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성공 뒤에는 큰 키와 흰 피부 같은 외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류의 성공 뒤에는 큰 키와 흰 피부 같은 외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생활주변에서 눈에 띄게 느껴지는 변화 중에는 늘어난 노인들의 평균수명도 있지만, 그보다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의 신장()일 것이다. 정말 키가 크다. 십중팔구는 부모보다 더 크다. 동아시아권에서 한국인이 가장 크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는 국제운동경기에서 예전에는 중계방송 때마다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들었던 아나운서들의, 우리나라 선수에 대한 단골 멘트인 '과도한 신장차이', '현격한 체격열세' 같은 말이 요즈음 방송엔 아예 없다. 우리의 신장열세를 위로하는 말이었던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소리도 거의 없어졌다.

예전엔 이러한 장신화를 두고 환경주의자들이 농약성분에 함유된 성장호르몬제 탓으로 보고 재앙으로 여기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런 말이 없다. 영양섭취 덕이란 걸 인정했기 때문일 게다.

그럼 얼마나 커졌는지 따져보자.

 

한류열풍이 먹히는 가장 큰 이유?

한류 열풍에 대해서 필자는 평소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거의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의 요란한 노래를 가지고 뭘 그리 대수냐는 생각이었다. 한류 드라마에 대해서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 무슨 재벌회장 댁 나올 테고, 거기다 결정적 비수 같은 '출생의 비밀'이 등장할 게 뻔해서였다. , 콘텐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전원일기''사랑과 전쟁' 재방영분은 가족들이 모여 TV를 시청할 때 단골메뉴다. 진짜 재미있다. 그러다 채널을 돌릴 때 가요 쇼나 일일연속극에 잠시 시선을 둘 때가 있는데, 그때도 방송내용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그냥 출연자의 외모만 잠시 보는 정도다. 그런데, 그 외모 중에서 키가 가장 눈에 띄더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필리핀 가수와 백댄서들이 공연하는 것은 그냥 아시안 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가 그렇게 하면 '늘씬한' 아시안 쇼가 된다. , 큰 키와 밝은 피부색 때문에 동양국가 사람들에겐 부러움+동류감을 주고, 서양국가 사람들에겐 동류감+이채로움을 준다. 만일 서양인에게 다른 아시아인이 공연을 한다면, 작은 키와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경멸감+이질감 밖에 안 준다고 본다. 바로 그 큰 키 때문에 우리보다 영어에 더 능통한 필리핀보다 어필이 쉽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그렇다. 드라마는 주로 아시아지역에 잘 먹히는 것으로 아는데, 같은 동양인으로서 어떻게 저리 늘씬하게 키가 클까 하는 부러움이 배이게 된다. 거기에 나오는 한국의 전자제품은 이미 세계적인 데다 대부분의 주변환경이 깔끔하게 도시화되고 차를 몰고 다니는 게 별스럽지 않은 일상으로 보이는 것이 그들에겐 보통 부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아시안인데 키가 크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의식적으로 모방을 추종으로변질시키는 것이다.

국가경제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서구인들에게 한국인은 키 때문에 다른 아시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시를 덜 당한다고 본다.

 

몽골인은 1000년 전에도 지금처럼 큰 편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더 크지만 칭기즈칸 당시에는 10cm 정도 더 커서 더욱 위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몽골인은 1000년 전에도 지금처럼 큰 편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더 크지만 칭기즈칸 당시에는 10cm 정도 더 커서 더욱 위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고대의 북방민과 중세 몽고군의 키

선사시대 네피림 같은 거인족이 아닌 이상 역사시대의 인류 키는 현대인이 가장 크다.

그럼 고대인들의 키가 얼마나 되었을까? 기록은 있어도 단위를 가늠하는 게 문제다. 주척, 한척, 당척, 송척 같은 단위가 많지만, 그 크기가 문제다. 게다가 과장이 심한 중국의 키에 대한 이야기는 신뢰하기 어렵기에 필자가 판단하건데 고대 중국 성인남성의 평균키는 160cm가 못 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 당시 준수(俊秀)한 키라면 170cm정도였을 것이다.

반면, 화북지역에 한족과 같이 섞여 살던 북방민(오랑캐)의 경우는 춘추시대에도 한족보다 훨씬 덩치가 큰 것으로 얘기되고 있는데,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북방민의 평균키가 170cm 정도였고, 180cm 정도면 나름 준수한 편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는 현재 몽고인의 키 때문이다.

현재 몽고의 젊은 남성 평균키는 172cm로 우리나라의 176cm보다 작다. 하지만 우리는 구한말에 162cm였고, 그 키는 1천 년 전에도 그만했지만 몽고인은 현재의 키가 1천 년 전과 같다. 우리는 영양섭취가 늘어 커진데 반해, 몽고인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는 것이다. , 칭기즈칸 당시에 우리는 몽고인보다 키가 10cm가량 작았기에 그들이 엄청나게 커 보이고 무서워보였을 것이다. 한족들이 항상 북방민을 무서워한 이유와 똑 같다.

유럽도 매한가지다. 몽고군과 덩치로 싸울 수 있는 군대는 독일 기사단국 정도였고, 대부분 몽고군보다 작았다. 지금은 다들 거인처럼 보이지만, 유럽인의 키도 미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사람들은 20세기가 되어서야 키가 큰 영국이 170cm를 겨우 돌파했을 정도다. 프랑스는 20세기 초에도 170cm가 안 되었다.

한국인의 키 변화. 20대 기준으로 아시아 최장신이고 유럽인과도 비슷하다
한국인의 키 변화. 20대 기준으로 아시아 최장신이고 유럽인과도 비슷하다

 

한 세기 동안 인종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구한말까지는 남자 162cm, 여자 148cm정도였다가 일제 이후 급격히 커졌다고 본다. 그러던 키가 앞부분에 얘기한 대로 1940년대 초 대동아전쟁 때에도 없었던 굶주림이 해방직후 매점매석으로 인하여 나타났고, 6·25 이후의 굶주림가지 더해 1940년대 생들의 키가 매우 줄었다. 그러다가 보릿고개 이후 세대인 60년대 생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는데, 70년대 생부터 남자의 키가 170cm를 넘어서게 된다.

2000년대 초에 173cm를 달성한 이후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으나, 느리긴 해도 지금까지 계속 커왔다. 20대에 한정한 것 같은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남자의 경우 174cm174.9cm175.2cm175.5cm 식으로 9년간 1.5cm 늘었고, 여자는 160.5cm162.3cm162.5cm162.56cm163.2cm 식으로 9년간 2.7cm 늘었다.

그 비례를 3년이 지난 2022년에 적용하면 남자는 176cm가 되고, 여자는 164.1cm로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구한말과 비교할 때 자료에 따라선 15~22cm 정도 더 커진 것이다.

이것을 방증하는 게, 홍서범의 노래 구인광고”(1993)에 나오는 “160센티미터의 키에, 45킬로그램 몸무게를 보면 그때까지 여자성년의 키가 160cm가 안 되었다. 1997년에야 달성되었다. 노래가 나온 이후 30년 만에 여자 키가 5cm나 커진 것이다.

키는 여성의 경우 20대 초중반에 가장 크고, 남성은 20대 중후반에 가장 큰데, 이는 고3(17~18) 이후 만 24세까지 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20대 남자의 최대신장은 고3 신체검사나 징병검사 때의 키보다 더 크다고 봐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1917년생)은 키가 165cm로 알려져 있다. 함께 선 사람들은 1920~30년대 생으로 1940년대 생(평균 165cm)보다 오히려 더 크다 
박정희 전 대통령(1917년생)은 키가 165cm로 알려져 있다. 함께 선 사람들은 1920~30년대 생으로 1940년대 생(평균 165cm)보다 오히려 더 크다 

 

키 작은 인종이라는 관념

그런데, 우리는 왜 아직도 키가 작은 인종이라고 생각할까? 그것은 키 큰 세대인 젊은 층에선 2000년대 초에 이미 포르투갈을 제쳤고 지금은 이태리도 노리고 있지만, 옛날 키 작은 세대였던 고령층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 외국인과 접촉할 기회가 훨씬 많았다보니 자연히 그 연령대에서 비교관념이 생겨났다고 본다.

그럼 출생연도별로 볼 때 키가 가장 작은 연령대는 어디일까?

먼저 얘기한 1940년대 생이다. 지금 70~80대인데, 그 연령대의 성인남성 평균키는 165cm가 겨우 된다. 게다가 지금은 나이 들어 몸이 쪼그라들었으니 그보다 더 작을 것이다. 이는 그 세대들의 영유아기였던 1940년대 초 대동아전쟁에 따른 수탈도 그렇고, 해방직후 매점매석과 물류정체에 따른 기아사태(이 때문에 미국의 잉여농산물 원조가 본격 시작), 그리고 6·25 직후 굶주림의 영향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참고로 고 박정희 대통령의 키가 164.5cm였다고 하는데, 그 주변에 우뚝 선 사람들의 키를 보면, 1920~30년대 출생자들은 1940년대 출생자보다 키가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 구한말에 비하면 일제시대 초중반은 영양상태가 훨씬 좋았다는 뜻이 된다. 실제 자랄 때 굶었다는 1930년대 생인 나의 부친세대가 40년대 생인 그 후배세대보다 이상하게도 키가 더 컸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키를 보면, 남자평균은 170.63cm, 여자평균은 157.11cm라는데, 뭐가 그리 크다는 것인지 의아할 것이다. 이유는 그 평균치가 2020년도의 전체연령대이기 때문이다. , 1969~1970년대 생의 평균키 정도인데, 이는 그 이전세대는 젊었을 때도 이보다 작은데다 노화에 따른 신장위축 때문에 지금의 키가 훨씬 더 작은 반면, 그 이후세대는 이보다 키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든 세대는 서구인에 비해 키가 작은 게 확실하지만 젊은 세대는 서구인에 비해 그리 작다고 볼 수 없다.

1984년 LA올림픽 선수 입장 때 기수를 맡았던 유도의 하형주 선수(185cm, 위 왼쪽)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기수였던 역도의 이민우 선수(191cm). 아래쪽은 외국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여자 배구선수들
1984년 LA올림픽 선수 입장 때 기수를 맡았던 유도의 하형주 선수(185cm, 위 왼쪽)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기수였던 역도의 이민우 선수(191cm). 아래쪽은 외국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여자 배구선수들

 

1984LA올림픽 때 유도의 하형주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단의 기수가 되어 맨 앞에 섰다. 그의 키가 185cm였는데, 그 정도 키를 두고 그 당시엔 거인이라고 했다. 게다가 발이 커서 왕발이라느니 이불 밖으로 발이 나와서 불편하다느니 말이 많았다.

그런데 불과 2년 뒤인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역도의 이민우 선수가 기수를 맡았는데, 그의 키는 191cm였다. 그 옆에서 걷는 양궁의 김수녕이 마치 아기요정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웃기는 건 지금 여자배구 선수들도 그만한 키가 즐비하다는 거다. 키가 작아서 시간차 공격에 몰두했던 여자배구가 이젠 네트에서 외국선수와 마주볼 때 신장의 열세를 보인 예가 거의 없다.

예전 흑백TV 시절 보던 한국축구도 그렇다. 그때는 키 큰 외국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말자는 의미의 자조인지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유행했는데, 요즈음은 그런 말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필자도 지하철에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의 다리가 더 길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주변을 살펴 보면,  웬만한 젊은 아가씨들도 나보다 다리가 더 긴 것을 항상 본다.

아들의 다리(왼쪽)가 필자보다 훨씬 길다 
아들의 다리(왼쪽)가 필자보다 훨씬 길다 

 

들쭉날쭉한 정치적 통계

국민의 키는 국가적 자존심(국격)과 알게 모르게 관계된다. 겉으로 감히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다들 속으로는 인종주의 관념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인 이상 우생학적 감각을 갖지 않을 수 없고, 실력과 품질이 드러나지 않으면 눈에 띄는 크기로 우열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가별로 대략 청년남성을 기준으로 키 순위를 매기자면 100여 년 전에는 몽고 172cm > 한국 162cm > 중국 160cm > 일본 158cm이었는데, 지금은 한국 176cm > 몽고 172cm > 일본 170cm > 중국 169cm이다. 현재 한국이 가장 크다. 그것도 남한이다. 북한은 순위에서 빠진다.

1937년 일제의 징병검사 자료. 함경도가 가장 크고 일본의 동북지방이 가장 작다 
1937년 일제의 징병검사 자료. 함경도가 가장 크고 일본의 동북지방이 가장 작다 

 

재미난 것은 해방 전 1937년도의 일제 징병자료에 보면 조선과 일본을 통틀어 함경도가 가장 키가 크고, 그 다음이 기타 조선지역, 그 다음이 조선의 충남과 전북 및 일본에서 키가 큰 지역,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키가 작은 지역 순이다. 이를 보면 그 당시에 이미 영양섭취가 농업환경을 초월했음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칼로리 소모가 많은 추운 지역이 영양섭취를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일제시대가 조선시대보다 훨씬 더 잘 살았음을 나타낸다. 조선시대 때는 가장 먹고살기 힘든 함경도가 일제시대는 가장 먹고살기 좋았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북한 남성의 평균키가 172cm라는 건 왼쪽의 탈북 군인만 봐도 정치적 과장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남성의 평균키가 172cm라는 건 왼쪽의 탈북 군인만 봐도 정치적 과장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한의 평균키가 남성은 172cm 여성은 159cm이며, 중국은 남성이 175.7cm’라는 통계를 봤는데, 이는 다분히 정치적인 냄새가 난다. 탈북자와 같이 학원을 다녀보기도 한 필자의 경험과 추정 수치로으로 보건데, 북한 남성은 158cm, 여성은 153cm를 평균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고, 중국은 은근히 6cm 넘게 부풀린 수치로 인종적 자존감을 높이려는 수작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키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다루는 데는 미국의 평균 신장 축소에 대한 반미주의자들의 악의적 해석도 관심을 끈다. 그들은 1950년대 세계 1위이던 미국의 평균키가 지금은 한참 줄어든 것은 불평등한 분배구조에 따른 영양불균형 때문이라고 떠드는데, 필자가 보기엔 키가 작은 아시아 인종과 라틴 인종의 이민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재미난 사실이 있는데, 주식으로 쌀을 먹는 지역과 밀을 먹는 지역을 비교할 때, 두 곳 다 육류를 먹지 않을 경우 밀을 먹는 쪽의 키가 더 크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쌀이 주식 아닌가.

 

이젠 체격보다 체력에도 신경 쓸 일이다

 

체격이 커진 데서 걱정되는 것은 그만한 체력을 갖추지 못한 점이다. 입시에서 체력장이 없어진 것도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장애인에게 위하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던데, 문제는 정상인에 여유가 있어야 장애인을 살필 여력이 생길 것 아닌가. 장애인의 마음을 이해해주기 위해 전부가 장애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필자는 학창 시절 체육을 더럽게 못했다. 하지만 그건 체질에 안 맞는 문제라고 생각했지 허약해서라고 자학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체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건강관리를 한다. 그러면서 나보다 커진 자식들에게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건강수명을 위해 항상 운동으로 자기관리를 하라고 말한다. 체격만큼 체력을 못 내면 쉬운 먹잇감으로 인식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입시의 체력장이 부활하기를 바래본다. 장대하고 튼튼한 후손들이 우리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김종성(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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