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다 e원식스티를 타는 이유

해발 1124m 영천 보현산 시루봉에 오른 메리다 e160. eMTB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곳이다   
해발 1124m 영천 보현산 시루봉에 오른 메리다 e160. eMTB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곳이다   

전기자전거는 반칙 아니에요?”

eMTB를 타고 여행과 취재를 다니다보면 간혹 농반진반으로 이런 말을 듣는다. 그러면 필자는 “eMTB 아니면 이렇게 다닐 수도 없습니다. 여행에는 eMTB, 그중에서도 풀서스펜션 모델이 최적입니다.”하고 답한다. 이 말에 수긍을 못한다면 대화는 진전되지 않고 논쟁으로 비화하기 십상이다. 어쨌든 법적으로도 일정 기준(모터출력 350W 이하, 무게 30kg 이하, 어시스트 속도 시속 25km 이하, 페달링을 돕는 PAS 시스템)을 만족시키는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로 인정받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전기자전거는 자전거가 아니라는 원리주의를 고집하면, 변속기 없는 픽시가 진짜 자전거라는 주장도 가능해지는, 비생산적 무한 논쟁에 빠지고 만다.

필자가 왜 eMTB를 가장 많이 타는지 궁금해 하거나 다소 의아해 하는 독자 분이 있는 것 같다.

 

풀서스펜션 eMTB라면 높은 산 깊은 골이 반갑기만 하다 
풀서스펜션 eMTB라면 높은 산 깊은 골이 반갑기만 하다 

성인이 되어 자전거를 다시 만난 지 25년이 지난 지금 내 곁에는 전기자전거(eMTB) 메리다 e원식스티와 16인치 미니벨로 브롬톤 M3L, 보급형 로드바이크 첼로 XLR 3대만 남았다. 로드바이크는 거의 타지 않고, e원식스티와 브롬톤을 주로 타고 있다. e원식스티는 장거리 여행이나 산악 라이딩 때 활용하고, 브롬톤은 근거리 산책이나 대중교통 활용에 이용하는 편이다. 주행시간이나 거리로 따지면 e원식스티가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eMTB를 최고의 여행 자전거로 택했고, 또 가장 많이 타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1. 힘이 덜 든다

전기자전거가 주는 혜택 중에 뭐니 뭐니 해도 이것이 최고다. 세월 따라 체력 문제는 어김없이 찾아와 자연스럽게 본격적인 산악라이딩과 로드바이크를 멀리하게 되었다. 멋진 산길을 보면 달리고는 싶은데 체력에 자신이 없으니 포기하게 되고, 고속 유지가 어려운 로드바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eMTB를 만나면서 다시 산악라이딩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업힐의 두려움이 사라지니 어떤 길이라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배터리 잔량을 신경쓰면서 라이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페달링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실제 라이딩을 해보면 전기자전거도 50km 이상이면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길고 가파른 업힐이 두렵지 않으니 길을 가리지 않게 된다. 여행이 한층 자유로워진다
길고 가파른 업힐이 두렵지 않으니 길을 가리지 않게 된다. 여행이 한층 자유로워진다

2. 추가 배터리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용량 때문에 주행거리가 제한된다. 물론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페달링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무게 때문에 장거리와 언덕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의 모델들은 배터리 용량이 크게 확대되어 평지 기준 150km 주행도 가능하다. 여기에 배터리를 하나 더 휴대하면 아무리 험한 산악코스라도 당일 투어에 충분하다.

3. 더 깊고 폭 넓은 여행이 된다

전기자전거로 바꿔 타고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을 가보면, 몰랐던 것을 발견하는 이색 경험을 하게 된다. 장거리를 가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힘이 덜 들면서 주변을 돌아볼 체력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필자도 서울~부산 간 국토종주길을 여러 번 완주했지만 전기자전거로 다시 가면서 여기 이런 게 있었네!” 하며 놀란 적이 많다. 루트에서 조금 떨어진 명소가 있을 때 일반 자전거는 그냥 통과하기 쉽지만 전기자전거라면 큰 부담 없이 들렀다 갈 수 있어 여행의 범위와 감동이 배가된다.

일부러 힘든 업힐을 찾아다니게 된다. 성취감과 즐거움이 극대화되는 과정에서 체력도 좋아진다 
일부러 힘든 업힐을 찾아다니게 된다. 성취감과 즐거움이 극대화되는 과정에서 체력도 좋아진다 

4. 다운힐이 더 재미있고 안정적이다

전기자전거는 배터리와 모터가 추가되고 프레임도 보강되어 일반 자전거에 비해 훨씬 무겁다. 가벼워도 15kg이고 일반적으로 20kg 전후이며 풀서스펜션 eMTB23kg을 넘는다. 이 무게는 부담이 되지만 내리막에서는 묵직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무게중심도 낮아서 다운힐 안정감이 향상된다. 산악라이딩을 즐긴다면 다운힐을 더 안전하고 신나게 만끽할 수 있다. 평지에서도 일정 속도에 이르면 관성이 작용해 항속을 유지하기도 편하다.

무거운 무게와 풀서스펜션은 다운힐 안정성을 높여준다 
무거운 무게와 풀서스펜션은 다운힐 안정성을 높여준다 

5. 무게에 초연해진다

한때는 자전거 무게 100g을 줄이기 위해 100만원을 기꺼이 쓴다는 말이 있었다. 인력으로 움직이는 만큼 자전거 무게는 주행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비쌀수록 가볍다는 인식이 당연시되고, 부품이나 용품을 장착할 때도 무게를 매우 중요시한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모터의 도움 덕분에 이 무게 스트레스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원하는 용품과 부품을 마음껏 장착할 수 있어 라이딩이 한층 더 즐겁고 편해진다. 장거리 여행 시, 패니어를 충분히 달 수 있고 트레일러를 끌 수도 있어 풍족한 캠핑여행도 가능해진다.

무게에 초연해져 다양한 용품과 부품을 장착할 수 있어 라이딩이 한결 편하고 재미있어진다 
무게에 초연해져 다양한 용품과 부품을 장착할 수 있어 라이딩이 한결 편하고 재미있어진다 

6. 날씨의 구애를 덜 받는다

힘을 덜 써도 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덜 덥고, 미세먼지가 있어도 호흡이 가쁘지 않아 덜 위험하다. 라이딩의 최대 적인 맞바람이 불어도 큰 부담이 없고 일반 자전거보다 넓은 타이어를 사용해 미끄러운 빗길이나 눈길에서 더 안전하다. eMTB라면 포장도로, 오프로드, 험한 산길 관계없이 전천후 라이딩이 가능하다.

7. 보다 자주 타게 되어 운동이 더 된다

자전거를 취미로 탄다고 할 때는 여행 같은 레저와 운동 두 가지 목적을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여행을 하면서 운동도 겸할 수 있다는 것은 자전거만의 놀라운 장점이다. 6번에서 소개한 것처럼 전기자전거는 날씨의 구애를 덜 받아 더 자주, 더 많이 탈 수 있어 운동에 더욱 좋다. 힘이 덜 들고 심리적 부담이 없어서 보다 자주, 더 먼 거리를 타게 되어 저절로 체력이 길러진다.

너무 힘들면 eMTB도 쉬어가야 한다. 배터리 잔량을 신경 써야 해서 무한정 편하게 다닐 수만은 없다 
너무 힘들면 eMTB도 쉬어가야 한다. 배터리 잔량을 신경 써야 해서 무한정 편하게 다닐 수만은 없다 

8. 나이를 잊는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면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단체 라이딩이 부담되는데 전기자전거는 이를 극복하게 해준다. 하루 100km가 거뜬하고 언덕도 두렵지 않아 노약자와 여성도 라이딩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대자연과 일체감이 더욱 공고해진다  
대자연과 일체감이 더욱 공고해진다  

9. 여행 버킷리스트가 늘어난다

나이를 잊고, 업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며, 장거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여행 버킷리스트가 늘어난다. 예전에는 내 실력이나 체력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곳도 도전하고픈 의욕이 생겨난다. 결과적으로 자전거생활이 더 즐겁고 희망적이 되며, 정신 건강도 좋아진다.

가고 싶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니 여행 버킷리스트가 풍성해진다  
가고 싶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니 여행 버킷리스트가 풍성해진다  

10. 나의 선택, 메리다 e160

필자가 가장 즐겨 타는 메리다 2018년식 e1605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생생하다. 메리다는 초기부터 eMTB의 명가로 이름 높으며, 가성비도 뛰어나다. 배터리 용량이 504Wh로 최신모델의 745Wh보다 작고, 디자인상으로도 배터리가 돌출해 있어 전기자전거 가 확연한 것 외에는 불만이 없다. 지금껏 배터리 접점 불량 한번 외에는 말썽을 피운 적도 없다. 장거리나 장시간 투어를 갈 때는 여분의 배터리를 가져가는데, 덕분에 오전에 한 코스, 오후에 한 코스 해서 하루 두 코스가 거뜬하다. 그것도 40~50km 되는 산악코스 두 곳을. 배터리 용량이 작은 대신 크기가 작고 가벼워(2.6kg) 배낭에 휴대하기 좋다. 무엇보다 앞뒤 각각 160에 달하는 풍성한 서스펜션 트래블(서스펜션이 작동하면서 바퀴가 상하로 움직이는 유격) 덕분에 험로에서도 승차감이 좋고 다운힐 안정성도 탁월하다. 풀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의 업힐에서도 접지력 유지에 유리하고 차체에 가해지는 충격도 줄여준다. 오프로드용 eMTB는 풀서스펜션 모델을 강력 추천한다.

11. 단점과 한계

무엇보다, 가격이 비싼 것이 큰 장벽이다. eMTB의 경우 하드테일은 300만 원 이하 모델도 있지만 풀서스펜션은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대부분 500만 원 이상이고 1천만 원 이상도 흔하다(대신 감가상각이 커서 저렴한 중고가 많다). 바퀴가 27.5인치 혹은 29인치로 커서 그렇지 않아도 크고 무거운 프레임과 조합되어 보관과 운반이 불편하다. 소모품인 배터리는 1천회 정도 충방전을 하면 성능이 떨어져 교환해야 하는데 이 역시 100만원 전후로 비싸다. 그리고 자전거를 운동수단으로만 생각하거나, 경쟁적인 시합 참가를 즐긴다면 eMTB는 물론 전기자전거 자체가 맞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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