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의e바이크에세이

e바이크 고장은 e바이크 전문가를 만나기 전에는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e바이크 초보 라이더는 간단한 고장도 기존의 자전거점에서 고쳐주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대부분의 e바이크 판매점은 단순 판매점일 뿐 정비능력을 가진 전문샵은 아직 많지 않다. 비슷한 예로 최신형 전기차가 고장 나서 동네 카센터에 가면 펑크 말고는 손댈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 결국 해당 브랜드 AS센터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과 같다

 

e바이크로 라이딩 나갔다가 간단한 고장도 현지에서 수리점을 찾지 못해 라이딩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모처럼 라이딩 나가서 고장 때문에 수십만 원이나 들여 트럭에 실어 고치러 왔는데 1분 만에 문제가 해결된 경우가 필자 주변에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필자는 e바이크에 입문한 초보 라이더에게 멘토를 해주고 있다. e바이크 고장은 전화 통화나 보내온 동영상 하나로 해결법을 찾아준 단순한 고장이 많았다. 전화로 해결이 안 될 경우 상황에 따른 조치 방법과 동영상으로 해결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번 편을 준비했다. 
e바이크 라이더라면 본인 e바이크의 고장진단법과 간단한 정비는 알아두어야 한다. 아래의 사례를 참고해도 해결이 안 된다면 무거운 e바이크의 경우 멀리 나가서 고장 나면 고생하게 된다. e바이크와 라이더까지 세트로 실어주는 ‘다마스 퀵’이나 ‘점보택시’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면 고장 난 e바이크와 지친 라이더가 함께 이동할 수 있다.

e바이크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
배터리 고장(방전이나 퓨즈, BMS, 전원 스위치 고장)이나 전원선 단자 문제, 신호선 단자가 헐겁거나 빠진 접촉 불량, 컨트롤러 자체 고장 등이 원인이다.
의심 부분의 부품을 하나하나 갈아보면 생각보다 쉽게 원인을 찾아서 해결법이 나온다. 필자가 고장을 진단할 때는 고장 직전의 상황을 물어본다. 상황 속에 문제해결의 단서가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반 이상은 간단한 응급조치와 배선 문제여서,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기에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하나하나 체크해 보면 쉽게 답을 찾기도 한다.
지금까지 필자의 경험으로 과부하 없이 잘 달리던 e바이크가 갑자기 전원이 안 들어오는 경우는 배터리 고장보다는 단자 빠짐, 연결 단자의 열화나 단선 같은 단순한 문제가 더 많았다.
배터리 전압 체크, 배터리 연결 단자, 신호선 단자, 컨트롤러, 모니터와 파워 스위치 점검
 

 

배터리 전압이 출렁인다
e바이크는 라이딩 중 모터 부하에 따라 배터리 전압이 2~3V 출렁이는 것은 일반적인 범주이다. 특히 소용량 배터리나 전압이 낮을 때,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에는 전압의 출렁임이 더 심해진다.
배터리 잔량이 반이 남았는데 꺼지는 경우 소용량 배터리를 겨울철에 고출력으로 사용하면 이런 현상이 쉽게 생긴다. 이 경우 페달링을 열심히 해서 모터의 출력을 최대한 낮춰 배터리의 부하량을 줄여줘야 한다. 배터리 용량을 키우든지 모터의 부하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가 차단되는 시점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배터리의 내부저항 증가로 생기는 성능 저하와 노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배터리가 소용량일수록, 오래된 배터리일수록 내부저항이 늘어나 부하가 걸리거나 기온이 낮아지면 전압하락이 더 심해진다. 2년 넘은 소용량 배터리는 수명이 다되어 교환 시점이 가까워진 것이라 수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원선과 연결 단자 상태, 배터리 용량과 잔량 상태, 배선, 컨트롤러 점검

잘 달리던 모터가 멈추었다
잘 달리던 e바이크인데 계기판이 켜지고 스위치 작동은 되는데 모터만 돌지 않는 고장도 있다. 이 경우 모터의 고장보다는 컨트롤러가 망가진 경우가 더 많았다. 전원 배선, 접촉 단자 체크, 컨트롤러를 체크해보고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모터를 점검해야 한다.
고장 직전의 마지막 상황이 고장의 원인을 찾아내는 단서가 된다. 과부하 상태가 지속되었다면 컨트롤러와 모터 순서로 점검해야 한다. 지속적인 과부하는 모터 코일에 손상을 주게 된다. 이때 모터 코일에서 에나멜 타는 역한 냄새로 진단이 가능하다.
허브 모터의 경우 바퀴를 뒤로 돌릴 때 평소보다 큰 저항이 걸려서 후진이 어려울 정도로 저항이 걸리면 모터 코일로 가는 굵은 전선 3가닥(파랑, 녹색, 노랑)이 과열로 단자가 녹아 붙었을 수 있다. 이 경우 서로 분리해서 띄워놓고 별도의 절연 장치를 추가하면 된다. 과부하 상황에서 스톱된 경우 과전류가 흐르는 모터 3상 전원 단자의 절연상태를 꼭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전원 접속 단자, 컨트롤러 배선, 배터리, 컨트롤러, 모터 순서로 점검

10km 달리면 배터리가 꺼진다
평소 50km는 주행했는데 풀충전 상태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사용했음에도 주행거리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문제이다. 배터리 셀 간 밸런싱이 틀어지면 어느 특정 셀이 저전압에 먼저 도달하고 배터리 셀 보호를 위해서 BMS에서 전력을 차단하게 된다.
e바이크 배터리는 6개월 이내라면 무상수리, 1년 이내는 수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맞다. 2년이 넘어간 배터리라면,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수명을 3년 정도로 보기에 수리 대비 잔존가치를 따져보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10km만 달리는 단거리 용도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지금은 10km이지만 점점 주행거리가 짧아지고 밸런싱이 틀어진 배터리팩은 용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배터리가 아니라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배터리 완충 전압과 충전기 전압을 같이 점검해야 한다. 정상적인 충전기로 완충된 배터리는 셀당 4.15V 이하(36V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41.5V 이하)면 셀 전압이 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터리 문제는 정밀한 전압계로 체크를 해봐야 해서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상당수가 충전기나 배터리의 배선과 단자 문제를 배터리 고장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배터리와 충전기를 같이 점검해야 한다.

 

 

e바이크 입문 첫겨울에 주행거리가 많이 줄었다. 배터리 고장인가?
리튬이온 배터리는 -10도로 내려가면 영상 20도 내외의 최적 사용조건 대비 주행거리가 반 토막이 난다. 기온이 내려가면 배터리의 화학반응이 느려지기 때문이라 정상적인 현상으로, 봄이 되면 주행거리가 다시 늘어난다.
e바이크 초보가 시즌오프 없이 첫겨울을 나면 10명 중 9명이 현저히 짧아진 주행거리에 배터리 고장을 의심하게 된다.
겨울철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온도에 따른 리튬이온 배터리의 효율 문제로 자연스런 현상이다.

속도표시가 안 되고 5분마다 꺼진다
필자가 전화로 문의 받는 가장 흔한 고장이다. 대부분의 e바이크는 바퀴에 자석을 붙이고 프레임에 센서를 달아 바퀴가 회전할 때 센서에 신호를 주는 펄스의 간격으로 속도를 측정한다. 자석의 방향이 돌아가거나 분실, 스피드 센서가 파손되거나 위치가 바뀌면 자석과 센서의 간격이 멀어져 속도 측정이 되지 않는다. 컨트롤러에서 바퀴가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인식해서 속도 표시가 안 되고 세팅해놓은 시간에 전원이 차단된다. 다시 스위치를 켜면 정상작동되다가 또다시 같은 시간에 전원이 차단된다.
자석이 최대한 가까이 붙어 있는지, 센서가 돌아가지 않았는지 체크한다.

※ 속도계 고장은 e바이크 초보 라이더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해결이 가능하다.
e바이크 계기판에 자가진단 기능이 있는 경우 고장 내용을 숫자로 알려준다. 각 제조사 제품 설명서에 에러 코드표를 참고해서 고장 부위와 조치법을 알 수 있다. 핸드폰에 에러코드표를 저장해두면 유용하다.
에러 코드 숫자 조치법 
 

 

배터리 단자의 열화
e바이크에 사용되는 전력량은 생각보다 대용량이다. 전압이 낮은 상태로 작동하기에 전선에 걸리는 전류량은 대용량 에어컨 수준이다. 이 정도의 전력량을 사용하려면 연결되는 배선의 굵기와 단자의 통전 능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는 것이 e바이크 배선과 연결 잭의 통전 능력과 내구성이다. 수시로 단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손상된 경우 단자를 교환해야 한다.
단자는 일정 기간 사용하면 열화되어 갈아야 하는 소모품이다.

센서 고장으로 모터 작동이 안 되는 경우
일부 e바이크는 브레이크 작동 시에 모터를 멈추는 차단 스위치가 장착된다. 브레이크 레버의 리턴 문제나 레버 위치 감지 스위치가 고장 나면 모터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계기판에 잘 보면 차단 브레이크 작동표시가 켜져 있고 브레이크 레버를 놔도 꺼지지 않는 경우 작동 불가 상태가 된다.
차단 브레이크 잭을 뽑아서 정상 작동되면 차단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거나 교환

e바이크 고장 귀신 물리치는 법
필자 주변에 e바이크로 지구 몇 바퀴 거리를 달렸지만 치명적인 고장으로 라이딩을 멈춘 적이 없는 라이더들의 비법을 공개한다.
e바이크로 매일 100km 가까이 타면서 10만km가 되도록 무고장 라이딩이 가능했던 비결은, 예방 점검은 기본이고 모터 힘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페달링을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라이딩을 도와주는 모터가 힘들까봐 다릿심으로 열심히 도와주는 것이 모터 고장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시즌오프 없이 날마다 이어지는 라이딩은 모터의 작은 이상도 미리 감지할 수 있어 모터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예방정비를 할 수 있고 고장이 없어도 일정 기간이 되면 점검을 받는다.
통계적으로 보면 모터 의존도가 높고 급가속, 급제동, 속도를 즐기는 라이더일수록 모터와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진다. 모터를 라이딩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고 열심히 페달링을 하면 그만큼 모터의 피로도가 줄어들어 모터와 배터리의 수명이 길어진다.
e바이크 모델명으로 e바이크 카페에서 검색하면 다양한 고장 원인과 해결법이 올라와 있다. 미리 공부하고 기본적인 예방점검을 게을리 않으면서, 모터와 배터리는 라이딩을 도와주는 동료처럼 배려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페달링을 같이하면 e바이크 고장 귀신을 멀찌감치 물리칠 수 있다.
필자 주변에는 즐겁고 편하게 자전거를 타기 위해 e바이크를 선택했다가 고장과 수리 스트레스로 e바이크를 떠난 라이더도 있다. 하지만 e바이크를 오래 타다 보면 상당수의 라이더가 e바이크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유비무환
모든 자전거는 라이딩 전에 ABC(Air:공기압, Brake:브레이크, Chain:체인) 점검을 해야 한다.  e바이크는 ABC 외에 E(Electric:모터와 배터리 배선 등 전기장치)가 추가된 자전거의 한 장르이다. 모터와 배터리를 제외한 부분은 일반 자전거와 똑 같아서 기본적인 자전거 점검과 정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e바이크는 아는 만큼 보인다. 조금만 검색해서 공부하면 사고나 고장으로 이어지지 않게 미리 대비할 수 있다. 기본점검과 정비와 고장 조치법을 익혀두고 비상용 공구와 튜브, 펌프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 고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고장이나 펑크 귀신을 멀리하는 주술적인(?) 효과가 있으면서 나보다는 남을 위한 봉사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예방점검과 고장별 조치 방법을 알고 비상 공구만 휴대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라이딩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e바이크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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