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종성(자유기고가)

요즈음 벗꽃이 진 자리에 수수하지만 연두색과 희색의 중간 상태로 주변을 장식하는 꽃이 있다. 바로 이팝나무 꽃이다.
멀리서 보면 그 꽃 무더기들이 마치 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는데, ‘이팝은 김일성이 말하는 그 니밥의 고깃국니밥을 말하며 쌀밥을 뜻한다. 쌀밥을 니밥내지 이팝이라고 하는 것은 쌀밥이 매우 귀했던 조선시대에 ‘(왕족인) 전주 이씨만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이씨가 먹는 밥을 줄인 말이라고 하는 걸 상기해보면, 우린 참 호강(웰빙)하며 사는 것 같다.

하얀 쌀밥처럼 피어닌 이팝나무꽃  
하얀 쌀밥처럼 피어닌 이팝나무꽃  

우리가 더 호강하는 것은 설탕과 고기에서 나타난다. 예전에는 사탕수수 수확이 기계화될 수 없다고 여겨서 80년대 말까지는 노예시대 때보다 사탕수수 수확이 적어 국제물가 시그널로 국제원당시세가 상당히 자주 등장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용어가 없어졌다. 이는 사탕수수 수확이 기계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마트에 가보면 설탕값이 쌀값보다 싸다. 어릴 적 동생이 몰래 퍼먹을까 예의주시했던 그 설탕이.

40년 전에 프랑스산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분명 나라 말아먹는 매국노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프랑스산 돼지고기가 지금은 가난한 집에서 싼 맛에 사 먹는 서민식품이 되었다.

이러한 윤택 속에 우리는 매국(賣國)이나 여적(與敵)에 대한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존재로 변질되어 왔다고 말하면 지나친 쇼비니즘이라고 욕을 들을 것 같지만, 그런 욕은 오래 사는데 필요한 비타민 아닌가 싶다.

물 타면서 수준 낮추기

학도가란 노래를 듣고 싶어 유튜브를 켜봤는데, ‘너의 직분이란 부분을 너의 기쁨이라고 화면에 가사를 띄우는 것을 보곤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분명히 옛날가수도 직분이라고 발음했다. 그럼 편집자가 직분이라는 극히 기본적인 한자어를 모르기에 기쁨으로 잘못 들었다는 뜻이 된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만들어진 시사농담 약어(略語) 중에 뜻을 추스린 한자말이 거의 없다. 말잇못, 답정너, 엄친아, 돌직구, 돌싱,...여기에다 내용을 모르면 어원을 전혀 알 수 없는 말들, 가령 현타, 멘붕, (Very), 모태솔로, 국뽕(김칫국) 등등을 되뇌어보면, ‘표현의 자유인지 무지의 발산인지 구분 못하겠다.

심심(甚深)한 위로를 드리니 심심하지 않은데요하는 세상 아닌가.

아내의 노래란 오래된 가요가 있다.

원래 6.25 이전의 노래를 개사하여 6.25때 남편을 전선에 보내는 아내의 마음을 담은 노래라는데, 그게 알게 모르게 가사가 비틀리면서 노래에 담긴 혼이 희석·왜곡 되어가고 있다.

주현미가 1989년 가요무대에서 주현미가 부를 때는 이랬다.

1. 님께서 가신 길은 영광의 길이 옵기에

이 몸은 돌아서서 눈물을 감추었소

가신 뒤에 제 갈 길도 님의 길이오

바람 불고 비 오는 어두운 밤길에도

홀로 가는 이 가슴엔 즐거움이 넘칩니다.

2. 님께서 가신 길은 빛나는 길이 옵기에

태극기손에 들고 마음껏 흔들었소

가신 뒤에 제 갈 길도 님의 길이오

눈보라가 날리는 차가운 밤길에도

달과 별을 바라보며 무운장구비옵니다.

여기서 2절을 보면, ‘태극기’, ‘무운장구라는 언급에서 분명 6.25 참전을 독려하는 노래다.

주현미는 1989년 가요무대에서는 2절의 태극기’, ‘무운장구를 정확히 발음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달라졌다.

주현미가 1절은 똑 같게 불렀지만, 2절에선 약간 다른 척 하면서 아예 본질을 비틀고 있다.

 

2. 님께서 가신 길은 영광의 길이 옵기에

손수건손에 들고 마음껏 흔들었소

떠나시는 님의 뜻은 등불이 되어

눈보라가 날리는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처럼 님의 행복빛나소서.

31년간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가사 중 '태극기'가 '손수건'으로 바뀌었다  
31년간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가사 중 '태극기'가 '손수건'으로 바뀌었다  

2절의 태극기’, ‘무운장구손수건님의 행복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태극기무운장구가 왜 귀에 거슬리는지 손수건님의 행복이라는 막연한 말로 희석하였을까? 게다가 다른 부분도 이상할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바뀌었다.

동북공정의 소치인가, 자발적 사대의 발로인가? 6.25 참전의지를 물 타기 하는 문화공정의 일환이 아닌지 모르겠다. 필자가 가장 좋아한 가수였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6.25 기간 37개월 중 우리가 북한과 싸운 건 3달이고 34개월은 중공과 싸웠다. 그마저도 남침 초기의 선봉부대도 북한군이 아닌 조선족 부대였다. 2022 국군의 날에는 그런 중공군 눈치 본 건지 멸공의 횃불노래에서 멸공부분을 승리로 회색화한 왜곡이 자행되고 있다. 영혼이 없는 건가, 영혼을 말아 먹은 건가?

방사능 공포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장훈 선수가 최근 말하길, 자신은 히로시마 원폭현장에서 살상반경 내에 있었는데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조선인에 대한 편견보다 더 심한 원폭피해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선수시절 내내 원폭피해자임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80이 넘은 지금에야 실토했다고 한다. 그런 장훈이 지금껏 한국 국적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그가 말하길 이젠 한국은 일본에다 그만 좀 징징대라는 거다.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한 건 52, 그런데 그때마다 진정성을 트집 잡은 건 한국이었다. 그럼 우리가 6.25 관련해서 북한이나 중공에 배상요구 한 적 있는가?

80을 넘은 장훈이 히로시마 원폭 피폭을 밝혔다 
80을 넘은 장훈이 히로시마 원폭 피폭을 밝혔다 

필자에게 관심을 끈 것은 장훈은 원폭살상반경 내에 있었는데도 지금 80이 넘었다는 사실이다. 그럼 방사능 어쩌고 하는 건 뻥이라는 거다. 사실 필자의 외조부모님이 일본에 돈 벌러 가시는 바람에 모친은 히로시마에서 태어나셨고, 그 때문에 히로시마 원폭현장에 있었다. 원폭 현장에서 버섯구름과 불길을 구경하는 외할머니 등에 젖먹이로 업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릴 때 히로시마 폭탄이 제일 무서웠다고 가끔 말씀하셨다.

원자폭탄에 의한 사망은 95%가 열과 폭풍, 즉 일반폭탄과 같은 폭발현상이 주원인이다. 나머지 5%는 딱히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방사능만에 의해 죽으려면 열과 폭풍의 살상반경 밖에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거리에서의 방사능 가지고는 사람을 즉사 시키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굳이 방사능이 아니래도 뭐든 진하게 작용하면 사람에겐 전부 독이겠지만, 방사능만 쬐어 가지고 사람이 죽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체르노빌 원전도 그렇다. 정작 직접적인 방사능에 의해 죽은 사람은 현장에 투입되어 잠수작업 했던 소련의 특수부대원 5명이라고 한다. 20만 명 사망설도 그렇다. 원전 주변 인구 20만 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언론에서 20만 명이 사망했다고 오보한 것이 계속 인용되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 숫자는 주변지역의 자연사망자보다 적다. 체르노빌 주변에서 발견되었다며 호들갑 떨던 거대한 지렁이도 알고 보니 이미 세계 곳곳에 그만한 게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거대한 도롱뇽이 발견되면 주변의 다른 원인 다 제쳐 놓고 주변 해역을 지나갔던 미 해군 전함의 레이더 파에 원인을 갖다 붙이는 수작과 같다. 그들 눈엔 산호초에다 인공 섬을 만들며 남지나해 환경을 파괴하는 중공 해군은 자연친화적으로 보이는지 그러한 원인의 가능성 근처에도 올려놓는 일이 없다.

거짓된 공포로 유도된 증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와 관련하여 시끄럽게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철저히 한미일 동맹안보와 관련된 사안 위주로만 골라서 환경문제 갖다 붙여 공략하던 얼굴들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부 언론에선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이 편서풍을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으로 억지를 갖다 붙였다.

그들 주장대로면, 편서풍 타고 동쪽으로 날아가는 것까진 좋은데, 방사능이란 게 눈이 있어서 편서풍보다 더 센 북극의 극동풍도 무시하고 무조건 동쪽으로 날아가며, 편서풍을 타더라도 북미/유럽/러시아에는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고 참았다가 오롯이 한반도에 도착하여 안착(?)한다는 식인데, 이는 거짓발상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도착되기 전에 더욱 짙은 방사능 함유 편서풍 기류를 받는 중공과 러시아는 왜 조용했을까?

후쿠시마 관련 기류 
후쿠시마 관련 기류 
후쿠시마 관련 해류 
후쿠시마 관련 해류 

그리고 방사능수치가 자연피폭량보다 낮아진 후쿠시마 처리수를 굳이 오염수라고 프레임 씌우고, 쿠릴/알라스카/캐나다/미국서부로 흘러가게 하는 쿠로시오 해류는 무시하고, 이상하게도 후쿠시마에서 역류해 한반도로만 의식적으로 흘러온다는 발상을 보면 웃길 지경이다.

러시아/미국/캐나다는 조용한데 우리만 큰일 난 것처럼 소량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에 호들갑 떠는 사람들은 중공의 대량 원전 오염수에는 조용하다. 중공의 원전은 대부분이 동부 해안지대에 있고 거기서 방류하는 후쿠시마 수천 배의 오염수에는 무한한 환경적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중공의 심기만 경외하도록 스스로 세뇌되려고 하는 것 아닌가.

대가 없는 지배권

지배권의 대가 내지 Pax중심국으로서의 책무는 뭘까? 보호책무다. 자기가 지배하는 영역 내에서 배신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고, 다른 지배자에게 그 영역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것 말이다.

예전의 글에서 조공(朝貢)이라는 형식으로 주변국의 격을 낮추고, 사여(賜與)라는 실질로 자국의 입지를 높이는 과정을 언급했는데, 조공은 실질적으로 조공의 몇 배로 책정된 사여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구실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팍스(Pax)의 중심국은 주변 번국을 통치하기 위하여 전시지원은 물론이고 평시원조로도 주종관계를 관리했던 것이다. 그러한 지원과 원조가 없다면, 최소한 미움 당하지 않기 위한 매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매력조차 없는 미운 존재를 숭배하는 인간들은 도대체 무슨 연유가 있을까? 생각컨대, 뇌물이나 미인계(남성 서비스 포함) 밖에 없을 것 같지만, 이 나라에서 스스로의 못된 반역적 일탈을 즐겨도 겁먹지 않게 해줄 힘 센 배경에 엮이고 싶은 심보도 클 것이다. , 애시당초 우리나라에 부정적 정서를 가진 인간들이 아예 스스로 코가 꿰이려고 일부러 포섭되는 것 말이다. 말이 포섭이지 자원(自願:Volunteering)이라고 봐야 한다.

한번 속으면 속인 자가 나쁘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자가 나쁘고, 세 번 속으면 속은 자도 공범인 법이다.

필자 김종성(자유기고가) 
필자 김종성(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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