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적, 지질적 한반도 중간선

 

추가령 상공에서 북쪽 고산 방면으로 본 모습. 추가령은 오른쪽 적목령 방면에서 흘러내린 부채꼴 모양의 완만한 능선 위를 넘어간다 

지리적인 한반도 중간선은 서울~원산 라인이 가장 설득력 있다. 동서가 아니라 남북 라인인데, 마침 반도가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부분이어서 외견상도 그럴 듯하다. 위치 역시 한반도 전체의 중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거의 직선을 이루는 골짜기인 구조곡이 서울~동두천, 서울~포천 방면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단절을 뒷받침한다. 그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추가령 구조곡은 백두대간을 위시한 산악지대를 직선으로 양분해 한반도의 허리를 확실히 양분하고 있다. 한때는 지각이 단층으로 인해 함몰된 길쭉한 땅이라고 해서 ‘추가령 지구대(地溝帶)’로 불렸으나 침식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구조곡(構造谷)’이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지형뿐 아니라 지질학적으로도 엄연한 단절선이다.

서울에서 원산 사이에, 서울-동두천-철원 라인과 서울-포천-철원 라인의 구조곡이 확연하다. 철원에서 고산 방면으로 이어진 것이 추가령 구조곡이다. 추가령 구조곡 때문에 백두대간은 남쪽으로 크게 꺾여 U자를 그린다  

추가령 구조곡은 서울~원산 간 최단 직선이어서 일찍부터 경원가도가 뚫렸고 경원선 철도도 1914년에 이미 개통되었다. 구조곡 이름이 유래한 추가령(楸哥嶺, 599m)은 북측 강원도 세포군 중심지인 세포읍 북쪽 4km 지점에 있으며, 구조곡에서 가장 높거나 물길이 갈리는 분수령은 아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추가령이 북쪽 영변 방면 남대천과 남쪽 임진강 지류인 역곡천 사이의 분수령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오해다. 추가령은 남대천 줄기 옆으로 삐져나온 산줄기를 넘어갈 뿐이다. 세포읍이 이미 해발 560m 전후여서 추가령은 아주 완만한 언덕길 정도다. 탁상지 바로 옆은 남대천이 구불대며 흐르는 협곡으로 통행이 불가능하고 잘 보이지도 않아 추가령이 남대천과 임진강의 분수령으로 오인된 것 같다. 추가령 북쪽은 문경새재처럼 긴 협곡이 천혜의 관문이 되어 조선시대에는 상중하 세 곳에 방어용 관문이 있어 삼방(三防)이라 했고, 지금도 지명이 남아 있다. 

세포읍 남쪽, 분수령(665m) 상공에서 북쪽으로 본 모습. 분수령 주변은 산줄기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만하지만 임진강과 남대천 유역이 나뉘고 있다. 추가령 구조곡에 막힌 백두대간은 한참을 내려와 분수령을 통해 겨우 이어진다

남대천과 임진강 유역이 나뉘는 진짜 분수령은 세포읍 남쪽 4.5km 지점에 있다. 이곳은 철원평야 가운데 있는 오리산(453m)이 화산 폭발할 때 흘러나온 용암이 펼쳐진 용암대지에 포함된다. 용암에 묻혀 능선이 매우 희미하지만 식개산(1159m)과 성산(871m) 사이로 낮은 언덕이 3km 정도 이어지면서 임진강과 남대천의 분수령(665m)을 이룬다.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분수령(分水嶺)도 바로 이곳이며 백두대간도 여기를 통해 겨우 맥을 이어나간다. 추가령 구조곡으로 인해 길이 막힌 백두대간은 한참을 남하해 이곳 분수령을 통해서 이어지는 셈인데, 백두대간이 U자로 가장 크게 요동치는 곳이면서 산줄기도 가장 흐릿한 곳이다.

이 분수령을 추가령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포읍을 기준으로 북쪽은 추가령, 남쪽은 분수령으로 이해하면 된다.

북쪽 고산 방면에서 바라본 추가령 구조곡. 조선시대에는 문경새재처럼 이 구조곡을 따라 방어용 관문이 세 곳이 있었고, 여기서 유래한 지명인 삼방리는 지금도 남아 있다. 세포읍은 추가령과 분수령 사이에 잠긴 모습이다. 멀리 철원평야 저편에 철원 동송읍 금학산(947m)이 아득하다  

추가령 북쪽은 원산 남쪽 고산군으로 내려서며, 추가령에서 고산평야까지는 20km 정도의 다운힐이다. 반대로 분수령 남쪽으로는 한반도 중심부에 자리한 용암대지 철원평야로 이어진다. 화산인데도 백두산이나 한라산 같은 산체가 아니라 비고 50m 정도의 낮은 분화구(오리산)를 중심으로 평탄한 대지를 이룬 것은, 지각이 갈라지며 묽은 용암이 분출해 사방으로 넓게 퍼졌기 때문이다. 철원평야 용암대지는 한탄강 일원의 단층에서도 화산 폭발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

통일이 되면 가장 시급한 기반시설 중 하나가 서울-원산 간 고속도로와 철도일텐데, 최우선 코스는 추가령 구조곡을 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가령 구조곡을 통과하면 서울~원산 간은 200km 남짓이니 서울에서 2시간반이면 원산에 도착해 송도원 해변을 거닐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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