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해안까지, 장장 95km 다운힐

서쪽 푸아코(Puako) 해안에서 본 마우나케아 산. 해안에서 정상까지 장장 95km에 달하는 업힐과 다운힐 코스가 나온다

다운힐이 95km나 되는 산이 있다고?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러면 엄청나게 높은 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히말라야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험준한 히말라야는 도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업힐과 다운힐은 오히려 많지 않다.

사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보다 더 높은 산이 지구상에 있다. 그것은 하와이 본섬에 있는 마우나케아 산(4205m). 해발고도가 에베레스트의 절반도 되지 않는데 더 높다니? 실제 산체를 이룬 덩치만을 따질 때, 마우나케아는 수심 5500m의 해저 평야에서 솟아올라 전체 높이가 9700m에 달한다. 그래서 ‘가장 높은(highest) 산은 에베레스트이고 가장 키 큰(tallest) 산은 마우나케아’라는 말도 있다.

마우나케아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산이다. 산체는 수심 5500m 해저 평원에서 솟아올라 물을 걷어내면 비고가 9700m에 달한다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 안부에 해당하는 '푸우 휴루루 신더콘'(2010m) 상공에서 본 마우나케아. 해발 2010m나 되는 고지이지만 여기서 정상까지도 고도차 2200m, 길이 24km, 평균경사도 9.2%의 업힐 또는 다운힐 코스가 나온다. 산기슭 곳곳에 기생화산이 솟아 있어 어딘가 한라산과 닮았다 

푸우 휴루루 신더콘(2010m)에서 바라본 마우나케아. 황무지와 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길이 신비롭다

마우나케아 중턱 풍경

마치 창공으로 올라가는 듯. 왼쪽 안내판은 도로 밖(오프로드) 드라이빙을 금지하는 문구가 씌어 있다  

고지대 일부 구간은 비포장이지만 노면은 좋은 편이다 

정상부에서 바라본 마우나로아 산(4169m). 푸우 휴루루 신더콘(2010m) 부근까지 운해가 깔려 있고, 수많은 기생화산이 중첩되어 기경을 이룬다

마우나케아는 실로 엄청난 산이다. 마우나케아가 솟아 있는 하와이섬은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약간 변형된 삼각형 형태이며 길이 150km, 폭 133km, 면적은 10,458㎢에 달한다. 경기도(10,197㎢)나 경상남도(10,541㎢)와 비슷한 크기다. 마우나케아는 휴화산이고, 남쪽에 활화산인 마우나로아(4169m)가 솟아 있어 쌍봉을 이루지만 산의 면적에서 세계최대급이다. 제주도가 곧 한라산이듯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 산 자체가 곧 하와이 섬이고, 제주도의 6배 크기다. 한라산도 높이에 비해 경사면이 완만한 순상화산이라 비슷한 높이의 다른 화산섬에 비해 섬 면적이 매우 큰 편이다. 마우나케아는 한라산 두 배 정도 높이로 6배의 면적으로 퍼졌으니(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면적은 제곱으로 4배가 되어야 하는데) 더욱 엄청난 규모다.

여러개의 화구가 모여 있는 마우나케아 정상부. 우주 관측에 최적의 입지여서 세계 각국의 천문대가 모여 있고 진입도로가 잘 나 있다 

 정상부의 천문대. 운해가 한참 아래에 광대하게 깔려 있다  

일반 여행자들은 자동차로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본다 

마우나케아 상공에서 활화산 마우나로아(4169m) 산을 바라보았다. 산기슭의 검은 부분은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 

높이가 4000m를 넘고 면적이 넓다는 것은 산록이 매우 완만한 순상화산이란 뜻. 게다가 마우나케아 정상에는 세계 굴지의 천문대가 모여 있고 접근 도로가 나 있어 해안까지 95km에 달하는 업힐과 다운힐 코스가 가능하다. 이곳에 유명 천문대가 모여 있는 것은, 대기오염과 기상변화에서 자유로울 정도로 산이 높고, 관측에 방해가 되는 도시가 주변에 없으며, 접근과 생활도 편하기 때문이다.

마우나케아 정상은 차량과 자전거 통행이 가능해서 오래 전부터 자전거 코스로 각광 받았다. 특히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올라가서 내려오는, 기나긴 다운힐은 라이더라면 한번은 꿈꾸는 코스가 되었다. 중간에 비포장 구간이 있어서 로드보다는 MTB가 적당하다.

경사가 완만하긴 하지만 수풀이 없고 낮은 기생화산 외에는 다른 봉우리도 없어 내내 조망이 트이고, 광활한 완경사가 주는 편안하면서도 극적인 고도감을 체험할 수 있다.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어서 미국인도 마우나케아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을 특별한 경험으로 생각한다.

라이더라면, “하와이~” 할 때 와이키키해변과 비키니 미녀가 아니라, 마우나케아 산을 먼저 떠올려야하지 않을까.

글 김병훈 발행인 (사진=구글어스, 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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