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케이블카 열전()

춘천 삼악산호수케이블카. 춘천시내와 의암호, 삼악산 모두를 볼 수 있는 다채롭고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춘천 삼악산호수케이블카. 춘천시내와 의암호, 삼악산 모두를 볼 수 있는 다채롭고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국내 케이블카는 산악에 설치되어 있고,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원래가 고지대를 편하게 오를 수 있는 방안으로 발명되고 활용된 것이 케이블카이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로프웨이(ropeway)라고 하고 공학적으로는 삭도(索道)’라고 한다.

최근 들어 국내 케이블카는 환경규제가 까다로운 산악을 피해 해상과 호수, 강에도 설치되는 추세다. 목포와 사천처럼 산과 해상을 더한 것도 있고, 춘천은 호수와 산을 통합했다.

순수 산악용을 제외하고 해상, 호수, 강 등을 포함한 수상(水上) 케이블카 베스트 10을 선정해 보았다. 전국 케이블카를 모두 타 본 필자 개인 의견이므로 재미로 봐주면 좋겠다.  

 

1 목포 해상케이블카

* 유달산 종주 / 해상 통과

유달산을 넘어 바다를 건너는 모습. 오른쪽 지주는 높이가 155m나 된다 
유달산을 넘어 바다를 건너는 모습. 오른쪽 지주는 높이가 155m나 된다 

2019년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는 규모와 경관, 시설, 주변 볼거리에서 부동의 1위다. 최근에 개통한 이점도 있지만 3.23km에 달하는 엄청난 길이, 높이 155m를 지나는 까마득한 해상 높이,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228m) 턱밑까지 올랐다가 산 전체를 종주하고 해상을 건너는 복합구성까지 케이블카로 구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모습과 활용성을 보여준다. 주말이면 장시간 대기해야 하고 평일에도 인파로 넘쳐나는 케이블카 덕분에 목포 지역경제도 들썩인다.

그 전까지는 사천 바다케이블카가 스케일과 경관에서 1위였는데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사천 바다케이블카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새로운 왕좌에 등극했다.

구상단계부터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다른 케이블카를 압도해 큰 기대를 모았다. 유달산 북쪽 기슭에서 출발해 유달산 정상 턱밑까지 올라갔다가 남쪽으로 내려가 다시 820m의 바다를 건너 고하도까지 이어진다. 노선도 사천 바다케이블카의 2.49km보다 740m 더 길다. 왕복 탑승시간만 40분이 걸리고 중간의 유달산 스테이션이나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면 2시간 이상을 잡아야 해서 잠깐의 탑승에 끝나지 않고 케이블카 자체가 하나의 패키지여행이 된다.

 

2 사천 바다케이블카

* 다도해 조망 각산 정상까지 / 초양도 왕복

바다를 건너 맞은편 각산 정상 턱밑까지 올라간다 
바다를 건너 맞은편 각산 정상 턱밑까지 올라간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2018년 개장과 함께 기존의 케이블카들을 단숨에 압도해버렸다. 통영, 여수, 밀양이 케이블카 설치로 관광객이 급증하자 이를 벤치마킹 했지만 몇 단계 더 나아갔다. 해상과 산악을 동시에 묶은 것이다. 옛날부터 바다 조망이 좋아 봉수대가 들어섰고 입소문으로 등산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각산(408m)과 그 앞바다의 초양도를 함께 연결한 것이다.

각산 아래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하면 74m 높이로 바다를 건너 초양정류장을 돌아 이번에는 각산을 오른다. 대방정류장에서 곧장 바다 위로 치솟아 스릴이 대단하다. 각산정류장은 정상 바로 아래 해발 370m 지점에 있다. 5분만 걸으면 정상에 서는데 조망은 실로 장쾌하다. 결과적으로 3군데의 정류장을 연결한다.

북쪽으로는 사천의 진산인 와룡산(801m)이 둔중하고 그 옆으로는 사천만이 진주 방면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남쪽으로는 창선도 건너 남해도가 길게 뻗었다. 그 사이에 보석처럼 뿌려진 수많은 섬들이 다도해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케이블카의 코스 구성과 조망, 풍경에서 실로 압권이다.

 

3 춘천 삼악산호수케이블카

* 호수와 도시, 산악 동시 경험 / 국내2위 길이 3.6km

의암호 상공을 통과하는 모습. 왼쪽 도로변에 북한강자전거길이 지난다  
의암호 상공을 통과하는 모습. 왼쪽 도로변에 북한강자전거길이 지난다  

삼악산호수케이블카는 처음부터 국내최고를 목표로 추진되었다. 강원체고 북쪽 의암호 호반에서 출발해 붕어섬을 거쳐 험하기로 악명 높은 삼악산(654m) 북쪽 해발 450m 지점까지 올라간다. 총연장 3.61km로 목포해상케이블카를 400m 가량 앞서며, 발왕산 케이블카(3.7km) 다음으로 길다.

선로가 길다고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선로가 길면 케이블카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의 스케일과 다채로움이 늘어난다. 삼악산케이블카는 의암호를 건너고 붕어섬을 거쳐 삼악산을 치고 올라가 호수와 하중도, 산악미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춘천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다. 이 점에서 유달산과 바다, 고하도를 연결한 목포해상케이블카와 컨셉이 비슷하다.

삼악산은 높지는 않으나 험준해서 등산이 힘든 것으로 소문 나 있는데,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상부정거장에서 정상까지 800m로 가까워지고, 지그재그 방식의 별도 탐방코스를 개설해 삼악산 등산이 한결 쉬워졌다.

 

4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 국내제일 호수 풍광 / 산악과 호반의 복합 절경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대장관이 펼쳐진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대장관이 펼쳐진다 

내륙 호수 가운데 지형이 가장 복잡하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충주호를 첫 번째로 들 수 있다. 월악산, 금수산 같은 높고 빼어난 산들이 호반에 있고 산악지대 한가운데여서 호반 지형이 매우 복잡하며, 호수의 길이와 넓이는 국내최대의 소양호에 필적한다.

이 넓고 아름다운 호수의 한가운데 우뚝 솟은 비봉산(531m)은 충주호 최고 조망지로 이름 높았고, 이를 살리기 위해 제천시는 정상까지 편이 갈 수 있는 모노레일을 2012년 개통한데 이어 2019년에는 케이블카까지 연결했다. 호수의 공식명칭은 충주호지만 제천시는 청풍면 일원에 있다고 해서 청풍호라고 따로 불러서 청풍호반 케이블카로 명명되었다. 케이블카는 청풍면소재지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곧장 이어지며 길이는 2.3km이다.

비봉산 정상의 조망은 그야말로 굉장하다. 호수와 산이 이토록 장엄하고 큰 스케일로 어우러진 광경은 므둘 것이다. 북쪽 호반은 넓고 단순하지만 남쪽은 리아스식 남해안도 따를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복잡한 호안이 차라리 이국적이다.

 

5 여수 해상케이블카

* 국내최초 해상 케이블카 / 여수 진면목 감상

거북선대교 옆을 지나는 케이블카. 오른쪽 멀리 돌산대교도 보인다 
거북선대교 옆을 지나는 케이블카. 오른쪽 멀리 돌산대교도 보인다 

국내최초로 바다를 건너는 해상 케이블카로 2014년 개장한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단시간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평일에도 장사진을 이룬다. 자산공원과 돌산도를 연결하며 길이 1.5km, 해상구간은 650m이다. 특히 해상에서 최고 98m까지 올라가는 아찔한 높이로 주변 조망이 시원하고,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캐빈은 스릴을 더해준다.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가 에워싼 여수항이 한눈에 들어오며, 오동도 건너 남해도까지 잘 보인다. 한마디로 여수가 얼마나 아름다운 항구인지 실감할 수 있다. 바다를 거의 수평으로 지나서 양쪽 승강장의 고도차는 크지 않다. 야간에는 낭만적 항구 풍경의 대명사가 된 여수 밤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6 화성 서해랑 케이블카

* 모세의 기적 재현 / 갯벌 상공 통과

물이 빠지면 갯벌 위를 지난다. 제부도가 마주 보이고 왼쪽에 '모세의 길'이 드러났다  
물이 빠지면 갯벌 위를 지난다. 제부도가 마주 보이고 왼쪽에 '모세의 길'이 드러났다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은 서해안에서 흔한 현상이다. 간만의 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서(최고 8m)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길이 많고, 그중에 특히 유명한 곳이 화성 제부도다. 갯벌 위로 무려 2.2km의 바닷길이 열려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씩 육지와 연결되었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서해랑(嶼海浪) 케이블카는 제부도와 전곡항을 연결하며, 선로 2.12km 전체가 바다 위를 지난다. 해상구간만으로는 국내 최장이다. 목포, 사천 같은 장대 복합케이블카는 길이가 3km 전후로 더 길지만 해상구간은 1km가 되지 않는다.

수면 위 겨우 40~50m인데 고공처럼 사방이 탁 트이고 발 아래로 보는 갯벌과 모세길이 신비롭다. 해상이라고는 하지만 물이 들 때만 해상이고, 물이 빠지면 갯벌상이 되는 변신도 흥미진진하다.

 

7 해남·진도 명량해상케이블카

* 명량대첩의 현장 / 지척에서 체감하는 울돌목

진도대교 옆,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돌목 바로 위를 통과한다 
진도대교 옆,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돌목 바로 위를 통과한다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 위에 놓인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이순신 장군이 겨우 13척으로 133척의 왜군을 무찌른 명량대첩의 현장이다. 최근인 21년 개통했으며 길이는 1km이다. 진도대교 바로 동쪽에서 명량을 건너가 밀물과 썰물 때마다 물이 울부짖을 정도로 격하게 흐르는 명량(울돌목)의 진면목을 하늘 위에서 볼 수 있다.

해남 스테이션은 우수영국민관광지에 있고 진도 스테이션은 망금산(107m) 정상에 자리한다. 해남스테이션 쪽에는 명량대첩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과 울돌목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울돌목스카이워크가 있어 사전에 명량대첩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출발지로 적당하다. 망금산 정상에 자리한 진도 스테이션은 조망이 탁월하고 정상의 진도타워에는 카페와 전망대까지 갖춰져 있어 풍경과 울돌목 전체를 관망하기 좋다.

 

8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 도심 지척의 해변 / 부산항 조망

송도해수욕장과 부산남항, 암남동 해안절벽을 함께 볼 수 있다  
송도해수욕장과 부산남항, 암남동 해안절벽을 함께 볼 수 있다  

부산 송도해변은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주변은 고층 건물로 빼곡하고, 맞은편으로는 영도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2017년 개장된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송도해변 동단의 송림공원에서 1.6km의 바다를 건너 암남공원까지 이어진다. 원래 소규모의 해상케이블카가 있었으나 1988년 폐지되었다가 29년만에 확대 부활했다.

케이블카는 해수면에서 86m나 높이 지나가지만 상하부 승강장의 고도차가 적어 스릴감은 크지 않다. 하지만 송도~암남공원간 해안절벽길과 짙푸른 바다, 남항 외항에 정박중인 대형선박들, 영도의 해안선과 바다를 건너는 길이 1.9km의 남항대교까지 부산의 역동적인 풍광을 편안하게 누린다.

 

9 삼척 해상케이블카

* 동해안 유일 케이블카 / 바다와 포구의 조화 풍경

짙푸른 동해와 아름다운 포구 위를 지난다 
짙푸른 동해와 아름다운 포구 위를 지난다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2017년 개통 이후 연간 30만명이 찾는 명소로 급부상 했다. 동해안에서는 유일한 해상케이블카로, 장호해변을 사이에 두고 돌출한 두 반도 끝에서 바다를 가로지른다. 용화해변과 장호해변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동해안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깊고 푸른 바다 위를 지나면 장호해변의 백사장이 하얗게 펼쳐지고 그 뒤로는 태백산맥 줄기가 높고 그윽하다. 방파제 안쪽으로 고깃배가 가득 정박해 있는 장호항의 어촌 풍경도 이채롭다. 바닷가에는 대양의 파도를 하얀 포말로 부수고 있는 바위섬들이 그림 같다.

용화해변에는 길이 5.4km로 해변과 터널을 지나는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승강장이 있어 함께 이용하기 좋다.

 

10 울진 왕피천케이블카

* 연어 회귀지 왕피천 / 망양정과 동해 조망

사빈이 발달하고 물이 얕은 왕피천 하구를 넘어간다. 망양정해수욕장도 지척이다 
사빈이 발달하고 물이 얕은 왕피천 하구를 넘어간다. 망양정해수욕장도 지척이다 

왕피천케이블카는 전국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강 중 하나로 꼽히는 왕피천 하구를 건너가며 왕피천과 망양정해수욕장, 동해를 함께 볼 수 있다. 왕피천은 한참 내륙인 영양 금장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1km의 하천으로 내륙은 극심한 물돌이와 협곡을 이뤄 지금도 길이 끊어진 무인지경이 많다. 이런 지형지세를 이용해 고대 동해와 삼척 일대에 있던 실직국 왕이 피난을 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어의 산란지이기도 해서 가을에는 연어 떼의 진풍경도 볼 수 있다. 하구라고는 해도 물이 맑고 얕아 바닥이 훤히 보인다.

케이블카는 왕피천 하구 400m 지점에서 강을 건너며, 길이는 715m로 짧다. 왕피천 북쪽의 왕피천공원에서 출발해 남쪽의 망양정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진다. 망양정해맞이공원에 도착해서는 망양정해수욕장과 장쾌한 동해를 바라보는 망양정과 숲길 산책로를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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