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자전거를 타야하는, 개인적 사회적 이유

자전거는 대자유다. 길이 있든 없든 사람이 갈 수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자전거는 대자유다. 길이 있든 없든 사람이 갈 수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자전거의 이미지는 다분히 한물가고’ ‘값싼저가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이런 자전거가 붐을 이룬다.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자전거가 각광받은 지가 이미 오래 되었다.

그렇다면 왜 철지난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새삼 주목받는 것일까. 훨씬 빠르고 편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두고 왜 사람들은 마치 과거로 회귀하듯 자전거를 찾는 것일까. 단순한 복고풍의 유행에 따른 일회성의 현상일까, 아니면 어떤 영속성을 갖는 의미가 있는 걸까.

19세기초 유럽에서 발명된 자전거가 현대인에게 각광받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흥미만점의 탈것

현대의 자전거는 흥미롭고 때로는 스릴 넘치는 탈것이다. 사람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고, 속도감은 재미를 더해준다. 전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아이들(특히 남자아이들)은 어릴 때 자전거를 탄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재미있지 않으면 아무리 유익해도 하려들지 않는다. 자전거의 기본구조는 처음 그대로지만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로드바이크, MTB, BMX, 사이클로크로스,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장르로 분화되어 자전거를 즐기는 방법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개인적으로는 건강과 레저 문제를, 사회적으로는 환경, 에너지, 교통문제를 해결해준다
개인적으로는 건강과 레저 문제를, 사회적으로는 환경, 에너지, 교통문제를 해결해준다

도시 교통난의 대안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세계의 대도시는 교통난을 겪는다. 그런데 서유럽과 일본의 도시는 교통정체가 그리 심하지 않는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자전거다. 도심의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적극 활용하면서 도심 교통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교통수송분담율을 보면, 서유럽의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지는 무려 40%에 달한다. 이웃 일본도 20% 정도 되는데, 우리의 3%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통근을 하고 장을 보거나 볼일을 보러 다닌다는 뜻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도시 교통난이 심한 곳일수록 자전거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고, 우리나라도 이 정도로 자전거의 붐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뜻도 된다.

 

놀라운 건강 효과

시간에 쫓겨 살고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건강은 절체절명의 문제다. 자전거의 건강효과는 이미 검증된 지 오래다. 1970년대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개인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전거 타기의 건강효과가 집중적으로 재조명되었다. 단순히 하체운동만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페달링을 위해서는 전신에 힘이 들어가야 해서 전신운동이 된다. 심폐지구력 향상은 기본이고 신체의 모든 관절을 강화시킨다. 타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서 장시간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야외에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달려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 의사들도 자전거가 우울증 치료에 탁월하다고 말한다.

 

즐거운 여행 수단

여행은 누구나 갈망하는 최고의 도락이다. 경험자들은 자전거여행을 최고의 여행 중 하나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행의 깊이는 속도와 반비례하고 땀과 비례하기 마련이다. 시속 20km 정도의 자전거 속도는 최적의 여정이다. 자동차는 너무 빨라 주마간산이 되고, 걷기는 너무 느려 여행으로는 비현실적이다. 내 힘으로 페달을 돌려 움직이니 땀도 더해진다. 전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도 자전거 탄 여행자는 환영받고 친근하게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을 만나기도 좋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자전거로 최초의 여행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 자전거로 집 근처를 벗어나보는 것은 자신만의 힘으로 성취하고 만끽해보는 생애 최초 단독여행의 추억이 된다.

 

환경보호의 총아

자전거는 환경보호에서도 첨병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자전거는 완전 무공해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은 그만큼 자동차를 덜 탄다는 뜻이 되고, 결과적으로 환경보호에도 도움 되는 일이다. 대기오염의 경우, 서울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가 62%를 차지한다. 서울의 자전거 교통수송분담율이 현재의 3%에서 10%로 높아지면 약 50만대의 자동차 운행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의 선도

근육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는 에너지 절약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자전거가 에너지 절약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대체재가 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지만 전기를 생산하려면 어차피 다른 에너지가 필요해서 자전거의 순수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승용차 운전자의 10%만 자전거 통근을 한다면 연간 1조 원의 원유 수입을 줄일 수 있다.

 

영국 BBC19세기 이후 최고의 발명품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더니 뜻밖에 TV나 인터넷, 트랜지스터를 누르고 자전거가 1위로 뽑혔다. 미국의 저명한 환경학자인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한 7가지 물건들>에서 자전거를 첫손에 꼽았다. 자전거는 아주 간단한 원리와 구조로 수세기 동안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건강을 선사해주었고, 지금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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