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한기식 고양자전거학교 대표

* 일 정: 2022년 8월 29~31일(2박3일)
* 인 원: 26명

목포구등대에 도착해서. 매계잔등고개의 악몽으로 역적이 됐다가 이 멋진 경치 덕분에 순식간에 충신으로 바뀌었다 
목포구등대에 도착해서. 매계잔등고개의 악몽으로 역적이 됐다가 이 멋진 경치 덕분에 순식간에 충신으로 바뀌었다 

고양자전거학교가 처음으로 자전거생활과 함께 협업하여 자전거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이지만 그동안 자전거 잡지에 대한 인지도를 알고 있기에 편안하게 믿고, 회원들에게 공지하자 8시간 만에 26명을 마감했다(바이크 버스 인원 제한과 코로나 예방을 위해 적정 인원수로 맞춤).

15년 전, 자전거생활에 철인3종경기에 대해 2년 정도 기고해서 그런지 낯설지가 않고, 그냥 무난하게 따라가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양자전거학교도 매월 한번은 우리국토 자전거 체험활동을 하는데, 새로운 코스 개발에는 한계가 있기에 서로가 협업하면 회원들이 다양한 여행 체험을 할 수 있기에 기대가 되었다. 우선 답사를 가지 않는 것도 좋았다.

회원들과 함께 모여 인사하고 느낌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 
회원들과 함께 모여 인사하고 느낌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 

체험활동을 가려면 아는 길도 답사해야 한다. 길은 매년 바뀌고 있고 현장에 가보면 생각지도 않은 변수가 생기기에 답사를 다녀와야 안심된다. 그런데 해남은 이미 보장된 곳이고 전문적으로 가이드 해주는 분이 있고, 뒤에서 차량 서포터가 따르고, 자전거 코스북까지 나와 있기에 더욱 더 신뢰가 갔다.

필자는 고양시에서 14년 정도 자전거 교육을 하고 있고, 고양시 생태하천지도를 만든 지 10년이 되었기에 고양시 하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하천지도를 만들면서 자전거 코스도 개발하게 되어 그 느낌을 알고 있다. 코스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정말이지 대단하다.

해남은 예전에 청소년 자전거 국토 순례시 살짝 지나간 곳인데 이번에 보니 생각보다 해남이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바다가 보이는 해안 지대여서 높낮이가 다양했다.

수풀에 묻힌 매계잔등고개를 '끌바'로 넘는 회원들. 난생 처음 하는 경험이라 힘들어했지만 고개를 넘고 나서는 성취감도 컸다 
수풀에 묻힌 매계잔등고개를 '끌바'로 넘는 회원들. 난생 처음 하는 경험이라 힘들어했지만 고개를 넘고 나서는 성취감도 컸다 

 

1일차 - 2코스 화원반도길

새벽 5시에 모여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니 더 분주하다. 자전거를 바이크 버스에 싣고, 보급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니 어느덧 20분이 훌쩍 지나 출발한다. 월요일이고 이른 아침인데도 차들이 벌써 거북이걸음을 하게 되어, 12시 반 정도가 되어 해남 초입인 화원반도 별암포구에 도착했다.

 

허겁지겁 회덮밥으로 식사를 마치고 준비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고 날씨는 자전거 타기에 딱! 좋게 변해 있었다. 우선 주변 경관을 보면서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하는데 시간이 약간 오버되어 바로 출발한다.

출발하자마자 약간의 언덕이 나오는데 회원들은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덕을 접하니 힘이 들었던 거 같다. 그래도 바다가 보이고 공기도 좋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난관에 접하게 된다.

고양자전거학교에서는 비포장길을 타는 경우는 전혀 없기에 당황스러워서 우선 가이드분이랑 상의해서 다시 돌아갈 건지, 아니면 그냥 어렵게 뚫고 갈 건가를 결정했다.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면서 고개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회원 한 분이 체인이 이탈되어 정비하고 다시 출발했다. 급경사에 비포장이라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는 무리가 되어 끌면서 풀숲을 헤치고 매계잔등고개 정상에 올라섰다. 회원들은 이런 경험이 난생 처음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맞을 것 같다.

오랜만에 모험을 걸어 보게 된다. 고개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수풀로 완전히 막혀 있었다. 회원 중에는 70세인 분들도 있어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해야 하는데 회원들에게 양해를 얻어 그냥 뚫고 내려가기로 했다. 의외로 회원들이 풀숲을 잘 뚫고 내려가니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오시아노해변 유리전망대에서 소녀의 감성을 느끼는 회원들 
오시아노해변 유리전망대에서 소녀의 감성을 느끼는 회원들 

어렵게 풀숲을 뚫고 내려온 것이 고생은 되었지만, 회원들이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에 반하게 되고 완전히 내려왔을 때는 자신감이 업되어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이제 화원반도길, 그림 같은 등대가 있는 목포구등대를 마주치게 된다. 이때부터 회원들의 분위기가 360도바뀌어 역시나 고생한 보람이 생긴다.

해안도로라고 그냥 편하게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언덕이 많아 조금은 당황하게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가니 역시나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오시아노 해변 유리 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추억에 남는 사진을 찍게 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가 되어 간다. 역시나 해남에 잘 왔고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마 이 이야기는 10년 넘게도 갈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배도 고프고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숙소로 출발했다. 땅 끝에 있는 숙소가 가까운 줄 알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해남이 그만큼 넓은 곳이었다.

 

땀도 나고 피곤도 한데 샤워를 하고 나니 천국이 따로 없다. 기다리던 석식은 정말이지 꿀맛이다. 점심을 급하게 부랴부랴 먹었는데 여유 있게 먹으니 좋고 식당 분위기도 좋았다. 특히나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자전거여행에서는 식당을 잘 정해야 한다. 잘못 잡으면 바로 역적이 되기에...

 

석식이 끝나고 조용한 산책길에서 회원들이 모여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신입회원들은 낯설기에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썼기에 더욱 그렇다. 나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해야 하기에 서로를 신뢰해야 하고 알아야 한다. 이런 작은 것들이 자전거학교를 운영하는 전통이 되고 밑거름이다.

모든 활동이 끝나면 바로 밴드에 사진을 올려야 한다. 많이 궁금해 하고 있기에 부지런히 올려야 한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작업해서 동영상까지 올리려는데 이상하게 올라가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

 

2일차 - 7코스 고천암호반길

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부터 확인한다. 그런데 고양에는 비가 내린다는데 적당히 흐린 날씨여서 정말이지 해남에 와서 회원들은 복 받은 느낌이 든다.

어제 코스는 고스 난이도가 다소 높았지만, 오늘은 그야말로 평지이기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자전거학교가 방학 기간이라 자전거를 타지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라이딩을 하니 온몸이 뻐근하고, 잠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약간 졸린 기운도 든다.

고천암생태공원에서 우리도 새가 되다 
고천암생태공원에서 우리도 새가 되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서 2일차 출발 지점인 고천암 자연생태공원에 도착한다. 우선 자전거를 내리고 여유 있게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면서 출발 준비를 한다. 생태공원도 있고 자전거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도로는 차가 다니지 않아서 거의 우리가 전세한 느낌이다.

고천암호 탐조대에 도착해 사진도 찍고 갈대밭을 구경하는데 정말이지 규모가 크다. 아마 가을에는 더 멋있을 듯하다.

갈대 탐방로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보급도 하고 천천히 탐방로를 돌아보니 아주 잘 관리되어 있다. 주변이 조용하고 한적해서 그런지 시간이 정지된 느낌도 들기도 한다. 아무튼 다시 원점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차로 이동을 하게 된다.

오늘 자전거 활동은 가볍게 끝나서 기분 좋고, 다음은 그냥 산책하듯 구경하는 거라 마음은 편하다. 차에 내린 후 바로 땅끝 모노레일로 향했다.

그동안 체험활동은 무조건 자전거만 타야 했는데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모노레일을 타면서 땅끝 전망대 까지 올라가면서 경치를 보니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다른 세상을 느끼는 듯하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지 않는 이런 프로그램도 필요한 듯하다.

오늘도 석식은 특별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좋았다. 너무 잘 먹어서 배가 더 볼록해졌다. 그래도 좋다. 잘 먹고 즐기니...

땅끝전망대에서 보는 경치 또한 비경이다 
땅끝전망대에서 보는 경치 또한 비경이다 

 

3일차 - 10코스 노두길

23일 일정이 마무리되는 마지막 날인데 역시나 날씨는 좋다. 짐을 꾸리고 나와 조식을 하고 다시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다.

북평면사무소를 출발해서 해안선을 타고 가니 바닷가가 보이는데 대부분 갯벌이다. 뒤에서 전체적으로 통제하면서 회원들을 보는데 한 분이 나를 쳐다본다. 사진 찍을 까봐 미리 준비하고 있단다.

 

그야말로 바다가 갈라지는 노두길을 가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그런데 바닥이 자갈과 비포장 길이라 미끄럽다. 그냥 끌고 가는 회원들도 있는데 작은 섬에 도착한 회원들은 마냥 신난 아이들처럼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우리 다 쳤다.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 그렇게 볼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제대로 쳤다.

이제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움직일 생각을 안 해 시간이 약간 지체된다. 아쉽게 못 들어간 곳도 있지만 뭐가 급하리. 다음에 가면 되니까...

"우리 지금 즐겁게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 지금 즐겁게 미치고 있습니다!"

 

도중에 짜우락샘이란 곳을 들렀다. 바닷가에 있는 우물인데도 민물이 나온다니 정말이지 신기할 뿐이다. 제주도 용천샘과 비슷한 것 같다.

내륙으로 들어가서는 거대한 방산리장고분을 만났다. 해남에 이렇게 큰 고분이 있었는지 처음 들어 본다. 왕족인지, 귀족인지 모르겠는데 정말 그동안 본 것 중에 제일 큰 거 같다.

어마어마하게 큰 방산리장고분에서 감탄하고 감동한다
어마어마하게 큰 방산리장고분에서 감탄하고 감동한다

 

방산리장고분에서 얼마 더 간 식당에서 중식을 먹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가성비 좋은 식사였는데, 역시나 여행에서는 잘 먹는 것도 하나의 , 즐거움이기에 잘 선택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자전거생활과 함께한 첫출발이 좋았고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이번 해남 땅끝자전거길 체험은 탁월했다.

23일간 해남 땅끝자전거길 여행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을 체험활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 코스를 안내해준 이윤기 이사님, 뒤에서 서포터해주신 박봉일 부대표님께 감사드린다.

2박3일간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앞으로도 멋진 프로그램이 기대된다 
2박3일간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앞으로도 멋진 프로그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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