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맞수, 혹은 최대 기생화산

백두산 아래 관광거점인 삼지연에서 바라본 남북 포태산 연봉. 두 산 사이의 거리는 8km이고, 삼지연의 고도가 1390m나 되어 비고는 900~1050m 정도로 크지 않다  

삼지연을 사이에 두고 백두산의 맞수처럼 솟아 있는 남북 포태산 연봉. 남포태산 오른쪽의 넓은 계곡은 백두산처럼 화구호를 이루지 못하고 터져버린 분화구로 보인다포태산 연봉 주변의 산세. 남포태산과 백사봉(2056m) 사이에 분화구 골짜기(가림천)가 흘러내리고, 오른쪽 아래 장군봉(2108m)은 거대한 암벽을 이루고 있다  

북한에는 드물지 않은 세 자리 산 이름은 대개 거칠고 남성적이어서 어딘가 고구려의 기상과 닮아있다. 남포태산과 북포태산은 그런 지명의 대표격이다. 이름만으로도 거창하고 웅장한 산세가 상상되어 호기심과 동경심을 자극한다. 두 산은 특히 백두산과 연접하고 있어 한반도의 최고 지붕을 구축한다. 포태(胞胎) 라는 이름은 ‘잉태’를 뜻하며, 남포태산 서쪽에 있는 포태리에서 유래했다. 포태는 인생을 12단계로 구분해 점을 치는 명리학의 포태법(장생법)에서 기인한 기복적인 명칭으로 보인다.

남서쪽 포태리에서 바라본 남북 포태산 연봉. 비고가 1300m 가까워 산세가 웅장하다. 뒤쪽으로 백무고원과 개마고원이 펼쳐져 있다   

남포태산 정상부의 권곡(kar). 한반도에서는 개마고원 주변의 고산에서만 일부 볼 수 있는 빙하시대의 흔적이다  

백두산 동남쪽 40km 지점에 있는 남포태산(2428m)은 한반도 제8위의 고봉으로 백두산과 같은 화산암으로 이뤄진 산이다. 남포태산 주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8km 지점에 북포태산(2289m)이 있어 연봉을 이루며 두 산의 동쪽에 깊고 넓게 패인 계곡은 터진 분화구로 추정된다. 어떻게 보면 남북 포태산은 백두산 주변에서 가장 높아서 백두산과 대등한 입지로 쌍벽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거대 화산인 백두산에 딸린, 최고 최대의 ‘기생화산’으로도 볼 수 있다.

정상부가 평탄한 삼각형을 이룬 북포태산에서 남포태산을 바라보았다. 북포태산 정상까지 나 있는 군용도로가 선명하고, 왼쪽으로는 가림천이 흘러내리는 분화구 흔적이 깊고 넓은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다 

북포태산에서 바라본 백두산. 두 산 사이의 안부에 삼지연과 허항령이 있고, 북쪽으로는 광대한 백무고원이 펼쳐져 있다 

두 산이 터 잡은 지대가 이미 해발 1000m를 훌쩍 넘어서 비고는 크지 않으나, 남서쪽에서 바라보는 남포태산은 최대 1300m의 비고로 상당히 웅장하다.

정상부는 매우 가파르고 능선은 날카롭다. 해발 2000m가 수목한계선으로 그 이상은 관목지대와 초지다. 남포태산 정상부에는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의 흔적인 U자 형태의 권곡(kar,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생겨난 빙식곡)이 사방으로 발달해 있는데, 이는 관모봉이나 궤상봉과 비슷하다. 북포태산 정상부는 길이 250m 정도의 삼각형 평탄지를 이루고, 삼지연공항 방어를 위한 군용도로가 정상까지 나 있다. 북포태산은 삼지연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흘러내린 백두대간은 북포태산을 거쳐 두류산 방면으로 남하하고 남포태산은 대간에서 벗어나 있다. 여기서 지리산까지는 산길로 2000km를 넘는다. 통일 후에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저 길을 오갈 것이다. 자전거로는 북포태산 업힐이 각광받을 테고...  

남북 포태산 연봉과 백두산 사이의 안부는 허항령(1403m)으로 백두산 관광의 기점인 삼지연읍과 삼지연 못, 삼지연공항이 일대에 모여 있다.

연봉 북쪽으로는 광대한 용암대지이자 백두산 기슭인 백무고원을 바라보고, 동쪽으로는 함경산맥까지 광활한 개마고원이 펼쳐진다.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대연지봉~소연지봉~간백산~소백산~허항령을 거쳐 북포태산을 지나가고 남포태산은 대간에서 벗어나 있다. 북포태산에서 곧장 남하한 대간은 두류산(2309m)에서 한반도 2위봉인 관모봉(2541m)을 품은 장백정간(함경산맥과 겹침)과 만나 동해안과 나란히 아득히 먼 지리산을 향해 뻗어나간다.

통일 후 북한쪽 백두대간 탐방은 큰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고, 남북 포태산은 실질적으로 백두대간 여정의 한 정점이 될 것이다. 이 연봉에서 바라보는 백두산도 특별한 장관이고, 북포태산은 힐클라임 코스로도 각광받을 것이다.

글 김병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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