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가장 무리가 없는 운동

뚜르 드 프랑스 행렬. 150~200km에 달하는 코스에 걸쳐 수십만의 관중이 도열하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뚜르 드 프랑스 행렬. 150~200km에 달하는 코스에 걸쳐 수십만의 관중이 도열하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자전거가 얼마나 인간의 몸과 잘 어울리는지, 얼마나 인간의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지는 다음 두 가지 사례만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일반인들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프랑스 일주 대회)’. 1905년 시작된 뚜르 드 프랑스는 실로 터무니없는 경기다. 매일 150~200km 씩 꼬박 3주일을 달린다. 그것도 편안히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경쟁하며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그렇게 3주일간 프랑스 전역 3500km를 달린다. 그냥 평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해발 2000m가 넘는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의 까마득한 고지를 위시해 수많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게다가 가장 무더운 7월 한여름에 열린다.

2013년 뚜르 드 프랑스 코스. 총 21개 코스 3404km에 이른다. 지금도 큰 차이가 없다  
2013년 뚜르 드 프랑스 코스. 총 21개 코스 3404km에 이른다. 지금도 큰 차이가 없다  

마라톤의 경우, 톱클래스 선수도 풀코스(42.195km)를 뛰고 나면 1달 이상 쉬어야 컨디션이 회복되어 다시 풀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뚜르 드 프랑스(이하 뚜르)에 출전하는 선수는 매일 200km 내외의 장거리를 3주일간 연이어 달린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이다. 이처럼 가혹한 경기가 가능한 것은 자전거 타기가 몸에 부담을 거의 주지 않고, 자전거의 동력효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험준한 알프스 고개를 넘나들며 200km를 전력질주 하고 바로 다음날 또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극한의 레이스를 3주일간 계속 펼친다.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면서 이처럼 극한의 조건을 장시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자전거 외에 또 있을까. 마라톤의 예에서 보듯 달리기는 불가능할 것이고, 걷기는 가능하다고 해도 몸에 엄청난 무리가 따르고 시간도 한없이 걸릴 것이다. 3500km를 시속 4km로 걷는다고 하면 875시간이 소요되는데, 하루 8시간씩 잡아도 쉬지 않고 110일을 걸어야 한다. 뚜르 선수들은 이 거리를 평균시속 42~45km80여시간에 해치운다. 한마디로 자전거는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몸의 잠재능력을 극한으로 발휘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뚜르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프로축구만큼 인기가 높아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코스 연도에는 수백만명이 운집해 선수들을 응원한다. 스포츠신문들 간의 경쟁으로 탄생한 뚜르는 2012100회를 맞았다(1, 2차 세계대전 중에 잠시 중단됨).

뚜르의 성공은 수많은 아류 대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뚜르와 함께 세계 3대 투어경기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지로 디 이탈리아(1909)’와 스페인의 부엘타 아 에스파냐(1935)’도 투르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 열리는 투르 드 코리아’(2007) 역시 마찬가지. 수많은 자전거 대회가 ‘Tour de’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것은 유행을 넘어 하나의 정석이 되었다.

해발 2000m가 넘는 알프스의 고개도 넘는다. 이곳까지 연도에 줄지은 관객의 응원 열기가 놀랍다  
해발 2000m가 넘는 알프스의 고개도 넘는다. 이곳까지 연도에 줄지은 관객의 응원 열기가 놀랍다  

여기, 뚜르의 영향을 받았지만 뚜르보다 더 지독한 자전거대회가 또 있다. RAAM(Race Across America)이라는 미대륙 횡단대회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태평양 연안에서 동부 메릴랜드주 대서양 연안까지 480012일만에 주파하는, 그야말로 지옥의 강행군이다. 미대륙 횡단은 자동차로도 7~10일을 잡는데, 이 엄청난 거리를 12일만에 끝내야 한다. 하루에 서울~부산 거리인 400를 달려야 하는 셈이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데, 매년 100여명이 도전하고 그중 상당수가 완주에 성공한다. 빠른 선수는 혼자서 7일만에 완주해낸다. 하루에 600~700를 달려야 하니 실로 궁극의 레이스라 할 만하다.

이런 극단적인 경기가 아니더라도 자전거와 몸의 환상궁합은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하루 80~100km3~4일 정도 계속 달리는 것은 몇 달 정도의 라이딩 경험만 있으면 누구나 무리없이 해낼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10km를 달리는 것도 쉽지 않고 엉덩이와 다리가 아프지만 우리 몸은 자전거에 매우 빨리 그리고 쉽게 적응해서 거리와 공간개념이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