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코스 노두길 32.5km
바다가 열리는 ‘기적의 길’ 즐비


▶ ‘바다가 갈라지는 길’ 라이딩
▶ 광활한 갯벌과 어촌 마을 통과
▶ 한일고대사의 신비 간직한 고분군

 

 

하늘에서 본 북평면~북일면 일대의 해안선. 물이 빠지면 곳곳에 노두길이 드러난다 
하늘에서 본 북평면~북일면 일대의 해안선. 물이 빠지면 곳곳에 노두길이 드러난다 

 

가장 해남적인풍경이라고 할 수 있는 땅끝이 인문지리적 공간이라면, 하루 두 번씩 물이 갈라지는 기적의 길 노두길이 즐비한 북평~북일면 일대는 자연지리적으로 오직 해남만의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빠지면 광대한 갯벌이 펼쳐지고 크고 작은 섬들을 연결하는 노두길이 드러난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지겠지만 막상 현장에서 달려보면 놀랍고 신통스럽다.

장죽도 노두길. 650m의 바닷길이 하루 두 번 열린다 
장죽도 노두길. 650m의 바닷길이 하루 두 번 열린다 

 

두륜산-달마산-상왕산 사이 삼각지대는 산과 바다, 들판이 조화를 이루고 사철 푸른 상록수림이 울창한 특이지대다. 이국적인 느낌마저 드는 이 두달상 삼각지대의 바다와 들판을 일주하는 코스가 노두길이다. 북일면 일대에 남은 특이한 고분들은 고대 한일관계사의 비밀을 담고 있어 더욱 신비롭다.

북평면사무소가 출발점이다 
북평면사무소가 출발점이다 

 

코스의 출발지는 완도 진입로에 자리한 북평면사무소다. 여기서 북평면과 북일면 일대의 해안과 내륙을 돌아오게 된다. 면소재지 치고 남창리는 꽤 번화하고 복잡하다. 조선시대에는 수군기지인 달량진(達梁鎭)이 있어서 지금도 성벽이 일부 남아 있다.

도로에서 첫번째 해안길로 빠지면 갑자기 적막해진다  
도로에서 첫번째 해안길로 빠지면 갑자기 적막해진다  

 

복잡한 남창리를 벗어나 해안으로 접어들면 바로 적막모드로 급변한다. 해안을 따라가는 농로는 주민들의 일상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는 삶의 체험이다. 화려하거나 번잡하지 않고 수더분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정겹다.

왼쪽 밭과 오른쪽 갯벌 사이로 난 해안길. 무인지경에 적막강산이다  
왼쪽 밭과 오른쪽 갯벌 사이로 난 해안길. 무인지경에 적막강산이다  

 

첫 번째 어촌인 오산마을에는 200m 정도의 노두길이 마을 바로 옆으로 나 있다. 일종의 마을 우회로인데, 이 길이 잠기면 마을 안쪽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밖에도 오산마을 동쪽의 율도를 연결하는 노두길이 또 있다.

오산마을 우회로가 곧 노두길이다. 맞은편 우측으로 두륜산이 보인다 
오산마을 우회로가 곧 노두길이다. 맞은편 우측으로 두륜산이 보인다 

 

두 번째 어촌인 와룡마을에는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바위섬까지 길이 600m의 노두길이 연결된다. 바위섬이 너무 작아 그냥 바다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만 같고, 맞은편 완도 상왕산이 성큼 다가선다. 바위섬 안쪽 질척이는 갯벌에서는 주민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와룡마을 노두길.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바위섬으로 이어진다. 건너편 왼쪽으로 완도 상왕산이 가깝다
와룡마을 노두길.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바위섬으로 이어진다. 건너편 왼쪽으로 완도 상왕산이 가깝다
노두길 옆에서 조개를 캐는 주민. 왼쪽으로 완도대교가 걸려 있다 
노두길 옆에서 조개를 캐는 주민. 왼쪽으로 완도대교가 걸려 있다 
와룡마을 노두길이 연결된 작은 바위섬 
와룡마을 노두길이 연결된 작은 바위섬 
노두길은 주민들이 돌을 쌓아 만들었다  
노두길은 주민들이 돌을 쌓아 만들었다  

 

노두길 초입 인근에는 갯벌 위에 자리한 짜우락샘이 신기하다. 용의 두 눈 형상이라고 하며 갯벌 가운데 있는데도 민물이 솟아나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누운 용을 뜻하는 와룡(臥龍) 마을은 두륜산 위봉(530m)에서 길게 흘러내린 산줄기가 마치 용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짜우락샘으로 용이 두 눈을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샘물은 용의 눈물일까.

'용의 눈'에 해당한다는 와룡마을의 짜우락샘. 갯벌 가운데 있는데도 민물이 솟아난다 
'용의 눈'에 해당한다는 와룡마을의 짜우락샘. 갯벌 가운데 있는데도 민물이 솟아난다 

 

바닷가지만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더 많은 듯 해안도로 옆에는 논밭이 많다. 세 번째 만수마을을 거쳐 갈두리 가는 길목에 토도로 이어지는 노두길이 바다를 가른다. 토도는 해남에서 훨씬 가깝지만 행정구역은 완도 소속이다. 토도로 이어지는 노두길은 650m나 된다. 노두길 좌우에 꽂아놓은 나무는 물에 잠겼을 때 노두길의 위치를 표시한다.

일상의 평범함 속에 비범한 절경을 담은 해안길 
일상의 평범함 속에 비범한 절경을 담은 해안길 

 

길이 500m 정도의 작은 섬인 토도는 토끼가 누운 모습이라고 해서 토끼섬’(兎島)이 되었다. 이 작은 섬에도 20여 가구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포구는 남쪽 완도 방향으로 나 있다. 섬 일주 길이 나 있어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토도 동쪽에 있는 장구도는 100m 정도의 노두길로 토도와 이어진다.

토도 노두길. 길가의 막대는 물이 들었을 때 길의 위치를 알려준다 
토도 노두길. 길가의 막대는 물이 들었을 때 길의 위치를 알려준다 
토도는 해남에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완도 소속으로 완도 방향에 포구가 있다. 바다 건너 완도 상왕산 일대가 보인다 
토도는 해남에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완도 소속으로 완도 방향에 포구가 있다. 바다 건너 완도 상왕산 일대가 보인다 
토도는 작은 섬이지만 다채로운 지형으로 일주가 흥미롭다  
토도는 작은 섬이지만 다채로운 지형으로 일주가 흥미롭다  

 

갈두리를 돌아나가면 길이 930m의 신월방조제가 직선으로 뻗어있고, 방조제 서단의 수문 앞에는 직은 선착장이 그림 같다. 방조제 길은 잡초가 많아 여름에는 지나기 쉽지 않은데 이럴 때는 방조제 아래의 농로를 이용하면 된다.

무한히 정겹고 아늑한 해안길
무한히 정겹고 아늑한 해안길
신월방조제 서단의 작은 선착장. 그림 같은 풍경이다 
신월방조제 서단의 작은 선착장. 그림 같은 풍경이다 
길이 930m의 신월방조제. 잡초가 무성해지는 여름에는 방조제 아래 농로를 이용하면 된다  
길이 930m의 신월방조제. 잡초가 무성해지는 여름에는 방조제 아래 농로를 이용하면 된다  

 

신월방조제 동쪽에서 장죽도 노두길이 시작되며, 650m로 토도 노두길과 같다. 다만 길이 1.1km의 장죽도가 무인도여서 보다 극적인 느낌을 준다. 장죽도 남북으로 긴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장죽도로 이어지는 노두길
장죽도로 이어지는 노두길
장죽도 남쪽 해변. 백사장과 갯벌이 뒤섞여 있다 
장죽도 남쪽 해변. 백사장과 갯벌이 뒤섞여 있다 
고운 백사장이 길게 펼쳐진 장죽도 북쪽 해변 
고운 백사장이 길게 펼쳐진 장죽도 북쪽 해변 

 

장죽도에서 나와 내동리 밭섬고분군에서 내륙으로 방향을 튼다. 밭섬은 간척 전에는 육지 끝에 있다고 해서 바깥섬(外島)이었는데 정상부에 2기의 삼국시대 고분이 있다. 고분은 석관묘가 노출된 상태로 봉분은 알아보기 어렵다. 이곳 외에도 근처에는 특이한 고분들이 산재해 있는데 고분의 형식과 시기, 내용 등에서 고대 일본과의 연계성을 보여줘 주목된다.

바닷가 언덕에 자리한 내동리 밭섬고분군. 2기의 석관묘가 드러나 있으며 고대한일 관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바닷가 언덕에 자리한 내동리 밭섬고분군. 2기의 석관묘가 드러나 있으며 고대한일 관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북일면사무소 방면으로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독수리봉고분군이 나온다. 밭섬고분군과 마찬가지로 2기가 있으며 분구가 평탄화된 상태이고 묘실은 노출되어 있다.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밭섬고분군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밭섬고분 인근에 있는 독수리봉고분군. 본구는 평탄화되었으나 2기의 묘실이 확인되었다 
밭섬고분 인근에 있는 독수리봉고분군. 본구는 평탄화되었으나 2기의 묘실이 확인되었다 

 

독수리봉고분군 서쪽에는 아주 특별한 방산리 장고봉고분이 있다. 삼산면 용두리고분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전방후원분모양으로 길이 76m, 높이 10m에 달해 전방후원분(장고분) 형태로는 국내 최대다. 4~7세기 고대 일본의 대표적인 묘제인 전방후원분이 왜 여기에 이런 규모로 있는지는 역사의 미스터리다. 방산리고분 북쪽에는 용운고분군이 또 있다. 2기의 원분 외에 한 기는 경작지로 인해 형태가 잘려나간 전방후원분으로 추정된다.

방산리 장고봉고분. 길이 76m, 높이 10m로 국내에서 발견된 전방후원분 형태 중 최대다 
방산리 장고봉고분. 길이 76m, 높이 10m로 국내에서 발견된 전방후원분 형태 중 최대다 
하늘에서 본 장고봉고분. 왼쪽(앞쪽)은 각지고 오른쪽은 원형이다(전방후원분). 묘실은 원분 정상에 있다(노란선은 참고용)
하늘에서 본 장고봉고분. 왼쪽(앞쪽)은 각지고 오른쪽은 원형이다(전방후원분). 묘실은 원분 정상에 있다(노란선은 참고용)
용운고분군. 경작지로 인해 전방후원분 형태가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용운고분군. 경작지로 인해 전방후원분 형태가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장고봉고분 뒤의 성마산 저편에는 신월리 방대형고분이 있다. 특이한 사각형 봉분에 돌을 촘촘히 덮은 즙석분(葺石墳)으로 이 역시 고대 일본과의 연계성이 높다. 도대체 고대에 해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대에 일본과 중국을 연결하는 연안항로에서 중간 거점 역할을 했거나 백제와는 구분되는 정치체제가 존재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각형을 이룬 신월리 방대형고분. 북일면 일대는 기묘한 형태의 고분이 곳곳에 분포한다
사각형을 이룬 신월리 방대형고분. 북일면 일대는 기묘한 형태의 고분이 곳곳에 분포한다

 

방대형고분을 나와 도로를 타고 남향하면 앞서 지났던 만수마을로 연결되고, 계속 도로를 따라가면 출발지인 남창리로 이어진다. 신월리 방대형고분 이후 복귀 구간은 따로 들릴 곳 없이 도로를 따라 그대로 달리면 된다.

 

* tip : 코스는 대체로 평탄하지만 노두길은 노면이 거칠고 바닷물이 튀길 수 있어 MTB를 추천한다. 노두길을 라이딩하려면 썰물 때를 잘 맞춰야 하므로 물때표를 미리 확인하고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물이 완전히 빠지는 썰물 최저점 기준으로 전후 3시간 라이딩이 가능하다. 노두길 라이딩 후에는 바닷물이 묻은 자전거를 잘 씻어내야 부품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

 

* 숙식 : 북평면소재지와 북일면소재지에 식당과 편의점, 마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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