋은 장갑을 껴도 매서운 칼바람에는 방법이 없다. 배터리도 유난히 추위에 약해 대처가 필요하다. 나머지 부분은 복장이나 핫팻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  

2020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우리 모두는 잃어버린 1년을 보냈다. 봄이면 끝나겠지? 설마 여름까지? 결국에는 가을을 거쳐 겨울까지 지구인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편하게 누리던 많은 것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힘든 현실 속에서 우리의 숨통을 열어준 것이 있었다.
코로나로부터 최후의 안전장치인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이동수단은 물론 운동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e바이크)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무기력하고 지친 사람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정책적으로 자전거(e바이크) 이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보급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2021년 겨울은 많은 라이더가 추위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를 피해서 시즌오프 없이 유일한 즐거움을 주는 자전거를 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준비 안 된 초보 라이더에게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겨울 라이딩이 손끝, 발끝, 귀, 눈에서 느끼는 추위로 인해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e바이크를 접하고 10년 동안 필자에게는 시즌오프가 없었다. 필자만의 비장의 무기로 한겨울에도 혹한 속에 자전거도로를 전세 내서 라이딩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라이더가 겨울은 시즌오프를 하고 있다. 

손 시림이 가장 큰 걸림돌 
칼바람과 영하의 기온은 특히 바늘로 찌르는 듯한 손끝의 통증이 장거리 라이딩을 힘들게 한다. 웬만한 것은 가리고 껴입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해결이 가능한데 손끝이 시린 것은 참기 힘든 고통으로 겨울 라이딩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라이딩을 하면 실제 속도와 바람까지 더해진 체감속도만큼 체감온도는 더 내려간다.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껴도 손가락 끝이 시린 이유는 장갑 사이를 파고드는 칼바람도 원인이지만, 신체의 말단인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는 체온이 낮으면 혈액이 잘 돌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겨울철 모든 라이더에게 공통적인 어려움은 손끝이 아리는 고통이다. 
그렇다면 스키장갑을 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스키장갑은 e바이크와 자전거를 제어하기에는 너무 두껍고 둔하다. 정지 상태에서는 따뜻하지만 자전거처럼 빠른 속도로 영하의 기온에서 1시간 이상 달리면 손끝을 파고드는 한기를 막지 못한다.
방법은 있다. 겨울철 시즌오프 없이 라이딩을 즐기는 요령을 알아보자. 

 

가장 저렴하고 간편하면서 확실한 방법 - 자전거용 핸들 커버(바미트=토시)
추위와 바람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가성비가 좋은 방법이다. 생계형으로 기후와 상관없이 매일 운행하는 스쿠터나 자전거, 전동킥보드에 추천하는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겨울이 되면 중국의 수많은 생활형 자전거에는 바미트가 달려 있다. 바미트를 달면 속에는 두꺼운 장갑이 아니라도 작은 무풍지대를 만들어 손가락이 따스한 겨울 속 봄을 느낄 수 있다. 바미트 속에 핫팩을 붙이면 최고의 가성비와 효율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라이더들이 중시하는 외관의 미적 감각에서 거부감이 크다.
필자는 e바이크 조작 스위치나 스로틀레버에 간섭이 생길 수 있어 e바이크 라이더에게는 바미트를 권하지 않는다. 실제로 바미트로 인한 시스템 고장은 흔한 고장 중의 하나다. 특히 스로틀이 달린 e바이크는 바미트에 스로틀이 눌리거나 리턴을 방해해서 오작동을 유발한다. 스위치 조작이 불편하지 않도록 충분한 공간 확보가 된 제품을 찾아내거나, e바이크용으로 따로 제작해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추운 겨울날 e바이크로 배달 일을 오래 하거나 장거리 라이딩에서 비용대비 최고의 방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발열 그립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간단히 장착이 가능한 발열 그립이 있으며, 아예 순정으로 달려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립을 잡으면 손바닥에 온기가 전해지는 방식으로 발열량이 풍부하지 못하면 달리는 속도 때문에 효율이 떨어져서 손가락 끝을 충분히 데워주지 못한다. 효율을 높이라면 바미트(핸들커버)를 같이 사용해야 한다. 자전거나 e바이크는 전기 공급 문제로 불편할 수 있다.

손끝 시림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 발열 장갑
추운 날씨에 칼바람에 노출되면 웬만한 방한 장갑으로는 부족하며, 준비가 안 된 경우 급한 대로 주방용 비닐장갑을 장갑 속에 끼면 보온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비닐장갑을 끼고 라이딩 하면 흘린 땀이 얼어 1시간도 안 되서 동상에 걸릴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혹한기 겨울철 2시간 이상 장거리 라이딩에는 배터리를 사용해서 열을 만들어내는 발열 장갑 말고는 답이 없다.
발열 장갑의 역사는 약 10년 전 리튬이온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과 함께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의 배터리로는 무게와 부피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장갑의 특성상 전선으로 연결해서 외부 배터리를 사용하기도 힘들다. 발열 장갑의 대중화는 가벼운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뤄졌고 e바이크의 활성화와 같은 시기다.
발열 장갑 초창기부터 함께한 필자의 경험으로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 라이딩을 위한 발열 장갑은 한 짝 당 발열량(소모전력)이 최소 10W는 되어야 혹한의 날씨에 장거리 라이딩이 가능하다. 10W 상태에서 2시간 이상 지속하는 용량의 배터리를 장갑 속에 장착이 가능한 가벼운 리튬이온 배터리가 나오면서 최근에야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열 장갑이 치러야 하는 댓가도 만만치 않다. 비싼 가격, 무거운 무게, 불편한 배터리 충전과 관리, 세탁 문제 등의 걸림돌이 있지만 혹한 속에서도 스위치를 넣고 잠시만 기다리면 손가락 끝에 느끼는 봄날의 따스함이 모든 걸림돌을 녹여 버린다. 라이딩 시간을 계산해서 필요한 만큼의 배터리를 챙기면 이제 손시림은 더이상 라이딩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 

 

국산 발열 장갑 개발 일화  
리튬이온 배터리 초창기에 e바이크 카페에서 만났고 발열 장갑의 존재를 알려준 십년지기 회원이 있다. 10년 전 처음에 시도했던 3.6V용 발열 장갑에서 부족한 발열량으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기에 발열 장갑은 무조건 7.2V여야 하고 장갑 한쪽이 10W는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실패한 경험으로 알려준 회원이다.
3년 전 겨울 라이딩을 같이하면서 사용하고 있던 7.2V 국내 브랜드 제품이 ‘강’ 모드에서 달리면 따듯하고 좋은데 신호등에서 멈추거나 속도가 줄어들면 뜨거워서 다시 양쪽 장갑의 스위치를 수시로 조작해 모드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스마트폰으로 온도를 세팅하면 알아서 조절해주는 발열 장갑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더니 마침 온도 유지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발열 장갑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필자는 별도의 가열 장치를 만들고 전용 배터리를 장착해서 실험해 봤지만 효율이 떨어지고 충전이 번거로운데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결국, 배터리 커버나 가방 속에 일회용 핫팩을 붙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간편한 사용법과 필요한 시간만큼 핫팩을 준비하면 되기에 1년에 1만 원 대인 저렴한 비용으로 배터리와 발을 따뜻하게 지켜줄 수 있는 핫팩의 가성비를 능가할 제품을 찾지 못했다.
그 분은 3년이 지난 시점에 정부의 자금과 기술 지원을 받아 국산 IoT 컨트롤러와 고탄성 실리콘 히팅 케이블을 적용하고, 장갑에 최적화된 고트(산양 가죽), 하이포라 인서트 글러브를 채용해서 방수와 방풍·투습 기능까지 갖추었으며, 스마트폰 터치를 위해 손가락 부분은 카본잉크 처리를 해서 손가락 끝이 시리지 않도록 만든 발열 장갑을 개발했다.
블루투스를 활용해 앱으로 원하는 온도를 세팅하면 빨리 달리면 강하게 작동되고 멈추거나 실내에 들어가면 약 모드로 내려가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기존 제품들은 손등과 손가락 윗부분으로 열선을 배치해 봉제 시접을 남기기 위해 끝까지 열선을 배치할 수가 없어 가장 추위에 약한 손가락 끝부분에 열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열선을 손등이 아니라 손가락 옆으로 한 줄로 연결해 손가락 끝을 집중적으로 데워주는 방식으로 다른 제품에 비해 손가락 끝에 효율적으로 온기가 잘 전달된다.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적정온도를 세팅해서 유지하는 기능과 단계별 발열량을 선택할 수 있어 한정적인 배터리 용량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필자의 멈추지 않는 겨울철 라이딩에 비장의 무기가 되었다.

 

겨울 라이딩의 대안 - 최고의 가성비 핫팩 
필자의 경험으로 시린 발가락과 추위에 약한 e바이크 배터리 보온에는 핫팩이 답이다. 수년간 여러 제품을 실제 라이딩에 적용해보고 얻은 결과다. 겨울철 추위를 유난히 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를 어느 정도 유지해주면 체감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전기자동차 리튬이온 배터리도 배터리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에너지를 사용한다. 낮은 온도에 의한 출력손실보다 에너지를 사용해서라도 배터리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터리 용량이 전기자동차의 1% 수준도 안 되는 e바이크 배터리로는 배터리 온도까지 유지해줄 여력이 없다. 

두꺼운 점퍼는 이제 그만 
춥다고 너무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면 라이딩을 방해할 수 있다. 요즘은 배터리를 이용한 발열 장치가 내장된 옷들도 나오고 있다. 발열체를 이용한 목도리, 조끼, 패딩 등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어 라이딩 시간에 맞춰서 넉넉한 배터리만 준비하면 한겨울 라이딩이 두렵지 않다.

 

배터리는 완전히 충전해 둬야 
겨울철에도 라이딩을 멈추지 않는 라이더는 겨울철에 줄어드는 배터리 용량을 고려해서 넉넉한 용량을 유지해야 한다. 자전거 라이딩은 항상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혹한기에는 배터리 용량이 반토막이 나서  배터리는 여유 있는 용량에 완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필자도 최근 추운 날씨에 전화기를 두고 출근길에 나섰다가 다시 가지러 가는 바람에 출근거리가 두 배로 늘어난 일이 있다. 온도 저하로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 나중에는 지옥의 페달링을 맛봐야 했다. 시즌오프 없이 라이딩을 즐기는 e바이크 라이더라면 겨울철에는 항상 완전 충전 상태를 유지하고 여유 있는 배터리 용량을 준비해야 한다.
겨울 라이딩은 라이더도 힘들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도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탄다. 영하 10도면 용량이 반토막 나버리는 배터리에 대한 따듯한 배려가 필요하다. 배터리를 핫팩이나 단열재로 보온하면 용량 저하를 줄일 수 있다. 추위 때문에 발휘하지 못하는 용량은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회복되기에 겨울철 반토막 난 용량 때문에 고장으로 의심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겨울 라이딩의 매력 
코로나 시대에 제약이 많아졌지만, 자전거(e바이크)는 안전한 이동수단과 지치고 힘든 일상생활에서 숨통을 터주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즐거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투자와 공부를 해야 안전하게 시즌오프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눈 내리는 자전거길을 전세 내고 나 홀로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출근해 보면 그 감동이 오래갈 것이다. 단, 내린 눈이 얼어서 빙판길이라면 모든 두 바퀴 탈것들은 안전을 위해서 라이딩을 잠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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