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넓고 아득한, ‘임도의 제왕’

가리왕산은 1561m나 되는 높이로 국내 9위의 고봉이다. 산세가 넓고 웅장하며 수림이 울창해 삼림관리를 위한 임도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임도 분기점인 마항치(1050m)에서 정상까지는 등산로를 따라 힘겹게 올라야 한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이번 100대 명산 라이딩은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과 평창군 진부면 사이에 있는 가리왕산(1561m)을 다녀왔다. 국내 9위의 고봉인 가리왕산은 옛날 맥국(貊國)의 갈왕(葛王 또는 加里王)이 이곳에 피난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해서 갈왕산이라고 부르다가 근래에 가리왕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갈왕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북쪽 골짜기에는 갈왕이 지었다는 대궐터가 남아 있다. 
한자지명으로 가리왕산(加里旺山)이 사용되다가 2003년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바뀌었다. 벽파령, 성마령, 마전령 등 수많은 고개가 있으나 경사는 완만한 편이다. 산에는 주목, 잣나무, 단풍나무, 갈참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산약초가 많이 자생한다. 산세가 넓고 웅장하며 수림이 울창해 산림관리를 위한 장대한 임도가 사통팔달로 나 있어 2000년대 초반부터 ‘임도의 제왕’으로 불리며 산악자전거의 성지로 알려져 왔다.  
 
밤 10시에 마항치 도착 
폭염으로 인해 무더위를 식힐 겸 취재팀은 오후 5시쯤 평창군 대화면 반정교 옆에 주차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1박2일 여정이라 캠핑장비를 실은 트레일러를 장착하고 가리왕산을 향해 출발한다. 더위를 피해 일부러 오후 늦게 출발해서 야간라이딩을 작정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마항치사거리에는 밤 10시쯤 도착했다. 
출발지점이 해발 390m, 마항치는 1055m이니 근 700m를 오른 셈이다. 트레일러를 달고 업힐을 하려니 그만큼 힘이 들었고 속도도 나지 않았다.   
일행은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산속의 고요함과 맑은 공기에 무더위는 사라지고 오히려 추워서 잠을 설쳤다. 절정에 달한 폭염도 가리왕산 턱 밑을 넘지 못했다.   

 

놀란 등산객들 
이른 새벽 삼박골님과 정상으로 향했다. 마항치가 높다 해도 정상까지는 아직 고도차 500m 이상을 올라야 한다. 길이 험해 라이딩이 아예 불가능해서 내내 멜바와 끌바로 악전고투를 하며 1시간반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오르니 마침 비박하고 있던 등산객들이 잠에서 깨어나며 우리를 보고 놀란다.
가리왕산은 주변에서 헌칠하게 높아서 조망이 탁월하다. 주변의 백덕산, 치악산, 괘병산, 청옥산, 함백산, 오대산, 고루포기산 등 수많은 산들이 훤히 보인다.
아침 일찍 시원할 때 정상에 오르니 기분도 최고이고 몸도 가볍다. 취재팀은 정상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고 북릉 등산로를 따라 마항치로 다시 내려왔다. 다행히 경사도가 완만하여 90% 이상은 탈 수 있어 30분만에 마항치로 내려왔다. 

최북단 모릿재를 넘지 못하고   
원래 마항치로 내려와 가리왕산의 서북릉에 해당하는 중왕산(1381m)~백석산(1365m)~잠두산(1244m) 능선의 동쪽 기슭을 따라가서 모릿재(800m)를 넘어 서쪽의 던지골 임도를 타고 출발지인 대화면 반정교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함께한 빨강머리님의 자전거가 고장 나 최단거리은 하안미리 방면으로 곧장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대로 라이딩을 못해 조금 아쉽지만 모릿재 임도는 다음에 라이딩하기로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늘도 안전하게 라이딩을 마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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