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코스 바다백리길 72.5km
바다 경치는 여기 다 있다, 해안풍경의 백화점

▶ 바다가 보이는 해안임도
▶ 해남 최장의 송평해변
▶ 최대어항 어란진과 여낭터 전설

백사장 길이 2.3km의 송평해수욕장 해안로 
백사장 길이 2.3km의 송평해수욕장 해안로 

 

바다백리길은 땅끝에서 화원반도의 뿌리까지 장장 백리에 달하는 해안길 코스다. 총연장은 근 200리에 달하는 72.5km이지만 내륙 이동구간을 제외한 해안코스는 백리 정도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길이 백리나 되니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온갖 풍경이 다 있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임도가 있는가 하면 장대한 방조제와 작은 포구를 지나고, 길이 2.3km로 해남 최장의 송평해수욕장을 거쳐 간다. 해남의 최대어항인 어란진항은 배가 가득해 일대 장관을 이루고, 땅끝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야자수 가로수가 이국정취마저 자아낸다.

 

송호해수욕장이 코스의 출발점이다 
송호해수욕장이 코스의 출발점이다 

 

코스의 출발점은 1코스 달마고도와 같은 송호해수욕장이다. 여기서 달마고도는 남향하고, 바다백리길은 북향으로 갈라진다. 바다백리길이 따르는 길은 매혹의 도로명, 77번 국도다. 7번 국도가 동해안을 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듯이, 77번 국도는 파주에서 부산까지 서해안과 남해안을 아우르는 총연장 1239km의 국내최장 해안 국도다.

길가의 야자수가 남국의 이국정취를 발산한다(소죽리 엄남삼거리) 
길가의 야자수가 남국의 이국정취를 발산한다(소죽리 엄남삼거리) 

 

송호해변~송지면소재지 구간은 내륙 최남단 구간답게 야자수 가로수가 이국풍을 발한다. 송지면소재지를 지나면서 한동안 내륙으로 들어갔다가 화산면 석호리에서 한적한 농로로 접어든다. 관동리 경도마을에서 구릉지대로 들어서면 온통 비옥한 황토밭으로 여름에는 고구마로 뒤덮인다. 해남 고구마가 유명한 이유를 알만하다.

관동리 구릉지는 온통 고구마밭이다(여름철 사진)
관동리 구릉지는 온통 고구마밭이다(여름철 사진)

 

가좌리 무학마을을 거쳐 바닷가로 나서면 대월산(130m) 임도가 시작된다. 바다가 보이는 산길은 어디서나 드물고도 귀하다. 대월산 임도는 1.7km로 짧지만 잠깐 바닷가로 내려갔다가 곧 관두산(177m) 임도로 들어선다. 관두산 임도는 4km로 길고 조망도 한층 장쾌하다. 인적이 단절된 숲길은 오지의 격리감마저 준다. 한여름 수풀이 우거지면 원시적인 느낌도 감돈다. 바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진도다.

쇄석이 깔려 있고 조망이 트이는 대월산 임도. 바다 건너편은 진도 
쇄석이 깔려 있고 조망이 트이는 대월산 임도. 바다 건너편은 진도 
풍경의 스케일이 크고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관두산 임도  
풍경의 스케일이 크고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관두산 임도  
관두산 임도는 조망이 장쾌해 곳곳이 사진 포인트가 된다 
관두산 임도는 조망이 장쾌해 곳곳이 사진 포인트가 된다 
여름에는 수풀이 무성해지는 관두산 임도 
여름에는 수풀이 무성해지는 관두산 임도 
하늘에서 본 관두산 임도. 맞은편 돌출부에 송평해수욕장이 있다 
하늘에서 본 관두산 임도. 맞은편 돌출부에 송평해수욕장이 있다 

 

평호리 사포마을을 통과해 구성리로 접어들면 검은 물체가 해안에 밀집해 있다. 김양식장의 구조물로 해안선을 향해 모여든 모습이 꼭 해병대 상륙작전 같다. 평호리 구성마을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면 그림 같은 송평해수욕장이 쫙 펼쳐진다. 2.3km나 되는 긴 백사장이 일직선으로 뻗어나 있고 주변에는 마을도 없어 별천지의 감동을 준다. 백사장 남쪽에 주차장과 화장실을 갖춘 작은 캠핑장이 숲속에 있을 뿐이다.

구성리 해안길. 갯벌에 얹힌 검은 물체들은 김양식장 도구다. 마치 상륙정 무리 같다 
구성리 해안길. 갯벌에 얹힌 검은 물체들은 김양식장 도구다. 마치 상륙정 무리 같다 
하늘에서 본 송평해수욕장의 직선 해변. 마을이 없어 더욱 극적이다 
하늘에서 본 송평해수욕장의 직선 해변. 마을이 없어 더욱 극적이다 

 

송평해변에서 해안을 따라 가면 77번 국도와 잠시 가까워졌다가 백포리 두모마을에서 다시 간격이 벌어진다. 작은 두모포구는 하얀 무인등대만이 외롭다. 1.3km의 두모방조제를 지나면 77번 국도와 만나는 가차리 송암마을이다. 77번 국도는 150m 정도 잠깐 타다가 농로를 따라 들판으로 들어선다. 한때 염전이었던 지역은 광활한 태양광 발전소로 변모했다.

두모포구의 무인등대 
두모포구의 무인등대 
길이 1.3km의 두모방조제
길이 1.3km의 두모방조제
한때 염전이던 곳은 대부분 태양광발전소로 변신했다 
한때 염전이던 곳은 대부분 태양광발전소로 변신했다 

 

일직선으로 뻗은 농로 중간 쯤에서 우근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다시 바닷가다. 해안으로는 길이 끊어져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을 거쳐 어란진으로 향한다. 어란진은 지형이 독특해서 뿔 달린 괴물이 바다를 향해 목을 뻗친 형상이다. 항만은 벌린 입이 되고 양안의 방파제는 영락 없는 이빨이다. 어란진은 송지면소재지보다 더 크고 활기가 넘치지만 일개 리(, 어란리)일 뿐이다. 포구에는 정박한 배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랄 정도다. 작은 보트급의 배는 인근 양식장 관리용도다. 식사시간에 맞춰 배가 한번에 몰려들 때는 대장관이다.

우근리 직선 농로에서 바닷가로 꺾어지는 길. 이정목이 서 있다 
우근리 직선 농로에서 바닷가로 꺾어지는 길. 이정목이 서 있다 
양식장 선박으로 가득한 어란진항 
양식장 선박으로 가득한 어란진항 
어란진항 방파제길. 맨 뒤로 달마산 줄기가 보인다 
어란진항 방파제길. 맨 뒤로 달마산 줄기가 보인다 
어란진항의 등대. 백색과 적색이 짝을 이룬다  
어란진항의 등대. 백색과 적색이 짝을 이룬다  
어란진항 서쪽의 광대한 바다목장. 양식장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 하다 

어란진항 남서단의 팔각정 뒤에는 어란여인 이야기를 새긴 비석이 서 있다. 어란은 정유재란 때 어란진에 머물던 왜장과 연인 관계였지만 구국의 마음으로 왜군의 출병일을 이순신 장군에게 알린다. 결국 명량해전에서 왜장은 전사하고, 나라를 구했으나 연인을 배신한 것을 비관한 어란은 바다에 투신해 죽었다는 전설이다. 어란이 투신했다는 여낭터에는 어란의 동상이 서 있다. 여낭터는 어란진항 북쪽 임도 끝에서 300m 걸어가야 하는 절벽 위에 있지만 기구한 사연의 현장임과 동시에 경치도 빼어나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어란 여인의 사연을 새긴 비석과 그녀의 시신을 수습하고 세웠다는 석등롱(뒤편) 
 어란 여인의 사연을 새긴 비석과 그녀의 시신을 수습하고 세웠다는 석등롱(뒤편) 
어란 여인이 투신했다는 여낭터와 그녀의 동상. 바닷가 절벽 위에 있어 한참 걸어들어가야 한다
어란 여인이 투신했다는 여낭터와 그녀의 동상. 바닷가 절벽 위에 있어 한참 걸어들어가야 한다

 

어란진에서 돌아 나와 송지면소재지 초입에서 77번 국도와 재회한다. 이제 엄남마을 해변을 잠시 거친 후 77번 국도를 타고 출발지인 송호해수욕장으로 복귀하면 된다. 도중의 송호리에 있는 대죽조개잡이체험장 일대는 마지막 절경이다. 앞바다에 나란한 죽도와 증도는 썰물 때 노두길로 연결되고, 죽도의 두 형제섬 사이로 지는 노을은 특히 아름답다.

송호리의 대죽조개잡이체험장. 왼편의 죽도 사이로 지는 노을은 특히 아름답다  
송호리의 대죽조개잡이체험장. 왼편의 죽도 사이로 지는 노을은 특히 아름답다 . 간판 뒤는 어불도  

 

* tip : 코스가 길고 복잡해 종일을 잡아야 한다. 송지면소재지를 지나면 식당과 가게가 없어 행동식과 물을 충분히 준비한다. 대월산과 관두산 임도 외에 노면이 거친 농로와 방조제 길이 있어 MTB가 적당하다. 차량 지원이 가능하다면 송호해변에서 농로 초입인 석호리까지 77번 국도 구간(20km)은 점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숙식 : 숙소는 송호해변 일대에만 있으며, 식당과 편의점은 송지면소재지, 어란진항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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