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제대로, 도심까지 안전하고 안락하게

청계천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지난 5월 개통되어 이제 서울 중심가까지 안전하고 안락하게 자전거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심지라 공간이 협소하고 복잡해서 자전거전용도로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으나 현장을 가보고 ‘엄지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심을 흐르는 맑은 계류를 보는 재미, 풍물시장을 지나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접근성은 대만족이다

 

청계천이 복원된다는 소식에 천변 자전거길이 생기면 시내까지 편하게 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전거인들은 크게 기대를 했다. 하지만 2005년 복원이 끝난 결과, 처음 계획과는 달리 천변 공간이 협소해 결국에는 보행로만 내고 자전거길은 위쪽 도로변에 있는 둥 마는 둥 표시만 하는 정도에 그쳤다. 정책을 탓할 것이 아니라, 주변보다 낮은 청계천의 폭과 복잡한 시내 구간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 지난 5월말 청계천에 새로운 자전거전용도로가 개통되었다. 늘어난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이긴 한데, 너무 협소하고 복잡한 공간이라 제대로 됐을까 의구심이 앞섰다. 본지에 ‘잔차의 고백’을 연재하는 ‘뽈락’ 김태진(전 코렉스스포츠 대표) 님과 함께 자전거로 달리면서 현장을 점검해 보았다. 

놀라운 디테일 
청계천 복원구간은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고산자교까지 5.8km이고 이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놓였다(정확히는 왕복 11.88km). 청계천 자전거도로는 중랑천 자전거도로와 연결되어 국토종주길과도 바로 이어진다. 공간이 좁아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일방통행으로 조성했고 폭은 1m 내외다. 
먼저 청계광장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진행한다. 원래는 가로수와 보행로가 있던 보도를 자전거도로로 만들었다. 턱이 져 있어 차도와는 완전히 구분되고, 바로 옆으로 청계천을 내내 볼 수 있다. 가로수를 옮겨 심어 공간을 확보했다. 보도는 상가가 있는 도로변으로 완전히 분리시켰다. 
빨간 바닥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알아보기 쉽고 차도와 분리되어 안전하고 안락하다. 일방통행이라 마주 오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청계천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보도에서 청계천 천변으로 내려가는 곳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지정하고 파란색으로 칠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자전거길은 교차로에서도 끊어진 곳이 없도록 이어놓았다. 섬세한 배려와 정성이 느껴진다. 

 

 

신호등 많고, 비보호 좌회전 차량 조심해야
단점이랄까 불편이랄까, 시내 중심가여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은 좀 있다. 우선, 400m 정도마다 사거리를 지나야 해서 신호등으로 흐름이 끊긴다. 일부 사거리는 차량에게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청계천 자전거길의 가장 큰 난점이다. 자전거는 직진하는데 바깥쪽에서 자동차가 좌회전을 하면 동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자전거보다 먼저 가려고 급하게 좌회전 하는 차량이 있어 사거리를 지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보호가 아니라 좌회전 신호를 따로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 두 가지 외에는 지적할 것이 없다. 
서울 중심가까지 자전거로 편히 갈 수 있으니 시내 뒷골목을 누비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계천의 명물 풍물시장을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고 광화면 일대의 서촌과 북촌, 인사동거리도 편히 갈 수 있다. 
낙원동 뒷골목에서 저렴하면서도 맛나고 운치 있는 점심을 먹고 김태진 님과 헤어졌다. 바로 옆에 전철역이 있어 귀가길도 편했다(상시 승차가 가능한 접이식 미니벨로 이용).
청계천 자전거길 덕분에 그동안 복잡하다고, 번거롭다고, 위험하다고 자전거로는 아예 가볼 생각조차 않던 서울 중심가를 가끔은 ‘탐험’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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