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그랜드밸리 전경. 섬강 지류인 삼산천 위로 왼쪽 출렁다리와 오른쪽 울렁다리가 걸려 있고 우측 끝에는 스카이타워가 우뚝하다. 울렁다리 아래 철교는 레일바이크가 지나다닌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전경. 섬강 지류인 삼산천 위로 왼쪽 출렁다리와 오른쪽 울렁다리가 걸려 있고 우측 끝에는 스카이타워가 우뚝하다. 울렁다리 아래 철교는 레일바이크가 지나다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런 스케일이 국내에서도 가능하구나!”

전국적으로 243개의 자치단체는 지역 홍보와 관광객 유치, 새로운 명소 개발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에는 출렁다리와 집라인, 잔도, 모노레일, 케이블카 등이 경쟁적으로 조성되고 있는데, 후순위에 생길수록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최장’ ‘국내 최고’ 등을 내세우며 점점 규모가 커진다. 케이블카가 관광 유발효과에서 단연 독보적이지만 성사가 쉽지 않고 투자비도 많이 들어 비교적 설치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드는 출렁다리와 잔도, 집라인, 모노레일 등에 집중하는 추세다.

여기서는 전국에 수없이 들어서고 있는 장대 출렁다리 중 효시이자, 가장 스릴 넘치는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와 집라인 중 전국 최장, 최고 고도를 자랑하는 함양 대봉산 집라인 경험담을 소개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둘 다 지자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고 또 구현했는지 스케일과 풍경, 스릴에서 실로 압권이다.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삼산천 옆 100m 절벽에 걸려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 길이 200m로 관광용 장대 출렁다리로는 국내 최초격이다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장했다. 남한강 지류인 섬강 중류에 솟은 소금산(343m) 암벽지대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길이 200m, 높이 100m의 아찔한 규모로, 관광용 출렁다리로는 단연 국내 최장 길이와 최고 높이를 자랑했다. 그 아래를 통과하는 레일바이크까지 조성해 원주의 대표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소금산 출렁다리에 자극받은 지자체들이 각종 출렁다리를 건설하면서 ‘출렁다리 붐’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금산 일대는 암벽과 강물이 조화를 이룬 경관이 빼어나 예전부터 ‘간현관광지’로 알려져 있었으나 서울~강릉 간 경강선 고속전철이 건설되면서 기존 간현역이 폐역되고 관광객이 줄자 출렁다리와 레일바이크를 앞세워 획기전인 명소로 거듭 난 것이다.

위에서 본 소금산 출렁다리. 바닥이 훤히 보이고 폭이 1.5m로 좁은데다 조금씩 출렁여 고도감과 스릴감이 대단하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일대는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명명되었고, 22년에는 길이 404m의 울렁다리와 깎아지른 소금산 암벽 중간을 통과하는 잔도, 숲속 데크산책로까지 조성해 명실상부한 ‘출렁다리의 메카’로 떠올랐다. 옛 간현역은 레일바이크 역으로 바뀌었고 광대한 주차장이 조성되었으며 상가도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리되었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출렁다리~데크산책로~소금잔도~스카이타워~울렁다리를 돌아오면 왕복 약 4km, 2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현재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입구까지는 길이 1km의 케이블카가, 울렁다리 종점에서 소금산교까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올해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이다. 이 둘의 공사가 완료되면 노약자도 한층 편리하게 코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절벽 허리를 지나는 소금잔도. 길이 353m이며 왼쪽 아래로 울렁다리가 보인다  

전국의 출렁다리를 많이 가봤지만 스릴을 넘어 공포심이 든 것은 소금산 출렁다리가 처음이다. 절벽 사이 협곡을 지나는 200m 길이가 일단 만만치 않고, 저 아래 삼산천에서 100m나 높은 허공에 폭이 1.5m로 좁고 바닥은 구멍이 숭숭~.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어느 순간 고도감이 실감되자 중간쯤부터는 오금이 저려 왔다. 이보다 더 긴 출렁다리가 전국 곳곳에 있지만 인파를 감안해 폭이 넓고 사실상 거의 ‘출렁이지’ 않는 고정다리 느낌인 곳이 많은데, 이건 흔들림이 느껴지는 ‘진짜’ 출렁다리다. 저 멀리 보이는 울렁다리는 이곳보다 더 높고 훨씬 길어서 과연 건널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런 기막힌 지형에, 이런 스케일의 출렁다리를 구상하고 또 구현했다는 것이 온갖 걸림돌이 난무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대단하게 느껴진다. 성인(70kg) 1,280명이 동시에 건너도 버틸 수 있다니 놀라운 강성이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울창한 숲속을 지나는 길이 700m의 데크산책로가 기다린다. 업다운이 별로 없는 편안한 길이어서 숲 내음과 새소리를 즐기며 느긋하게 걷기 좋다.

앞서 소금산 출렁다리를 훨씬 능가하는 길이 404m의 울렁다리

 

데크산책로가 끝나면 이번에는 아찔한 절벽 허리를 가르는 소금잔도가 나타난다. 잔도의 높이가 해발 225m이니 저 아래 삼산천 바닥까지는 150m나 된다. 길이가 353m로 짧은 것이 조금 아쉽지만 숲길산책로에 이어 절벽을 가르는 잔도까지, 다채로운 구성에 감탄할 뿐이다. 절벽 허리를 가르는 잔도는 중국의 명산에 흔히 있는데, 예전에 가본 황산(1860m)이나 화산(2160m)에 비해 소금산은 높이는 낮지만 산과 강, 출렁다리가 어우러진 절경의 임팩트는 못지않다.

잔도 끝에는 스카이타워가 또 한 번 고소공포증을 시험한다. 자체 높이는 38.5m, 고도는 220m이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구멍 뚫린 철판으로 만든데다 절벽 끝에 아찔한 높이로 서 있어 그야말로 고도감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그나마 잔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정상 전망대를 무리 없이 올라가지만 급상승해야 하는 반대쪽에서는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꼭대기 전망대는 무리일 듯. 전망대에 오르면 소금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로 울렁다리가 뻗어나고 그 밑으로는 짙푸른 삼산천이 흐르고 레일바이크 철교도 지나간다.

뒤돌아본 울렁다리와 스카이타워. 뒤편 절벽에는 잔도가 걸려 있다  
뒤돌아본 울렁다리와 스카이타워. 뒤편 절벽에는 잔도가 걸려 있다  

코스의 마지막이자 절정은 전장 404m의 울렁다리다. 폭이 2m로 넓지만 바닥이 뚫린 출판이고 가운데는 구멍이 더 휑한데다 난간마저 다 트여 있어 고도감이 극대화된다. 노랗게 칠한 구조물은 일견 동화적이고 명랑해 보이지만 다리 입구에 서는 순간 ‘이거, 끝까지 건널 수 있을까’ 잠시 주저하게 된다. 포기하면 왔던 길을 꼬박 되돌아가야 하니 그것도 난감하다.

삼산천을 곧장 건너는 울렁다리는 출렁다리보다 10m 정도 더 높다. 앞서 출렁다리를 건넌 경륜(?)으로 어째어째 건너기야 하지만 순서를 바꿔 울렁다리부터 건넌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울렁다리를 건너면 삼산천까지 산길을 걸어내려가야 한다. 노약자도 쉽게 하산할 수 있도록 옆에는 길이 110m의 에스컬레이터 2대가 건설 중이다. 케이블카와 함께 준공되면 출렁다리와 산책로, 잔도, 울렁다리만 지나면 되어 체력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간현역 주차장에서 출발할 경우 총 거리는 5km,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매표시간은 09:00~15:30(5~10월 1시간 연장), 월요일 휴장이며, 입장료는 9000원이다. 처음에는 출렁다리에 웬 입장료가 9000원이나! 하고 놀랐다가 경치와 시설을 경험하고는 수긍이 갔다.

5월 5일부터 10월 29일까지는 야간개장(18:30~22:00)과 함께 출렁다리 아래 폭 250m 높이 70m 자연암벽과 조명 분수를 활용한 ‘나오라쇼’도 진행한다니 야밤의 협곡 풍경도 궁금해진다.

남한강 자전거길~섬강 자전거길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안내도(원주시시설관리공단). 케이블카와 울렁다리 에스컬레이터는 올해중 완공 예정이다 

 

함양 대봉산 집라인

대봉산 천왕봉(1228m)에서 1코스 출발점으로 가는 길목. 왼쪽으로 줄지어 선 타워가 각 코스 출발, 도착지점이다. 오른쪽 계곡 중간에 모노레일 하부승강장 겸 집라인 도착지가 있다. 오른쪽 멀리 지리산 천왕봉(1915m)이 미세먼지를 뚫고 솟아 있다 

 

대봉산(1252m) 모노레일은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해발 1228m 천왕봉 정상까지 올라가고, 일주 3.93km에 달해 길이와 높이,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해발 1200m가 넘는 산꼭대기까지 모노레일을 놓을 생각을 했다니 이 역시 구상이 놀라울 뿐이다.

모노레일 외에 집라인도 엄청나다. 천왕봉에서 출발해 대봉산 기슭을 바느질 하듯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5구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길이는 3.27km로 역시 국내최장이다. 모노레일은 상부와 하부역 사이 고도차가 477m이고, 집라인은 그보다 조금 낮은 약 450m이다. 1228m 천왕봉에서 출발한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천왕봉에서 조금 내려가야 하고, 최종 도착지도 모노레일 하부역보다 약간 높다.

모노레일과 집라인을 포함한 시설의 총칭은 ‘대봉스카이랜드’. 주차장부터 해발 420m의 고지에 자리한다. 하지만 여기서 15분마다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10분을 올라가야 해발 744m에 위치한 모노레일 하부승강장이 나온다. 모노레일로만 일주할 수 있고, 집라인은 천왕봉에서 출발한다. 따로 안전교육을 받고 장비를 착용한 채로 모노레일 탑승이다. 정상까지 모노레일 탑승시간만 32분이 걸린다.

길이 150m로 가장 짧은 1코스(도착지점에서 정상부를 바라본 모습). 모노레일이 지나는 능선을 따라 가서 고도감이 덜하다  

 

올라가는 도중 천왕봉 남쪽 계곡을 지그재그로 잇고 있는 집라인을 보면서 과연 탈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예전에 모노레일만 탔을 때 어마어마한 집라인 규모를 보고 ‘이건 패러글라이딩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젠가는 한번 타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데 드디어 장비를 갖추고 정상으로 향한다.

5개 집라인 코스는 바람 이름이 붙어 있다.

1코스 산들바람(150m, 시속 50~60㎞)

2코스 하늬바람(420m, 시속 70㎞)

3코스 샛바람(1,050m, 시속 100㎞)

4코스 돌개바람(1,150m, 시속 110~120㎞)

5코스 높새바람(500m, 시속 90㎞)

천왕봉에 도착해 잠시 주변 경치를 즐긴 다음, 1코스 탑승장으로 향한다. 사방으로 급사면이고 조망이 탁 트여 고도감이 엄청나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어디 잘 하나 두고 보자’ 하듯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1코스는 고도차가 크지 않고 150m밖에 되지 않아 용기를 내본다. 순차적으로 길이와 난이도가 상승해 적응시간을 주는 모양새다.

길이 420m의 2코스는 작은 계곡 위를 지나간다. 고도감과 속도감이 한층 높다  

 

앞사람이 타는 걸 보니 별로 어려운 게 없어 보인다. 속도감은 오랫동안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로 경험해왔으니 걱정이 없고, 고도감이 문제인데 1코스는 능선을 따라가서 높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렇게 적응 코스가 있어 다행이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출발이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없지만 고지대의 서늘한 대기를 뚫는 기분이 아찔하다.

그런데 어이쿠, 2코스는 장난이 아니다. 길이가 420m나 되는데다 작은 계곡 위를 지나가서 허공의 최대높이는 50~60m는 될 것 같다. 그래도 1코스를 타본 자신감으로 도전! 도중에 몸이 돌아가 훨씬 아찔하다.

문제는 3코스. 갑자기 길이가 1050m로 크게 늘어나고 주계곡을 완전히 가로지른다. 계곡 바닥에서 최고높이는 100m를 훌쩍 넘는다. 3코스가 더 길지만 고도감에서 이곳이 압권이다. 시속 100km의 바람이 전신을 휘감지만 시간이 좀 걸려 주위를 돌아볼 여유마저 생겼다. 패러글라이딩이나 행글라이딩을 이런 맛에서 하는 구나 조금 공감이 갔다.

주계곡을 통째로 건너는 3코스의 아찔한 규모. 가장 높은 허공은 100m를 훌쩍 넘는다. 합계체중 150kg 이하면 동반 탑승이 가능하다. 왼쪽 뒤는 출발지인 천왕봉  

길이 1150m로 끝이 보이지 않고 고도차가 200m에 달하는 4코스. 시속 100km를 넘지만 허공이라 속도감이 덜 느껴진다 

이제 최장, 최고난이도라는 4코스다. 이름마저 ‘돌개바람’이고, 최대시속이 120km에 달한단다. 자동차로 120km는 별것 아니지만 전신을 드러낸 상태에서는 대단한 속도다. 자전거로 시속 50km만 넘어도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다만 지면과 거리가 있어 체감 속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앞서 포스트가 해발 1040m이고 도착지점이 840m이니 순식간에 200m를 내려서는 셈이다. 5코스는 모노레일 하부승강장 위를 지나가고 마지막이란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만 길이에 비해 고도차가 커서 만만치 않은 스릴감을 준다.

마지막 5코스 출발지점. 왼쪽 맞은편 봉우리에 4코스 출발지점이 있다. 최초 출발지인 천왕봉은 오른쪽 뒤로 까마득하다

 

5코스는 길이는 500m로 짧지만 고도차가 크고 지면과 가까워 속도감이 대단하다  

교육부터 시작해 모노레일 탑승, 집라인으로 복귀까지 2시간이 걸렸다. 요금 5만5000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막상 정상까지 올랐다가 엄청난 고도감과 규모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사전에 잘 판단해야 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만 6세 미만과 70세 이상은 탈 수 없고, 두 사람 합계 체중 150kg 이하면 동반탑승도 가능하다. 운영시간 09:30~16:30, 화요일 휴장. 모노레일 1만5000원(순환), 집라인 1~5코스 5만5000원(모노레일 탑승 포함). 휴일에는 모노레일이 붐비므로 사전예약 필수.

대봉산 중턱의 임도를 활용한 산악라이딩도 가능하다. 

대봉산 모노레일과 집라인 안내도. 빨간 점선은 모노레일, 정상에서 지그재그를 그리는 하얀 직선이 집라인이다(대봉산스카이랜드 홈페이지) 

 

글/사진 김병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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