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즐기는 라이딩

고정식 롤러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아 초보자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고정식 롤러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아 초보자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해마다 겨울이 길어지고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엄습하면서 자전거 탈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아우성이다. 겨울이 4개월이 넘고 장마를 포함한 비오는 날이 약 60일, 미세먼지와 황사가 극심한 날을 포함하면 1년에 절반 이상이 빠지는 셈이다. 달리 생각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맑고 온화한 날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도 된다.

그런데 춥다고 비 온다고, 미세먼지 심하다고 자전거를 아예 탈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헬스용 자전거가 아니라 평소 내가 타던 자전거로 실내에서도 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롤러(roller, 트레이너라고도 함) 덕분이다.

하지만 롤러를 타본 적이 없다면, 실내에서 그것도 제자리에서 멍청히 페달을 돌리는 행동이 아주 따분하게 생각될 것이다. 준비 없이 무턱대고 타면 롤러 트레이닝처럼 심심하고 시간이 안 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잘 준비하고 100% 활용하면 그 반대로 롤러처럼 유용하고 흥미로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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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롤러로 실내에서 운동하는 모습. 음악을 듣거나 영화 혹은 라이딩 영상을 보면서 진행하면 지루함을 덜 수 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서로 경쟁하는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롤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전거를 타면서 눈과 귀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듣거나 TV, 영화 등을 볼 수 있다. 푹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스낵을 먹으며 TV를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겨우내 그러다가는 새봄에는 맞는 옷이 없어지고, 최소한 허리띠 구멍이 몇 칸 늘어나기는 십중팔구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고 애마와 춤을 춘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석삼조인가. 음악과 댄싱은 리듬의 표현이 소리와 몸짓으로 달라질 뿐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 장르이기도 하다. 그래서 춤에 음악이 없으면 맹숭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롤러를 타면 한층 흥미롭다. 비트가 큰 록은 페달링 박자와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아늑한 발라드와 클래식도 평화로운 들판을 달리듯 나름대로 좋다. 음악은 좁은 사무실이나 복도에서 헉헉 대며 페달을 돌리는 동안에도 동경의 무대로 옮겨준다. 뚜르 드 프랑스의 행렬이 지나간 알프스의 고개를 댄싱으로 오르고, 부엘타(스페인 일주경기)의 무대인 안달루시아 들판을 쾌속으로 질주한다. 때로는 애틋한 추억에 잠겨 고향의 들길을 느긋하게 거닐기도 한다. 이런 작은 기적을 롤러라는 조그만 장치 하나가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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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던 자전거 그대로 훈련할 수 있는 평롤러는 유연한 페달링과 균형감각까지 기를 수 있지만 상당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롤러에 오르기 전 준비할 것이 또 있다. 심박계와 머리띠, 수건이다. 제자리에서 달리기 때문에 속도와 거리가 표시되지 않는 대신(뒷바퀴를 잡아주는 고정식 롤러의 경우) 내 몸의 엔진인 심장의 고동에 더욱 친숙해질 수 있는 것도 롤러를 탈 때다. 내가 힘들다는 것은 곧 심장이 더욱 빠르고 힘차게 박동하는 것이란 걸 몸으로 깨달을 수 있다.

머리띠는 흘러내리는 땀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공기흐름이 없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라서 생각보다 땀이 많이 흐른다. 머리띠가 없으면 땀이 눈으로 들어가 번거로워진다. 수건은 얼굴의 땀을 닦거나 자전거 프레임에 떨어진 땀을 훔치는데 필요하다. 여기에 큰 거울이 있으면 금상첨화. 자세를 교정하기 좋고 스스로가 아직은 멋지다는 자신감을 갖는데도 도움이 된다.

아무리 그래도 실내에서 그것도 제자리에서 하는 운동이어서 장시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최고의 훈련효과를 얻을 수 있는 롤러 트레이닝 방법을 소개한다. 이는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한 랜스 암스트롱의 코치, 크리스 카마이클이 고안했다. 단시간에, 지루함 없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단시간 롤러 훈련법

 

1. 1분간 빠른 페달링(가벼운 기어비로 케이던스는 100~110 유지)

 

2. 1분간 휴식(가벼운 기어비. 케이던스 80)

 

3. 2분간 빠른 페달링(케이던스 100~110 유지)

 

4. 1분간 휴식(가벼운 기어비. 케이던스 80)

 

5. 1분간 파워 인터벌

(무거운 기어비. 케이던스 90~95. 처음 30초간 서서히 페달링 속도를 올려가다 마지막 30 초간 페달링 속도와 기어비를 계속 유지)

 

6. 2분간 휴식(가벼운 기어비. 케이던스 80)

 

7. 1분간 파워 인터벌(5번과 같음)

 

8. 4분간 휴식(가벼운 기어비. 케이던스 80)

 

* 내용 중 케이던스(cadence)는 1분당 페달 회전수(rpm)를 뜻하며, 센서가 없더라도 시계를 보면서 대략 파악할 수 있다 

* 출처 :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김병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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