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라운 피라미드꼴 산체
▶ 고도차 950m의 경이적 다운힐
▶ 정상까지 라이딩 가능

업힐 도중 가야마을(해발 300m)에서 올려다본 오도산. 피라미드처럼 날선 첨봉으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어 위용이 엄청나다. 골산이 아니면서 이런 웅자를 보여주는 산은 국내에 극히 드물다. 중턱에 돌출한 암봉은 주춤바위    
업힐 도중 가야마을(해발 300m)에서 올려다본 오도산. 피라미드처럼 날선 첨봉으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어 위용이 엄청나다. 골산이 아니면서 이런 웅자를 보여주는 산은 국내에 극히 드물다. 중턱에 돌출한 암봉은 주춤바위    

주춤바위(아래쪽) 상공에서 바라본 정상부. 실로 대자연이 빚어낸 피라미드다(현장 자료사진)

설악산이나 월출산 같은 바위산을 제외하고 국내에는 사면이 가파르고 뾰족한 첨봉이 드물다. 흔히들 첨봉의 대명사로 알프스의 미봉 마터호른(4478m)을 꼽는데, ‘한국의 마터호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산이 합천 오도산(吾道山, 1120m)이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정상부가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해서 고도감과 위용이 대단하다. 그래서 하늘을 밝히는 촛불이라는 뜻으로 천촉산(天燭山)이라 했고, 까마귀 부리처럼 검고 날카롭다는 뜻으로 오두산(烏頭山)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유학의 이념을 살린다며 오도산이 되었다고 한다.

정상 직전에서 황혼이 진다. 합천호 뒤편으로 황매산(1113m)이 둔중하고, 그 오른쪽 뒤로 지리산 천왕봉(1915m)이 아스라하다. 오른쪽 바로 아래 급경사 능선을 헤어핀으로 휘감는 길이 아찔하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본 모습. 바로 옆에 있는 두무산(1036m) 옆으로 오도산의 산그림자가 거대한 피라미드를 드리우고 있다. 거봉의 그림자를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보는 것은 처음이다  

정상석은 따로 없고 통신시설 외곽 담장이 접근할 수 있는 최고지점이다. 정면 아래로 출발지인 묘산면소재지가 보인다  
원래 높이는 1134m였으나 정상부를 깎아 통신탑을 설치하면서 1120m로 낮아졌다. 정상부에 자리 잡은 통신탑과 건물은 첨봉의 기세를 그대로 잇고 있다. 인공물이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의 첨탑처럼 산과 일체가 된 느낌마저 준다.
통신탑 관리를 위해 개설된 산악도로는 가파른 산기슭에 수많은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힘겹게 산을 오른다. 해발 1000m를 넘어서면 숲을 벗어나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급사면과 탁 트인 시야로 고도감이 엄청나고 뭇 산들이 발 아래로 부복해 세상이 작아 보이는 호연지기를 맛본다.
정상 직전, 길을 따라 전망데크가 조성되어 있고, 중계소 정문까지 진입할 수 있지만 정상 표지석은 따로 없다.

다운힐은 그냥 에픽 스케일이다. 주춤바위 헤어핀 코너 뒤로 정상부가 우뚝하다. 주춤바위는 1962년 최후의 한국 표점이 생포된 곳이기도 하다

 

입체감과 고도감의 절정
중계소가 가로막은 남쪽을 제외하고 세 방향의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는데 마침 일몰 직전이라 동쪽으로 거대한 피라미드꼴 산그림자가 멀리까지 드리우고 있다. 거봉의 그림자가 이렇게 선명하게 또 확실한 삼각형으로 허공에 드러난 것은 처음 본다.
바로 북쪽으로는 가장 인상적인 분지 중 하나인 가조분지가 거봉들에 둘러싸여 있다. 오도산을 비롯해 비계산(1130m), 의상봉(1032m), 보해산(912m) 등에 에워싸인 가조분지는 급사면 아래 길쭉한 이등변삼각형을 이뤄 양구 해안펀치볼에 버금갈 정도로 입체감이 확연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 너머로는 수도산~단지봉~가야산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서편으로는 덕유산~기백산~황석산~대봉산이 첩첩하다. 감악산(952m)은 저 아래로 머리를 낮췄고 남쪽으로는 황매산(1113m)과 그 너머로 지리산 천왕봉(1915m)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남부내륙의 거봉들이 거의 다 보이는 셈이다.
남쪽의 묘산면사무소를 기점으로 잡을 경우, 고도차는 무려 950m에 달하고 거리는 10.5km이다. 평균경사도가 9%로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은 급사면을 안전하고 쉽게 오르기 위해 극심한 지그재그와 헤어핀이 연속되어 경사도를 낮췄기 때문이다. 자동차 탐방객이 간혹 있으므로 코너를 돌 때 조심해야 한다.

산을 내려와서 올려다본 대자연의 거대 피라미드. 숨막힐 듯한 고고함이 감돈다  

 

합천 오도산(1120m) 2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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