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내륙 최고봉 일주 38km 

각흘고개 방면 이정표를 따라 간다. 광덕산 임도는 넓티고개에서 각흘고개까지만 21km에 달한다
각흘고개 방면 이정표를 따라 간다. 광덕산 임도는 넓티고개에서 각흘고개까지만 21km에 달한다

 

임도에는 4곳의 삼거리가 나오고 모두 각흘고개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너덜과 바위 기괴한 나무가 뒤엉켜 심산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을의 심도는 단풍 빛으로 알 수 있다

자동차도 진입이 가능해 고지에 주차하고 트레킹 하는 사람들을 간혹 마주친다. 산이 높고 숲이 이리 깊지만 하산로가 많고 도시가 가까우니 부담 없이 걷기도 좋겠다.

조망이 거의 트이지 않고 길은 끝없이 상하좌우로 일렁대 무념무상으로 숲길을 질주한다. 앞뒤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의 요철을 따라 요동치고 멧돼지 퇴치를 위해 달고 다니는 종은 쉴 틈 없이 딸랑거린다. 2.8인치 광폭 타이어는 자갈이든 돌길이든 무시하고 탱크처럼 꿰뚫고 나가고 전후 160㎜의 풍성한 트래블은 이런 숲길에서 과욕을 부려도 넉넉하게 받쳐준다.

그렇게 라이딩을 만끽하는 사이 짧은 가을볕은 천천히 힘을 잃어간다. 광덕산 임도는 서쪽 기슭에 나 있어서 오후에 지나면 햇살이 잘 들어 더 좋다. 마지막 임도삼거리를 지나면 각흘고개까지는 거의 다운힐이다.

각흘고개 도착 전에 아산시공설봉안당과 추모공원이 있다. 납골이든 매장이든 최장 30년이 한도이니 이 좁은 땅에서 영원한 안식처는 이제 없다. 30년이면 한 세대가 지나는 시간이고, 어떤 인연이든 망각에 충분한 세월일지도 모른다.

각흘고개 옆으로 내려서면서 임도는 끝난다. 왼쪽으로 아산시공설봉안당이 살짝 보인다  

각흘고개에서 4차로의 39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다 618번 지방도로 우회전, 문금리로 들어선다. 이제 광덕산 남동안으로 행정구역도 천안에 든다. 천안은 광덕산 동쪽을 반분하고 있으나 임도는 대부분 아산 쪽에 있고 정상도 아산에 포함되어 여기서는 ‘아산 광덕산’으로 표기한다.

문금2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갈재고개 업힐이 시작된다. 갈재고개는 450m가 넘어 이번 코스에서 최고지점이다. 포장이 되긴 했지만 업힐이 3km나 되고 일부 구간은 경사도가 18도에 이르는 난코스다.

문금리 초입의 느티나무 고목. 수령 320년이라는데 훨씬 더 들어보인다

 

한때는 일가족이 정겹게 일상을 보냈을 집은 이제 속절없이 낡아간다. 시골지역 빈 집이 너무 많아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오지의 민가는 비어가도 고지에 자리잡은 카페는 성업중이다

경사도 18도의 갈재고개 업힐. 이제 고갯마루가 얼마 남지 않았다 

차량 통행은 거의 없지만 해발 330m 숲속에 자리 잡은 카페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18도 경사를 올라 고갯마루에 서면 광덕사까지는 오직 다운힐이다. 근교 계곡이 다 그렇듯이 즐비한 ‘가든’과 펜션을 통과하면 이윽고 광덕사 입구에 닿는다. 광덕사는 652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임진왜란 전까지는 3층 법당, 8 종루, 9 범각, 80칸 장경각을 갖춘 거찰이었고 산내에는 89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광덕산이 넓기는 하나 89 암자는 좀 과장인 듯하다. 지금은 중간 규모이고 아늑한 분위기가 각별하다. 절 입구에는 1290년 원나라에 다녀온 류청신이 묘목을 가져와 심은 호두나무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호두나무로 무려 730살을 헤아리며 높이는 18.2m이다. 천안 호두의 원류가 바로 이 고목이다.

광덕산이 높으니 해가 진 지는 이미 오래, 정적어린 산사에는 창건 후 50만 번이나 반복됐을 그 황혼이 다시 어리고 있다.

1300년 고찰 광덕사.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730살 호두나무. 천안의 명물 호두는 여기서 비롯됐다  

 

tip

광덕사 아래에는 두 곳의 대형 공영주차장(무료)이 있다. 주차장 주변에는 식당과 카페가 모여 있어 편리하다. 다만 광덕사를 벗어나면 식당과 가게가 없으므로 행동식을 잘 챙긴다.

 

* 코스 지도와 고도표, gpx 파일은 자전거생활투어(www.bltour.net) '추천코스'를 참조하세요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