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차(5/2) (최종회)
뽈락의 봄날!
글-김태진(전 코렉스스포츠 대표, 닉네임 '뽈락')

만세! 다시 임진각이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1073km, 작년 서해안~남해안을 도는 77번 국도 완주까지 포함하면 총 2,673km를 달려 국토 외곽 일주를 완성했다  
만세! 다시 임진각이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1073km, 작년 서해안~남해안을 도는 77번 국도 완주까지 포함하면 총 2,673km를 달려 국토 외곽 일주를 완성했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집에 가는 날이다. 골인지점인 임진각에 백만의 환영 인파가 예상되는 만큼 의관도 매만지고 멘트도 준비한다? 상상은 즐겁고 착각은 자유다.

월요일 아침 7, 아직인지? 항상 그러한지 연천읍내 거리는 한산하다. 목적지 임진각까지는 자전거길로 70km가 넘지만 조바심이 동한 뽈락은 50km의 국도를 찍었다. 남해 미조를 향해 달리는 3번 국도는 전곡읍 근처에서 37번에게 우리를 인도한다. 소실점이 보일 듯 쪽 뻗은 길이라 신나게 달린다. 한탄강이 힘을 합쳐 세를 불린 임진강을 동이대교로 건넌다. 그리 높지 않은 산허리에 콧구멍 두 개가 보인다. 갓길 옆에 나뒹구는 신발 한 짝과 타이어 조각은 공포 터널의 분위기 소품이다. 하지만 출구가 훤히 보이는 어유터널에 쫄 바다미가 아니지. 여유 있게 통과다.

임진강을 넘는 연천 동이대교. 국도에는 보기 드문 멋진 사장교다  
임진강을 넘는 연천 동이대교. 국도에는 보기 드문 멋진 사장교다  

 

어제 그렇게 불던 바람은 조용하다.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사나운 개를 잡고 있듯이 아침 안개가 심술궂은 바람을 꼭 껴안고 있다. 자동차 내비 모드속의 그녀는 안내 멘트를 하느라 바쁘다. “일키로 전방 시속 팔십키로 구간 단속입니다.” 그래, 우리는 그 단속에 꼭 걸려 보고 싶다. 바다미! 이참에 투사이클 엔진을 올려 머신으로 변신해볼래? 미쳤군! 내 몸에 지문 한 점 찍히는 날이 사형집행일이다. 알간!

1번 국도를 만났다. 지금은 파주~목포 간으로 반토막이지만 원래는 신의주~목포 간 1,068km의 한반도 대동맥이다 
1번 국도를 만났다. 지금은 파주~목포 간으로 반토막이지만 원래는 신의주~목포 간 1,068km의 한반도 대동맥이다 

 

마침내 해냈다! 국토 한바퀴 2,673km

파주를 지나 37번에서 내리니 1번 국도가 보인다. 하루에 1, 3번의 대동맥 큰 행님 국도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행운이라고 여긴다.1번 국도는 신부를 신랑에게 인계하는 아버지다. 77번 신랑이 임진각에서 기다리고 있다. 백만의 환영객? 중 대표로 딱! 한명과 만나기로 한 정오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아는체 해주는 사람은 1도 없지만 뽈락의 가슴에는 서해, 남해, 동해 바다의 삼각파도가 일렁이고 민통선 고산준령들이 흙바람을 일으킨다.

작년 가을 여기를 출발할 때만 해도 객기라고 여겼다. 모든 일은 작은데서 시작되고 돌구멍을 뚫는 것은 꾸준한 낙숫물임을 실감한다. 77번 국도길 1,600km, 7번 국도 겸 동해안 길 711km, 민통선길 362km 2,673km를 달려 국토의 변두리를 시계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이른바 777에 민통선 자 밑금까지 짝 그은 셈이다. 작년에 17, 올해 13일 해서 딱 한 달 30일이 걸린 셈이다.

그동안 살아온 새털같이 많은 날들 중에 봉황깃털처럼 소중한 날들이 얼마나 될까. 이번 長道는 비록 혼자의 길이었지만 홀로 이룩해낸 것은 결코 아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도 발광하는데 전국을 좌충우돌 누비는 철부지 뽈락을 살피기 위해 가슴조린 이는 부지기수요, 등 토닥거려 주는 붉은 악마는 하늘의 별 만큼일 것이다. 천지만물에 고개 숙이고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5, 화창한 햇볕의 벤치에 앉아 바다미의 허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고 뽈락의 봄날을 만끽해 본다. 생애 최고의 봄날을!

철마는 달리고 싶고 바다미는 더 달리고 싶다 
철마는 달리고 싶고 바다미는 더 달리고 싶다 
진격 앞으로!(임진각)
진격 앞으로!(임진각)
평화의 비상
평화의 비상
임진각 망배단 
임진각 망배단 
 노래비 
노래비 
돌아오지 않는 다리 
돌아오지 않는 다리 

 

철마는 달리고 싶지만

1953727일에 멈춰버린, 아니 멈춤을 당해버린 철마는 이곳에서 달리고 싶다며 목이 나갔다. 부산에서 497km를 달려왔는데도 함북 나진까지는 아직도 996km가 남았다.

전쟁 통에 죽은 이도 많지만 살아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북녘 고향에 두고 온 부모 형제가 더욱 생각나는 설·추석 명절에는 1985년 건립된 망배단을 찾아 제를 올린다.'나의 조국' '망향'들은 바위에 새겨질 만큼 애틋하고 절절하다.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KBS 이산가족 찾기는 1983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설운도를 운도오빠로 출세시켜준 잃어버린 삼십년은 망향 노래비에 그 당시의 주제곡임을 밝히고 있다. 이제 세월은 흘러 노래 제목도 바꿔줘야 겠다.'잃어버린 육십년'이라고.

나무 교각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들어갈 수 없는 다리가 되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고 전쟁을 잊은 후손은 나라가 없다.

 

행님, 담엔 어디로 튀남유?

조운 자룡이면 천군만마가 부럽지 않다. 오늘의 환영객이 손을 흔든다. 고양 자전거학교 한기식 대표다. 특전단 장교, 트라이애슬론 아이언맨의 탄탄한 기본기로 자전거 교육을 하고 있는 열정 맨이다. 뽈락의 끝내기를 인증해주기 위해 사진도 찍어주고 유튜브 인터뷰도 한다. 자전거 가치를 공유하고 추구하는 잔차 우방국의 동지를 만나니 즐겁기 그지없다.

자르르한  장어 
자르르한  장어 
한강은 흐른다(행주산성 카페에서)
한강은 흐른다(행주산성 카페에서)
자전거길도 흐른다(집으로 가는 길) 
자전거길도 흐른다(집으로 가는 길) 

 

아침에는 라면 거지였다가 점심때는 황제처럼 장어정식이다. 그것도 그 비싸다는 고석정 장어집에서 기름 자르르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후식은 행주산성 꼭대기 전망들이 죽어나간다는 까페에서다. 자전거생활의 김병훈 대표와 박 부사장이 엄선한 곳이다. 양껏 부풀어 오른 브레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즐거운 대화를 이끄는 마약이다. 사실 이번 777 여행의 단초를 제공한 분은 자생의 김대표이다. 그전에 뽈락의 일본 자전거 여행기도 잡지에 올려 초보 글쓰기에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졸렬, 유치, 방자한 뽈락체를 교정,보완하느라 고생이 많기도 하다.

행주산성에서 다시 바다미와 함께 한강을 거슬러 오른다. 내가 없어도 잘 흐르고 있는 한강이 야속하다. 뒷바람은 재촉하여 이내 중랑천에 이르고 멀리 용마산이 굽어본다. 금숙부인은 동네 후배들을 불러 모아 뽈락의 무사귀환을 축하한다.

행님! 대한민국 완벽 일주 축하합니다! 건배! 그라고 담엔 어디로 튀남유?

무사귀환 파티에서. "담엔 어디로 튀남유?"
무사귀환 파티에서. "담엔 어디로 튀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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