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보다 규모 축소, 그래도 보석 같은 아이템을 찾아내다
이번 도쿄행의 목적은 개인 소장 자전거 용품을 사고파는 사이클 플리마켓이다. 남양주 축령산 아래에 ‘뽈락의 산골 자전차방’을 조성했는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특별한 아이템을 찾아 나선 길이다.
신주쿠역에서 케이오선 전차를 타고 케이오 타마가와역에 30분만에 도착했다. 사이클 플리마켓은 도쿄 서쪽 타마강 근처에 있는 케이오가꾸(京王閣) 경륜장(올해 창립 75주년)에서 매년 봄가을 2회 열린다. 경륜장의 1층 회랑에 30여 군데의 판매점이 자리를 잡았고 300여명의 셀러가 모였지만 5년 전에 왔을 때보다 많이 축소되었다.
주로 클래식 크랭크, 변속기, 변속레버, 브레이크 등 온갖 자전거 컴포넌트가 등장하며 신품과 사용품이 섞여 있다. 오전 10시 문을 열어 오후 2시 정도에 마감되었다. 부피가 큰 프레임부터 조그만 나사도 일본인들의 꼼꼼함으로 정리되어 있고 가격표는 사전에 붙어 있다.
옛날식 휠 조립기와 클래식 벨을 함께 샀다. 나가노에서 왔다길래 필자가 쓴 ‘자전거 우표책’을 주었더니 크게 기뻐하면서 4천 엔짜리 휠조립기를 공짜로 준다. 1900년대 초의 헤드 데칼도 23점을 한꺼번에 2만엔에 샀다.
특히 나의 관심사인 액세서리 종류가 잘 안 보여 실망했지만 옛날 앞뒤 변속기와 레버 그리고 5단 프리휠, BB 액슬을 챙겼다. 전시장에 옛날 컴포넌트가 필요해서다.
30m가 채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3시간30분 동안 왔다 갔다 하며 그야말로 홑이불 이 잡듯이 뒤지고 또 뒤졌다. 큰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온 이는 뽈락 밖에 없다. 쳐다보던 말든 계속 어슬렁 기웃기웃하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여기 오기 위해 비싼 비행기까지 타고 온 것이 아닌가. 아직도 총알은 많이 남았는데 전쟁은 끝나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아까 헤드뱃지 팔던 그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내년 2월에는 레트로 모빌쇼가 열린다는 파리로 날아가야 하나. 그래도 묵직한 쇼핑백 무게와 이렇게 맘 놓고 쇼핑하는 뽈락은 행복한 사나이 아닐까. 자전거에는 기꺼이 지갑을 열어도 내 몸을 위해서는 500엔짜리 라멘과 나마비루에서 흡족한 미소를 머금는 값싼(?) 사나이일 뿐이다.
내일은 요즘 자전거 컨셉 마을로 뜨고 있는 이바라키현(茨城県) 츠지우라(土浦) 시 카스미가우라(霞ヶ浦) 호수로 가볼 예정이다. 자전거를 빌려 호수를 달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