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가장 높고 험한 고개?

중고교 교과서 지리부도를 보면 산과 강, 고개 등을 순위별로 나열한 표가 있다. 백두산(2750m)이 가장 높고 압록강(790km)이 가장 긴 것은 알겠는데, 고개는 아득령(평북 강계)이 가장 높게 표기된 경우가 많다. 이름부터 ‘아득’하니 얼마나 높을까 싶긴 한데,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험한지는 알 도리가 없다

 

아득령은 강계와 낭립 사이를 지나는 낭림산맥을 넘는 고개다. 낭링산맥은 개마고원의 서쪽 끝을 이뤄 동고서저가 현저하다  

아득령은 한반도의 중심, 동경 127도선과 나란히 남북으로 뻗은 낭림산맥에 걸쳐 있다. 서쪽의 평안북도(현재는 자강도) 강계와 동쪽의 함경남도(현재는 자강도) 낭림을 연결한다. 북으로는 사랑봉(1573m)이 솟아 있고 남으로는 맹부산(2214m)이 있으니 두 산 사이의 안부라고 할 수 있다.

광복 전 살길을 찾아 이 고개를 넘어 낭림 땅으로 들어갔던 유랑민들이 정든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아득하다고 해서 아득령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한자로는 牙得嶺으로 표기하는데, 음차일 뿐 딱히 의미는 없어 보인다. 지금은 황수령 또는 향수령이라고도 부른다. 높이로만 따진다면 북한에는 궤상봉 북쪽을 넘는 2180m의 설령을 비롯해 훨씬 더 높은 고개가 수두룩하니 가장 높고 험한 고개는 아니다. 다만 개마고원 주변에서 제일 큰 도시인 강계와 개마고원 초입의 낭림을 연결하는 입지, 정서적 단절감, 예로부터 비교적 통행량이 많아 익히 알려진 점에서 높고 험한 고개의 대명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높이를 과장하는 ‘아득’이라는 이름도 한몫 했을 것이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본 모습. 아득령에서 강계 방면으로 험준한 길이 구불거린다. 길이 15km, 고도차 750m이다 

아득령 정상 상공에서 서쪽 강계 방면으로 본 모습. 고갯마루에는 건물터만 남았다 

아득령 정상의 주막(출처=국립중앙박물관). 굴피 지붕과 얼기설기 엮은 목재 벽이 허술해 보인다 

강계는 인구 25만을 넘는 자강도 최대의 도시이고, 낭림은 개마고원의 주요 거점이지만 철도도 제대로 없고 현재의 아득령 고갯길도 포장이 되지 않아 교통상태는 열악하다. 낭림읍 일대는 해발 1000m에 달하고 사방으로 고산준령에 둘러싸여 있어 사실상 고립된 오지다.

아득령이 개마고원 서편의 초입을 이루면서 동고서저 지형이 현저한데, 강계 방면의 고갯길은 해발 720m인 황포동에서 고도차 750m, 길이 15km로 상당한데 비해, 낭림 방면은 고개 아래 상신원까지 고도차 310m, 길이 7.3km에 불과해 대조된다. 아득령을 넘어 낭림으로 들어간 유랑민들의 막막한 심정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강계 일원도 자강고원이라고 하지만 해발 300m 남짓에 불과하고, 압록강변의 산업도시인 만포에서 평양 북쪽 순천으로 이어지는 만포선 철도가 지나가 교통도 좋은 편이다.

고갯마루에서 동쪽 낭링 방면으로 본 모습. 개마고원이 시작되어 고저차가 크지 않다. 멀리 개마고원의 준봉 중 하나인 희색봉(2185m)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고개 일원은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림이 울창한 삼림을 이루고 있고, 1930년대에 장진감댐 건설을 위한 물자수송 용도로 강계선 철도가 가설되었다. 강계선 철도는 강계역과 낭림역을 잇는 길이 57km로, 아득령 북쪽 3km 지점을 지난다. 일반 철도에 비해 폭이 좁은 협궤철도(궤도 간격 76.2㎝)로, 표준궤도(143.5㎝)의 절반 정도다. 낭림산맥을 넘을 때는 경사가 너무 심해 인클라인(incline) 방식을 이용한다. 인클라인(Incline) 철도는 심한 경사면을 로프 등을 이용하여 끌어올리고 내리는 산악철도로 강삭철도(鋼索鐵道)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쇠바줄철도’라고 부른다. 지금도 철도는 승객용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개마고원을 여행하게 된다면, 아득령은 강계를 거쳐 서쪽으로 접근하는 주요 통로가 될 것이다.

글 김병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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