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울 강가의 캠프파이어
글/사진 김태진(전 코렉스스포츠 대표, 닉네임 '뽈락')

몽골여행 3일차 (8/4) 투울 강가의 캠프파이어

높이가 40m에 달하는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높이가 40m에 달하는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영화 <명량>의 감동이 아직 식지 않았는데 <한산>이 개봉했단다.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영웅을 넘어 성웅으로 한국인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몽골인들에게 자부심이자 긍지의 표상은 당연히 칭기즈칸이다. 오늘은 13세기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동상으로 향한다. 세계 최대의 칭기즈칸 기마상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55km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있는 훈누 캠프에서는 5km 정도의 거리여서 한 눈에 들어온다. 몽골을 통일하고 제국을 선포한 게 1206년이고 800년이 지난 2006년 동상을 착공했단다.

칸의 품에 안겨 
칸의 품에 안겨 

테무진이 아내를 납치당하고 친구들도 배신하는 혼돈의 시절에 재기의 계기가 된 황금 채찍을 주운 곳이 바로 이곳 천진 벌덕이다. 走馬加鞭! 행동식 건포를 씹으며 안장에 앉아서 등자를 발판으로 채찍으로는 말 궁둥이를 내려치며 국경을 넘고 또 넘었으리라. 또한 초심을 다지기 위해 마음의 채찍으로도 삼았을 것이다.

40m 높이의 동상은 텅스텐강 250톤으로 정교하게 만들어 졌다. 몽골국민들의 염원과 성금도 보태진 우람한 기마상은 작열하는 태양을 은빛으로 튕겨내고 있다. 동상은 고향 핸티가 있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고 먼발치에 자유의 여신상을 닮은 테무진의 어머니상이 아들을 마주보고 있다. 어릴 적부터 전쟁놀이만 하는 말썽쟁이에 속을 많이 태웠단다. 만인이 우러르는 영웅도 어머니에게는 물가의 어린애일 뿐이다.

1층 로비에는 대형 황금 채찍이 가로로 놓여 있고 그 위에 마두금이 걸려 있다. 오른 쪽에는 몽골의 전통 신발인 고틀이 있다. 올려다보느라 목뼈가 부러질 지경이다. 120마리의 가죽이 들어갔다는 초대형 신발이다. 한 짝이 아니라 다행이다. 덕분에 소 120마리가 목숨을 건졌다. 신발은 액션을 의미한다. 고민하는 햄릿보다 행동하는 돈키호테가 낫다는 뜻일 것이다. 동상 정상에 올라 영웅의 리얼한 얼굴을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입이 다물어 지고 가슴이 콩닥거린다.

몽골 백전노장 부부와 함께

동상 앞 계단에서 빨간색 몽골 전통의상 차림의 노부부를 만났다. 구릿빛 얼굴에 세월이 골짜기 주름을 새겨 놓았다. 가슴의 훈장이 달랑거리며 자기를 좀 봐달란다. 아내의 가슴에도 훈장이 빛을 내고 있다. 본인 것을 나누어 주었는지 여군 출신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내륙 국가지만 해군 출신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꺼이 같이 사진을 찍어 주는 소중한 마음은 알 것 같다. 오래 사셔요. 살아오신 세월만큼!

키클로스 박대표는 뽈락의 전속 사진사다. 아니 뽈락 여행 매니저다. 고맙다. 저 넓은 초원만큼!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 준다.

멀리 산등성에 새겨 놓은 훈누 캠프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초원의 녹색 카페트에 누군가가 그어놓은 노란색을 따라 달린다. 비록 홀로 라이딩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황토길이 있고 들꽃은 웃고 있고 바람은 볼을 어루만지고 있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양떼는 여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훈누 캠프에 도착하여 금숙과 박대표, 몇 사람과 여유랍시고 캔맥주로 목을 축인다. 오늘 점심 메뉴는 몽골 전통음식인 만두가 나왔다. 튀김만두인 호소르와 물만두인 보츠이다. 만두속은 소고기라 여겨진다. 설마 낙타 고기는 아니겠지?

 

소련제 군용 승합차 푸르공 그리고 타미르도 같이

오후에는 저녁 캠프파이어 장소로 향한다. 거리는 60km 정도지만 도로 사정을 감안하여 승합차로 간단다. 스타렉스 2, 1톤 트럭 그리고 소련제 15인승 군용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다. ‘푸르공이라는 소련제 군용 승합차는 깍두기 같은 생김새에 왠지 무뚝뚝한 러시아인들 냄새가 난다. 그래도 막상 타보니 실내는 가로로 4명이 앉을 수 있고 지붕도 높아 실용적이다. 게다가 4WD라 전차처럼 튼튼하고 힘이 좋다. 지붕에는 자전거 2대를 올렸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점차 산들이 보이고 나무도 보인다. 양떼가 길을 점령하고 물웅덩이를 지나는 차는 아직도 술을 마시고 있는 코끼리 등판이다.

몽골인 전통 게르에 들렀다. 요거트와 치즈 그리고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주머니 사탕과 현금으로 보답한다. 금숙은 즉석 사진기로 가족사진을 찍어 선물한다. 태양 전지판이 문지기처럼 서 있고 위성 접시 안테나도 귀를 세우고 있다. 정상 쉼터에는 커다란 낫을 들고 있는 저승사자가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을 겁주고 있다. 투울강의 상류인 하위르깅다와에 오는데 약 3시간이 걸렸다.

쌍두마차 라이딩 
쌍두마차 라이딩 
초원의 오아시스를 지나며 
초원의 오아시스를 지나며 

오는 도중 나무다리가 있는 곳에서 타미르와 나는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오늘은 쌍두마차. 어릴 적 어깨를 다쳐 얼굴이 11시를 가리키고 있는 타미르는 훈누 캠프의 넘버 2. 울란 출신의 타미르는 올해 33세로 2013년에 이곳에 취직하여 영리하고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다. 오히려 불편한 외모가 모두에게 연민의 믿음을 주는 듯하다. 핸디캡이 로얄티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같이 달리는 친구가 있어서 든든하다. 길은 좁아 보이지만 우리가 가면 길이 열린다. 곰곰 생각, 이런 비포장길을 얼마만에 달려보는가? 자갈길을 지나고 움푹 패인 흙탕물에 빠진 타이어는 불평이지만 우리는 들꽃과 같이 웃으며 바람을 가르고 있다.

초원 그리고 또 초원 
초원 그리고 또 초원 
훈누 캠프를 바라보며 
훈누 캠프를 바라보며 

투울강을 건너온 바람은 차가운 시원함이다. 벌써 가을을 전하고 있는 듯하다. 20km의 짧은 라이딩에 삶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니. 씨름선수 같은 몽골인 인부들이 주변에서 마른 나무들을 모아 메고 온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우리 대보름 때 짓는 대나무 달집처럼 나무를 세우고 불을 지폈다. 파티의 시작이다. 뽈락의 룸메인 송사장이 골든벨을 친다. 맥주, 보드카 등이 들어 있는 아이스박스를 통째로 사 버린 것이다. 한국에서 공수한 명이나물과 두릅 장아찌도 송사장의 배낭에서 얼굴을 내민다. 어제 들린 아리야발 사원이 기도빨이 잘 받는 명당절인 모양이다.

쓰레기 투척 금지 경고문이 살벌하다 
쓰레기 투척 금지 경고문이 살벌하다 
들꽃의 향연에 초대되어 
들꽃의 향연에 초대되어 
투울강의 S라인 
투울강의 S라인 

돼지고기 꼬치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보드카는 술잔 속에서 물결치고 모닥불은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잔을 세워 건배를 하고 불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닥불 피워 놓고~~”하는 퍼포먼스가 순서인데 연식이 오래되니 흥취가 굳어버렸나 보다. 오호통재라!

결국 모닥불이 자연 소멸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는 길에 트럭이 웅덩이에 빠지는 등 온갖 소란에도 우리는 꿀잠에 빠졌다. 훈누 캠프에 도착했지만 우리집에 온 것처럼 그대로 침대에 직행이다. 쿨쿨 

캠프파이어 
캠프파이어 
보드카와 돼지고기 고치구이
보드카와 돼지고기 고치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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