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코스 지평선길 60.5km
소실점이 가물거리는 대평원

▶ 평야를 가르는 6.6km 직선로
▶ 광야 갈증 단번에 해소
▶ 국내 최대·최고 시설의 공룡박물관

 

지평선길의 클라이막스인 6.6km의 직선로. 맞은편 금호호 저편으로 화원반도가 길게 뻗어나 있다 
지평선길의 클라이막스인 6.6km의 직선로. 맞은편 금호호 저편으로 화원반도가 길게 뻗어나 있다 

 

국토에 산이 많아 어떤 풍경에도 산이 들어가는 이 땅에서 지평선이 가물대는 광야는 극히 귀하고 드물다. 호남에서 가장 큰 기초지자체인 해남에는 지평선이 아른거리는 대평야가 화원반도와 내륙 사이, 산이면 일원에 펼쳐져 있다. 김제나 나주 평야 정도는 아니지만 영암호와 금호호 호반의 간척평야는 완벽한 바둑판으로 정리되어 오직 직선만이 구획을 나누고 길이 되며, 물마저 정지하는 완전 평면이다.

아주 맑은 날에는 평야 저편으로 아스라이 산줄기가 보이기는 하지만 자전거 안장 높이에서는 언제든 지평선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의 대평원을 보고 부러움에 감탄해온 광야 갈증을 해남에서 풀어보자.

 

코스 출발지는 공룡박물관 주차장이다. 시계방향으로 코스를 일주하게 된다  
코스 출발지는 공룡박물관 주차장이다. 시계방향으로 코스를 일주하게 된다  

 

지평선길은 장장 60.5km에 달하고 출발지는 국내 최대·최고를 자랑하는 해남공룡박물관이다. 공룡박물관은 실내외 전시물이 대단히 많고 충실한데다 실물 크기 모형이 정원을 어슬렁거려 현실의 쥬라기공원에 들어선 것만 같다. 이 코스에서 지평선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꼭 가볼만하다.

 

 

공룡박물관 외벽의 기발한 조형물. 박력과 실감이 넘친다 
공룡박물관 외벽의 기발한 조형물. 박력과 실감이 넘친다 
야외에는 실물 크기의 공룡이 전시되어 '쥬라기공원'을 방불케 한다 
야외에는 실물 크기의 공룡이 전시되어 '쥬라기공원'을 방불케 한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사납다는 스피노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사납다는 스피노사우루스 

 

출발점인 해남공룡박물관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공룡발자국 화석을 포함해 박물관 부지는 길이 1km, 최대폭 300m에 달하며, 실내외 전시물이 곳곳에 산재해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아주 오래전, 지평선길에는 이들 공룡이 어슬렁거렸을테니 공룡의 길이라고 별칭해도 어울리겠다.

 

실내는 골격 전시물이 많다. 사진은 가장 인기 높은 티라노사우루스 
실내는 골격 전시물이 많다. 사진은 가장 인기 높은 티라노사우루스 

 

박물관을 나와 왼쪽 농로로 진입하면 구비치는 언덕길이 그림 같다. 언덕 위에는 긴 행랑채와 솟을대문이 위세 당당한 정명식가옥이 있다. 1871년 건립된 조선후기의 상류주택으로 현재는 안채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 대저택이 있다는 것은 토지가 비옥하고 넓어 물산이 풍부했다는 뜻도 될 것이다.

 

박물관을 나서 우아한 만곡을 그리는 구릉지로 들어선다 
박물관을 나서 우아한 만곡을 그리는 구릉지로 들어선다 
언덕 위에 있는 조선후기 '정명식가옥'. 긴 행랑채와 솟을대문이 위세 당당하다 
언덕 위에 있는 조선후기 '정명식가옥'. 긴 행랑채와 솟을대문이 위세 당당하다 

 

불규칙한 밭 사이로 구불거리는 농로를 따라 황산중학교를 거쳐 금호호 상류로 가면 끝 모를 광야가 펼쳐지고 그 한가운데를 꿰뚫듯 직선로가 뻗어난다. 지금부터 지평선길의 클라이막스가 시작된다. 초입 왼쪽에는 작은 동산이 있는데 간척 전에는 갯벌 속의 섬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광야 속으로 아득한 직선로가 시작된다. 왼쪽에 한때는 섬이었을 작은 언덕이 있다 
드디어 광야 속으로 아득한 직선로가 시작된다. 왼쪽에 한때는 섬이었을 작은 언덕이 있다 

 

사방 어디를 봐도 산은 저 멀리 물러 앉았고, 완벽한 평면과 직선의 기하학만 풍성하다 
사방 어디를 봐도 산은 저 멀리 물러 앉았고, 완벽한 평면과 직선의 기하학만 풍성하다 

 

오직 직선길이지만 너무나 드물고 소중해서 잠시도 지루할 수가 없다. 이 엄청난 들판은 곡창이 되어 우리를 살찌우니 또 얼마나 고마운가. 논 하나는 약 100m 단위여서 거리를 측정하기도 좋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비행기 활주로가 나온다. 초당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경비행기용 산이비행장이다. 길이 1km, 80m의 활주로도 대평원에서는 수풀의 바늘처럼 슬쩍 묻히고 만다.

지평선 속으로 길이 빨려들어 소실점마저 남기지 않는다 
지평선 속으로 길이 빨려들어 소실점마저 남기지 않는다 
초당대학교 산이비행장 활주로도 광야에 파묻힌 듯 느껴진다 
초당대학교 산이비행장 활주로도 광야에 파묻힌 듯 느껴진다 

 

산이비행장을 지나면 이윽고 수로가 나오면서 길은 간만에 곡선으로 감아 돈다. 수로는 금호호와 영암호를 연결하고 있어 북쪽에 개발중인 솔라시도(관광레저형기업도시)는 일종의 섬인 셈이다. 수로 중간쯤에 있는 진산배수갑문은 미래적인 외형이 인상적이다. 바로 옆으로 806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이 수로의 정중앙으로 지대가 꽤 높아서 수로를 뚫는데 많은 공역이 들었을 것 같다. 이 길을 중심으로 완만한 구릉지가 동서로 이어지고 평야는 그 남북에 펼쳐져 있다. 방금 지나온 직선로가 남쪽 평야였다면 이제 북쪽 평야를 관통할 차례다.

금호호와 영암호를 연결하는 수로에서 길은 비로소 곡선을 그린다 
금호호와 영암호를 연결하는 수로에서 길은 비로소 곡선을 그린다 
억새가 하늘대는 수로 옆길 
억새가 하늘대는 수로 옆길 
어딘가 이스터섬 석상 같은 진산배수갑문(지난 여름 사진) 
어딘가 이스터섬 석상 같은 진산배수갑문(지난 여름 사진) 
수로 때문에 왼쪽편은 일종의 섬이 되었다. 철탑이 선 공군부대에서 북쪽 평야의 직선로로 들어선다 
수로 때문에 왼쪽편은 일종의 섬이 되었다. 철탑이 선 공군부대에서 북쪽 평야의 직선로로 들어선다 

 

아찔하게 높은 철탑이 선 공군부대 동쪽으로 북안의 직선로가 뻗어난다. 가운데가 살짝 꺾여 있어 완벽한 직선은 아니지만 들판구간만 9.3km에 달한다. 퇴색한 표지판과 지워진 차선에서 통행량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남쪽 길은 차량통행이 다소 있으나 북쪽 길은 농번기 외에는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아 매우 한적하다.

북쪽 평야 직선로. 중간이 살짝 꺾여 있지만 들판길만 장장 9.3km에 달한다 
북쪽 평야 직선로. 중간이 살짝 꺾여 있지만 들판길만 장장 9.3km에 달한다 
북쪽 길은 낡은 표지판과 지워진 차선에서 통행량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북쪽 길은 낡은 표지판과 지워진 차선에서 통행량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북쪽길 동단에서 북향하면 영암호 가운데 마치 물고기 형상으로 떠 있는 소라섬으로 이어진다. 친환경농법으로 벼를 재배한다고 하며, 섬 둘레길은 5.3km. 경작지이건만 인적이 아예 없어 노루가 뛰어다니고 거대한 독수리가 앉아 있으며 너구리류의 배설물도 지천이다. 영암호 저편으로 영암과 솔라시도를 연결하는 장대한 교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라섬 진입 교량. 영암호 저편의 아득산 한줄기는 영암 땅이다  
소라섬 진입 교량. 영암호 저편의 아득산 한줄기는 영암 땅이다  
소라섬 일주는 5.3km이고, 무인지경이라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라섬 일주는 5.3km이고, 무인지경이라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본 소라섬 서편(지난 여름 사진)
하늘에서 본 소라섬 서편(지난 여름 사진)

 

소라섬은 한바퀴 돌고 다시 돌아 나오게 되는데, 일정이 빠듯하거나 체력을 아끼고 싶다면 소라섬 왕복을 제외하면 된다(10km 단축). 들판을 벗어나 연구저수지를 거쳐 노하리에서 도로에 진입한다. 이제 황산면소재지까지 14km는 이 길만 따라가면 된다. 도로구간이라 차량통행이 다소 있고 주변 경관도 평이해서 지루할 수 있지만 쾌속으로 질주하기는 좋다. 황산면소재지에서 공룡박물관은 1.5km로 가깝다.

들판을 벗어나 연구저수지를 지나면 도로로 올라서게 된다 
들판을 벗어나 연구저수지를 지나면 도로로 올라서게 된다 
황산면소재지까지 14km는 계속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황산면소재지까지 14km는 계속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 tip : 코스가 길지만 길은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공룡박물관 인근의 황산면소재지를 제외하면 식당과 가게가 거의 없어 행동식을 잘 챙겨야 한다. 평야의 직선로는 자동차 통행이 드물지만 간혹 과속차량이 있으므로 유의한다. 오호제 저수지에서 공룡박물관까지 약 15km는 일반 도로이고 차량 통행이 다소 있어 조심해야 한다. 소라섬을 제외하면 코스를 10km 정도 단축할 수 있다.

* 숙식 : 공룡박물관 가는 길의 황산면소재지에 숙소와 식당, 편의점이 있다. 복귀하는 길목인 원호리 일신사거리에도 식당과 작은 슈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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