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산바다 파노라마

상부승강장(윤슬정류장)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케이블카. 길이 1.56km, 고도차 350m이며 학동고개에 자리한 하부승강장(사계정류장)이 보인다. 오른쪽은 학동흑진주몽돌 해변 

케이블카가 흔치 않은 이 땅에서 거제도 노자산(565m)에 22년 3월 개통된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는 귀하고 특별하다. 국립공원 내는 허가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파노라마 케이블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살짝 벗어나 북으로는 첩첩한 거제 내륙의 산악지대를 바라보고, 남쪽과 서쪽은 다도해, 동쪽으로는 일망무제의 대양이 펼쳐진다. 조망을 치면 조금 더 남쪽에 있고 거제도에서 가장 높은 가라산(585m)이 더 나을 수도 있으나 국립공원 내여서 노자산으로 낙점한 것 같다. 케이블카는 길이 1.56km로 짧고 위치도 좀 애매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탑승하자말자 터져나오는 감탄사를 금할 수 없었다

하부승강장에서 올려다본 파노라마 케이블카. 상부승강장 옆 봉우리는 해발 569m의 윤슬봉, 왼쪽 암봉은 마늘바위(558m)

케이블카 하부승강장(사계정류장)은 학동흑진주몽돌 해변 뒤편에 우뚝 선 학동고개(200m) 옆에 있다. 출발점의 고도는 해발 210m, 상부승강장(윤슬정류장) 도착지점이 560m이니 고도차는 350m로 그리 크지 않다. 10인승 캐빈 45대가 운행하며 일반 캐빈과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두 가지가 있다. 편도 소요시간은 약 10분. 제작사는 프랑스 POMA로, 국내에 가설된 케이블카 대부분을 전담한, 케이블카 전문회사다. 해발 3000m를 넘는 알프스에도 케이블카를 건설했으니 기술력과 안전성은 믿을 수 있겠다.

임도가 지그재그를 그리는 오른쪽 봉우리가 정상석이 있는 노자산 주봉(565m)이다. 상부승강장이 있는 윤슬봉이 더 높지만 거제 내륙에서는 주봉이 피라미드꼴로 솟아서 더욱 도드라진다

발밑으로는 거제자연휴양림의 각종 시설이 숲속에 편안히 흩어져 있다

뒤돌아본 하부승강장(사계정류장). 학동고개(200m) 정상에 있으며 넓은 주차장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넓은 주차장과 미리 쳐놓은 탑승 대기선을 보니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인파가 몰리는 모양이다. 아침 일찍이라 대기시간 없이 바로 탑승이 가능했다. 케이블카는 노자산에서 학동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옆에서 산줄기와 나란히 지나가 초반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북쪽으로 첩첩한 산간지대를 보면, 거제 토박이들이 흔히 하는, “옛날에는 평생 바다를 못 보고 죽는 거제 사람도 있었다”는 허풍에 반쯤은 넘어가게 된다. 거제도(379.5㎢)보다 4.8배나 큰 제주도(1839㎢)지만 완만한 한라산이 섬 전체를 이뤄 어디서나 바다가 보이지만 해안선이 복잡하고 내륙에는 500m급 산들이 즐비한 거제도 산간지대에서는 아예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해안 일주 거리도 180km나 되고 연도교가 놓인 칠천도와 가조도를 포함하면 210km로 제주도 234km에 육박한다.

상부정거장(윤슬정류장). 건축미가 돋보이는 4층 구조로 카페와 옥상 전망대가 있다

옥상전망대에서 바라본 노자산 주봉. 피라미드꼴 산체와 가파른 기슭을 감아도는 임도가 멋지다. 임도는 상부승강장 관리 용도다  

서쪽으로는 한려수도의 다도해가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길게 돌출한 가배리 반도 저편으로 추봉도, 한산도, 용초도, 비진도, 미륵도 등등이 줄지어 있다. 오른쪽 끝에 통영시가지가 살짝 드러났다    

산줄기에 가려 바다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케이블카는 금방 능선 높이를 넘어서며 학동해변 저편으로 길게 뻗어 나온 ‘바람의 언덕’과 망망대해를 보여준다. 발밑으로는 거제자연휴양림이 숲속에 고요하고, 노자산 정상까지는 임도가 거대한 지그재그를 그리며 상공으로 치솟는다.

주능선에는 봉긋한 마늘바위(558m)와 윤슬봉(569m), 주봉(565m)이 나란히 보인다. 상부승강장 옆 윤슬봉이 더 높지만 정상석은 북쪽 주봉에 있는데, 이는 거제도 내륙에서 볼 때 북봉이 삼각 첨봉으로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기단을 제외하고 4층 구조의 상부승강장에는 카페와 옥상 전망대가 있다. 옥상 전망대와 윤슬봉 두 곳에 오르면 조망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주봉까지는 820m나 되어 왕복 40분 이상 잡아야 한다.

윤슬봉(윤슬전망대)은 상부정거장 바로 옆 100m 거리다. 오른쪽 뒤 둔중한 봉우리는 거제도 최고봉인 가라산(585m), 왼쪽에 바다 깊숙이 머리를 내민 반도는 '바람의 언덕'

북쪽으로 바라본 구천리와 구천저수지 일원의 산간지대. '평생 바다를 못 보고 죽는 거제 사람도 있다'는 허풍이 나올 만도 하다 

윤슬전망대에서 북서쪽 조망. 가운데 아래, 율포리에서 부춘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드라마틱하다. 바다 건너 산달도와 산달연륙교가 보이고 그 뒤로 통영시가지가 하얗다. 오른쪽끝 암봉은 산방산(507m)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놀라운 전망이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수많은 섬들이 흩뿌려진 다도해가 절정을 이루고 동쪽으로는 일망무제의 대양이 아득하다. 남쪽으로는 거제도 최고봉인 가라산(585m)이 둔중하고, 그 옆으로 거제도 최남단의 망산(376m)과 저구리 일대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삼각뿔 형태의 노자산 상봉 뒤로 거제도 내륙의 산들이 첩첩하다. 통영시가지는 북서편으로 아스라하고, 거제면소재지가 마치 도시처럼 커 보인다. 거제면 외에는 평지가 거의 없어 섬 전체가 그냥 산줄기들의 대약동이다. 전망대에는 산악조망안내도가 있어서 수많은 섬들을 알아보기 좋다. 추봉도, 용초도, 비진도는 차례로 겹쳐 보이고 그 연결선상에 연화도와 욕지도까지 희미하다. 윤슬전망대에 서면 상부승강장 옥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남쪽 조망이 더 잘 트인다. 지척의 마늘바위 뒤로 바람의 언덕이 바다 깊숙이 뻗어 있고, 탑포리 일대의 내만과 산허리를 지나는 도로는 현실감을 초월한 풍경화다.

발아래 수많은 섬들을 보며 가본 곳을 찾아본다. 한산도, 추봉도, 미륵도, 비진도, 욕지도… 겨우 5곳뿐. 저 많은 섬들을 언제 다 가볼 수나 있을까. 이 땅은 이렇게 넓고 깊은데 인생은 이렇게 짧은 것을...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

* 운행시간 : 하계(4~10월) 09:00~20:00 동계(11~3월) 09:00~19:00

* 요금 : 일반 왕복 1만5000원, 편도 1만2000원 / 크리스탈 왕복 2만원, 편도 1만5000원

소인(초등학생) 일반 왕복 1만2000원, 7세 이하 무료

* 문의 : 055-637-3311 www.gjcable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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