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코스 흑석산길 24km
금강산 줄기를 뚝 떼어낸 듯

▶ 기암괴석의 산악미
▶ 가파른 업힐, 장쾌한 다운힐
▶ 풍류절경 방춘정

 

방춘저수지 뒤편으로 병풍처럼 솟은 흑석산. 암릉을 이룬 주능선과 짙은 숲이 대비된다 
방춘저수지 뒤편으로 병풍처럼 솟은 흑석산. 암릉을 이룬 주능선과 짙은 숲이 대비된다 

 

자연지리적으로 산에 방향이 있을 리 없지만 인문지리적으로는 산의 정면이라고 느껴지는 모습이 있다. 해남군 북단에 관문처럼 솟아있는 흑석산(653m)은 누가 보아도 북풍을 가려주며 남쪽을 보호하듯 남면하고 있다. 산의 북쪽 절반은 영암군이건만 해남의 산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고, 등산로도 대부분 해남쪽으로 나 있다. 비 온 뒤에 바위가 흑빛을 띤다고 해서 검은 바위 산(黑石山)’이다.

바다가 가까운 저지대에서 솟구친 653m는 당당한 체구다. 육안으로 보는 고도와 덩치는 내륙의 800~900m급 산으로 느껴진다. 거대한 암반과 기암괴석이 즐비한 주능선은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한 줄기를 떼어놓은 것처럼 빼어나다.

코스는 흑석산의 남쪽 사면 허리춤까지 올라가 암봉을 가까이 올려다보고 깊은 숲을 체험하는 길이다.

계곡면사무소가 출발점이다 
계곡면사무소가 출발점이다 

 

출발지는 흑석산 영역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계곡면 면사무소다. 시골 지역에서 면사무소는 주차장과 화장실, 간이 쉼터가 갖춰져 있고 인근에 식당과 가게도 있어 출발지로 적당하다. 계곡면사무소를 출발해 흑석산 중턱을 거쳐 반시계 방향으로 일주하게 된다.

 

계곡면사무소를 나와 산으로 접어든다. 정면의 봉우리는 고제봉(351m)
계곡면사무소를 나와 산으로 접어든다. 정면의 봉우리는 고제봉(351m)

 

계곡면사무소에서 동쪽으로 500m 가다 왼쪽 농로로 접어들면 조금씩 경사가 높아지면서 흑석산을 오르게 된다. 농가가 띄엄띄엄한 농로인데 가파른 돌길도 있다.

가파른 돌길 업힐. 코스 전체에서 최난구간이다 
가파른 돌길 업힐. 코스 전체에서 최난구간이다 
갈림길에서는 파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갈림길에서는 파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길목에는 봄물이 잔뜩 올랐다(21년 4월) 
길목에는 봄물이 잔뜩 올랐다(21년 4월) 

 

마지막 민가와 에덴농장을 지나면 흑석산 주능선과 고제봉(351m) 사이의 안재(250m)에 도착한다.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흑석산의 허리춤에 해당한다. 안재에서 왼쪽 갈림길은 숲속 경작지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이니 진행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왼쪽에 마지막 민가가 있고, 저편으로 흑석산 정상부 암릉이 보인다 
왼쪽에 마지막 민가가 있고, 저편으로 흑석산 정상부 암릉이 보인다 
안재 바로 아래에 있는 에넨농장 
안재 바로 아래에 있는 에넨농장 
안재 정상. 해발 250m로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안재 정상. 해발 250m로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안재에서 산 아래 방춘정까지 5km는 대체로 다운힐이다. 고개를 내려서 모퉁이를 돌자말자 정상부의 날카로운 암릉이 정면으로 드러난다. 100m 이상의 암벽이 즐비한 바위능선은 등산으로 다시 오라는 강렬한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안재에서 방춘마을까지는 5km 정도의 다운힐이다. 저 아래로 원경이 보인다  
안재에서 방춘마을까지는 5km 정도의 다운힐이다. 저 아래로 원경이 보인다  
암벽을 이룬 주능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질주한다 
암벽을 이룬 주능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질주한다 

 

울창한 숲길에서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시며 질주를 이어가면 간혹 산 아래 들판이 흘낏흘낏 드러나고, 편안한 흙길은 끝없이 영원히 이어졌으면싶은 소망을 부추긴다.

노면이 잘 다져진 편안한 숲길
노면이 잘 다져진 편안한 숲길

 

임도 삼거리가 나오면 경사가 한층 급해지면서 새로 조성중인 세심사 입구를 지나간다. 임도 삼거리에서 차단기가 놓인 방향은 조림지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이다. 세심사 아래 방춘저수지에는 언제나 흑석산 그림자가 어려 있고 산과 호수가 대비된 경치가 멋지다.

임도삼거리.  차단기가 있는 오른쪽 길은 조림지 방면으로 막다른길이다 
임도삼거리.  차단기가 있는 오른쪽 길은 조림지 방면으로 막다른길이다 
방춘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펑크가 났다 
방춘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펑크가 났다 
방춘저수지와 흑석산 
방춘저수지와 흑석산 

 

작은 개울을 낀 방춘마을 중심부에 방춘정(芳春亭)이 잇다. ‘꽃 피는 봄이란 이름처럼 방춘정은 언제 와도 화사하고 아늑하다. 1871년 건립된 순천김씨의 강학소로, 2개의 방과 넓은 대청마루와 툇마루를 갖춰 넓고 환하다. 보기 드물게 실용성을 살린 구조여서 요모조모 보고 만지며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넓고 환한 구조의 방춘정. 실용성을 살린 정자 건물 자체가 아름답다 
넓고 환한 구조의 방춘정. 실용성을 살린 정자 건물 자체가 아름답다 

 

방춘정 아래의 물래방아 
방춘정 아래의 물래방아 

 

흑석산 남쪽에 펼쳐진 들판은 상당히 넓다. 맞은편 금강산~만대산 사이에 펼쳐진 평야는 폭 3~4km, 길이 10km를 넘는 광야다. 방춘정에서 잠시 들길을 달리다 흑석산자연휴양림 방면으로 향한다.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암봉과 암반, 기암괴석이 가득한 산자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들판을 거쳐 흑석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거대한 바위산의 인력에 빨려드는 듯하다 
들판을 거쳐 흑석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거대한 바위산의 인력에 빨려드는 듯하다 

 

흑석산 남서 계곡에 자리 잡은 자연휴양림은 사방이 가로막혀 바람과 소음이 거의 없다. 휴양림 외곽을 감싸는 숲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너무나 조용하고 아늑해서 숲속의 집과 캠핑장에서 무념무상으로 쉬고 싶 충동이 인다. 정문 아래 작은 동물원에 있는 일본원숭이 해남이2004~6년 흑석산 일대를 누비다 포획되어 2007년부터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국내에는 없는 야생원숭이가 발견되어 떠들썩했으나 우리를 탈출한 일본원숭이로 밝혀졌다.

바람도 소음도 완전 차단된 흑석산자연휴양림. 외곽 순환도로를 한 바퀴 돌아온다 
바람도 소음도 완전 차단된 흑석산자연휴양림. 외곽 순환도로를 한 바퀴 돌아온다 
우리를 탈출해 2004~6년 흑석산에서 야생으로 지냈던 해남이와 일본원숭이 가족. 휴양림 입구에 있다   
우리를 탈출해 2004~6년 흑석산에서 야생으로 지냈던 해남이와 일본원숭이 가족. 휴양림 입구에 있다   

 

원숭이 우리 옆으로 시작되는 비포장 임도는 가학제 1, 2 저수지를 차례로 거쳐 가학마을로 내려선다. 이제 들판을 가로질러 출발지로 돌아가면 된다. 도중에 공사중인 경전선 철로를 지나게 되는데, 올해 안에 해남역이 바로 인근에 들어선다. 해남에 철도시대가 열리면 흑석산 아래가 중심이 되는 셈이다.

가학제 1,2 저수지를 거쳐 들판으로 향한다 
가학제 1,2 저수지를 거쳐 들판으로 향한다 
들판으로 내려서서 819번 지방도로 가는 길. 멀리 보이는 산은 해남읍 뒤쪽의 금강산(488m)
들판으로 내려서서 819번 지방도로 가는 길. 멀리 보이는 산은 해남읍 뒤쪽의 금강산(488m)
왼쪽으로 흑석산을 바라보며 들판을 가로지른다 
왼쪽으로 흑석산을 바라보며 들판을 가로지른다 

 

* tip : 난이도 있는 업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노면이 좋은 편이다. 코스도 23km로 길지 않아 부담 없이 돌아보기 좋다. 남는 시간은 방춘정과 자연휴양림에 분배하면 적당하다.

 

* 숙식 : 계곡면소재지에만 식당과 마트가 있다. 숙소는 흑석산자연휴양림 또는 해남읍내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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